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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를 눈에 선명히 담으며 나도 서서히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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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시야에 들어오는 건 나의 두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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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팔을 휙휙 저어보니 공기의 시원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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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방벽의 출력은 5000kW. 대략 3서클 마법에 두세 번 직격당해도 방벽이 유지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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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은 2서클 이하의 마법으로만 진행되므로 안전만큼은 확실히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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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너지를 경감시키는 소립자 방벽이 20%,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마립자 방벽이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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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는 직접타격을 스스로 봉인하였으므로 나는 마립자 방벽만 수시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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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룰은 다들 알죠? 마법은 2서클 이하, 다만 캐스팅은 완드로만 해야하고, 오러의 사용은 무제한이에요. 물리력은 나메만 쓸 수 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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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진 교수가 중앙제어컴퓨터를 조작해 방마나 장치를 활성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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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떨지 마. 독감주사 맞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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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가 우산 모양의 완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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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은 제대로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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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 어차피 2서클 마법만 쓸 테니까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병렬회로를 추가했어. 명백하게 잘못된 게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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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은 훌륭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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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고마워! 나메가 칭찬해주니까 영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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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의 말대로 그의 조가 만든 완드는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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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력문제는 핵심적인 결함이었고, 과연 교수와 내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문제도 찾아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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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련으로서 검증해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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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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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한기 오러를 머금고 심호흡을 크게 하여 달구어진 머리를 식혔다. 폐부를 찔러오는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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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떨어진 거리는 대략 13m. 바닥의 재질 상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넘어졌을 때 마찰력은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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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키는 184cm, 나와 70cm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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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만약 직접타격이 허용되어 전투가 근접전 위주로 펼쳐진다면 나에게 극도로 불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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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몸무게는 나의 4배에 가까우니 단순히 계산해보아도 속도를 2배 빠르게 움직여야만 간신히 동일한 체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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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배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나 마나는 자그마치 8배. 이는 우리가 3차원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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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높이는 16m. 다른 건축물과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머리를 부딪힐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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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조건은 어느 한 종류의 마나방벽이 70% 이상 파괴되었을 때나, 완드가 과부하 또는 고장났을 때. 상대가 기권을 했을 때. 그리고 마나 탈진의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전부 알아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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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진 교수가 반말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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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대련은 아주 가능성이 작더라도 위험성이 동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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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완드를 손에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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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니만큼 카운트다운은 넉넉하게 30초 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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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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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비프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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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심장이 제멋대로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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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는 수없이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도 몸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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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게임에서 싸우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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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생각만큼 따라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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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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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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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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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침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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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없어도 지식은 풍부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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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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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보다는 오래 살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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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날고 긴다하는 천재라도 결국 햇병아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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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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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조금씩 끌어올려 예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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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신체의 모든 주도권은 이제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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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뛰는 것, 폐가 수축하는 것, 동공이 확장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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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극한으로 활용하면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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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을 이성으로 제어하고, 판단은 다시 본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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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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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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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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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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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가짐을 배워야 할 텐데, 요즘 애들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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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송을 보지 않은 죄가 매우 크니 시작은 이걸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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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나메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신연호는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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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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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무릎을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고, 왼손은 바닥을 향한 채, 오른손은 허리 뒤로 숨겨 대련의 ‘정석’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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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 정도로 정석적이고 완벽하다. 다시 말해 흠잡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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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로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도, 첫 마법을 숨기는 자세도, 시선처리, 무게중심 분배, 여기에 한술을 더 떠서 오러를 예열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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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는 저도 모르게 완드를 들어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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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이 몸에게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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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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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술대회 8강에서 느꼈던 중압감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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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보다 오러를 더 잘 다루는 아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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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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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배운 지식보다 스스로 고찰하여 일깨운 지식이 더 많을 때, 그들의 오러 활용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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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서 만났던 ‘중(重)의 오러’를 사용하는 맹인 여학생이 그러한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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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철학과 헬창놈들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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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투하고는 아무런 관련 없는 생각이기에 잡념을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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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면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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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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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벽이 없었다면 초등학생이 펼치는 1서클 마법에도 다칠 수 있는 게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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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굳건히 지탱한 신연호는 나메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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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과연 어떤 전략으로 나올까 우리 천재 아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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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의 교훈과 함께 대련 시작을 알리는 문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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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숨겨두었던 오른팔을 옆으로 쭉 뻗어 마나를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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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미소자가복제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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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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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첫 수부터 그의 예상을 제대로 뒤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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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가 ‘간이 연성진 작성기’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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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 자체가 마법진을 보조하는 연성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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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완드로 또 다른 연성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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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가 않아. 해석도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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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마법의 파훼는 운도 같이 따라주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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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인 파훼술식은 한방만을 노리는 하수들이나 생각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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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강자는 야금야금 방벽을 깎는데에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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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는 시선을 연성진에서 다시 나메에게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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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층류유동(laminar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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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법진을 연성진 뒤로 겹쳐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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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진에서 똑딱거리는 시계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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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 같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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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생성과 동시에 그녀는 강렬한 진각을 밟아 앞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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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움직였음에도 마법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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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계 변환까지 할 줄 아는구나! 진짜 천재가 맞았어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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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의 오러를 휘감은 나메의 주먹이 신연호의 턱주가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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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코앞까지 당도한 소녀를 보고 연호가 쾌활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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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한껏 부풀어오른 남성의 팔뚝이 여린 소녀의 주먹을 손쉽게 막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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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의 시선은 다시 마법진으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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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에 시전되는 마법진을 분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여겨지면서도 신연호는 순간적으로 정보를 뽑아냈다. 2서클 마법쯤이야 이런 기교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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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은 훼이크. 자, 무슨 마법이 나올까? 엘, 마벤, 프시케 베이스니까 수속성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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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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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똑딱똑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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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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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마법의 실체를 목격한 신연호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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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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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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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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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푸른 빛깔을 띠는 일직선의 흰색 광선이 무자비한 속도로 신연호를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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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벽이 크게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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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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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대련을 관람하고 있던 교수와 학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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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마법진이 먼저 빛을 발하며 푸른 빛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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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성진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렌즈처럼 푸른 빛을 한데 모으더니 급기야 레이저를 쏘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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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뭉게 피어오른 먼지의 잔해 속에서, 광선에 직격당해 벽까지 밀려난 신연호가 강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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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칙이잖아! 갑자기 3서클을 쓴다고는...!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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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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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메인 스크린에는 붉은 글씨로 본 마법이 겨우 2서클임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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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가 파괴되면 꼼짝없이 져야하니 맨몸으로 버텨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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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자 방벽의 30%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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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클 마법에 정통으로 직격당한 수준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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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토해내는 신연호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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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또다시 그 정체모를 마법을 가지고 다가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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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층류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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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시전: 층류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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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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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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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맞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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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순수한 표정으로 섬뜩한 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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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 더블 캐스팅이라니. 사실 연성진까지 합치면 트리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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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말로 진짜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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