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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증명에 대한 질의응답을 위해 한국대학교에 방문한 지 벌써 3주 차에 접어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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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체력을 고려해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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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고, 누구는 전자종이에 열심히 수식을 옮겨적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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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장실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교수는 서로 반갑게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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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여기서 다 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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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아아 그그 리조트? 그 뭐더라 서 교수님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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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네 맞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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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KGSAT 수학 과목 출제위원으로 한 달 동안 경기도의 한 리조트에 감금돼 서로 탁구 상대가 되어주었던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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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교수가 곧바로 믹스커피를 뽑아와 대화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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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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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어는 없었지만 그 대상이 누구를 의미하는 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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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죠. 애가 타원곡선을 설명할 때 모르델 웨일 그룹이 나와서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어요. 이건 버치-스위너턴 다이어 추측하고도 연관되는 이론인데 골드바흐의 추측이 또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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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교수님 전 기하 전공이라 그쪽은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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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스무 살 애들만 가르쳐봤지 살다살다 여덟 살 아이에게 배울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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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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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흐 추측은 최소 2년은 잡아야죠. 선행되는 증명만 해도 분량이 만만치 않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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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옮기기 문제는 지금 콜로라도 대학에서 열심히 양자 컴퓨터로 돌리고 있답니다. 이쪽도 6개월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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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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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맛은 전부 제거한 달달한 캔커피같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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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증명의 아류작들, 혹은 기존 증명의 후속연구만 맛보다가 나메가 선보인 신선한 통찰력에 그들의 뇌는 달콤함에 젖어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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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사실 제가 어제 여기 앞에 식당에서 짜장면 먹다가 박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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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과장이 누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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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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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 국정원? 그 사람이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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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출제할 때 수학과 교수들의 보안을 담당하던 국정원 측 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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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대학에 돌아가서 노나메라는 아이에 대해 너무 떠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군요. 막 진지하게 하는 말은 아니고 그냥 사적인 부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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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는 반쯤 우스갯소리처럼 다뤄지고 있는 ‘The Great Generation List’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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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정원에서는 비상이 걸린 문제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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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미국이 열심히 저희편에 서서 스위스를 비난하고 있지만, 언제 또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꿀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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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를 바꾼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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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미국 국적으로 필즈상을 받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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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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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김칫국일 수는 있지만, 나메가 선보인 7개의 증명 중 단 한 개만 참으로 판명나도 필즈상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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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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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간에 이민을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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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미국, 영프독, 일본은 매해 착실히 노벨상과 필즈상 메달 개수를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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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한국계 미국인 수상자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부끄러운 한국교육의 실태를 보여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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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석하신 분 중에 이론마법학과 교수들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마법학쪽으로 넘어가는 것까지는 저희가 어찌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외국으로 나가는 일만큼은 막아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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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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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즘 같은 시대에 설마 댓글알바를 풀겠냐만은, 이번만큼은 국정원쪽을 응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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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계속 한국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조용한 밑작업이 어디에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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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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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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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흐메드 무스타파(15) -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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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슈빈 라마크리시난(16) –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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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카츠하타 에미카(14) -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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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나메(8)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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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실리아 니에또 데 상파이오(12) - 프랑스,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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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들이 범람하는 시대에서 한 국가의 기밀 유출은 큰 뉴스조차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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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독 스위스의 문서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유는 바로 순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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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유망한 아이들을 일렬로 줄지어 순위를 매겨놓았으니 마치 서로 경쟁이라도 부추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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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의 천재들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이를 겨냥한 브이튜브 영상들도 쏟아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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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노나메가 1위가 아님? 장난함? 얘네 인종차별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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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기엔 5위 안에 아시아인이 3명이나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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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 저 듣보잡 새끼는 누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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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에서 IQ 제일 높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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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살인데 이미 대학 졸업하고 NASA 근무 중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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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ㅂ 사기캐였노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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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발언) 그래도 노나메가 1위인 게 당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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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여준 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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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메짱이 보여준 게 왜 없어. 월오아에서 시전했던 마법도 고유마도라는 추측이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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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자기 고유마도였으면 진작 발표를 했겠죠 님아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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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왜 이렇게 국까들이 많음? 님 혹시 빨갱이임? 아님 댓글알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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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 수학 뭐시기 증명되는 순간 게임 오바임. 나머지 99명 합친 것보다 노나메가 더 똑똑함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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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100명이나 되는데 한국인은 딱 3명밖에 없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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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80억 인구에서 인구 4천만이면 1/200인데 3명이면 많은 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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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마법도 시전 못해본 허수들은 다 빼야지ㅋㅋㅋ 그게 무슨 기적의 계산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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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100명 중에 최연소인데 2등인 것만으로도 이미 개사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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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냐 1등 아니면 뭔가 성에 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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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Y, 봉찬식, 이상윤, 노나메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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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업 가슴이 웅장해진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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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유노 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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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되겠다 나 더 이상 못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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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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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노나메 알리기 캠페인 시작할 거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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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를 숨기고 싶어하는 국가측의 입장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그녀의 능력이 과소평가 된 점에 대해 분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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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은 겨우 동 나이대의 아이들에 비해 뛰어난 데 비해, 나메는 여느 어른과 견주어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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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나메의 능력을 깎아내리려는 여론에 반발하여, 그녀의 최신 행적을 더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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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한민국 입장을 더 난처하게 만드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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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한국대학교에 자주 출몰하게 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도 그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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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업에 노나메 들어온 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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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1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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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남자친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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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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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연인. 오늘 배울 단원이 마침 ‘연인관계’ 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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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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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좋다는 사람 널렸을 것 같은데. 그 친구들에겐 참으로 안타깝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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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목 교수는 건수를 잡았다는 듯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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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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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쪽에 있던 대학생들은 무슨 두더지게임처럼 5초에 한 번씩 머리가 내 쪽을 향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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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 그렇게 궁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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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간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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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을 생산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보호하는, 유전자에 각인된 종족보존의 기능으로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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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핵심은 생존과 종족보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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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들끼리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이유도 서로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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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인간은 근친혼을 방지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봐온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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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랑이라는 감정은 주체가 느낀다기보다는 호르몬에 의해 휘둘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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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연이 옆에서 ‘이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소곤소곤 항의해보지만 나는 내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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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라, 결국 교수도 ppt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나의 입장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던 학자 윌슨과 버스를 소개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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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심리학이라는 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를 끄는 학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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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이 제일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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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 ‘열정’, 그리고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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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버그의 이론에 따르면 셋 중 하나만 없어도 불완전한 사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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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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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펴가면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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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함께 보낸 시간이 많으면 쌓이는 친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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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로 도망쳐도 결국 거머리처럼 끝까지 따라붙는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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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편안해질 수 있도록 나를 죽이려 드는 그 헌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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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설명만 들으면 완전 히아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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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이론의 예외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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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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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세 손가락을 접고 옆에서 쿨쿨 자고 있던 니엘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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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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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방금 코 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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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으읍... 아 고마워... 엉? 벌써 수업 끝났네? 끄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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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엘이 기지개를 키며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동안, 나는 새로 날아온 문자를 받아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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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은 한국대학교 홍보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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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야생 탐험 브이로그는 회광반조였던 건가. 구독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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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튜브에 월오아 랭크전 편집본만 드문드문 올라온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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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월오아가 1달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면서 그녀의 영상은 뚝 끊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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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문 열어! 쾅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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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센징이 잘못했어ㅠㅠ 제발 돌아와줘 나메야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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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원 개객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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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방학이면 하루종일 게임만 해야지 어딜 나돌아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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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복귀기원 26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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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챤 복귀기원 26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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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롤 서버 열렸으니까 아스테리아라도 해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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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롤 극혐하는데 지금이라면 그것도 누렁이처럼 퍼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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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와. 돈은 우리가 다 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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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약혼자만 50만명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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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갑자기 리듬게임에 맛들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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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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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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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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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방송 킴 구라 아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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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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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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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왜 진짜냐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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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나메의 복귀는 공지 하나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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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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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Chatting – 한국대 도장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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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목 빠지게 기다려온 팬들 앞에 나타난 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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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명품 느낌을 흠씬 풍기는 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허공에 휘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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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샤프하우젠’의 ‘Reminiscence’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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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거 3천만원짜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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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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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샤프하우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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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 개부자인가보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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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8살 애한테 저걸 사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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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IWC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사 소재지는 샤프하우젠, 스위스 북부에 위치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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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위스에서 사준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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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어 결국 기사로 작성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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