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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Chatting – 좋은 아침입니다. 어쩌면 좋은 점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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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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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2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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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이 부끄러워요? 다른 사람들이 웃을 수는 있어도 은우 오빠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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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맞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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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ㅈㄴ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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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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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살=차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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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잘생겼다 우리 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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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부럽다 이름도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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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존... 아니 엄청 부끄러워... 지금 2만명 앞에서 조리돌림 당해서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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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요. 자기 자신부터 믿지 않으면 누가 이해해줄 건데요. 은우 오빠는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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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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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선택한 이름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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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안 했는뎁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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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박보검인데 거짓말 안하고 대형강의 출석 부를 때마다 앞에서 50명씩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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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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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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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차은우 배우를 엄청 좋아하셨나보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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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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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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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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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쏠 차읍읍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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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흐 배아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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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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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두 번 죽이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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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순수악? 이게 순수악? 이게 순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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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노나메 완전 루시퍼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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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래에 여친분이 계시면 언젠가는 계속 이름으로 불릴 거 아니에요. 그때 가서도 대살이라고 불러달라고 할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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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분간의 설교가 더 이어지고, 매니저는 카메라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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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내가 앉아있는 침대쪽만을 송출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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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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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송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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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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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면 2만 명의 사람들이 다함께 너를 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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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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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훌륭한 관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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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침상은 어린이 두 명이 나란히 앉을만큼 충분히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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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마루가 직접 겨드랑이를 잡고 올려줘 유나는 안전하게 내 조수석에 탑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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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킬로명이나 보고 있어! 나메야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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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명이라는 단위는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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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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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죠? 제 친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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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으! 흐에에에에에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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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에 앉아있는 값은 제대로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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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볼을 계속 쪼물딱거리면서 앞으로 더 올 친구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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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후원창은 지금 안 보여서 제가 답장해드릴 수 없네요. 혹시 몰라 이미 후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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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왜 나메가 미안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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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애기들 너무 귀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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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천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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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초등학교가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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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친구 스트리머 영입 기원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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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너무 예쁘다 나메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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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술이요? 뭐 그렇게 큰 수술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하나도 안 아프게 치료해주셔서 지금 멀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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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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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시간 대수술, 성공은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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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생이 피폐인 스트리머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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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 역치가 낮은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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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첫 시도, 의료진의 집중력이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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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슨 수술이었길래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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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 하나를 꼽으라면, 가른 배를 꿰매고 실밥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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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 의사는 의학만 다루고, 마법사는 마법학만 다루는 것과 달리,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한국 의료진들은 마법에도 능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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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잡담을 나누고, 방송에서는 병원에서 있었던 썰들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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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서 어느새 나머지 친구들도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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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메야 정말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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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hej) 요! 노나메! 와썹! 얼 유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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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혜와 서리를 데려온 건 마범일 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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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눈이 잠깐 마주쳤는데, 고개를 휙 돌리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나에 대한 죄책감 비스무리한 것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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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마치 습관인마냥 담배를 꺼내려다가 이내 병원인 것을 깨닫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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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반투명 유리에 비치던 박실장도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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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파? 진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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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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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아 그리고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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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티스 포어 푀어델스더겐(grattis på födelsedagen)! 생일 축하해 노나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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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스웨덴어야? 진짜 룬어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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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완전 마법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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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동안 내 품에 안겨서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굴다가 금방 관심이 방송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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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이 워낙 많아서 스크린 4개가 병렬로 돌아가는 추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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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시력이 좋은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글도 잘 읽는지 시청자들의 댓글을 유심히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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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진짜 쩔어! 놀이터에서 6학년 오빠들이랑 싸워서 이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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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습관처럼 나에 대해 하는 말을 방송에서도 늘여뜨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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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니, 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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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니까 지혜야 너도 봤지? 그때 나메가 막 우르왓콰르르릉쾅쾅쾅 하니까 오빠들이 다 쓰러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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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잘은 모르겠는데 대충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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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서리. 언제까지 그런 말 할래? 나메가 아니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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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거등?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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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는 아직 안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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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확인하니 때마침 그녀에게 톡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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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 많이 막혀서 조금 늦게 도착할 듯! 먼저 점심 먹고 있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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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 태양이 지금 앞에 끼어들기 하는 차한테 빡쳤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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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번째 시청자 ‘호야무야호’가 카리리의 동생이었다는 건 전혀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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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동생이 팍팍 밀어준 덕분에 윤슬이 나와 같이 합방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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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든 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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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점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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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형사와 박실장, 그리고 천교수가 양손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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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론 다 내가 섭취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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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오늘만 참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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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앞에는 전복죽이 대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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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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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으로 몇 번 뒤적거리니까 겨우 한두점의 전복이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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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환자에게는 흰죽이나 전복죽을 내와야한다는 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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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죽에는 전복이 거의 안 들어 있으니까 사실상 흰죽이랑 별 차이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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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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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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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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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전교 1등이야? 우와아. 근데 사실 놀랍지도 않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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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빠 다시 잘 들어봐봐. 우리 아카데미 시험이 얼마나 어렵냐면은 30분 안에 객관식 20문제랑 주관식 5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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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알아. 그러니까 시간도 부족한데 나메가 15분도 안 돼서 다 풀었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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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것밖에 안 놀라? 빨리 더 놀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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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 스고이 나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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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은우에게 아카데미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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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반응이 시원찮은지 도돌이표에 빙의하여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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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KAIMT 졸업생에게 아카데미 쯤이야 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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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평가 만점?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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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았네 진짜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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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대단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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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피론 아카데미는 무조건 적성평가 평균이 40 초반대에서 나오도록 설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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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다 맞으라고 내는 문제가 아니라 아는 것만 빨리 푸는 타임어택 문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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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적성평가... 아아... 기억폭행... 아니 엄마 폭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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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ㅈ같은 줄세우기 아직도 하고 있네;; 21세기 인권이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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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전교 1등 빼고 모두가 피 보는 시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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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잔! 전교 1등이 여기 있었네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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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외부인을 만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니만큼 매니저의 존재는 대화에 감초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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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대학원생이니 마법학 지식도 겸비하고 있어 대화가 잘 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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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빠는 적성평가에서 몇 점이나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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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초등부 때는 7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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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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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등부 때 60점, 고등부때 50점, 그리고... 킥사트(KGSAT) 망해서 재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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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은우 오빠처럼은 살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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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것들이 보자보자하니까 말이 좀 심하다? 상처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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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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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말을 잘 꺼내지 않던 지혜까지도 열심히 학교생활을 얘기해주니 말을 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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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은우라는 사람 자체가 친화력이 좋은 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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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죽은 이미 한참 전부터 바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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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나머지 무릎을 안고 앞뒤로 몸을 흔들며 친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시청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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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까 문쪽에 선글래스 맨은 진짜 경호원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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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초등부잖아 99% 금수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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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피론이면 강남구쪽이니까 100%일 듯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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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피자 못 먹어서 어떡해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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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낫고 나중에 맛있는거 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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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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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문이 세차게 열려 수다스러운 분위기가 잠시 진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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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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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언니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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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프지 좀 말라니까! 왜 이렇게 삐쩍 마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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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얼굴 좀...! 아아 이거 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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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만나자마자 얼굴부터 비비대길래 진짜 짐승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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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더워 죽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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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에어컨 바람 좀 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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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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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들어오자마자 대학원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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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차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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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카리리님 맞죠? 저 노네임의 매니저 대학원생살려라고 합니다! 듣던대로 너무 예쁘셔서 와아... 너무 예쁘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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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네에...! 아 이게 제가 원래 좀 낯을 가리는 거라서! 사람을 가리는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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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뭐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요! 여기 자리 내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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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앉아 계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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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가 아주 오바를 떠는 사이 윤슬을 뒤따라 온 아이가 한명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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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집안은 외모 유전자가 대체로 우월한지 어린 티가 남아있는데도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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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 연하 가릴 것 없이 여자들을 꽤나 홀리고 다닐 것처럼 생겼는데, 말하는 건 또 순둥순둥해서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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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 너무 떨리네 후으읍. 진짜 노네임씨 맞죠? 아니 당연히 맞겠지 나 뭐라는 거야...! 잠깐만 이거 존댓말해야 돼 반말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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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무야호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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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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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두 손을 입에 모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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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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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눈물까지 있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 정도의 재능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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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해도 돼. 그러니까... 태양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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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맞아요? 아니 맞아? 그렇게 불리니까 너무 어색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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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처음 본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는데, 내 아바타가 현실의 모습과 거의 동일하다보니까 가상현실에서처럼 대해도 어색해하고, 그렇다고 아예 어린애 다루듯이 해도 어색해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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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첫 번째 팬과의 악수도 끝내고 나니까 천교수가 어젯밤 잠깐 꺼내서 보여주었던 케이크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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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케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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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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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씩밖에 못 먹겠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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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초가 8개밖에 없어? 이게 말이 돼요 시청자님들? 겨우 8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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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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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에 몇백만 원이나 드는 VIP 병실이라고 했더니 겨우 이 정도의 사람만으로 꽉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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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더욱 기분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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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만금을 준다 하더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인연 하나하나가 전부 모이니까, 처음 들어왔을 때 적막함이 느껴졌던 병실의 모습이 싸그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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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에 초를 꽂는 건 아카데미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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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교수는 아이들의 손에 초 2개씩을 쥐여주며 예쁜 모양으로 꽂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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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같이 마법에 재능있는 아이들답게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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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리 조금 더 바깥쪽으로! 아니 왼쪽!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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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디가 왼쪽이고 오른쪽인데! 케이크에 방향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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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꽂으면 케이크 망가져! 좀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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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심원상으로 서로 간격이 일정하도록, 열과 성을 다하여 초를 꽂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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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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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스, 당신은 역시 검만 휘둘러야 하는 사내에요. 캠프파이어를 하기 위해 장작을 쌓으랬지 누가 나무를 아작내라고 했습니까? 만약 당신이 비버 세상에 태어났다면 오체분시에 더해서 화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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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멀쩡한 장작을 표시한 지점에 맞춰서 똑바로 세우는 게 그렇게 어렵나? 눈이 삔 거야 손이 삔 거야? 너 평소에도 그렇게 센스가 없으면 인내심 없는 헤타이라들은 돈도 안 받고 도망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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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아아아 제발 좀 가만히 있어봐! 그럼 실비아, 레밀리아 니들이 할래! 어? 니들이 할 거냐고! 열심히 하는 사람 옆에서 왜 계속 훈수를 둬! 아니 스승님! 얘네들 때문에 제가 얼마나 미쳐서 사는지 이제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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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도 서로 웃고 떠들던 시절이 떠올라서 더욱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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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메야 준비 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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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하고 나니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내 손목을 잡고 테이블까지 이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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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다른 이들은 창문에 커튼을 치고, 불을 끄고, 초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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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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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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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카이젠의 막내 황녀! 우리 에샤의 아홉 번째 생일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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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많이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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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아센과 니오베 남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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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런걸 다 챙겨보는구나 난 내 생일도 까먹었는데 참나. 야! 열세 번째 생일 축하한다? 그동안 좀 모질게 대해서 미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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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솔직하지 못했던 마리아 스승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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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완성...! 어때요 스승님? 나름 이 정도면 용사파티의 이름을 붙여도 손색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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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여호와께서 정하신 것이라 이 날에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리로다. 은사님의 스무 번째 생신을 감축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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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니 은사니 하여튼 지랄은. 전 말재주 없으니까 아무튼 생일 축하하고... 정말 고마워요 언니. 전 진짜 언니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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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답시고 침엽수를 통째로 깎아 높이 30m짜리 모닥불을 만든 클라우스와 실비아, 레밀리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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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나의 기억에는 들어있지 않은 다양한 인연들까지 합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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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았을 때 전생에도 꼭 그리 비극만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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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하면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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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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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슬픈 일은 멀리, 기쁜 일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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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죄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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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지만 하나는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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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나의 생일날 히아센 너의 손에 피를 묻히게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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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카이젠의 마지막 황녀... 에스타샤 라티아스 카이젠의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이제 축하해줄 수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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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미안해. 그래도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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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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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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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해가는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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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순식간에 귓가를 스친 음성이라 주인을 알 수는 없었지만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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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은 멀리, 기쁜 일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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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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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노나메라면 나 자신을 위해 살 것이며, 내가 에스타샤라면 노나메 너를 위해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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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다짐과 함께 나는 촛불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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