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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 잘못된 기사를 바로 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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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기자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잡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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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이나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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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웬만해서는 정정보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보를 낸 순간 언론으로서의 신뢰성을 잃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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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정보도는 언제나 들키지 않도록 조용한 구석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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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하다며 누가 돌을 던질 것 같다고? 그럼 더욱 은밀하게 보도하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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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QBS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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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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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모를 톱기사 변경으로 매일 돌아가면서 야근을 하는 편집국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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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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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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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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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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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 당장 정정보도 내고 바로 단독보도까지 함께 때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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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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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기사의 생명은 정확성도, 화제성도 아닌 신속성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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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정보들이야 후속보도로 메울 수 있었으니 일단 먼저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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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에 대해서 QBS는 누구보다 빠르게 이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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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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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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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방송국은 지난 2051. 5. 24 QBS 뉴스톡톡 프로그램에서 트위시 스트리머 노네임이 14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중퇴 후 난제를 증명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보도된 내용과 달리, 노네임은 아카데미에 중퇴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당사자의 나이가 만 7세였다는 점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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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뉴스특보 프로그램은 충격적인 정정보도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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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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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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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쓰는 게 오래 걸리지 고치는 건 비교적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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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람들이 노네임이라는 이름을 찾을 때마다 검색 알고리즘에 의해 가장 최상단에 뜨리라는 건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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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도 엄연히 ‘기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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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작전세력이 붙어있는 줄도 모르고 주식을 샀었는데 바로 다음날 30% 상한가를 친 것처럼, 노네임의 기사를 한번 다루었다는 게 QBS에게는 정말 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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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주할 때가 아니다. 이제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는 진짜 ‘정보’들을 물어와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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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세피론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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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외쳤다, 노나메가 다니는 학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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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린 그쪽과 핫라인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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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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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론 아카데미는 미국의 재단. 게다가 그들의 부지는 21세기인데도 치외법권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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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자교 학생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에서만큼은 국정원 저리가라 할 만큼 끔찍이 여겼기 때문에 대형 언론사가 아닌 이상 그들로부터 양질의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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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머리가 부족하면 몸이 고생해야 하듯이, 인맥이 부족하면 발로 나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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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가 가서 알아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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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BS Official’님이 10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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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네임님. QBS 편집부 장성문 기자입니다. 노네임님께서 얼마나 참담한 시간을 보내왔는지는 저희로서도 다 헤아릴 수 없을 따름입니다. 저희 QBS에서는 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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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툭하고 끊겨버리는 후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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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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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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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공지를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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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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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씹년들이 썩 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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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공적인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조용히 나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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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BS Official님이 퇴장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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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밴 하면 안 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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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내쪽을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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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이 사고를 친 아델라와 겹쳐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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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뭐 공지 똑바로 안 읽은 사람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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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들어오지? 12시가 그런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메의 신상에 관해서 캐묻는 질문들은 다 밴이에요. 아니 그냥 아무 말을 하지 마! 모르면 제발 ‘ㄹㅇㅋㅋ’만 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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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가 시청자들에게 단단히 경고장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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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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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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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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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예 채팅을 얼려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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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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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워낙 늦게 끝나기도 했고, 명색이 합방이라지만 그렇게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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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람들은 내가 당분간 방송에서 손을 놓아버릴까봐 우리 합방에만 여섯자리 숫자나 되는 인원이 몰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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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제 방송을 안 하겠다고 했나요? 답변을 받을 때까지 조용히 지내겠다는 말씀을 드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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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를 믿냐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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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 안 들어주면 평생 노네임 못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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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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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ㅠㅠㅠㅠ 제발 가지 마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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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만이라도 해주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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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없는 삶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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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말이 다시 짧아지네? 어쨌든 다음. 더 없어요? 없으면 제가 찾아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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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의 등장으로 잠깐 끊겨버린 고해성사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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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흐름이라는 게 중요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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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나는 초강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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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서 채팅 하나라도 나오면 후원금의 10배는 내셔야 용서해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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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비상!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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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 명만 걸려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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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검문 시원하게 함 때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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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나오네. 다들 못 믿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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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닉네임 ‘농가월령가6974’ 한번 찾아봐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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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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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딱 봐도 닉네임부터 악질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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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화이트리스트, 굳이 안 봐도 10만원 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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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배하면 100만원 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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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소 당하는 것보다는 100만원이 낫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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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님이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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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노네임님! 저 진짜 잘못했으니까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지금 더 충전해서 올 테니까 제발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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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수상한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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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가자~ 자 드가자~ 자 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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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위 센 채팅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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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소미 엔딩은 못 참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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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고해성사’ 방송은 지금까지만 보면 꽤나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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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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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국에서는 신자가 죄를 지었을 때 미리 사제에게 참회함으로써 그 죄를 경감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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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귀족들의 전유물로 전락되어버린지 오래였지만 그 취지만큼은 꽤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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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스스로 나에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죄의 경중과 후원금액에 따라 용서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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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판결과 시청자들의 집단지성으로 고해성사 단가 정보가 암암리에 유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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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이라고 쳤으면 얼마 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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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원이면 용서해준대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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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원? 휴우우우~~~ 다행이다 얼마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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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개수당 2000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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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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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 정도면 낼만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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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보육원에 기부하겠다는데 이럴 때라도 도네 좀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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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싶으면 빠뜩빠뜩 기어 나와라. 나메가 지난번에 악플러들 고소했다는 거 못 들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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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카리리랑 달리 나메는 진짜로 위험하다고! 7살이라고! 아청법도 레벨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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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후원 금액은 모두 지역 아동복지센터에 기부하기로 사전에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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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용서해줌으로써 양심에도 덜 찔리고, 기부도 하는 일석이조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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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정신건강까지 걱정해주는 스트리머는 세상에 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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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괜히 내 나이 때문에 찔리는 게 있으면 서로 불편하지 않은가? 그런 걸 해소해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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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음에는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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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gbT 샌드위치’님이 296,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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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님, 저는 과거에 사제님을 욕보이는 말을 했습니다. 직접 세보았습니다 아마 맞을 거예요... 부디 좋은 곳에 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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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검증에 들어간 카리리와 유시아 배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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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놈...! 할 줄 아는 말이 ‘농’ 밖에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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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코... 코즈믹 호러...! 어... 어떻게 한 달 만에 ‘농’을 148번을 칠 수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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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148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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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번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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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0번도 아니고 148번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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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진짜 육성으로 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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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진짜 미친놈인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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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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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메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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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 정신이 나갈 뻔했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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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아앗! 나메야 여기서 기절하면 안 돼! 그럼 우리 합방 터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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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진짜 괜찮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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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도 내가 엄청나게 대인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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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원금이 100만원, 200만원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내 정신은 피폐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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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7379’님이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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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님, 저는 과거의 사제님의 팬티 색깔을 묻는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개과천선해서 착하게 살겠습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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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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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채팅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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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원을 기점으로 똑같은 내용을 담은 만원짜리 후원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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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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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팬무는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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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그러게 오팬무가 뭘까 아하하... 카리리는 하나도 모르겠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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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희들은 꼭 고소당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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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들이 알고 그랬겠냐고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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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카리리 때문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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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카리리가 트위시 음지 문화를 너무 퍼뜨려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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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는 음지에서만 활동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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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거기서 내 탓인 건데! 아무튼 나메는 몰라도 돼! 우리 나메는 세상의 밝은 면만 보고 자라면 되는 거야 응! 그리고 오팬무는 이제부터 만원이 아니라 2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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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금 후원하려 했는데 이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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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크나이트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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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당신은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족제비과 벌꿀오소리속 中 GOA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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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해당되는 게 카리리밖에 없잖아 그러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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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채팅 진짜 더럽긴 더러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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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월오아 때 채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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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발머리 아바타가 개사기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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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목표: ₩16,398,000 / ₩1,000,000 (16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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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50만원을 벌기 위해 일주일 동안 롤 마스터 등반이라는 혼신의 노력을 펼쳤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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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에 말도 안 되는 규모의 금액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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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부가 고해성사 도네이션은 아니었고 정말로 내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장문의 글도 때때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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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솔이아빠’님이 5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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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네임님, 어쩌면 첫 후원에 첫 채팅이네요. 저는 방화대교 참사로 두 아이와 애엄마를 떠나보낸 시청자입니다. 저는 작년부터 방송을 쭉 챙겨봐왔습니다. 별 것 아닌 이유지만 고백하자면 처음 노네임님의 아바타를 보고 문득 천사같던 제 아이들이랑 겹쳐보이더라고요. 솔직히 아직도 7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가 않네요 하하... 어려서부터 얼마나 힘들 날을 보내왔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셔도 다 잘 됐으면 좋겠고... 이렇게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시청자들도 있으니까 꼭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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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으면 장문도네라며 성을 내었을 시청자들도, 오늘만큼은 TTS가 끝까지 글을 읽어줄 때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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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전례없는 분위기의 방송이 계속 이어지다가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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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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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농가월령가 너 이 자식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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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순 댓글부터 내역이 촤르륵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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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가 스크롤을 계속 올려도 정상적인 채팅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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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이 방에선 자나깨나 채팅조심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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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와 14살 실화? 미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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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캬 이게 종결캐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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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노네임! 노네임!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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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검술 실력 지리고 오지고 렛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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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정상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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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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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쫀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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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올려봐봐 그럴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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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정신나간 닉네임으로 저런 채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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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저 위에 뭐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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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울프라이더 메타 가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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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후후 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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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후후 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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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후후 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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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늑대가 참 크고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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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 늑대는 주인님에게 느끼는 감정이 보통 감정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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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6974님이 퇴장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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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나도 모르게 강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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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시아. 그냥 내보내버리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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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아 뭐! 그냥 이렇게 된 거 얘도 같이 넣어서 고소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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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느 정도길래 고소까지...?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았는데? 나도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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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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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을 막아선 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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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팔을 양옆으로 쭉 뻗으며 채팅창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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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용서해도 수간충들은 절대 용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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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의 강한 의견 피력에 힘입어 화이트리스트(고소장)에 한명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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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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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 엄청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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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은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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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님이 나에게 잘 자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이불을 덮어주었고, 나는 이불을 꽁꽁 둘러맨 채로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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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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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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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내가 이제까지 한 행위에 대한 물음이었으며, 후자는 아직까지도 생을 이어가는 나 자신에 대한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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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죽었어야 할 인물들의 자아가 뒤섞여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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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서와 같이 이제는 더 이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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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느낌만으로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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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이유가 온전히 나에게만 있는지, 아니면 내가 이번 생애에서 쌓아온 인간관계에 있는지는 여전히 생각해볼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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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없고 이제는 너무 졸려서 잠에 빠지려고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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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빠뜨린 게 있어 폰을 이불 안으로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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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야 나 나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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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버스 타고 학교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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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일 같이 등교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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