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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규진 교수가 순수수학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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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천교수와 같은 층 연구실을 쓰는 백교수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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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의 전공분야는 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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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연성진쪽을 주로 다루어서 이론물리나 해석학에도 배경지식이 있다 쳐도 그가 무리수를 두었음에는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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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교수가 분명 아이의 부모에게 스타 만들기의 일환으로 청탁을 받았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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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만들어진 가짜 천재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증언한 사람이 되어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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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인지 뭔지 그 사람이 증명을 다 써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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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가명임이 드러난 1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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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가짜 천재’들을 만들어낼 때 언제나 마법학쪽이 아닌 수학을 주제로 삼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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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체가 마법학보다 훨씬 작아서 일단 최신 수학 트렌드를 알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고, 이는 다시 말해 증명을 검토해줄 인원이 전 세계를 놓고 보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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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증명을 몇십 페이지씩 내버리면 당연히 그간 검증에 들어가는 시간도 절대적으로 많은 게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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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기를 쪽쪽 빨고 나중에 거짓임이 밝혀질 때 잠적해버리면 그만이니, 그야말로 20년 전에나 쓰인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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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천교수가 이런 청탁을 받아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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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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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는 한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석박사를 한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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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연성공학만큼 돈이 안 되는 분야가 없으니 천교수는 결국 폴리페서(정치교수)로 전향하려나보다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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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 아이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도, 최소한 정치계에서 입김이 센 축에 속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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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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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기술은 나날이 발전해가는데 퇴근길의 러쉬아워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나도 없는 정부를 규탄하며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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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 Twish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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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차를 썼으면 채널이라도 좀 똑바로 돌려놓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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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교수의 퇴근길에는 언제나 132번 골프채널이 함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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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게임중개방송의 등장에 채널을 다시 돌리려던 백교수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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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갚대 그룹스테이지 5전 전승! 더! 블로리 팀의 결승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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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회견에서 노네임이 무슨 게임대회에 참여하였다는 소식은 얼핏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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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들고 있는 인터뷰어 옆에는 일곱 살의 어린 아이와, 동물 후드티를 입고 있는 소녀가 긴장한 채 무대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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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교수는 트위시의 방송을 계속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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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어려운 게임용어를 섞어가면서 말했기에 곧 50대에 접어들 백교수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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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인터뷰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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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님은 카리리 선수와 더불어 따갚대에서 유일한 미성년자 스트리머이신데요! 부모님께서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다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 같네요! 혹시 이 자리를 빌어서 부모님 두 분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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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넘겨준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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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위치에서 마이크를 전해달라고 지시받은 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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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눈과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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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카메라에 비친 어린 아이는 두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정면을 응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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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갑자기 말하려니까 머리가 하얘지네요. 그래도 나 어제 오늘 조금 잘한 것 같았는데, 엄마가 보기엔 어땠을지 모르겠네. 앞으로도 계속 멋지고 씩씩하게 살아갈 테니까... 끝까지 지켜봐 줘.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 날이네.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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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노네임 선수의 직설적인 고백! 듣기만 해도 너무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그런데 어머님이랑은 지금 따로 떨어져 사시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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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 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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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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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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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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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교수의 외마디 단말마가 경적소리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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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는 없으니까 생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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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인터뷰어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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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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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팀이 이틀 동안 진행한 풀리그에서 나메의 팀은 5전 전승을 이루어 결승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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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있었다고 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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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우리들의 영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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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뭇잎마을 수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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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태세전환 개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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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에서의 발전과, 풀리그에서의 전승을 이룬 것에 비해 나메의 활약이 전만큼 돋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는 나메의 인터뷰 한번으로 쏙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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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게임이에요. 그리고 저희 더 블로리 팀은 주연을 카리리씨로 정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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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자원을 누구에게 몰아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에요. 저를 키워봤자 크게 변하는 건 없겠지만, 카리리를 키우면 오브젝트 한타를 이기게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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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요? 아뇨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사기라고 하는 카리리의 탱어쌔신은 저희 팀 모두의 노력이 들어간 산출물이에요. 그 노력을 잘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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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저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는 이 세상에 하나씩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제 활약을 보고싶은 분들께는 이번 몰락전에서 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니까 레거시 오브 레전드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라 조금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 응원해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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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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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퍄퍄퍄퍄퍄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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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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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는 하나씩 있다 명언이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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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약간 명언병 있는 것 같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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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오글거린다고 묻어버리는 쿨찐충들보다는 훨씬 나은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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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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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횡설수설 하는 건 카리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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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소리 ON 해버리니까 영어 통역도 포기하는 게 걍 개웃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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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가 가진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인해 관중들의 호응도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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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의욕이 앞섰던 인터뷰어는 기존 질문 리스트에는 없는 목록을 내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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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요청하면 보통 선수들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그대로 화면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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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고, 중장년층에게 게임에 대한 인식도 전환할 수 있으니 가히 일석삼조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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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노네임의 부모님 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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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를 공부를 시켜야 돼 게임을 시켜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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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행복한 고민이겠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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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일까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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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랑은 지금 따로 떨어져 사시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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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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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 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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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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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모두가 터진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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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지나가던 채팅창이 그 순간만큼은 멈추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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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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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들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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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하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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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말한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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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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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비비비... 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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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이이이사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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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탈룰라...! 탈룰라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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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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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두 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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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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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니라 찐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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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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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실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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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노네임이 뭐라 했음? 나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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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눈나 ㅈ됐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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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아라고? 이제 14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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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중퇴, 히키코모리... 아앗... 아아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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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복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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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터져버린 건 바로 그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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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로 상처받을 나이는 이제 한참 지났죠. 게다가 모르시고 그런 거잖아요. 진짜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사과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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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아나운서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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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을 하려다가도 파르르 떨리는 입술 때문에 다시 울먹거려서 오히려 내가 달래느라 진이 다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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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모가 없는 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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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좋았겠다 정도지 전생에서도 오히려 부모라는 존재 때문에 발목이 잡혀 꿈을 접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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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전쟁 이후부터는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이 길거리에 더 많이 보일 정도로 생을 위협하는 상황 아래에서는 혈연관계는 쓸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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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니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월오아 팀원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받고, 이번엔 롤 대회를 앞두고 팀의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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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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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아 언니 그렇게 유난 떨 것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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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우에에에에엥 난 네가 그런 것도 모르고 흐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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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아가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바타 바꾸지 말고 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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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이제 대회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미니맵 못 봐서 갱 당하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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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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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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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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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만 말고 말을 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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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윽... 내가! 히끅 내가 우리 나메 엄마가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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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입양 가서 잘 살고 있거든! 그리고 우리 양아버지 언니랑 못해도 서른살 넘게 차이 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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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도래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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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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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서 밴픽이나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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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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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정말 유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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