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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의 개막전은 ‘더 블로리’의 팀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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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판으로 진행되는 6개팀 풀리그는 레터박스 공식 채널을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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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을 꾸준히 챙겨보는 시청자들이라면 각 팀의 전력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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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에만 자그마치 동시 시청자 20만 명이 모였고, 위그드라실이 맵에 등장하자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열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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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열기를 더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건 역시나 직업정신이 투철한 해설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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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카이 캐슬’팀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아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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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그렇지만 뭘 잘못한 게 있으니까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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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노네임을 공략할 수 있는 원코인을 벌기 위해, 초반 설계에서 대출까지 받아서 싹싹 긁어모았다고 보시면 돼요. 올인을 했는데 못 땄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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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원코인 값이 왜 이렇게 비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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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경기로 예상되었던 첫 번째 경기는 계속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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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에게 들어간 1000골드와 2레벨짜리 경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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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이 없는 힐러라고 애써 무시해보아도 이건 명백한 과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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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임에서는 언제나 과성장한 캐릭터가 전장을 휩쓸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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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렙 검사벨라를 일대일로 이기네 미친놈인가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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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벨라는 일대일 최약이잖아 검사벨라는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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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초반한정으로 줜나 셈. 1레벨 기준 용사보다도 세다고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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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3으로도 못 잡는 게 검사벨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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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골드 스타트ㅋㅋㅋㅋ 무슨 월오아가 롤도 아니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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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에서도 인베에서 천골드 먹고 시작하면 겜 터지는데 하물며 월오아면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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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내려놓고 주먹뻗으면 가불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저걸 역이용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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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패턴까지 가면 지는 건데 오히려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방안이었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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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의 NPC는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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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판단 시뮬레이션으로 가장 승률이 높아지는 선택을 하고 대부분 NPC의 말대로 운영을 따르면 최소한 손해볼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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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티어 구간의 사람들이 운영보다는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도한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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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기사가 사제를 홀로 맞닥뜨렸을 때 도망치겠다는 판단은 인간으로서도, AI로서도 내리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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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일기토에서 노네임이 어느정도 육탄전으로 이끌고 가는 걸 유도했다고 보시면 돼요. 계속 머리쪽에 빈틈을 내어주긴 하는데, 막상 이사벨라도 무거운 플랑베르주로 때리려 하니까 그때만 얍삽하게 막아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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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NPC가 아니라 사람이라도 도발에 걸려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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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면 화나서라도 근접 싸움 한 번 걸어봤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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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설명해드리자면 사제에게는 단검을 제외하고는 전투보정 스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노네임 선수가 하는 모든 움직임은! 팔을 뻗는다던가 다리를 건다던가, 이런 게 전부 수동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는 거거든요!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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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대단하네요! 그리고 말씀드리는 이 순간 카리리가 달립니다! 카리리가 달려요! 뒤에는 노네임이 엄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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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기울어진 게임 치고는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만카이 캐슬팀도 두 발로 확실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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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회복 수단이 적은 월오아에서 힐러는 한타에서 척결 대상 1순위였는데 그 대상이 대상이다보니 대규모 교전을 영리하게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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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네임은 달렸다. 카리리와 함께. 위그드라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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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을 자주 본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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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백도어(early back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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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20분도 되기 전에 적 라인을 아군 진영 깊숙이 유도한 다음 반대편으로 가서 위그드라실을 불태워버리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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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튜브에서는 예능용 빌드로만 통했지만 그들은 감독에게까지 허락을 받은 공신력 높은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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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발빠른 기동력, 그리고 탱커임에도 암살자라는 독특한 존재로 카리리의 이동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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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을 지키고 있던 경비 NPC가 열. 그리고 적팀은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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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백도어 전략이 들통났음을 깨달은 카리리는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여 손톱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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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을 마주한 적은 긴 창의 형태를 한 파르티잔을 휘둘러 접근을 제한해보지만 굳이 회피할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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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의 체력이 급격하게 낮아지며 힐의 대상임을 알리는 붉은 오오라가 피부 주위로 퍼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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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카리리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자살 어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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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건 솔로랭크일 때 한정이고 팀게임에서는 노네임의 힐까지 받아 죽지도 않는 기이한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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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에 따라 들어오는 공격력이 들쭉날쭉해 대미지 계산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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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클로에 몇 번 할퀴어진 창잡이가 이를 악물고 계속 벌꿀오소리를 푹푹 찔러보지만 그녀는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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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아오른 소녀가 체중을 담아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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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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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끝에 달린 예리한 칼날이 적의 단단한 장갑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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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발기다 못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니 꽉 차있던 체력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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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진 건 그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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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지만 보면 불법사가 25레벨을 찍었을 때 배울 수 있는 메테오에 직격당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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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탱커가 낼 수 있는 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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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특수 딜러의 일종인 광전사도 아니다. 광전사는 방어력이 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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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암살자도 아니었다. 암살자는 저렇게 체력이 무식하게 많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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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 탱커는 애초에 저렇게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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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탱쌔신? 이게 탱쌔신? 이게 탱쌔신? 이게 탱쌔신? 이게 탱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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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개사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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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너프좀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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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25000이나 달고 이게 맞는 건지 자괴감 들고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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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캐릭터는 그 크기가 작을 때 쓸모가 없다며 비난받기 일쑤였지만, 반대로 꽉찬 육각형은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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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을 견제하느라 상대적으로 쉽게 자원을 몰아먹은 카리리의 위력이 절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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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한 적 피해량 1위. 받은 피해량 1위. 점령 시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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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뒤늦게 기지로 돌아와 백도어를 막아보려는 적들을 카리리가 작은 몸으로 홀로 막아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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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거목에 검을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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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도 더 블로리 팀을 분석하던 감독들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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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커버리면 압도적인 실력으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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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잘 커버리면 그냥 게임이 끝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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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행방은 결정이 난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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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아깝다! 몇 대만 더 때렸으면 게임 끝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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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리스폰 장소에서 나메와 함께 태어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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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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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을 수호하는 정령골렘들을 물리친 이상 승리는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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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로 따지면 적의 퀸을 잡은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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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로 따지면 쌍둥이 포탑을 전부 부숴버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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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3차 오브젝트는 우리 거니까 상대가 무리하게 앞으로 쏠리는 것 같으면 바로 백도어각 보자. 아니면 한타 봐도 돼 지금 상대 정비 타임 못 가지고 바로 나와야하니까 우리가 유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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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백도어로 게임을 못 끝냈을 때 리스폰 타임마저 정밀하게 계산한 나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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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초의 적 진영에서의 전투시간. 32초의 리스폰 대기 시간. 21초의 오브젝트까지 이동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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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시간을 다 썼을 때 3차 오브젝트가 나오는 시간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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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우연이겠지만 두 번 세 번은 우연이 아니다. 언제나 노네임을 가까스로 잡는데 성공하면 그 뒤에는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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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오더에 따라 팀이 연전연승을 하자 이사벨라의 발언권은 확연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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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위그드라실 지키는 사람은 지금 NPC 하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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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한타를 걸겠다는 심보인가? 급한 건 적이니까 빨리지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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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용병들이 대열을 갖추고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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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사벨라의 눈이 빠르게 전황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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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면 나 혼자서도 물리칠 수 있을 거야...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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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일대일에서 검사에게 약하다. 그러나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얻은 스테이터스와 무기, 그리고 막강한 화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마나는 50% 이상의 승률을 점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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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는 준비해놓은 말에 올라타 고삐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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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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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없어도 한타를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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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좁은 숲길로 멀어져가는 이사벨라를 나메는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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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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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는 나 없이 5대6으로도 충분할 거야. 나는 이사벨라를 뒤쫓으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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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또 백도어를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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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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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엔트비더의 이스터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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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죽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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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다음 공격이 막타 판정으로 들어가는 경우 그녀는 공격을 철회하고 즉시 비전투모드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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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일대일 대치나 한타에서 이사벨라를 배치하는데 다른 NPC보다도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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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박차는 발굽소리가 점점 간격을 줄여 끝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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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을 빠져나오자 금빛으로 도금된 신전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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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직전의 전투로 무너진 기둥과 크게 파인 바닥을 피해 계속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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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체력이 거의 없는 두 명의 이사벨라가 서로 기묘한 대치의 형국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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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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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웨어소프트의 변태적인 설정을 속으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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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스토리모드에서의 스토리를 그대로 멀티플레이에 담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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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하나의 국가를 세운 버렁뱅이 소년의 서사시를 따라가는 스토리가, 때로는 부모님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꿈꾸는 검투사의 스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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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처럼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영약을 얻기 위해 싸우는 두 여성의 전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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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명의 NPC가 만들어내는 500개 넘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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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들이 아니고서는 전부 외우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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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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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집을 긁으며 빠져나오는 스키아보나의 소리가 유독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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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가 싸우면서 수계마도라도 사용한 모양인지 나메가 지면에서 발을 뗄 때마다 축축한 진흙이 웨스턴 부츠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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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엔트비더(RED): HP(83/39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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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엔트비더(BLUE): HP(102/2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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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단 한 대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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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으로 툭 찔러도 쓰러질 정도로 위태로운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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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주저하지 않고 적 도플갱어에게 다가가 목에 검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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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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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이사벨라의 외침이 그녀의 손길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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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지금 죽이지는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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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싱겁다는 듯 검을 거두고 그대로 위그드라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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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를 죽여야지만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나메의 목적은 위그드라실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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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 RED: 8201/72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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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한타 이겼어 노네임! 그대로 무너뜨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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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 이겼어 첫판! 이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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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젝트가 있는 아군쪽에서 승전보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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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투에서 패한 도플갱어는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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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일으켰으면 진 쪽의 대가리는 원래 죽음으로 갚아야 하는 게 맞아. 넌 시한부니까 살려두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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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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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에 검을 휘두르니 경쾌한 강철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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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가 강철과도 같은 경도로 되어 있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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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사실 도플갱어 같은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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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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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체험해본 것이 아니라 글자로만 습득한 나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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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이사벨라 엔트비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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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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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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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따위가 아니라 하나의 이름을 공유한 두 명의 일란성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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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저주를 받아 10세의 나이에 오러하트를 넘겨주고 한쪽은 명을 달리했어야 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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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들은 서로 손을 잡고 악착같이 30대까지 목숨을 늘리는 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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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저주는 동시에 마나의 축복이기도 하였으니 한쪽은 검수로서, 한쪽은 마법사로서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비록 둘 다 가명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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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행선을 쭉 달려오다가 결국에는 한쪽을 죽일 수밖에 없는 파국 속으로 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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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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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에 금이 가는 소리는 천둥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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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라보는 자매의 숨결에서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사벨라는 초조한 시선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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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마지막 유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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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이 깨지기 일보 직전에 아군 이사벨라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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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1레벨부터 맞붙어왔던 NPC는 나메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번갈아 바라보며 체념하듯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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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 날이네. 만약에 나중에 만난다면 말이지... 멋진 기사가 되었냐고 물어봐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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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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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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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사랑하는 이사벨라와 마법을 사랑하는 이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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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비더 가문에 의해 하나의 이름 아래에서만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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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소꿉친구 알폰스 쉬폿은 모든 세계선에서 마법이 아닌 검을 선택했고 어엿한 제국의 기사단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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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랑했던 소꿉친구와 재회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한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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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이 파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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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 뿌리에서 튀어나온 하이얀 반딧불이들이 온 세상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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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초목의 빛깔이 전부 색을 잃고 점차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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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의 공간을 이동시키는 익숙한 감각에 몸을 맡기고 곰곰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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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수도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고향으로 가야지.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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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고향으로 돌아가 이사벨라를 만나러 가겠다는 알폰스의 말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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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꿉친구였던 벨라는 틈만 나면 내게 도서관에서 스스로 배운 마법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재잘재잘 알려주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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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벨라는 검을 휘두르고 갑옷을 입은 남자를 좋아했어. 그래서 뭣도 모르고 어엿한 기사가 되려고 검술만 연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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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세계선에서 알폰스가 재회한 건 과연 둘 중 어느 쪽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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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열린 결말이 싫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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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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