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This commit is contained in:
604
content/references/novelpia/370230/103.md
Normal file
604
content/references/novelpia/370230/103.md
Normal file
@@ -0,0 +1,604 @@
|
||||
|
||||
ㄴ마법은화력: 뉴비가 알려준 방법 좀 많이 어려운데….
|
||||
|
||||
ㄴp깟쮸: 나도 몇 번해보고 ㅈㅈ쳤다에요.
|
||||
|
||||
“설명이 너무 두리뭉실했나?”
|
||||
|
||||
내 설명을 따라오지 못하는 다른 마법사들.
|
||||
|
||||
하긴 나도 눈으로 대충 보고 훔쳐 배운 게 전부다.
|
||||
|
||||
정확한 이론적인 지식 따윈 없으니 설명이 부족한 건 당연할 지도.
|
||||
|
||||
“그림으로 그려볼까?”
|
||||
|
||||
거기에 생각이 닿은 나는 그림을 그렸다.
|
||||
|
||||
내 그림 실력은 형편없다.
|
||||
|
||||
“하지만 모래 컨트롤이라면 다르지.”
|
||||
|
||||
나는 샌드아트처럼 바닥에 모래를 뿌려 그림을 그렸다.
|
||||
|
||||
사람을 그리고, 그 위에 마나의 흐름을 표시.
|
||||
|
||||
무려 움직이는 그림이 완성되었다.
|
||||
|
||||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고 몇 분이 지나자, 드디어 성공자가 나왔다.
|
||||
|
||||
ㄴ냉장고: 역시 내가 1등인가?
|
||||
|
||||
ㄴ냉장고: (할 수 있다 나라면 콘)
|
||||
|
||||
ㄴㅇㅇ(3R3.33T): 어떰?
|
||||
|
||||
ㄴ냉장고: 그냥 대박인데? 대충 계산해도 전력이 1.2배는 늘어난 느낌?
|
||||
|
||||
ㄴ냉장고: 대가없이 공개하기엔 너무 큰데….
|
||||
|
||||
ㄴㅇㅇ(3R3.33T): 아껴서 쓸 곳도 없는데 뭘.
|
||||
|
||||
ㄴ냉장고: 헌터의 스펙업 수단은 제한적이니까. 이 정도면 관심 있을 곳은 많지.
|
||||
|
||||
ㄴ냉장고: 발표하면 난리가 날걸?
|
||||
|
||||
“이럼 노벨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건가?”
|
||||
|
||||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
|
||||
물론 노벨 마법상 같은 것은 없지만.
|
||||
|
||||
미국 대통령도 받는 노벨 평화상 정도라면 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
|
||||
어쩌면 자서전을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
||||
|
||||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다른 간증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
ㄴ마법은화력: 나도 성공햇음!!!
|
||||
|
||||
ㄴ마법은화력: 난 효과가 더 좋은데? 화염마법이랑 상성이 잘 맞는 걸지도 몰겠네.
|
||||
|
||||
ㄴ마법은화력: 하 이거 너무 좋은데?
|
||||
|
||||
ㄴ마법은화력: 뉴비 입에 넣고 왈랄랄루 해주고 싶네 그냥.
|
||||
|
||||
ㄴP깟쮸: (민트머리가 한심하게 쳐다보는 ♿️♿️♿️ 콘)
|
||||
|
||||
ㄴ냉장고: 그런데 풍뎅이는? 걔가 성공해야 하는데.
|
||||
|
||||
잠시 뒤, 댓글 하나가 올라왔다.
|
||||
|
||||
ㄴ풍뎅이: 성공했어. 방금.
|
||||
|
||||
ㄴ풍뎅이: 이제 가능할 것 같음.
|
||||
|
||||
ㄴ풍뎅이: 방금 막 재도전 신청 넣었어.
|
||||
|
||||
***
|
||||
|
||||
김수호는 여전히 스위스의 숙소를 떠나지 않았다.
|
||||
|
||||
이 벽을 넘어설 때까진, 한국에 돌아갈 수 없었으니까.
|
||||
|
||||
“… 다들 고맙다.”
|
||||
|
||||
김수호는 댓글들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
||||
|
||||
혼자였다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벽.
|
||||
|
||||
다시 한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
||||
|
||||
이제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
||||
|
||||
김수호는 곧장 국제 헌터 연맹에 연락을 취했다.
|
||||
|
||||
“55층 공략 가능성, 재시험을 요청합니다.”
|
||||
|
||||
***
|
||||
|
||||
세계 헌터 협회 본부 특수 훈련장.
|
||||
|
||||
그 중심에는, 변함없이 오만한 표정의 데미갓이 서 있었다.
|
||||
|
||||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리는 데미갓.
|
||||
|
||||
“킴 카디안? 벌써 돌아온 건가?”
|
||||
|
||||
그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의심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
||||
|
||||
“사람은 며칠 훈련한다고 강해지지 않아. 괜한 고집으로 나온 게 아니었으면 좋겠군.”
|
||||
|
||||
주변에서 대기하던 다른 나라의 헌터들도 흥미롭다는 듯 두 사람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
||||
|
||||
하지만 김수호는 동요하지 않았다.
|
||||
|
||||
그는 묵묵히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가 데미갓의 앞에 섰다.
|
||||
|
||||
긴장한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
||||
김수호는 차분히 장비를 꺼내며 준비를 시작했다.
|
||||
|
||||
“응?”
|
||||
|
||||
“뭐야 저게?”
|
||||
|
||||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퍼졌다.
|
||||
|
||||
김수호는 각 손에 스태프를 하나씩 들었기 때문이다.
|
||||
|
||||
“스태프를 2개 든다고?”
|
||||
|
||||
“중압감에 미쳐버리기라도 한 건가?”
|
||||
|
||||
“저런 방법으로 벽을 넘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
|
||||
“시끄러워! 다들 닥쳐!”
|
||||
|
||||
데미갓이 소리를 질렀다.
|
||||
|
||||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다른 헌터들.
|
||||
|
||||
데미갓은 진지하게 말했다.
|
||||
|
||||
“킴? 자신 있나?”
|
||||
|
||||
“물론.”
|
||||
|
||||
“좋은 패기군. 마음에 들어.”
|
||||
|
||||
동시에 데미갓의 몸에서 무형의 기세가 터져 나왔다.
|
||||
|
||||
세계 랭킹 1위의 위압감.
|
||||
|
||||
평범한 헌터라면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압력이었다.
|
||||
|
||||
그러나 김수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
||||
|
||||
김수호가 조용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
||||
|
||||
여전히 스태프 2개를 든 채.
|
||||
|
||||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기묘한 준비 자세.
|
||||
|
||||
“간다.”
|
||||
|
||||
김수호의 짧은 한마디와 함께, 전신에 마력이 휘몰아쳤다.
|
||||
|
||||
양손에서 폭풍이 터져 나왔다.
|
||||
|
||||
“이건…!”
|
||||
|
||||
데미갓의 눈에 경악이 스쳤다.
|
||||
|
||||
불과 며칠 전, 자신의 주먹질 한 방에 허무하게 흩어졌던 그 마법이 아니었다.
|
||||
|
||||
이전처럼 가만히 서서 받아낼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
콰아아앙-!
|
||||
|
||||
데미갓이 팔을 뻗었다.
|
||||
|
||||
두 개의 폭풍이 격돌하며 훈련장 바닥을 통째로 파내 버렸다.
|
||||
|
||||
“재미있군.”
|
||||
|
||||
데미갓이 낮게 읊조렸다.
|
||||
|
||||
김수호는 대답 대신, 다시 한번 양손을 움직였다.
|
||||
|
||||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
||||
|
||||
이 기세를 몰아, 자신의 모든 것을 증명해야 했다.
|
||||
|
||||
쐐애애애액-!
|
||||
|
||||
훈련장 전체의 공기 흐름이 바뀌었다.
|
||||
|
||||
주변의 모든 공기가 김수호의 앞으로 모여들며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었다.
|
||||
|
||||
“크윽!”
|
||||
|
||||
가까이서 구경하던 헌터들이 제각기 벽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버텼다.
|
||||
|
||||
“좋아!”
|
||||
|
||||
데미갓이 포효했다.
|
||||
|
||||
그는 오히려 폭풍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
||||
|
||||
망토가 격렬하게 펄럭였다.
|
||||
|
||||
“파천(破天)!”
|
||||
|
||||
김수호의 모든 것이 담긴 일격.
|
||||
|
||||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바람의 창이 데미갓의 심장을 겨냥했다.
|
||||
|
||||
“호우——!”
|
||||
|
||||
데미갓은 기합과 함께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
||||
|
||||
주먹과 바람의 창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
||||
|
||||
퍼어어어억-!
|
||||
|
||||
찢겨나가는 파열음, 동시에 피가 튀었다.
|
||||
|
||||
“….”
|
||||
|
||||
김수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
||||
|
||||
말이 없는 것은 데미갓 역시 마찬가지.
|
||||
|
||||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오른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
||||
|
||||
툭.
|
||||
|
||||
단단한 주먹 위로 새어 나온 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
||||
|
||||
“… 맙소사.”
|
||||
|
||||
훈련장을 가득 채웠던 정적이,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깨졌다.
|
||||
|
||||
곧이어 억눌려 있던 경악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
||||
|
||||
“피, 피를 흘렸어….”
|
||||
|
||||
“데미갓이… 공격에 상처를 입었다고?”
|
||||
|
||||
“불가능해. 저 남자의 신체는 S급 몬스터의 공격도 맨몸으로 막아낸다고 들었는데….”
|
||||
|
||||
모두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
|
||||
그들의 웅성거림을 듣던 데미갓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
|
||||
데미갓은 자신의 주먹에서 흐르는 피를 한번 핥아보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
그러고선 관중을 향해 말했다.
|
||||
|
||||
“닥쳐. 버러지들.”
|
||||
|
||||
순간,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
||||
|
||||
데미갓이 서늘한 눈으로 헌터들을 훑었다.
|
||||
|
||||
“오늘 일을 외부에 발설하는 놈은, 내가 직접 태평양에서 30일짜리 수영 강습을 시켜주도록 하지.”
|
||||
|
||||
“…….”
|
||||
|
||||
“내가 피를 흘렸다는 말만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킴 카디안이 지팡이를 두 개 썼다, 이런 말도 하지 말란 말이야. 알아들어? 온갖 잡놈들이 지팡이 두개 들고와서 덤비는 건 못참아.”
|
||||
|
||||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데미갓은 그제야 만족한 듯 김수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
|
||||
그가 선언했다.
|
||||
|
||||
“완벽한 합격이야, 킴.”
|
||||
|
||||
데미갓은 피가 흐르는 손으로 김수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
||||
|
||||
“놀랍군. 정말로 놀라워. 이 정도라면 55층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겠어.”
|
||||
|
||||
김수호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짧은 숨을 내쉬었다.
|
||||
|
||||
데미갓의 눈에는 진심 어린 감탄이 담겨 있었다.
|
||||
|
||||
그가 웃으며 말했다.
|
||||
|
||||
“다행이군. 내 영화 촬영을 캔슬한 것이 시간낭비가 아니어서.”
|
||||
|
||||
“… 영화?”
|
||||
|
||||
“그래, 이번이 3번째 영화인데…. 이번엔 꼭 엔드게임의 관객수를 넘고 싶거든? 너도 꼭 보러 오도록 해. 주변에 홍보도 좀 하고. 한국의 유일한 S급이니 광고 효과도 크겠지?”
|
||||
|
||||
‘이거 정말 누가 할 법한 생각인데….’
|
||||
|
||||
김수호는 왠지 머릿속에 한국의 어떤 마법사가 떠올랐다.
|
||||
|
||||
다행히 아직 그녀가 영화나 방송에 나오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
||||
|
||||
정신이 멍해지려는 찰나였다.
|
||||
|
||||
“이봐 킴. 나중에 ‘빅 이벤트’를 위한 팀을 하나 꾸릴 생각인데. 혹시 생각 있나?”
|
||||
|
||||
“빅 이벤트?”
|
||||
|
||||
김수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
||||
|
||||
세계 랭킹 1위가 직접 팀을 꾸릴 정도의 이벤트란 대체 무엇일까.
|
||||
|
||||
“그래. 인류에게 아주 좋은 일이야. 지금은 그 정도로만 말해두지. 생각있으면 연락해.”
|
||||
|
||||
데미갓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
||||
|
||||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뿐.
|
||||
|
||||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손에 꼽는 진짜배기들만 모을 생각이지. 물론, 나보다는 눈에 덜 띄어야 하지만.”
|
||||
|
||||
그는 말을 마친 뒤, 뒤돌아서 훈련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
||||
|
||||
김수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
||||
|
||||
갑작스러운 인정과 정체 모를 제안.
|
||||
|
||||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벽을 넘어섰다는 사실이었다.
|
||||
|
||||
김수호는 자신의 손을 꽉 쥐었다.
|
||||
|
||||
승리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손.
|
||||
|
||||
이제 탑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
||||
|
||||
***
|
||||
|
||||
나는 뒹굴거리며 TV를 보고 있었다.
|
||||
|
||||
오늘의 간식은 왕꿈틀이.
|
||||
|
||||
이건 샌드웜이 안 뺏어먹기 때문에 요즘 자주 먹고 있다.
|
||||
|
||||
같은 지렁이라서 그런가?
|
||||
|
||||
[샌드웜은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낍니다.]
|
||||
|
||||
아까부터 화면 속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
||||
|
||||
[대한민국 유일의 S급, 김수호 헌터, 마의 55층에 도전]
|
||||
|
||||
며칠 전, 스위스에서 돌아온 김수호는 휴식 없이 곧바로 서울 탑으로 향했다.
|
||||
|
||||
당연하게도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다.
|
||||
|
||||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것은 그가 탑에 들어가기 직전.
|
||||
|
||||
기자들 앞에서 짧게 가졌던 인터뷰 영상.
|
||||
|
||||
“성공 가능성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낮다고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
||||
|
||||
짧은 말 한마디.
|
||||
|
||||
그것이 그가 남긴 전부였다.
|
||||
|
||||
“김수호 헌터가 탑에 들어간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역대 55층 도전자들의 평균 공략 시간이 세 시간을 넘겼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은….”
|
||||
|
||||
TV 속 아나운서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
||||
|
||||
나는 입에 왕꿈틀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
||||
|
||||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
||||
|
||||
김수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
|
||||
어쩌면 지금쯤 보스의 목을 따고 여유롭게 전리품을 챙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
||||
|
||||
헌터 갤러리에서 중계나 다시 달릴까 고민하던 시점.
|
||||
|
||||
[긴급속보]
|
||||
|
||||
[김수호 헌터, 55층 공략 성공!]
|
||||
|
||||
화면 가득 큼지막하게 박힌 자막.
|
||||
|
||||
스튜디오의 아나운서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
||||
|
||||
“속보입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김수호 헌터, 서울 탑 55층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
||||
|
||||
곧이어 현장 화면으로 연결되었다.
|
||||
|
||||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두 발로 서 있는 김수호의 모습이 보였다.
|
||||
|
||||
김수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벌 떼처럼 그에게 몰려들었다.
|
||||
|
||||
“헌터님!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
|
||||
쏟아지는 질문 세례 속에서도, 김수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
||||
|
||||
그는 카메라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
||||
|
||||
“국민 여러분의 응원 덕분입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
|
||||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
||||
|
||||
어쩐지 조금 어색해 보이는 저 영웅 연기.
|
||||
|
||||
김수호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
||||
|
||||
“이번 공략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
||||
|
||||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
||||
|
||||
그야 그렇겠지.
|
||||
|
||||
김수호에게도 자신의 백업 팀이 있을테니.
|
||||
|
||||
“결정적인 순간에,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아주 중요한 조언이 있었습니다. 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
||||
|
||||
“어? 이거?”
|
||||
|
||||
구체적인 말을 더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
||||
|
||||
김수호가 누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
||||
|
||||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
||||
|
||||
나는 소파에 더 깊이 몸을 묻으며 생각했다.
|
||||
|
||||
“나도 나중엔 저렇게 TV에 매일 나오려나?”
|
||||
|
||||
상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기분.
|
||||
|
||||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이라니?
|
||||
|
||||
실제 얼굴을 오픈하는 것은 약간 두렵기도 하지만.
|
||||
|
||||
한 번쯤은 해봐도 좋을지도 몰랐다.
|
||||
|
||||
나는 TV 속 김수호를 보며 중얼거렸다.
|
||||
|
||||
“지금 내가 35층이니까… 딱 20층 차이네.”
|
||||
|
||||
나는 손가락을 꼽아보았다.
|
||||
|
||||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이야기.
|
||||
|
||||
“지금은 그냥 축하나 해줘야겠다.”
|
||||
|
||||
나는 익숙하게 갤러리를 켰다.
|
||||
|
||||
아니나 다를까, 헌터갤러리는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
||||
|
||||
[제목: 속보) 갓수호 55층 클리어 ㄷㄷㄷㄷ]
|
||||
|
||||
ㄴ 이야 ㅋㅋㅋㅋㅋㅋㅋ
|
||||
|
||||
ㄴ 하 국뽕이 차오른다…
|
||||
|
||||
ㄴ 솔직히 데미갓 이제 별거 아니지 않냐? 우리 수호 형이 다 이김 ㅅㄱ
|
||||
|
||||
[제목: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서울은 안전합니다]
|
||||
|
||||
ㄴ 씨발 이번 건 진짜 안전하잖아 ㅋㅋㅋㅋㅋ
|
||||
|
||||
ㄴㄴ ㄹㅇ 이왜진 ㅋㅋ
|
||||
|
||||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 같은 들뜬 분위기.
|
||||
|
||||
A급 헌터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
||||
|
||||
[정만호: 김수호 헌터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
||||
|
||||
[이세진: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
||||
|
||||
A급 헌터들의 축하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
||||
|
||||
[김수호: 감사합니다.]
|
||||
|
||||
짧고 간결한 한마디.
|
||||
|
||||
S급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
||||
|
||||
“하…. 나도 나중에 저렇게 쿨한 척해야지.”
|
||||
|
||||
젠장, 너무 멋있어 보인다.
|
||||
|
||||
나는 내가 인터뷰하는 상상을 하며 메신저를 껐다.
|
||||
|
||||
여기서 축하 메시지를 보낼 수는 없었으니.
|
||||
|
||||
나는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했다.
|
||||
|
||||
[제목: 어 형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
||||
|
||||
[작성자: 풍뎅이]
|
||||
|
||||
[춤추는 개구리콘]
|
||||
|
||||
[폭죽 터트리는 개구리 콘]
|
||||
|
||||
[사람들 앞에서 표정관리하느라 힘들었다. 진짜.]
|
||||
|
||||
“참나, 진짜 어이가 없네.”
|
||||
|
||||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
||||
|
||||
인터뷰와 단톡방에서 보여주던 쿨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
||||
|
||||
ㄴ마법은화력: 역시 내 말이 맞지? 지팡이 두개면 깬다니까.
|
||||
|
||||
ㄴp깟쮸: 축하한다에요.
|
||||
|
||||
ㄴ냉장고: ㅊㅊㅊㅊ
|
||||
|
||||
ㄴㅇㅇ(88U.8T8): 서울의 왕에게 정수리를 보입니다….
|
||||
|
||||
한참 동안 우리의 댓글을 보고 있던 김수호가 새 댓글을 달았다.
|
||||
|
||||
ㄴ풍뎅이: 다들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진심임.
|
||||
|
||||
ㄴ풍뎅이: 그리고 뉴비에겐 특히 더 고맙고. 덕분에 데미갓 피도 흘리게 만들어봤거든.
|
||||
|
||||
ㄴㅇㅇ(88U.8T8): 코피라도 터트림?
|
||||
|
||||
ㄴ풍뎅이: ㄴㄴ 그 정도는 아니고…
|
||||
|
||||
ㄴㅇㅇ(88U.8T8): 그건 나한테 양보해 줬구나.
|
||||
|
||||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한 갤러리의 분위기.
|
||||
|
||||
나는 댓글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아래로는 다른 마법사들의 축하와 농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
||||
|
||||
“흐음….”
|
||||
|
||||
나는 나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짓었다.
|
||||
|
||||
가슴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간질거렸다.
|
||||
|
||||
개념글에 갔을 때나, 랭킹 1위를 찍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느끼는 쾌감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각.
|
||||
|
||||
훨씬 더 조용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만족감.
|
||||
|
||||
“이상하네. 이상해.”
|
||||
|
||||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
||||
|
||||
그리고 그가 성공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
|
||||
|
||||
나는 이전까지 이런 감정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
||||
|
||||
“생각해 보면, 나는 딱히 도울 친구라는 게 없었지….”
|
||||
|
||||
각성하기 전 내 삶은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
||||
|
||||
그저 키보드나 두들기며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시절.
|
||||
|
||||
세상과 나 사이에는 차가운 벽이 항상 존재했다.
|
||||
|
||||
인터넷에서의 관계는 피상적이고 일시적.
|
||||
|
||||
분탕을 치거나, 서로를 조롱하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는 것.
|
||||
|
||||
그것이 내가 맺어온 관계의 전부.
|
||||
|
||||
누군가의 어려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며 돕는다는 개념 자체가 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
||||
|
||||
항상 나 자신이 중심이고, 나의 욕망이 최우선.
|
||||
|
||||
“…….”
|
||||
|
||||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
||||
|
||||
화면 속에서 떠들고 있는 이 이상한 마법사들.
|
||||
|
||||
그들은 더 이상 모니터 너머의 닉네임이 아니었다.
|
||||
|
||||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위기의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사람들.
|
||||
|
||||
내가 가진 보잘것없는 지식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
|
||||
|
||||
그들의 성공이 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
|
||||
|
||||
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
||||
|
||||
“… 나한테도 친구란게 생긴 셈인가?”
|
||||
|
||||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
|
||||
텅 빈 거실에 울리는 혼잣말.
|
||||
|
||||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
||||
|
||||
“친구는 인터넷 친구가 있어요도 아니고… 친구는 무슨 친구?”
|
||||
|
||||
친구라는 단어는 너무 가깝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
||||
|
||||
지인. 아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알맞겠지.
|
||||
|
||||
나는 조용히 컴퓨터 모니터의 전원을 껐다.
|
||||
|
||||
방 안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
||||
|
||||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
||||
Reference in New Issue
Block a u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