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This commit is contained in:
254
content/references/novelpia/330363/80.md
Normal file
254
content/references/novelpia/330363/80.md
Normal file
@@ -0,0 +1,254 @@
|
||||
|
||||
#111화 마검 포르테(Forte) (13) - 본 마검은 믿는다
|
||||
|
||||
악마 발자레스는 일찍이 어느 사서를 상대하며 온갖 잡스러운 말로 시간을 허비하며 황금 같은 기회를 날린 적이 있다.
|
||||
|
||||
그런 점에서, 디바나는 제 동료보다는 유능했다.
|
||||
|
||||
슈우우욱!
|
||||
|
||||
바닥에서 뻗어 나온 장미 넝쿨이 포르테의 사지를 단단히 붙들었다.
|
||||
|
||||
그와 동시에 디바나의 몸이 앞으로 뻗어나가며, 손에 들려 있던 검이 포르테의 심장을 향해 내질러졌다.
|
||||
|
||||
어떤 방심도 없이, 초장부터 목숨을 끊어버릴 생각으로 덤빈 것이다.
|
||||
|
||||
그것은 틀림없이 올바른 대처였다.
|
||||
|
||||
하지만 상대가 올바르지 못했다.
|
||||
|
||||
후두두두둑!
|
||||
|
||||
포르테를 구속하고 있던 넝쿨이 단숨에 잘려 나갔다.
|
||||
|
||||
힘으로 억지로 뜯어낸 것은 아니었다.
|
||||
|
||||
묶이지 않고 자유로웠던 팔꿈치 아래.
|
||||
|
||||
손목과 손가락을 통한 기교만으로 검을 다루어, 넝쿨을 전부 베어냈을 뿐.
|
||||
|
||||
어처구니없는 기교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포르테가 치켜올린 검이 디바나의 검과 맞닿았다.
|
||||
|
||||
디바나는 순간적으로 거대한 허탈감을 느꼈다.
|
||||
|
||||
계단이 있으리라 생각한 곳에 계단이 없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 같은, 별생각 없이 앉은 의자가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그런 허탈감.
|
||||
|
||||
돌진의 기세가, 검에 담긴 마력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
||||
|
||||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저항할 틈새도 없이, 그저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
||||
|
||||
쳐내기.
|
||||
|
||||
보다 정확히는 흘리기.
|
||||
|
||||
단어로 설명하면 너무나도 단순한 그 기술.
|
||||
|
||||
포르테의 검 끝이 그리는 곡선에 따라 디바나의 몸이 끌려갔고, 다음 순간 그녀의 명치 근처에 주먹이 틀어박혔다.
|
||||
|
||||
퍼어어어엉!
|
||||
|
||||
그건 ‘맞았다’기보다도 ‘치였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충격이었다.
|
||||
|
||||
반사적으로 전개한 마력 방벽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가고, 뼈와 내장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짓뭉개지거나 터져나갔다.
|
||||
|
||||
인간이라면 즉사를 면하기 힘든 피해였고, 디바나 역시 사정이 조금 나을 뿐 심각한 중상인 건 똑같았다.
|
||||
|
||||
게임식으로 표현하자면, 단 일격 만에 페이즈 하나 분량의 체력이 증발한 상황.
|
||||
|
||||
고로, 디바나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힘을 전개했다.
|
||||
|
||||
우두두두두!
|
||||
|
||||
발에 차인 조약돌처럼 튕겨 나가는 도중, 디바나의 하반신에 수많은 비늘이 겹겹이 떠올랐다.
|
||||
|
||||
그녀의 의복이 피부와 융합되며 너풀거리는 지느러미처럼 변했으며, 귀의 형상 역시 뾰족하게 변형되었다.
|
||||
|
||||
세이렌(Siren).
|
||||
|
||||
마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종족 중 하나이자, 강렬한 ‘현혹’의 힘을 품은 목소리의 주인이 입을 열었다.
|
||||
|
||||
“────!”
|
||||
|
||||
그것은 수많은 악기 연주자가 힘을 합쳐 이루어내는 음악 같기도, 수풀을 뛰노는 정령이 자아내는 순진무구한 웃음소리 같기도, 침대 위에서 아슬아슬한 의복을 입은 창부의 속삭임 같기도 했다.
|
||||
|
||||
그 공통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고 소리의 주인에게로 빠져들게 한다는 것.
|
||||
|
||||
작정하고 사용한다면 거대한 배 한 척을 그대로 암초로 돌진하게 해서 침몰시키는 것도 가능할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포르테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
||||
|
||||
디바나는 이를 회심의 공격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
포르테의 신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건, 그 검기가 아무리 빼어나건, 소리 그 자체를 막아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
|
||||
덥썩.
|
||||
|
||||
그런 디바나의 확신을 쳐부수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온 포르테가 디바나의 목을 움켜쥐었다.
|
||||
|
||||
“악…, 윽, 끅!”
|
||||
|
||||
디바나는 경악으로 눈을 부릅뜨며 무어라 말을 내뱉으려 했으나, 포르테에게 목을 붙잡힌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
|
||||
“내가 멀쩡한 이유가 궁금한가?”
|
||||
|
||||
허나 그 발버둥만으로도 말뜻을 이해하기는 충분했는지, 포르테가 대답했다.
|
||||
|
||||
“그렇다면 알아서 고민하도록. 어딘가의 괴도라면 몰라도, 나는 내 능력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취미가 없다.”
|
||||
|
||||
디바나의 시야가 급변했다.
|
||||
|
||||
포르테가 그녀의 머리를 벽에다가 냅다 찍어버린 탓이었다.
|
||||
|
||||
콰아아아앙!
|
||||
|
||||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디바나의 눈앞에서 별이 번쩍였다.
|
||||
|
||||
그녀의 두 손이 경련하고, 입뿐만 아니라 눈이나 귀에서까지 피가 흘러나왔다.
|
||||
|
||||
포르테가 손을 놓자, 그녀의 몸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
||||
|
||||
“아, 으아, 어….”
|
||||
|
||||
디바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
||||
|
||||
차라리 상대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강대한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
||||
|
||||
만약 그녀가 방심한 나머지 상대에게 허를 찔린 거라면, 그 또한 이해했을 것이다.
|
||||
|
||||
하지만 지금 이건 어느 것도 아니었다.
|
||||
|
||||
상대가 품은 힘의 크기는 디바나보다도 작았고, 그녀는 일절의 방심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
||||
|
||||
어느 것도 아닌데도, 그녀는 졌다.
|
||||
|
||||
그것도 제대로 싸움이라고 할 만한 것조차 해보지 못한 채.
|
||||
|
||||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일으킨 디바나는, 그대로 구역질을 했다.
|
||||
|
||||
입에서 흘러넘친 것은 한낱 구토나 타액 따위가 아닌, 짙디짙은 선혈과 뼛조각이었다.
|
||||
|
||||
몇 번이나 피를 토해낸 뒤, 디바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위로 향했다.
|
||||
|
||||
그리고 보았다.
|
||||
|
||||
자기를 묵묵히 내려다보는, 포르테의 얼굴을.
|
||||
|
||||
“──.”
|
||||
|
||||
그림자를 덮어씌운 것 같은 그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
||||
|
||||
그런데도 디바나는 포르테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
||||
그건 드높은 자의 시선이었다.
|
||||
|
||||
선천적인 지배자의 눈높이였다.
|
||||
|
||||
방금까지 전투를 치렀으면서도, 그의 눈에는 디바나를 향한 증오도 적의도 불쾌감도 남아있질 않았다.
|
||||
|
||||
그는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
||||
|
||||
최초에 던진 질문의 대답을.
|
||||
|
||||
죽음인가.
|
||||
|
||||
협력인가.
|
||||
|
||||
디바나가 전자를 선택한다면, 그는 ‘그런가’하고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아무렇지도 않게 디바나의 머리를 터트릴 것이다.
|
||||
|
||||
그다음 담담하게 제 할 일을 하러 떠나가겠지. 쓰러진 디바나의 시체에는 어떤 흥미도 없이,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
||||
|
||||
그 무심함이, 디바나의 등골을 공포로 물들였다.
|
||||
|
||||
그 죽음에는 어떤 의미도 없었다.
|
||||
|
||||
지나가는 길에 풀을 밟고, ‘음? 뭐야 풀인가’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
||||
|
||||
악마의 세계에서 강자존이란 너무나 당연한 법칙이다.
|
||||
|
||||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디바나가 눈앞의 존재에게 느낀 공포는 제 본래의 주인에게 느낀 공포보다 거대했다.
|
||||
|
||||
그렇기에, 디바나는 떨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
||||
|
||||
“혀, 협력하겠습니다.”
|
||||
|
||||
***
|
||||
|
||||
《대화를 통해 완만한 협의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앞으로 너를 괴롭힐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도록.》
|
||||
|
||||
“앗, 네.”
|
||||
|
||||
피나는 눈을 데구르르 굴려 방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
||||
|
||||
그곳에는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들고 있는 청년과 그 옆에서 바닥에 일자로 세워져 있는 장신구의 모습이 보였다.
|
||||
|
||||
혼란스러웠다.
|
||||
|
||||
‘으음, 아마 대화가 그 대화는 아니겠지.’
|
||||
|
||||
흔히 오해받고는 하지만, 피나 발레스티아라는 소녀는 사실 머리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
||||
|
||||
그저 본인의 주관이나 계획에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타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생각 없이 산다’라고 착각당할 뿐.
|
||||
|
||||
고로 포르테가 말하는 ‘대화’라는 게 일반적인 의미의 대화가 아니라는 것도 그녀는 눈치챘다.
|
||||
|
||||
눈치챘지만, 딱히 지적하지는 않았다.
|
||||
|
||||
‘마검님’이 그녀를 속이려고 말을 돌린 게 아니라, 그냥 마검님 기준으로 그 정도는 대화라서 대화라고 표현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
|
||||
“마검님, 마검님.”
|
||||
|
||||
《뭐지?》
|
||||
|
||||
“그러면 그, 저분들이 이제는 저랑 함께 그 마지막 악마분을 상대로 싸워주시는 건가요?”
|
||||
|
||||
《그건 어렵겠지.》
|
||||
|
||||
포르테는 무덤덤한 말투로 부정했다.
|
||||
|
||||
《저들은 계약에 묶여 있는 상태다. 작전을 실행하는 도중 세세한 방침을 결정하는 건 자유롭지만, 아예 다른 악마를 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더군.》
|
||||
|
||||
허나 그걸로 충분하다고, 포르테는 단언했다.
|
||||
|
||||
《너는 지금부터 저들의 꾀임에 넘어간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악마가 너를 ‘용사의 봉인’으로 데려가기 위해 접근하면, 그 순간 놈을 토벌하는 거다.》
|
||||
|
||||
디바나와 청년은 세 번째 악마 토벌전에 개입할 수 없으나, 대신 중립으로 방관하는 건 가능하다.
|
||||
|
||||
이미 홀려놓았다고 믿은 피나가 제정신인 상태로 기습을 가하는 데다가, 아군이라고 믿은 디바나가 열외 상태가 되어버리면 필시 마지막 악마는 큰 혼란에 빠질 터.
|
||||
|
||||
그 틈이야말로 피나가 악마를 토벌할 절호의 찬스였다.
|
||||
|
||||
“제, 제가 할 수 있을까요?”
|
||||
|
||||
《어차피 상대는 천공 학원 내에서는 마음껏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교직원들의 맹공을 받아내야겠지.》
|
||||
|
||||
“그 정도라면, 음.”
|
||||
|
||||
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솔직히 혼자 하라고 하면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포르테가 함께 싸워준다고 생각하면 시간 벌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
“그러면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
|
||||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 던전에 가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휴일에는 쉬어라. 그러다 보면 그 ‘봉인’이라는 걸 찾아낸 악마 쪽에서 접근할 테니.》
|
||||
|
||||
“그, 그렇군요.”
|
||||
|
||||
《뭐, 그리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아직 학기 초반. 용사의 봉인인지 뭔지 하는 거창한 걸 찾으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 그때까지는 느긋하게 성장을─》
|
||||
|
||||
“저, 저기. 죄송합니다만.”
|
||||
|
||||
포르테의 말이 끊어졌다.
|
||||
|
||||
피나가 한 짓은 아니었다.
|
||||
|
||||
얼굴 여기저기가 상태가 안 좋은 청년이, 끼어들듯이 입을 연 결과였다.
|
||||
|
||||
검과 소녀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청년이 다급히 대답했다.
|
||||
|
||||
“디, 디바나 님께서 그러시는데.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세 번째 악마에게서요.”
|
||||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
||||
|
||||
피나가 무언으로 포르테를 응시했다.
|
||||
|
||||
《흠. 계약자여, 너라면 충분히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 마검은 믿는다.》
|
||||
|
||||
“마, 마검님. 혹시 한 대만 때려도 되나요?”
|
||||
Reference in New Issue
Block a u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