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This commit is contained in:
410
content/references/novelpia/326040/28.md
Normal file
410
content/references/novelpia/326040/28.md
Normal file
@@ -0,0 +1,410 @@
|
||||
|
||||
나는 손가락을 들어 바닥에 쓰러진 도적 길드원들을 콕콕 찔렀다.
|
||||
|
||||
반응이 없었다.
|
||||
|
||||
죽었나 보다.
|
||||
|
||||
“으으.”
|
||||
|
||||
아니네.
|
||||
|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타시아의 수행원에게 말했다.
|
||||
|
||||
“이래선 아무런 정보도 못 얻잖아요. 적당히 하셨어야죠.”
|
||||
|
||||
“네가 왜 여기에 있어?”
|
||||
|
||||
타시아의 수행원은 경계심을 유지한 채 질문했다.
|
||||
|
||||
진짜 진지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지만, 우선 그 전에 중요한 걸 먼저 하기로 했다.
|
||||
|
||||
“저는 루이나예요. 안녕하세요.”
|
||||
|
||||
“알아.”
|
||||
|
||||
“저는 루이나예요. 안녕하세요.”
|
||||
|
||||
“…헤이즈야.”
|
||||
|
||||
헤이즈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랑 인사하는 게 영 안 내키나 보다.
|
||||
|
||||
이유가 뭘까.
|
||||
|
||||
현재 대인기인 악신의 사제 토벌자, 루이나 앞에서 이런 몰골을 보여주기 꺼려져서 그런가?
|
||||
|
||||
“그럴 리가 있습니까.”
|
||||
|
||||
아님 말고.
|
||||
|
||||
헤이즈는 도적 길드원의 멱살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
||||
|
||||
“내 물음에 답해. 여기엔 왜 왔어.”
|
||||
|
||||
“볼일이 있어서요. 저야말로 묻고 싶은데요. 그분들은 저랑 약속이 있는데, 혹시 헤이즈 님과도 약속을 잡았나요?”
|
||||
|
||||
그렇다면 이건 이중 예약이었다.
|
||||
|
||||
이 녀석들 그래도 좋게 봤는데 양다리를 걸쳐?
|
||||
|
||||
이건 아니지.
|
||||
|
||||
“…….”
|
||||
|
||||
헤이즈는 잠시 생각에 잠겼는지 팔짱을 꼈다.
|
||||
|
||||
직후 기절한 척 누워 있던 도적 길드원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
||||
|
||||
도적 길드원은 ‘죽어!’ 같은 말도 없이 단검을 세우고 헤이즈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
|
||||
|
||||
허나 헤이즈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
||||
|
||||
그 너무나도 무방비한 모습에, 내가 마법을 발동하려던 순간이었다.
|
||||
|
||||
헤이즈의 허리춤에 걸려 있던 두 개의 검 중 하나가 뽑히며 도적 길드원의 목을 베어버렸다.
|
||||
|
||||
다만 헤이즈는 여전히 팔짱을 낀 상태였다.
|
||||
|
||||
혼자 뽑혀 나와 혼자 적을 썰고 혼자 검집에 들어가는 검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
||||
|
||||
“마법이다!”
|
||||
|
||||
“무슨 마법을 처음 보는 어린애 같은 반응이군요. 당신도 마법사지 않습니까.”
|
||||
|
||||
옆에서 제리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
||||
|
||||
무시하고 나는 헤이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
|
||||
“바람 속성의 마법인가요?”
|
||||
|
||||
“…….”
|
||||
|
||||
“바람 속성을 응용해서 염동력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거군요.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마법이 발동하는 건가요? 아니면 직접 마법을 발동했으면서 아닌 척 팔짱을 끼고 있는 건가요?”
|
||||
|
||||
“원하는 게 뭐야.”
|
||||
|
||||
“그 마법. 저에게 줄 수 있나요? 대가는 치를게요.”
|
||||
|
||||
내 말에 헤이즈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
|
||||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것이다.
|
||||
|
||||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거야?”
|
||||
|
||||
“아니요. 저는 바람 속성 적성이 없거든요. 말 그대로 거래를 하자는 거예요.”
|
||||
|
||||
“거래? 너는 마법이 물건인 줄 알아? 거래를 어떻게 해.”
|
||||
|
||||
“저는 돼요. 대답이나 해주세요. 원하는 조건은 최대한 맞춰드려요.”
|
||||
|
||||
“생각 없어.”
|
||||
|
||||
아쉬웠다.
|
||||
|
||||
정말 좋은 마법 같아 보이는데, 이걸 거래를 안 하다니.
|
||||
|
||||
하는 수 없이 나는 헤이즈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
||||
|
||||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꼭 말해주셔야 해요?”
|
||||
|
||||
“일 없어. 그나저나 얘네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건데.”
|
||||
|
||||
“제 물건을 훔쳐 갔거든요.”
|
||||
|
||||
“물건? 설마 그 무식하게 큰 성은의 주인이 너였어?”
|
||||
|
||||
어라.
|
||||
|
||||
“헤이즈 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
||||
|
||||
“다 아는 방법이 있어.”
|
||||
|
||||
“아니요. 이상하잖아요. 성은이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그걸 훔쳐 간 소문이 벌써 제3자의 귀에 들어가요. 심지어 지금은 딱히 소문이 퍼진 상태도 아니잖아요.”
|
||||
|
||||
연금술 길드는 사람을 은밀히 풀었다. 대대적으로 광고하지 않았고, 때문에 원래라면 성은의 소식을 아는 건 셋밖에 없어야 됐다.
|
||||
|
||||
나, 연금술 길드, 성은을 훔쳐 간 도둑 길드.
|
||||
|
||||
그런데 헤이즈를 봐라. 마치 도둑 길드에 사람을 심어놨다는 것처럼 달려오지 않았나?
|
||||
|
||||
“우연이야.”
|
||||
|
||||
“흐음.”
|
||||
|
||||
“아무튼 네가 주인이라면 일이 편해지네. 성은은 ‘붉은 달’ 녀석들이 가져갔어. 붉은 달은 얘네들의 윗대가리?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편해. 도와줄 테니까 가서 챙겨 가.”
|
||||
|
||||
“왜요?”
|
||||
|
||||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건 좋다. 그만큼 일이 편해지니까.
|
||||
|
||||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게 ‘늘’ 좋은 건 아니었다.
|
||||
|
||||
그 의도가 투명하지 않으면 도움의 손길을 쳐내는 게 오히려 신상에 이로울 때도 많았다.
|
||||
|
||||
대체 나를 언제 봤다고 도와준단 말인가.
|
||||
|
||||
심지어 헤이즈는 나를 딱히 안 좋아했다. 첫 만남에는 살기까지 흘렸으면서 친절히 도와주려 한다?
|
||||
|
||||
이런 친절을 공짜로 받았다가는 탈이 났다.
|
||||
|
||||
“도움받기 싫어? 그러면 말고.”
|
||||
|
||||
“설명을 해주세요. 왜 저를 도와주려는 건가요.”
|
||||
|
||||
“어차피 너랑 상관없이 내가 하는 일은 안 달라지는데, 굳이?”
|
||||
|
||||
헤이즈는 피식 웃고는 얼굴에 묻은 피를 엄지로 닦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
명백히 붉은 달을 만나러 가는 움직임이었기에 나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
||||
|
||||
헤이즈가 미간을 찌푸렸다.
|
||||
|
||||
“뭐야?”
|
||||
|
||||
“설명을 해주세요.”
|
||||
|
||||
“아니. 내 말 못 들었어? 붉은 달이 네 성은을 가져갔다니까.”
|
||||
|
||||
“들었어요.”
|
||||
|
||||
“그러면 왜 이러는 거야. 되찾기 싫어?”
|
||||
|
||||
“하지만 설명을 듣고 싶은걸요.”
|
||||
|
||||
내 성은과 얽힌 이 질척하고 음침한 손길들의 주인을 알기 전에는 한 발짝도 못 움직였다.
|
||||
|
||||
왜냐하면 그게 제일 안전한 길이었다.
|
||||
|
||||
“아니. 넌 내 말을 안 들었어. 너랑 상관없이 내가 하는 일은 안 달라진다니까? 아, 됐어. 성은은 내가 가져올 테니 얌전히 기다렸다 받기나 해.”
|
||||
|
||||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
||||
|
||||
나는 헤이즈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
||||
|
||||
그다음 그의 앞을 막은 거였다.
|
||||
|
||||
그리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헤이즈는 알아채지 못했다.
|
||||
|
||||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건 오히려 헤이즈였던 것이다.
|
||||
|
||||
“성은이고 뭐고, 저는 설명을 들을 때까지 헤이즈 님을 막을 거예요. 이해하셨나요?”
|
||||
|
||||
“이거 미친년 아니야. 아니. 놈들이 훔쳐 간 성은 네 거라며.”
|
||||
|
||||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요. 별로 안 중요해요.”
|
||||
|
||||
지금 중요한 건 하나였다.
|
||||
|
||||
헤이즈에게 사건의 진상을 들을 수 있는가, 들을 수 없는가.
|
||||
|
||||
이거 외엔 아무래도 좋았다.
|
||||
|
||||
구구궁. 땅에서 나무 병사가 솟구쳐 올랐다.
|
||||
|
||||
헤이즈는 한숨을 쉬며 검을 뽑았다.
|
||||
|
||||
“해보자 이거지?”
|
||||
|
||||
“단순히 방해할 뿐이에요.”
|
||||
|
||||
“그게 그 얘기…야!”
|
||||
|
||||
달려드는 나무 병사를 헤이즈가 가볍게 벤다.
|
||||
|
||||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이었는데, 내게는 굉장히 익숙한 광경이었다.
|
||||
|
||||
레온과 비슷한 움직임. 헤이즈가 뛰어난 검사라는 의미였다.
|
||||
|
||||
“적영(寂影).”
|
||||
|
||||
헤이즈가 낮게 속삭이자, 헤이즈의 두 번째 검이 뽑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
||||
|
||||
헤이즈는 첫 번째 검을 양손으로 잡아 머리 옆 높이로 들고, 검 끝을 내 쪽으로 겨눴다.
|
||||
|
||||
이어서 허공에 둥실 떠오른 검 또한 내 쪽으로 누웠다.
|
||||
|
||||
두 개의 검이 나를 겨누는 와중 헤이즈가 말했다.
|
||||
|
||||
“봐줄 생각 없으니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
||||
|
||||
나는 대답하기 않고 등불 안의 불꽃을 키웠다.
|
||||
|
||||
헤이즈는 혀를 차고 추가로 마법을 발동했다.
|
||||
|
||||
검에 초록색 마법이 일렁이며 덧씌워졌다. 연단 마법이었다.
|
||||
|
||||
그러나 내가 아는, 내가 많이 사용해 본 연단 마법과는 달랐다.
|
||||
|
||||
헤이즈의 갈색 눈이 초록색으로 물든다.
|
||||
|
||||
그리고 헤이즈의 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
||||
|
||||
연단 마법의 1차 각성, 신체 강화가 발동된 것이다.
|
||||
|
||||
그에 맞춰 8개의 붉은 선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
||||
|
||||
붉은 선이 헤이즈에게 적중하기 직전, 쐐애애액―!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헤이즈의 검이 붉은 선을 거의 동시에 베어버렸다.
|
||||
|
||||
콰직. 헤이즈가 밟은 나무 바닥이 짓눌리며 박살 나고, 헤이즈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
||||
|
||||
나는 준비했던 포식의 불꽃을 던졌지만, 헤이즈의 두 번째 검이 흔들림 없이 포식의 불꽃을 베어버렸다.
|
||||
|
||||
헤이즈가 코앞에 도달하고, 녀석의 검이 뒤집어졌다. 날이 아닌 면으로 나를 후려칠 생각인 모양이었다.
|
||||
|
||||
누가 보면 이미 헤이즈가 이긴 줄 알겠다.
|
||||
|
||||
어림도 없지.
|
||||
|
||||
쿵. 내 등 뒤에서 튀어나온 조그마한 나무 거인이 헤이즈를 내려쳤다.
|
||||
|
||||
쿠구구궁! 나무 거인의 주먹이 난타를 시작한다.
|
||||
|
||||
나무 거인의 무자비한 주먹질에 헤이즈는 뒤로 뛰듯이 물러났다.
|
||||
|
||||
그리고 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
||||
|
||||
등불 안에는 튀어 나갈 준비를 끝낸 응축된 불꽃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
||||
|
||||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
||||
|
||||
“체크예요.”
|
||||
|
||||
“그거 쏴 봤자야. 무난히 막혀.”
|
||||
|
||||
“끝까지 가자 이거죠?”
|
||||
|
||||
나 돈 많은데, 맷값 준다 생각하고 진짜 제대로 간다?
|
||||
|
||||
나는 비장의 마법을 준비하기 위해 마력을 모았다.
|
||||
|
||||
“굉륜(轟輪).”
|
||||
|
||||
그리고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
|
||||
헤이즈도 마찬가지였다.
|
||||
|
||||
모터음과 비슷한 소음이 건물 안을 가득 메우고, 그 사이에서 제리가 입술을 뗐다.
|
||||
|
||||
“2:1인데, 계속하실 겁니까?”
|
||||
|
||||
“그래. 내가 졌어. 설명을 해줄게.”
|
||||
|
||||
헤이즈가 양팔을 들며 항복했다.
|
||||
|
||||
나도 마법을 해제했다.
|
||||
|
||||
“제리 님 정말 예상외로 도움이 많이 되네요?”
|
||||
|
||||
“그러니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으면 대체 왜 데리고 다니는 거냐고요.”
|
||||
|
||||
“저희는 팀이라니까요.”
|
||||
|
||||
제리가 한숨을 쉰다. 헤이즈도 한숨을 쉬며 검을 집어넣었다.
|
||||
|
||||
나는 손을 내밀었다.
|
||||
|
||||
헤이즈는 눈을 가늘게 떴다.
|
||||
|
||||
“뭐야 이건.”
|
||||
|
||||
“진 사람이 마법을 넘기기로 했잖아요.”
|
||||
|
||||
“이제는 기억까지 왜곡해?”
|
||||
|
||||
“안 속네요.”
|
||||
|
||||
“미리 말하는데 나는 분명 말 안 하려고 했다? 들어서 생기는 모든 문제는 네 책임이야.”
|
||||
|
||||
“호들갑이 심하시네요. 세상에 듣는 것만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은 극히 적어요.”
|
||||
|
||||
“그래?”
|
||||
|
||||
내 반응에 헤이즈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을 뱉었다.
|
||||
|
||||
“네 성은 가져가려는 건 제2 황자야. 정확히는 제2 황자의 심복이긴 한데, 하여간 나는 그런 제2 황자를 방해하려고 너를 도와주는 거고. 이해했어?”
|
||||
|
||||
“진짜 별거 아니네요. 진작 설명해 줬으면 얼마나 좋아요.”
|
||||
|
||||
그나저나 제2 황자는 왜 남의 성은을 탐내는 거야.
|
||||
|
||||
아닌가? 제2 황자가 탐내는 게 아닌가?
|
||||
|
||||
현재 제2 황자는 수도에 없었다. 제국 남부에서 구르다 귀환 중이었는데, 그러니 이건 전적으로 그의 심복이 꾸민 일이었다.
|
||||
|
||||
물론 심복에게 지침을 내린 건 제2 황자겠지만, 그래서 이놈들은 왜 남의 성은을 탐냈을까.
|
||||
|
||||
성배, 성은, 영생.
|
||||
|
||||
크리스가 들었던, 사람의 수명을 늘리는 온갖 물건이 황도에 모이는 중이라는 소문….
|
||||
|
||||
흠.
|
||||
|
||||
잘 모르겠네.
|
||||
|
||||
나는 헤이즈를 빤히 봤다.
|
||||
|
||||
분명 숨기는 게 더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도 숨긴 걸 말하지 않는 녀석이다. 더 닦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
||||
|
||||
이러면 어쩔 수 없다.
|
||||
|
||||
나는 등불을 짤랑이며 몸을 돌렸다.
|
||||
|
||||
“붉은 달의 본거지가 어딘지 안내해 주세요. 성은을 되찾아야죠.”
|
||||
|
||||
“참 빨리도 결정한다.”
|
||||
|
||||
*
|
||||
|
||||
“루이나 님? 그래서 어떻게 됐어?”
|
||||
|
||||
“제가 대낮부터 술이나 먹는 걸 보면 알잖아요.”
|
||||
|
||||
“그건 늘 하는 거잖아. 혹시 이미 넘어간 거야?”
|
||||
|
||||
“네.”
|
||||
|
||||
붉은 달의 본거지를 헤이즈와 함께 싹싹 털었지만 성은은 발견하지 못했다.
|
||||
|
||||
흔적조차 없었다.
|
||||
|
||||
정황상 이미 제2 황자에게 넘어간 거였으나, 증거가 아예 없는 이상 따지기 힘들었다.
|
||||
|
||||
증거가 있어도 따지기 힘들었겠지만.
|
||||
|
||||
“그러게 왜 달밤에 실랑이를 벌였어.”
|
||||
|
||||
“그걸로 지체된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요. 흔적도 없는 걸 보면 이미 진작에 넘긴 거예요. 안 싸웠어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
||||
|
||||
“이제 어떻게 할 거야?”
|
||||
|
||||
어떻게 하냐라.
|
||||
|
||||
“뾰족한 방법이 있나요. 넘어가야죠.”
|
||||
|
||||
“억울하겠네.”
|
||||
|
||||
“힘이 없어서 그래요. 이건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대마법사가 된 후에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요.”
|
||||
|
||||
제2 황자 너 내가 기억했어.
|
||||
|
||||
나중에 보자.
|
||||
|
||||
“나중이 아니라 지금 보는 중이잖아.”
|
||||
|
||||
“비유잖아요. 거기에 얼굴을 알아둬야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어요.”
|
||||
|
||||
나는 크리스를 타박하며 고개를 들었다.
|
||||
|
||||
와아아아―!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병사들이 대열을 갖추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
||||
|
||||
대열의 가장 앞. 새하얀 말 위에 탄 남자가 손을 흔든다.
|
||||
|
||||
금색 머리카락과 보랏빛이 맴도는 황혼색 눈동자.
|
||||
|
||||
이번 개선 행진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함성이 더 거세졌다.
|
||||
|
||||
나는 제2 황자 이사크 에테르노의 모습을 눈에 새기며 입맛을 다셨다.
|
||||
|
||||
내 성은….
|
||||
|
||||
내 새 등불….
|
||||
Reference in New Issue
Block a u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