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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은 흔쾌히 혈오문의 정보를 아는 대로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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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료도 딱히 필요 없다는데, 요즘의 서준은 남아넘치는 게 돈이라 덤까지 넉넉히 쳐서 값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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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돈까지 받았는데 적당히 넘길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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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이 말하길, 더 자세한 정보는 자료들을 찾아봐야 한다며 나중에 정리해서 가져다 주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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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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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의 주인이라 그런지, 제대로 놀 줄 아는 현월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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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회포를 풀고 별장으로 돌아온 서준은 곧장 눈에 보이는 남궁세가의 무인 하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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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까 잡아온 살수 애들 어디 있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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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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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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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우선 저 뒤쪽에 임시로 가두어뒀습니다. 어느 정도 심문은 마쳤습니다만…, 살수놈들이라 그런지 입이 무겁더군요. 그 탓에 아직 별다른 정보를 얻어내지는 했습니다. 다만 어느 놈들인지 몰라도 감히 도련님을 건드리고도 곱게 넘어가지는 못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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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수고 많으셨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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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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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이 인사한 뒤 사라지자,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를 돌려보내고 살수들을 가두어놓았다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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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가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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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부이는 아가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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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른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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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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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가 툴툴대긴 했지만 문제는 없다. 착한 동생이라 오빠가 열여섯 번 정도 말하면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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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살수 친구들의 상태는 영 좋지 못했다. 온갖 고초를 겪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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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들에게 많은 정보를 바라진 않았다. 혈오문이 보낸 놈들이라는 것만 확인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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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만 쓸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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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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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한 사내의 머리를 붙잡고 흡성대법을 펼쳤다. 다만 평소와는 달리 선천진기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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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생명력을 흡수했다 뱉어내기를 반복하며 혼백을 어지럽히고, 그 상태 그대로 움켜잡은 머리에 마기를 들이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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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우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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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몸이 벌벌 떨린다. 눈은 까뒤집히고,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온다. 살수로 키워진 탓인지 혀와 성대가 잘려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는데, 그 탓에 목이 갈리는 기괴한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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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지켜보던 남궁세가의 무인은 그 모습에 흠칫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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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를 고문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어쩐지 저 모습에서는 깊이 들여다보기 꺼려지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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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활기차고 온화하신 도련님. 하지만 지금은 온화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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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혼이 토해내는 듯한, 목멘 비명을 듣는다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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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은 괜히 자세를 더 바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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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신경쓰지 않은 서준은 살수의 눈이 멍하니 풀리고 나서야 그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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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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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하나를 펼친 채 이리저리 흔든다. 사내의 눈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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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눈으로 따라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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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내의 눈이 손가락을 따라 바쁘게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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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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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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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가 펼친 건 섭혼술 같은 게 아니다. 단지 뇌를 마기에 절여놨을 뿐. 그것만으로 살수가 말 잘 듣는 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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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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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아주 똘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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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 입꼬리를 올린 서준이 사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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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네가 혈오문 의뢰 받고 온 놈이면 끄덕끄덕, 아니면 도리도리.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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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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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오문이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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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를 찌푸린 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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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도 있는 놈들이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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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몰라도, 혈오문 자체는 남몽골 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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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산서에서 조금 더 북쪽에 있는 황하 부근이라는데, 거기까지 갈 생각을 하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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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빨리 화경을 찍든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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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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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고민하는 사이 사내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 너무 깊숙이 파고든 마기에 절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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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그렇게 거부해대니 아무리 착한 애라도 화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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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에서 마기를 회수한 서준이 뒤편의 무인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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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알아낼 거 더 있으면 나머지 애들도 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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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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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뭐…, 그렇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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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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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정확하게는 춘봉이 기상할 때쯤 된 늦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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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의 별장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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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쪽은 제 친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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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의 소개에 의하면 각각 무당파의 무혜, 청성파의 청송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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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우래서 당연히 죄다 사내놈들일 줄 알았더니 의외로 무혜는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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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들의 보호자 역인지 초절정쯤 되는 무인도 하나 있었는데, 그는 청성파의 월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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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는 세가끼리 친할 줄 알았더니, 남궁명은 의외로 구파일방의 문파들과도 꽤 친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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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자네 형제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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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물음에 남궁명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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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아니고, 매형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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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님이 계신다 했었지? 그러고 보니 한 번 뵙지를 못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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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얼굴도 보고 하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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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떠드는 둘과 달리 무혜와 월망은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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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뭐 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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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별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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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망이 죽립을 잡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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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쩐지 묘한 느낌에 서준의 기세를 살피려 했으나, 무엇도 느낄 수 없어 흥미가 동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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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아닌 듯싶은데 경지를 가늠할 수 없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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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망 자신보다 윗줄의 고수이거나 특수한 무공을 익혔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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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의 시선을 대충 넘기고 때마침 다가오는 기척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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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 타박, 가볍고 앙증맞은 발소리. 춘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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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살짝 조용하고 우아한 발소리는 남궁수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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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한곳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다른 이들의 시선 역시 그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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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침 오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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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환하게 웃으며 둘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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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 내 누님 되시는 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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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친구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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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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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반가워요. 남궁수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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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쪽은 형님의 아우 되는 분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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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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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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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이 남궁수아를 한 번, 춘봉을 한 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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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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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흘린 말에 춘봉이 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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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작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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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키가…, 아차. 이거 실례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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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이 재빨리 사과했다. 가슴 얘기인 줄 알고 긁혔던 춘봉은 관대하게 용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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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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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고맙소. 내 이 생각 없는 입을 좀 자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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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은 무사히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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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얘기 나누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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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손님들을 안내하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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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 왜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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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경지를 알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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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가 춘봉을 빤히 바라보았다. 춘봉도 지지 않고 그녀를 뚱하니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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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보이는데, 내 이상? 아니지. 무공이 특이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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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대답 대신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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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경지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아주 큰 차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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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가 춘봉의 경지를 파악할 수 없는 건, 경지 탓이라기 보다는 서준이 청운신공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준 잠형기공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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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혜가 그걸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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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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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는 아무런 표정 없이 춘봉에게 다가가더니, 불쑥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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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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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는 붙잡으려다 정수리에 주먹이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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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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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땅에 절반쯤 틀어박힌 무혜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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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휘두른 서준은 붉은 기가 도는 눈으로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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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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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듯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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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는 내지 않았지만, 서준은 살수와 마주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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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남궁명이 급히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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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형님! 이 친구가 원래 조금 상식이 없어서…. 아니,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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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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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 일어난 무혜가 제 머리에 큼지막하게 솟은 혹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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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무례한 행동이었군. 실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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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멍한 낯으로 고개를 숙이는 무혜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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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서준이 춘봉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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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무혜를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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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여성 할당제, 그딴 말보다는 덜 무례한 짓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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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손목을 잡히는 정도는 큰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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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험한 건 자신이 허락해 신체 내부로 타인의 내공이 들어오는 거지, 그냥 잡힌 정도로는 그냥 그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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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내력 싸움, 혹은 금나수로 연계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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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례한 짓이고, 큰일날 짓은 맞는데, 이서준 옆에 있다 보면 ‘이 정도는 뭐….’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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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에 대한 역치가 터무니없이 높아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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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한테 했으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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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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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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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흙을 탁탁 털어낸 무혜가 서준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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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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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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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는 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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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서준이 턱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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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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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다른 데 나가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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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머리에 틀어박힌 주먹을 조금이나마 흘려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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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작은 원을 그리며 주먹을 흘려내는 건 보기에는 웃기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머리가 박살났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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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박살낼 생각으로 때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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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 무혜라는 놈에 대해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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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에 정신이 팔렸거나, 그냥 태생이 맹한 놈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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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태산북두 중 하나로 거론되는 무당파의 제자인 만큼 저렇게 살아도 건드는 놈이 거의 없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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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는 없었던 것 같으니 한 번은 봐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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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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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손을 휘저은 서준이 월망과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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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출수하는 순간 반응했던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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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어 막아내지는 못 했던 탓인지, 자신을 보는 눈에 흥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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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무림인이라는 놈들치고 정상인 놈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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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찬 서준이 휘휘 손을 저으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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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들 놀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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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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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괜찮대도. 애초에 네가 뭘 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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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죽을 죄라도 진 것마냥 꾸벅꾸벅 허리를 숙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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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멍하니 그를 보던 무혜 역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꾸벅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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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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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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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과 무혜. 둘 모두 심성은 바른 이들이기에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문파 내에서 귀하게 자란 탓에 상식과 어긋나는 부분이 조금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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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에 비해 바깥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적은 구파 출신이기에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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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일방쯤 되면 그 정도로는 별 문제가 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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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일은 조금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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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잘못해서 무혜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무당과 남궁세가 사이에 큰 마찰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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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자체는 서준에게 있지만, 그게 당장 죽일 만한 일인가 하고 따지고 들면 상황이 복잡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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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서준과 무혜 둘 모두 남궁명에게 있어 소중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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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사이가 아주 틀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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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무혜. 내 전부터 말했지만 계속 그리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면 언젠가는 정말 경을 칠 일이 있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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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도 그리 생각하네. 자네에게도 미안하군. 소개시켜준 이의 얼굴에 먹칠을 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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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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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룩 솟은 제 머리 위의 혹을 매만지던 무혜가 슬쩍 목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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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그 자리에서 목이 잘리는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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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서 정말 각별히 아끼시는 동생일세. 한 번 더 그런 짓을 했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금 소저와 다시 만날 일이 있다면 행동하기 전에 일곱 번은 생각하고 하게.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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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좋은 생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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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청송이 문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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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 소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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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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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름이 금…, 춘봉…?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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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꾸만 자네들을 별장에 부른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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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거참. 나는 저 치와 달리 앞에서 그러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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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하아…. 아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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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고개를 저으며 다도구들을 꺼내 차를 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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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모두 술을 즐기는 편이긴 하나, 대낮부터 술자리를 가지기에는 조금 그랬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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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무혜가 실수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별장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영 꺼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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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은 무혜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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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좋은 분이시니 다음에 뵈면 다시 사과드리고 말씀이라도 붙여보든가 하게. 혹시 아나? 좋게 봐주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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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지. 그보다 그 금 소저 말인데,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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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나…? 뭐, 어차피 용봉지회에서 마주치게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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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가 보군. 혹시 예선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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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헌데 자네는 예선에 나갈 일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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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선에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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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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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싸울 기회를 마다할 필요가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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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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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과 청송이 무혜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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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그 무혜는 멍한 눈으로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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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라…. 겨뤄볼 만한 상대가 얼마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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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록, 차를 들이킨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혹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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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며칠은 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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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마다 정신을 차릴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고 남궁명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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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예선 참가 신청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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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 해야 할지 무수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참가 신청을 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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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남궁세가가 우리 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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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에 남궁세가를 통해 슬쩍 말을 건네니 춘봉의 이름으로 예선 참가 신청을 넣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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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권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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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라는 이름은 본선에 오르고 나서 밝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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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쪽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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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무대에 등장하며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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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검금가의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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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가 멸문한 줄 알았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웅성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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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멋지게 등장한 금춘봉이 근엄하게 외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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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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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무림의 동도들이 그녀의 별호를 머릿속에 새기게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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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뽀짝 금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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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니 두려울 수 없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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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낄낄 웃던 서준이 춘봉과 남궁수아를 앞에 세워두고 뒷짐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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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그러려면 멋없게 예선에서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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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지간해서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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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신 같은 이레귤러가 튀어나올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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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놈이 무림에 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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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코웃음쳤다. 그 반응에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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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만큼은 아니어도 재야에 묻혀있던 고수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대비해서 나쁠 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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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니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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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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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본선부터 나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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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남궁수아를 견제했다. 저번에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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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남궁수아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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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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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되는 영약은 이번 용봉지회가 아니라면 얻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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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이번 기회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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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우리 오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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