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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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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절반…, 까지는 아니고 오 분의 일 정도는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무림에서는 소통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생각보다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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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서준의 생각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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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누군가와 먼저 약혼이든 결혼이든 해버리면 이걸로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그냥 다같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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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니다. 그건 서준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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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결혼식(근데 신랑이 하나인)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림이라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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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다처라면 몰라도 식을 같이 치르다니? 상당히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게 아니라면 아마 상상도 하기 힘들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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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남궁수아는 평범한 신분이 아니다. 대남궁세가의 직계. 그건 한 나라의 공주와도 같은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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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주와 다른 여인을 동시에 취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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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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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머리가 부서져 죽어도 자연사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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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를 하든 그랜절을 박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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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문제는 뒤로 미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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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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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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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춘봉이가 문제라는 건 아니다. 서준이 춘봉을 생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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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을 동생 내지 딸 정도로 여겼다. 평생 같이 살기? 환영할 일이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옆구리에 끼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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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춘봉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그녀는 서준과 부부의 연을 맺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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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 다 하고 애도 한 서넛쯤 낳아서 끝내는 금가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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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기서 문제. 일단 약혼을 하면 당연히 결혼까지 할 테고, 그러면 당연히 밤일이라는 것이 따라온다. 그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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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주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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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춘봉과 약혼을 치른다는 것은 오히려 그녀에 대한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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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준은 며칠간 생각했다. 자신의 마음이 과연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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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간단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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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과 의문의 남성 A 씨. 그 둘이 오순도순 가정을 이루어 아이 셋을 데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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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9개의 세계선에서 의문의 남성 A 씨는 언제나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범인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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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주기는 아깝다? 그런 쓰레기 같은 생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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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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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춘봉의 매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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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홀려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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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춘봉과의 여차저차한 일을 상상하면 조금 거부감이 들지만, 그건 단순히 지금까지 춘봉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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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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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서준은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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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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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한테도 못 준다. 뭔 짓을 해도 자신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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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미래는 정해져 있으니 춘봉이 혼자 몰래 베갯잇을 적시지 않게끔 미리 약혼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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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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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난관은 남궁수아의 반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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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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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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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금 매가 먼저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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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는 당연히 춘봉과의 약혼이 먼저일 줄 알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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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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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약혼식을 조금 먼 날에 잡자고 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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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 사이에 금 매랑 약혼할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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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식은 언제 치르느냐 물어대서 날짜를 확정지었을 뿐, 식 자체는 춘봉이 먼저 치르게 될 줄 알았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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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과 춘봉 모두 멍청한 눈을 했다. 서준이 그 이유를 묻자 남궁수아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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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애초에 내가 둘 사이에 낄 수 있었던 건 금 매가 자리를 마련해줬기 때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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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딱히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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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 매 마음을 훤히 아는데. 내가 냉큼 선수를 쳐버릴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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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머리에 과부하가 왔는지 묘한 표정으로 입술을 꽉 오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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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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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춘봉이랑 약혼을 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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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면 알지. 분위기라는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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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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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상식과의 괴리에서 오는 묘한 혼란스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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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잘 해결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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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조금 남았지만, 춘봉이만 괜찮다 하면 약혼 문제는 어떻게든 일단락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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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슬쩍 춘봉을 바라보자 그녀가 손으로 스스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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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약혼? 나랑 언니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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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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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말이긴 하지만 이 편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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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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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안 싫은데? 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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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쌕쌕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다 다시 한 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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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랑 언니랑…. 둘 다 정실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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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쓰레기 같지만 그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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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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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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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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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진정을 못 하고 오도방정을 떨던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활짝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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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면 이서준은 사랑하는 금춘봉에게 먼저 뽀뽀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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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자존감과 자신감이 흘러넘칠 정도로 자라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꽤나 불안해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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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춘봉에게, 서준이 몸을 일으켜 쪽- 짧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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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 평생 오빠가 데리고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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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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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부끄러워 하는 춘봉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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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일 문제는 이제 전부 해결됐다. 둘의 마음을 확인하고, 합동 결혼식(신랑은 하나인)에 대한 동의까지 구했으니 이제 망설일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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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길로 남궁진천을 찾아가 곧장 머리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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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습니다, 장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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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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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파격적인 계획에 남궁진천은 말을 잃었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뒤편에 조용히 서있는 남궁수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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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야, 너는 괜찮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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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저는 애초에 금 매 다음이면 만족했는 걸요. 사실 금 매의 허락을 먼저 구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들뜬 바람에 깜빡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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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남궁수아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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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대부분의 것들을 양보하려 하는 그녀다. 그저 욕심이 없다는 말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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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건 그녀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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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벌린 것도 자신이고, 책임져야 할 것도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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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제가 정말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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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가 좋다면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네…. 다른 이들의 반발이야 자네의 능력이 있으니 그것도 별 문제가 되진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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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은 턱을 매만지며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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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는 충분한 무력이 있다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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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는 극마, 더 나아가 화마경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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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지를 아직 당당하게 드러내기는 힘들겠지만, 그것을 발판 삼아 화경까지 빠르게 다다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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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경에만 다다른다면 그때부터는 사위의 말이 곧 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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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구태여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뜻을 이루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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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로서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결국에는 자네가 꾸려나갈 가정이지…. 수아 역시 동의하는 듯싶으니 나는 별말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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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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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를 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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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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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이 깊은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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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는 신경 쓰지 말게…. 다만, 식 전에 화경에 오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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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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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말게….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럴 것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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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잘못 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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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장인어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서준은 몸에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의식도 못 한 사이 등을 적신 식은땀 탓에 등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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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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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올라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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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식 전까지 화경에 오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 그 이유는 별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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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무인은 정말로 인간을 뛰어넘은 무언가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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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두 부인을 취한다? 화경의 무인이 그리 하겠다 말하면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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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존재가 그리 하겠다는데 감히 인간 나부랭이가 어찌 토를 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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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드높은 경지 내에서도 격차는 존재한다. 오히려 같은 경지로 묶기 민망할 만큼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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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화경이라는 경지를 대략 세 단계로 나누었다. 단순한 무력 상의 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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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화경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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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화마경을 드러내지 않아도 비벼볼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서준은 시혈만천을 대략 이쯤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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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화경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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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천마신공을 쓰더라도 어찌 될지 모른다. 만약 상대가 마인이라면 상대해볼 만하겠으나, 마인이 아니라면 반드시 전투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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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련문주와 탐마가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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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화경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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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싸우지 않는 게 맞다. 화마경이고 뭐고 진심으로 맞붙는다면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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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와 녹소평, 남궁진천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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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한 구분은 아니다. 당장 검마와 남궁진천이 맞붙는다면 남궁진천이 검마를 압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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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주와 같이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중기와 후기 사이 어디쯤 될 것 같은데, 명확한 구분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정 짓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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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전투라는 것은 이런저런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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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탐마를 화경 중기로 분류했으나, 서준은 그와 다시 맞붙는다면 어떻게든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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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화경에 오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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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화마경에 오르긴 했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다. 당연한 소리다. 아무리 그래도 남궁세가는 명문 정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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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천쯤 되면 사실 내가 극마의 마인이요─ 하고 밝혀도 상관이 없겠으나, 아직 서준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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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따리들이 떠들어대는 건 알 바 아니라 해도 같은 화경의 무인들이 머리를 깨러 올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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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뭘 해야 화경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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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고민했다. 답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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