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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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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중요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절반…, 까지는 아니고 오 분의 일 정도는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무림에서는 소통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생각보다 드물다.)

당장 서준의 생각은 이러했다.

아, 내가 누군가와 먼저 약혼이든 결혼이든 해버리면 이걸로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그냥 다같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아니다. 그건 서준도 알았다.

합동 결혼식(근데 신랑이 하나인)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림이라 더 그렇다.

일부다처라면 몰라도 식을 같이 치르다니? 상당히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게 아니라면 아마 상상도 하기 힘들 터다.

심지어 남궁수아는 평범한 신분이 아니다. 대남궁세가의 직계. 그건 한 나라의 공주와도 같은 위치다.

‘나는 공주와 다른 여인을 동시에 취할 것이오!

미친 소리.

그 자리에서 머리가 부서져 죽어도 자연사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오체투지를 하든 그랜절을 박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 문제는 뒤로 미뤄도 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

춘봉이다.

당연하지만 춘봉이가 문제라는 건 아니다. 서준이 춘봉을 생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서준은 춘봉을 동생 내지 딸 정도로 여겼다. 평생 같이 살기? 환영할 일이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옆구리에 끼고 살고 싶다.

하지만 춘봉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그녀는 서준과 부부의 연을 맺길 바랐다.

할 거 다 하고 애도 한 서넛쯤 낳아서 끝내는 금가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것까지.

그러면 여기서 문제. 일단 약혼을 하면 당연히 결혼까지 할 테고, 그러면 당연히 밤일이라는 것이 따라온다. 그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게 아주 큰 문제였다.

이런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춘봉과 약혼을 치른다는 것은 오히려 그녀에 대한 실례다.

그래서 서준은 며칠간 생각했다. 자신의 마음이 과연 어떠한가.

의외로 간단한 문제였다.

춘봉과 의문의 남성 A 씨. 그 둘이 오순도순 가정을 이루어 아이 셋을 데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상상을 해봤다.

8329개의 세계선에서 의문의 남성 A 씨는 언제나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범인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남 주기는 아깝다? 그런 쓰레기 같은 생각은 아니다.

서준은 새삼 깨달았다.

‘금춘봉의 매력이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홀려있었다는 걸.

아직은 춘봉과의 여차저차한 일을 상상하면 조금 거부감이 들지만, 그건 단순히 지금까지 춘봉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아니, 서준은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춘봉이는 내 거야.

아무한테도 못 준다. 뭔 짓을 해도 자신이 한다.

어차피 미래는 정해져 있으니 춘봉이 혼자 몰래 베갯잇을 적시지 않게끔 미리 약혼식을 치른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이제 남은 난관은 남궁수아의 반응이었는데….

“아, 그런 방법이…?”

“응…?”

“나는 당연히 금 매가 먼저일 줄 알았는데.”

남궁수아는 당연히 춘봉과의 약혼이 먼저일 줄 알았단다.

서준은 문득 깨달았다.

“아…. 그러면 약혼식을 조금 먼 날에 잡자고 한 게….”

“응. 그 사이에 금 매랑 약혼할 줄 알았지.”

주변에서 식은 언제 치르느냐 물어대서 날짜를 확정지었을 뿐, 식 자체는 춘봉이 먼저 치르게 될 줄 알았다는 모양이다.

서준과 춘봉 모두 멍청한 눈을 했다. 서준이 그 이유를 묻자 남궁수아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야 애초에 내가 둘 사이에 낄 수 있었던 건 금 매가 자리를 마련해줬기 때문인걸.”

“아니, 딱히 그런 건….”

“그리고 금 매 마음을 훤히 아는데. 내가 냉큼 선수를 쳐버릴 수는 없잖아?”

춘봉은 머리에 과부하가 왔는지 묘한 표정으로 입술을 꽉 오므렸다.

서준이 물었다.

“내가 춘봉이랑 약혼을 할지 안 할지 어떻게 알고?”

“딱 보면 알지. 분위기라는 게 있는데.”

그렇단다.

서준은 상식과의 괴리에서 오는 묘한 혼란스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잘 해결된 건가?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조금 남았지만, 춘봉이만 괜찮다 하면 약혼 문제는 어떻게든 일단락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서준이 슬쩍 춘봉을 바라보자 그녀가 손으로 스스로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약혼? 나랑 언니랑 같이…?”

“응.”

쓰레기 같은 말이긴 하지만 이 편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혹시 싫으면….”

“아, 아니!? 안 싫은데? 난 좋아!”

춘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쌕쌕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다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니까, 나랑 언니랑…. 둘 다 정실이라는 거지…?”

진짜 개쓰레기 같지만 그 말이 맞다.

“그렇지…?”

“진짜?”

“응.”

춘봉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진정을 못 하고 오도방정을 떨던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활짝 벌렸다.

“그, 그러면 이서준은 사랑하는 금춘봉에게 먼저 뽀뽀하도록…!”

요새 자존감과 자신감이 흘러넘칠 정도로 자라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꽤나 불안해했던 걸까?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춘봉에게, 서준이 몸을 일으켜 쪽- 짧게 입을 맞췄다.

“우리 춘봉이. 평생 오빠가 데리고 살게.”

“으, 응….”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부끄러워 하는 춘봉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망설일 문제는 이제 전부 해결됐다. 둘의 마음을 확인하고, 합동 결혼식(신랑은 하나인)에 대한 동의까지 구했으니 이제 망설일 것은 없다.

서준은 그 길로 남궁진천을 찾아가 곧장 머리를 박았다.

“그렇게 됐습니다, 장인어른.”

“으음….”

서준의 파격적인 계획에 남궁진천은 말을 잃었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뒤편에 조용히 서있는 남궁수아에게 물었다.

“수아야, 너는 괜찮으냐…?”

“그럼요. 저는 애초에 금 매 다음이면 만족했는 걸요. 사실 금 매의 허락을 먼저 구했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들뜬 바람에 깜빡해버렸어요.”

서준은 남궁수아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평소에도 대부분의 것들을 양보하려 하는 그녀다. 그저 욕심이 없다는 말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했다.

애초에 이건 그녀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다.

일을 벌린 것도 자신이고, 책임져야 할 것도 자신이다.

“장인어른, 제가 정말 잘하겠습니다.”

“수아가 좋다면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네…. 다른 이들의 반발이야 자네의 능력이 있으니 그것도 별 문제가 되진 않을 테고….”

남궁진천은 턱을 매만지며 고심했다.

무림에서는 충분한 무력이 있다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사위는 극마, 더 나아가 화마경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냈다.

그 경지를 아직 당당하게 드러내기는 힘들겠지만, 그것을 발판 삼아 화경까지 빠르게 다다르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화경에만 다다른다면 그때부터는 사위의 말이 곧 법이 된다.

자신이 구태여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뜻을 이루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

“아비로서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결국에는 자네가 꾸려나갈 가정이지…. 수아 역시 동의하는 듯싶으니 나는 별말 않겠네….”

“…감사합니다.”

“자네를 믿네….”

“예.”

남궁진천이 깊은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세가는 신경 쓰지 말게…. 다만, 식 전에 화경에 오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

“반드시 그리 하겠습니다.”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말게….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럴 것 없네….”

큰 잘못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장인어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서준은 몸에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의식도 못 한 사이 등을 적신 식은땀 탓에 등이 서늘했다.

‘화경.

반드시 올라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약혼식 전까지 화경에 오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 그 이유는 별게 아니다.

화경의 무인은 정말로 인간을 뛰어넘은 무언가로 여겨진다.

동시에 두 부인을 취한다? 화경의 무인이 그리 하겠다 말하면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한다.

하늘 위의 존재가 그리 하겠다는데 감히 인간 나부랭이가 어찌 토를 달겠는가.

허나 그 드높은 경지 내에서도 격차는 존재한다. 오히려 같은 경지로 묶기 민망할 만큼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서준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화경이라는 경지를 대략 세 단계로 나누었다. 단순한 무력 상의 구분이다.

첫째로 화경 초기.

이는 화마경을 드러내지 않아도 비벼볼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서준은 시혈만천을 대략 이쯤으로 보았다.

둘째로 화경 중기.

여기서부터는 천마신공을 쓰더라도 어찌 될지 모른다. 만약 상대가 마인이라면 상대해볼 만하겠으나, 마인이 아니라면 반드시 전투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

기련문주와 탐마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로 화경 후기.

어지간하면 싸우지 않는 게 맞다. 화마경이고 뭐고 진심으로 맞붙는다면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

검마와 녹소평, 남궁진천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완벽한 구분은 아니다. 당장 검마와 남궁진천이 맞붙는다면 남궁진천이 검마를 압도할 것이다.

북해빙궁주와 같이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중기와 후기 사이 어디쯤 될 것 같은데, 명확한 구분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정 짓기 어려웠다.

애초에 전투라는 것은 이런저런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당장 탐마를 화경 중기로 분류했으나, 서준은 그와 다시 맞붙는다면 어떻게든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어찌 됐든 화경에 오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이미 화마경에 오르긴 했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다. 당연한 소리다. 아무리 그래도 남궁세가는 명문 정파다.

남궁진천쯤 되면 사실 내가 극마의 마인이요─ 하고 밝혀도 상관이 없겠으나, 아직 서준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초절정 따리들이 떠들어대는 건 알 바 아니라 해도 같은 화경의 무인들이 머리를 깨러 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뭘 해야 화경에 오를 수 있을까.

서준은 고민했다. 답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