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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원을 통일했던 무신 주운천의 후손이자, 현 십육명문에 소속된 황실의 주인이며, 손짓 한 번에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다는 하늘 위의 고수 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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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나 남궁세가 직계의 약혼자이며, 단신으로 사흑련의 무수한 무인들을 쳐죽이고, 기련문과 검종문을 멸문시켰다 전해지는 하늘 위의 고수 이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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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화경의 무인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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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와 멸사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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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면은 당연하게도 수많은 무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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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해서는 한 번 보기도 힘든 것이 화경의 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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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문파의 무인들은 물론이요, 십육명문의 무인들 역시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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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 아득한 곳을 노니는 고수들은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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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 무인들은 감히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끔 숨조차 조용히 나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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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멸사천군 맞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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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색한 사투리는 계속 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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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많이 어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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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어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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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조금 친근해 보인데서 써봤는디 영 아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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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가볍게 웃었다. 멸사천군이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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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일으킨 사람은 없었으나, 그저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오싹한 소름이 전신을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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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은 숨을 죽였다. 두 하늘의 대화를 끊임없이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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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한 위치에 서있는 무인의 한 마디는 천금보다도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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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쯧,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에 무인들의 몸이 흠칫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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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태사 이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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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 오호. 그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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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묘한 눈으로 남궁세가를 훑었다. 입가에 어린 가벼운 미소와 달리 그의 눈은 심유했다. 황제의 시선에 닿은 무인들이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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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천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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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적거리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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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뭐 했나? 어째 눈빛이 썩 곱지 않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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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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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건 큰일이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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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대충 걸쳐입은 탓에 흘러내린 용포의 소매가 그 손짓에 나풀나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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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오늘은 이쯤 해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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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적이는 발걸음으로 멀어지던 황제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멸사천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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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또 보자꾸나. 어린 동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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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천군이 말없이 중지를 펼친 손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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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결지의 변형일까? 많은 무인들이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고심했으나, 황제는 그 손짓을 알아본 듯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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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래. 나도 기대하고 있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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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좀 이상한 사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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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도 쳐다보기에 방으로 돌아온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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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조금 이서준 느낌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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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야, 김춘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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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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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나 오늘 누나랑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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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오늘은 나랑 자기로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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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빨리 취소해. 걔랑 나랑 뭐가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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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해보자는 거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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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와봐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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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노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남궁수아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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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무인들은 그의 손짓 하나, 말 하나에 담긴 뜻에 대해 궁구하기 바쁘나, 멸사천군이라는 별호를 가진 대단한 무인 역시 한 명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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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버지, 남궁진천 역시 마찬가지. 그 역시 먼저 떠나보낸 부인을 그리워하던 한 명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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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모르지만 아마 황제 역시 마찬가지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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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른 이들에 비해 분명 비범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으나, 그렇다 하여 그들의 모든 것을 신격화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남궁수아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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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종종 말하길 ‘동경은 이해로부터 가장 먼 감정이다.’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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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이라는 소울…, 어디에 사는 사람이 한 말이라던데, 남궁수아는 그 말에 다분히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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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신처럼 모시면 그들은 신이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며, 손에 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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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서, 가끔은 약해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바라봐준다면, 그들 역시 땅 위에 발 딛고 선 개인으로서 자신을 대해주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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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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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등 뒤로 돌아간 남궁수아가 능숙하게 태산압정의 초식을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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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짓누르는 따스한 압박감에 침묵한 서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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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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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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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건 알아둬. 누나 말대로 이미 신이 되어버린 놈들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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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그럼. 어차피 내가 알고 싶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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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던 남궁수아가 묘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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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밖에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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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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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압정과 횡소천군, 그 다음으로 이어질 선인지로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서준의 몸이 흠칫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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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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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짧은 단어 하나. 허나 그것에는 언령만큼이나 묘한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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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을 바라보니 그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입만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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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가 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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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춘삣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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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방님이라 부르는 편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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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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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하던 대로 오빠라 불러도 별 상관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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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뒤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는 건 조금 애매한 느낌이 있지만, 오빠는 딱히 상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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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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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지는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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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서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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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결혼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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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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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맞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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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을 고민하며 끙끙 앓던 춘봉은 잘 시간이 되자 까무룩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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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새 나라의 어린이 금춘봉의 천적은 과연 수마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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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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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녹소평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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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마교에 다시 가면 그녀부터 포섭해 세력을 만들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자니 묘한 기운이 서준의 기감을 툭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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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뭐 하는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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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미간을 구긴 채 방을 나섰다. 가볍게 땅을 밀어내며 이동하니 그곳에 황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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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요,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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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내 사투리에 어울려주려는 시도인가? 아쉽게 됐군. 사투리를 쓰는 건 이제 영 귀찮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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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다요. 확 그냥, 팍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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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차며 대충 지붕에 걸터앉으니 곧이어 또 다른 기척 하나가 가까워졌다. 황보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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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륭 씨, 그쪽도 이놈이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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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륭이 묘한 표정으로 서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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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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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알던 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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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보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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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쪽도 알겠네. 저놈 머리가 좀 이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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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은 못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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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생긴 서준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황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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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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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섭섭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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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픽 웃었다. 황보륭이 그를 가늘게 뜬 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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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냐. 시답잖은 일로 부르진 않았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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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답잖은 일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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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각각 서준과 황보륭에게 던졌다. 손으로 낚아챈 서준의 눈썹이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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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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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없는 동포끼리 친목이라도 다져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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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실에는 안 좋은 기억이 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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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양일 그놈? 어린애잖아. 쩨쩨하게 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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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이지? 황제를 바라보자 그는 거리낌없이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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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내가 직접 온 것도 그것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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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라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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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냥 한 번 보러 왔지. 다음 세대의 남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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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실실 웃었다. 황보륭은 그를 꺼림칙한 눈으로 보면서도 마지못해 술병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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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치는 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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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황보륭이 황제의 눈치를 살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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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종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부딪히고 싶어하지는 않는 듯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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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쯧쯧 혀를 차며 술병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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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치고 황제라는 놈이 사람이 덜 됐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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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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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따 시키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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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황제의 눈이 번뜩였다. 황보륭 역시 묘한 눈으로 서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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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게 펼쳐진 영역이 길게 뻗어나가 무언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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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경에 오른 것치고 꽤 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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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실실 웃을 때, 멀찍이 떨어진 한 건물에서 인영 하나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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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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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다. 훌쩍 뛰어올라 서준의 곁에 내려앉은 그가 눈썹을 역팔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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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사람 입에다 뭘 넣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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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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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놈 당당한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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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오라 한 건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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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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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술병 하나를 던졌다. 받아든 서준이 그것을 황제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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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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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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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대신 황제가 마시던 술병을 자연스럽게 빼앗아 패진광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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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이거 왠지 비싼 술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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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몰라도 황제가 마시는 술이면 상당한 고급 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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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소흥주(紹興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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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냄새를 맡아본 패진광이 황제와 술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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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이면 차라리 이과두주(二锅头酒)가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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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취향껏 즐기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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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픽 웃으며 패진광이 가져온 술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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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품의 구온춘주(九醞春酒)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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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슬쩍 서준과 거리를 벌리며 술병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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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바꿔달래도 안 바꿔줄 거야. 내가 가져온 술보다 훨씬 좋은 술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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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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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패진광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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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남궁세가 돈으로 뭔 술을 마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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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 하면 구온춘주지. 난 달라고 말 안 했다. 술 달라니까 저걸로 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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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퍼마실 거면서 좀 싼 걸로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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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온춘주를 궤짝으로 퍼마셔도 남궁세가 재산에는 흠집도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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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애초에 패진광이 남궁세가에 머무는 것만으로 비싼 술쯤이야 마시다 배가 터질 만큼 퍼줘도 남궁세가가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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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비스무리한 함천경의 무인이 세가를 지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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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마음껏 중원을 쏘다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패진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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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권왕이 화경…, 은 아니군. 아무튼 그에 상응하는 경지에 올랐을 줄이야. 놀라운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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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옅은 황금빛 눈이 패진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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