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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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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왕국의 허접한 치안관 레스티아.

그녀는 스스로를 그렇게 칭했고, 앞으로도 모두가 그렇게 불러줬으면 좋겠지만.

"레스티아 과장님. 흑마법사를 상대할 때 어떤 식으로 싸우는 게 효율적인 방법일까요?"

"혹시 만티코어 토벌하실 때 있었던 일 제발 들려주시면 안 되나요?"

뭐랄까.

로우진라트 대산맥에서 살아 돌아온 이후로 주변의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

그녀는 만티코어를 토벌한 공적을 상부에 인정받았다.

그리고 보상으로 제 3과 과장으로 최연소 승진을 하게 되었는데.

'시발… 나도 몰라요….'

레스티아는 억울했다.

만티코어는 내가 잡은 게 아니다.

드림랜드의 던전 마스터가 잡은 거지.

자신은 그저 낡은 만티코어의 금목걸이를 선물 받았을 뿐이다.

물론 싱클레어에게 만티코어를 토벌했다고 뻥을 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드림랜드의 던전 마스터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제 아무리 던전 마스터라고 해도.

자신을 살려준 준 사람인데 뒤통수를 칠 수는 없었으니까.

'그, 그리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모습도 직접 보여주셨고….'

사실 무시무시한 것들과 함께 밤에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랄까.

쫄은 것도 한 몫 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레스티아의 개꿀 빠는 공무원이라는 꿈은 산산히 조각났다.

제 3과 과장으로서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임무에서 죽지 않기 위해 잠을 줄이며 부단히 노력했다.

레스티아는 사실 재능과 센스가 있었다.

이제까지 빈둥거리느라 개화하지 않았을 뿐이지.

마법도 익히고, 체술에 있어서는 치안관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해졌다.

아마, 그때 이후로 수 배는 강해졌으리라.

그렇게 상관들에게는 칭찬받고.

부하들에게는 존경받는 피곤한 나날이 이어질 무렵.

"낙인 엘프가 투항을 했어요?"

"네. 이름은 릴리아라고 하는데요. 자기가 생명의 숲에 관한 정보를 줄 테니까, 제발 영원히 감옥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새엘프로 태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렇게 말하던데요."

릴리아라.

관련된 서류를 보자 이제까지 저지른 건 경범죄 뿐이었고.

악인이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까지 흉악한 범죄자는 아니었다.

낙인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살인이라는 범행을 베이스를 깔고 있는 이들이다.

극히 희소한 케이스.

"그리고 무슨 던전의 이름도 언급했는데, 드림랜드였나……."

"제제제제제제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치안관은 레스티아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크흠. 그러니까. 제가 대화하면 유용하고 질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아하, 일단은 알겠습니다. 과장님. 이 건은 5과가 맡고 있었는데 저희 과에 넘겨달라고 한 번 이야기해 볼게요."

레스티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평판이 좋았으니 5과 과장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레스티아에게 열심히 일한다고 이 일을 넘기겠다는 입장이었다.

인수인계는 빠르게 진행됐다.

.

.

.

레스티아는 철창 사이를 두고 릴리아와 조우하게 됐다.

평소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을 듣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투항하게 된 이유를 다시 묻겠습니다. 그러니까, 드림랜드라는 던전을 발견했고 당신은 낙인 엘프들과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갔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소라서 던전 마스터의 도움을 받아, 티르라고 하는 낙인 엘프 탐사대 대장의 탈출 스크롤을 몰래 빼앗은 후, 던전에서 홀로 나왔다. 그리고 보복이 두려워서 왕국에 투항하려고 한다. 이겁니까?"

릴리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치안관이라면 개좆빠는 소리하지말라고 뺨아리를 후렸겠지만.

드림랜드와 던전 마스터의 성격을 알고 있는 레스티아로서는.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제가 실은 그렇게까지 높은 위치는 아니지만, 주변에 아양을 잘떨어서 쓸만한 정보는 알고 있거든요. 사형말고 감옥에 넣어주신다면 진짜 전부 불겠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레스티아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단, 조건이 있어요."

"어, 어떤 조건인데요…?"

그야 뻔하다.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일단은 함구할 것.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싱클레어와 함께 왕국으로 돌아감으로서 은혜는 갚았다.

라고 퉁치기엔 로우진라트 대산맥에서 크나큰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받은 은혜는 갚는다.

사람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도리다.

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던전의 정체를 숨겨주는 게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사우스 왕국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탐관오리들이 득실거렸고.

왕가 또한 힘이 없어서 권력가들의 눈치를 살피니 민심이 안 좋았다.

저번에 평민 한 명이 귀족을 때려죽인 사건 이후로.

백성들의 불만은 점점 적극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사우스 왕국은 속된말로 좆됨을 감지했다.

이를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차선책으로 군대를 동원해 낙인 엘프를 토벌하여 백성들을 달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낙인 엘프들은 현재까지 사우스 왕국의 암흑가와 많이 얽혀 있었다.

많은 범죄를 저질렀고, 그들에 의해서 백성들도 많이 고통 받았다.

거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때려죽인다면.

뿔난 민중들의 분노도 잠시 가라앉힐 수 있을 거라고 상층부는 생각했으리라.

'만약 릴리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군대가 토벌하는 과정에서 던전이 발견되면 던전 마스터씨가 엄청나게 곤란해질 수도 있겠지?'

현재 사우스 왕국에는 싱클레어라는 축복자가 머무르고 있다.

그는 던전 공략가이다.

던전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필히 던전 마스터에게 귀찮은 일이 발생할 터였다.

일개 치안관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테지만.

그래도 정보를 전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레스티아는 홀로 생명의 숲으로 향했다.

낙인 엘프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조용히.

.

.

.

"응…?"

숲이 조용했다.

초입에 들어서고 중심부에 가까워지는데.

주변을 주시하고 경계하고 또 탐지 마법을 사용했지만.

낙인 엘프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생명의 숲은 경계가 삼엄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마법 함정들도 없고, 내가 혹시 길을 잃었나?'

잠시 후.

눈 앞에서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생명의 숲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낙인 엘프 본부에 엘프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왕국이 토벌하려는 움직임을 알고 있어서… 피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레스티아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본부 안으로 들어서자.

"어우 씨발 깜짝이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눈 앞에는.

깨끗한 나이프를 쥔 채로.

몹시나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던전 마스터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낙인 엘프 시체가 꽤 있었다.

.

.

.

"여기서 또 보게 되네요. 다시 보지 말자고 했었는데."

"그그그그그러게요…."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내가 죽인 거 아니에요. 오니까 죽어 있었어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부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는데요…."

"그럼 제가 오기 10분 전에 죽었나보죠."

이게 무슨 저세상 대화야.

그래도 던전 마스터의 말은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치안관의 지식으로 보았을 때.

시체의 상처들을 보아 낙인 엘프들은 서로 싸우다가 죽은 걸로 추정됐으니까.

던전 마스터에게서는 그 어떠한 혈흔도 보이지 않기도 했고.

"어떤 일로 오셨어요? 생명의 숲은 성질 더러운 엘프들 사는 곳이라 기피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던전 마스터 님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왔는데요…."

레스티아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릴리아의 투항.

낙인 엘프들을 토벌하려고 하는 사우스 왕국의 움직임.

치안관으로서 우연히 드림랜드라는 이름을 듣게 된 일까지.

"흐음, 흐음, 아하,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저희 왕국 험담을 하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높으신 분들 중에서는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많으니까. 물론! 저는! 앞으로도! 계속! 던전 마스터씨와 던전에 대한 정보를 함구할 생각이에요! 진짜 그때 이후로 한 번도 그 일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어요. 믿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레스티아는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그러자.

"믿어요."

던전 마스터는 피식 웃었다.

"……."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 사람 정말로 잘생겼다.

키가 꽤 크며 다리도 길고, 머리도 작아 기본적으로 비율이라는 게 좋다.

헤어스타일도 단정하고 눈매가 사글사글하며 콧대가 오똑한 것이.

던전이 아니라 왕국에 있었다면 영애 여럿을 반하게 했을 외모이리라.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 조금 부담스러운데…."

앗.

"죄송합니다."

"내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 금지라고 했잖아요."

"아아 그랬죠."

"아무튼 정보 전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릴 게 있는데 여기서 좀 기다려봐요."

레스티아는 멀뚱멀뚱 서있다가.

할 게 없어가지고 시체를 조사하기로 했다.

'피가 좀 묻었네. 이럴 줄 알았으면 작업복이랑 장갑 좀 챙겨올 걸.'

.

.

.

.

.

한 시간 후.

"받아요."

"이게 뭔가요?"

"율리우스라고 생명의 숲 대빵이 쓰던 장비들이요. 비싸보여서요. 저한테는 쓸모 없는 물건이라, 아무튼 정보의 답례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레스티아는 눈을 깜빡였다.

방금 받은 물건들은 확실한 진품이었다.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율리우스는 낙인 엘프 중에서 인상착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자였으니까.

'던전 마스터님이 처리한 거 맞잖아요….'

이제야 생명의 숲이 왜 이 꼬라지가 된 건지.

레스티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겁도 없이 드림랜드에 들어가 참교육을 당했구나….'

중심점을 잃으면.

어느 집단이든 쉽게 와해되는 법이다.

숲이 조용했던 이유가 율리우스가 죽어서였구나.

시체들은 아마 율리우스의 값진 유품을 두고 싸워서 발생한 걸지도 모르겠다.

전부 죽은 건 아니겠지?

남은 인원들은 아마 뿔뿔이 흩어졌을지도.

던전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증축된다고 한다.

저번에 보았을 때에는 기괴한 미로 뿐이었는데.

지금쯤이면 뭔가 더 생기지 않았을까.

'사실 조심해야 하는 건 던전 마스터씨가 아니라 왕국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한 시간 사이에 많이 꼬질꼬질 하게 변했네요."

"시체들을 조사하느라 어쩔 수 없어서, 헤헤…."

"열심히 일하시네요."

"일단은 치안관이니까요."

던전 마스터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왕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던전 마스터씨는 사우스 왕국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냥 어떤 나라 군인이든 경찰이든 존경하는 게 제 모토라서."

"그게 뭐예요. 후후…."

재밌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던전 마스터는 '다음에 또 보지 말죠'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

레스티아는 묘한 아쉬움을 느꼈지만.

"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

이내 씹창이 나버린 주변을 바라보며 막막함을 느낀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까.

이걸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자니.

일이 커져서 던전의 위치가 노출될 수도 있었고.

침묵으로 일관하자니.

군대가 와서 더욱 더 곤란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막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레스티아의 부하들이 본부에 들어왔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온 걸 보아 그녀의 뒤를 따라 생명의 숲에 온 모양인데.

"레스티아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세상에 몸에 묻은 피 좀 봐……."

레스티아는 순간 고민했다.

이거 잘만 입 털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율리우스를 토벌했다는 사실만 입증된다면.

적어도 군대나 다른 치안관들이 오지 않고 내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졸지에 낙인 엘프 우두머리 율리우스를 토벌한 영웅이 되어버린다는 건 조금 많이 심란했지만.

성공한다면 던전 마스터의 존재를 확실히 숨길 수 있다.

"운이 좋았어요. 주변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왕국에서 토벌하려는 움직임을 눈치채서 애초에 인원이 적었거든요. 그리고 흔적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서로 싸우고 있던 상태라서… 또 율리우스도 큰 부상을 당한 상태였고……."

레스티아는 적당히 구라와 진실을 섞어서 말하기로 결심했다.

율리우스의 황금 무구들을 은근슬쩍 비추자.

"황금 갑주, 황금 지팡이, 황금 단검, 와 진짜 대박 사건… 과장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주변에 있는 낙인 엘프 시체들도 그렇고 설마……."

"율리우스의 시체는 어디에 있나요?"

"시체 폭발로 터졌겠지. 빌어먹을 낙인 엘프 새끼들… 암흑 학파의 마법까지 사용하다니."

알아서 뇌내망상을 돌려주는 팀원들.

평소 평판이 좋기 때문일까,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순진하게 믿어줬다.

'사기꾼들이 이렇게 한 탕 해먹는구나. 그래도 이 편이 좋을 지도….'

레스티아는 차마 팀원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

.

.

그 이후.

사우스 왕국의 군대가 생명의 숲으로 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