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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이, 뭘요. 그래도 의리는 지켜야지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혹시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결국, 나는 첫 작을 출간했었던 출판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의리?
나 사나이 김율.
사학과 출신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 대학원생을 가장한 현대판 노예 인생을 살면서 그런 사치스러운 감정은 모두 잊은 지 오래다.
돈은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건 역사에 담긴 메시지…….
……물론 돈도 조금은 중요하다.
조커, 당신은 틀렸습니다.
어쨌든.
애초에 나는 욕구가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소설로 떼돈을 긁어모을 생각은 없었다.
이세계에서 나만 알고 있는 역사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는 그 자체도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으며.
심지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능력까지 생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어디 또 있겠는가.
고대부터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모든 역사학도가 가장 부러워할 만한 사람 중 두 번째가 나일 것이다.
첫 번째는 징기스칸의 무덤을 찾아낸 사람일 거고.
그래서 계약 조건에서 오히려 인세 비율을 조금 낮추고, 그 대신 도서의 판매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계약 조건을 조정했다.
저렴하면 더 많이 팔린다.
당연한 자본주의 시장의 이치잖아?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도 있고.
게다가 획득하는 스킬 면면 또한 내 역사뽕을 충족시켜주기 충분했다.
[예상 획득 스킬 : [C급] 헤라■레■의 ■■]
무려.
무려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레스의 체술.
헤라클레스의 궁술.
헤라클레스의 생명.
헤라클레스의 광기…… 이건 조금 함정이네.
어쨌든, 소설을 완성할수록 내가 조금 더 유능해지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뭐, 아직은 말 좀 잘하고, 손 좀 잘 놀리는 정도에 불과한 범부에 불과했긴 했다.
이 능력이면 도박판에서 크게 한탕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쁜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 율, 그런 생각은 정당하지 않아요. 도박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에요. 그것은 나락으로 빠져드는 지름길이자, 영혼의 절규에요. 도박 중독 문제로 도움이 필요하면 국번 없이 1336번으로──
히스토리에의 설득으로 인해 나는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물론 1336번은커녕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이 판타지 랜드에 없다는 빨간약을 거하게 들이켜고야 말았다.
스마트폰이 그립다.
왜 나는 스마트폰이 없는가.
김율의 야심작.
‘헤라클레스’의 첫 흥행은 적당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전작 ‘제우스의 연애담’이 특유의 자극적인 전개로 인해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적어도 섹슈얼한 측면에서는 그렇게까지 자극적이지 않았기 때문.
빨간책을 기대하고서 집어 든 사람들은 처음에는 실망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점차 그들은 몰입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모험담이라고 하면.
정석적으로 마물을 물리치고 사천왕을 꺾으며 마왕성에 도달해 마왕과의 사투 끝에 승리한 후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왕도적 전개.
하지만 헤라클레스 영웅담은 조금 달랐다.
전력을 다해 쏘아낸 화살도, 영웅적인 저력으로 찔러낸 창도 가죽에 아무런 상처조차 내지 못하는 네메아의 사자를 가볍게 처치하고.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렵다던 생포라는 과업을 받아,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황금 뿔 사슴 타아게테, 그리고 산의 수호자인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또한 잡아냈다.
현대적으로 본다면.
주인공이 굴러가면서 한땀한땀 성장하던 종류의 모험담만 존재하는 세상에 먼치킨이라는 생소한 형태의 화소가 던져진 셈.
당연히 반응은 열광적일 수밖에 없었다.
“식인 사자를 상대로 한 달 동안 사투를……?”
“그래, 아무리 강한 놈이라도 숨을 못 쉬면 죽지!”
“크흐, 역시 주인공이구만! 여신의 신벌이 깃든 황금 뿔 암사슴을 어떻게든 잡아내다니, 대단한걸!”
“덩치가 산만 하다는데, 그걸 어떻게 생포한 거지?”
“쉿, 그냥 즐겨.”
그 외에도.
“황금사과를 가져오다니…… 대단한 것입니닷……! 이것은 님프 헤스페리데스가 높이 평가……!”
“크으, 친우인 테세우스까지 구해와? 낭만 합격.”
평범한 인간에게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열두 개의 과업을 압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야말로 마초이즘적 전개!
적어도 살면서 한 번쯤은 용사라는 꿈을 마음속에 간직했었던 사내들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충분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흥행의 발목을 잡은 것은 12과업 이후 파트였다.
“……? 갑자기 여장을? 아니, 근육질에 건장한 사내인 줄 알았는데, 힘도 엄청 강력한 영웅이었는데, 여기서 여장을?”
옴팔레 여왕의 노예가 되어 3년간 시녀 옷을 입고 생활했다는 충격적인 전개.
“전개가 이게 뭐야……? 나 뿔이 아파…….”
“킥킥, 결혼이 범죄다, 킥킥!”
켄타우로스 네소스가 터트린 죽음의 메아리에 속아 넘어간 헤라클레스의 마지막 아내, 데이아네이라에 대한 불호.
“영웅이면, 영웅다운 최후를 맞이해야…….”
“저 지경이 될 동안 제우스는 뭐했나?”
“그걸 몰라서 묻나? 다른 여자나 따먹고 있었겠지!”
시대를 풍미한 영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비극적인 최후.
그 모든 것이 호불호의 영역으로 작용한 결과.
[제목: 올림포스 이야기 – 헤라클레스 영웅담]
[역사적 고증: 부합함] [완성도 평가: 수작]
[세간의 평가: 복합적] [판매량: 1,786권]
[(14일 남음) 다음 스킬 획득까지 앞으로 판매량 214권 필요]
[예상 획득 스킬 : [C급] 헤라■레■의 ■■]
저렴한 가격.
그리고 전작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율. 그건 단순한 슬픔이 아니에요. 당신 안에서 터져 나오는 영혼의 절규에요.』
“……앞으로 단순한 어쩌고 하는 문장 구조는 전면 금지한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중립적인 전환 구문을 사용하지 않고서, 최대한 적절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김율은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
.
.
하지만, 인생만사 새옹지마라.
사흘 후.
“작가님! 이 주간지 보셨습니까?”
“……뭔데 그럽니까?”
잔뜩 흥분한 채 달려온 편집자가 억지로 손에 쥐어준 주간신문을 읽으면서.
김율은 눈을 부릅떴다.
[마경에서 들려온 축포! 비결은 소설?]
[수많은 용사를 잡아먹은 괴수, 백면귀룡이 마침내 처음으로 토벌되었다는 희소식이 최근 황궁에 전해졌다. ……믿을 수 있는 정보통에 따르면, 용사 세레핀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단서를 최근에 출간된 한 영웅담 소설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 본지의 조사 결과, 그 소설은 12개의 위업을 담아낸 소설이며, 특히 2번째 위업이었던 ‘히드라’라는 몬스터와 백면귀룡의 생태가 몹시 유사했었던 것으로……]
“이건…… 대박이다.”
김율의 눈앞에 월천킥 작가의 꿈이 아른거렸다.
오늘부터 내 마음속 주신은 용사님이다.
숭배합니다, MY GOAT.
헤라클레스 영웅담의 출간과 더불어서 구작에 대한 대대적인 판촉 행사가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추이가 좋진 않았었다.
이러다가 진짜 내가 광장에 나가서 화끈하게 보여드립니다를 외쳐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느낌이었는데.
언론 보도 이후.
파멸적 떡상……!
마치 새로고침하면서 조회수를 확인하는 것처럼.
상태창을 켤 때마다 숫자가 차곡차곡 올라가는 것을 볼 때의 쾌감이란.
도박판에서 얻을 수 있는 도파민보다 더 짜릿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목: 올림포스 이야기 – 신들의 전쟁]
[다음 스킬 획득 불가: 기간 만료]
[제목: 올림포스 이야기 – 제우스의 연애담]
[다음 스킬 획득 불가: 기간 만료]
스킬을 추가로 획득하기 전에 60일이라는 기간이 지나서 만료되어 버린 구작들이었다.
하지만 지나간 것에 굳이 연연하지 않아야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
인류세가 들어선 이후부터 기록된 이야기만 해도, 내가 죽을 때까지 다 담아내지 못할 정도다.
그러니까, 괜찮다.
괜찮…….
……그래도 조금, 조금 아쉬웠으니까.
힐링을 해야지.
.
.
.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모이는 곳에는 사람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스스로를 룸펜으로 자조했던 문인들이 다방으로 모여들었던 것처럼.
이 판타지 랜드에도 장르문학이라는 고급스럽고 우월한 취미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었다.
이름하여, 살롱.
……왜 이세계에서 프랑스어 단어를 고유명사로 쓰는지에 대한 고찰은 옛날옛적에 포기했다.
심지어 사용하는 상용문자조차 한글이었으니.
일종의 언어 치트인 셈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속 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최초의 세 과업 이후에, 조금은 전개가 루즈해지는 경향이 있더군. 특히 아우게이아스 왕의 우리 청소 부분은, 우욱.”
“오히려 그 부분이 유머 코드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완화해 주지 않았나. 하하.”
“지금 전작을 읽고 있는데, 이후에도 제우스의 아들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걸. 기대되는군.”
역시 오늘의 화제는 내 헤라클레스였다.
첫 작품을 썼을 때.
살롱의 존재를 알고 온종일 죽치고 있었지만, 기간토마키아 이야기 따윈 나오지 않아서 집에 와서 눈물로 바지 적삼 적셨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물론 난 관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이름이 김율이라는 사실을 여기서 커밍아웃하지는 않았다.
그저 구석에 앉아서, 가장 저렴한 칵테일을 한 잔 시켜서.
홀짝, 홀짝.
“상상력이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발상을?”
“신문 기사를 보지 않았나. 아마도 마경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역전의 용사일걸?”
“분명히 잘생겼을 거예요…….”
“흐흐…….”
더.
더 격하게 칭찬해라……!
물론 난 엄밀하게 말하면 역사를 소재로 한 패러디 작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문학적 성취를 오롯이 내 공으로 돌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칭찬은 듣기 좋잖아.
또, 이렇게 여론을 들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어떤 쪽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해 볼 수도 있고.
게다가.
[C급] [헤라클레스의 봉술]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궁술과 검술, 격투술 등 모든 무예에 재능을 보였다. 봉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처럼, 너는 날이 없는 둔기를 휘두를 때 재능을 보이리라.]
비록 스킬 설명처럼 다른 무술들과 비교하면 조금 손색은 있었지만, 그래도 드디어 내게 전투 계통의 스킬이 생겼다!
몽둥이 한정이라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단검과 나무 배트를 비교한다면.
배트가 이긴다는 게 학계의 정설.
조금 더 인기를 확보하면 더 강한 스킬로 교체할 수도 있을 테니, 여유를 갖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잠깐, 합석 괜찮으십니까?”
“예?”
갑자기 낯선 남자가 내게 그윽한 눈빛을 보내며 대뜸 맞은 편에 앉았다.
내 표정에 불쾌한 기색이 어린 걸 읽었을까.
“아, 실례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남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진리일보. 문학부장.
길포드 에슈타인.
“김율 작가님, 맞으시죠? 신문 연재에는 관심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