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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서로 반목하던 종족들끼리 일시적 화합을 하는 것은 유구한 클리셰다.
보통 클리셰적이라는 말은, 꽤 많이 먹어본 맛이라 흔하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전개기 때문에, 미식까진 되지 않을지언정 몹시 안정적인 맛을 우릴 수 있게 해주는 조미료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저 클리셰를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한 위기에 맞서서.
작가 율리시스는 몹시도 대담한 선택을 했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활약으로 인해 극적으로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 본초, 너무 화내지 말게. 역적들은 어차피 관우 공이 마궁수인 줄도 모를 걸세. 그러니, 기회라도 줘보는 것이 어떻겠나?
옆 동네 스핀오프 작품 주인공의 사람 보는 안목을 은연중에 드높여 줌과 더불어서.
주인공의 의형제에게 서사를 부여해 주었다.
그것도, 연합군의 내로라하는 맹장들이 다 나가서 끔살당하는 와중에.
관우는 말 타고 호랑이처럼 날아가 화웅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이고 모가지를 싹둑 잘라버렸다.
그날, 에스테아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청룡언월도에 관뽕을 배웠고 관뽕에 취해버린 사람들은 모두 열광했다.
물론.
“흠…….”
“아무리 인자하고 용인술에 뛰어난 설정이지만, 이래서야 너무 유비가 묻히지 않나?”
“하이엘프인 거 빼고는, 흠, 차라리 주인공이 관우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지도.”
연재 소설 문법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가슴에는 묘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원래 사천왕 중 최약체가 토벌당하면, 그다음 사천왕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기초적인 임플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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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야말로 역적 동탁의 숨통을 끊을 절호의 기회다! 전군, 총공격하라!”
연합군의 맹주, 원소의 우렁찬 호령이 떨어지자.
수만 명의 함성과 북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터져 나왔다.
맹장 화웅마저 이미 죽어버린 상황이니, 그들의 앞길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병사들의 거대한 파도가 유독 초라해 보이는 호로관의 성벽을 단숨에 집어삼킬 듯 몰아쳤다.
하지만.
바로 그때.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천둥 같던 북소리도.
태산을 무너뜨릴 것만 같던 함성도.
심지어 거친 병사들의 숨소리마저도.
호로관의 성문이, 육중한 신음 소리를 내며 아주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어둡고 깊은 심연 속에서.
무수한 병력이 아닌, 오직 한 사람만이 나왔다.
투구에 꽂은 두 가닥의 긴 꿩 깃이 바람에 흩날리고.
온몸이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털로 뒤덮인 거대한 명마를 타고 등장한 사내의 모습에.
모두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저자가 바로, 동탁이 믿는 최강의 무장.
“여포 봉선이 여기에 섰다. 오합지졸들아, 감히 내 방천화극을 받아낼 자가 있느냐?”
하늘 아래 가장 강한, 무신에 가까운 사내.
그가 방천화극을 들어 연합군의 깃발을 겨누었다.
단순한 동작 하나에 천하가 숨을 죽였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 중에는 여포요.
말 중에는 적토마라.
막연한 가담항설에 지나지 않았던 공포가, 그 실체를 지닌 채 마침내 호로관 앞에 현현했다.
“여포! 네놈의 허명을 내가 벗겨주마!”
그 와중에도 용기 있는 자가 있었으니, 왕광의 수하 방열이었다.
하지만.
“커헉──”
말과 말이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
방열은 방천화극에 꽂힌 채 유언조차 남길 수 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그 뒤로도.
장양의 수하 목순이 죽었다.
공융의 수하 무안국이 팔 하나가 잘린 채 간신히 살아서 도망쳤다.
“에에잇, 내가 직접 나서겠다!”
이대로 가면 고작 한 명의 사내에게 연합군이 뿔뿔이 궤멸할 것이라는 생각에, 분을 참지 못한 백마장군 공손찬이 뛰어들었지만.
“이민족의 공포? 다 허황된 소리였군.”
“크윽……!”
공손찬마저 여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십팔로 제후 중 한 명이 여포에게 불귀의 객이 되는, 위태로운 상황에.
“야! 애비 셋 가진 후레자식!”
“……어떤 개자식이?”
분연히 필마단기로 치달려 온 영웅 하나가 있었으니.
내심 군공을 세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던, 장비였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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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전부터 여포의 이름은 묘사로, 때로는 인물 간의 대화에서 몇 번이고 간접적으로 언급되었다.
동탁이 위세 등등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여포의 덕분이다, 여포가 등장하면 누가 대적하겠느냐, 아직 여포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아무리 많은 문장을 할애한다고 해도 그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또다시 김율은 치트키를 사용했다.
이게 말인지 호랑인지 아니면 전설 속의 괴수인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적토마.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메뚜기 더듬이를 당당하게 달고 있는, 누가 봐도 얼굴만으로 애비 셋 정도는 거뜬히 학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여포의 일러스트에.
사람들은 단박에 설득당했다.
현대에서도 히로인의 외형을 구구절절 묘사하기보다 삽화 한 장 넣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으며, 이세계 또한 당연히 비슷한 효과를 거두었다.
거기에서 이어지는 장비의 도발적인 외침.
그리고 기가 막힌 절단신공에.
“크아악! 여기서 끊다니!”
“율리시스, 그는 악마야!”
“이건 상도덕에 어긋나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에 닿았다.
.
.
.
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빨리이, 빨리 내놔아아!”
신문 가판대에 용의 포효가 터짐과 동시에, 사람들은 앞다투어 진리일보를 구매했다.
오늘도 조조는 호로관 얘기는 하지 않고 뭔가 엄청 복잡하고 의미심장한 정치 이야기만 구구절절 하고 있었기에, 가볍게 속독하고 넘어간 후.
그들은 보았다.
-
여씨 애비 재끼고, 정원 애비 재끼고, 이제는 동탁에게 붙어먹었지! 똥꼬도 대줬냐, 이 후레자식!
-
후레자식! 목을 내놔라!
-
후레자식 주제에 힘깨나 쓰네!
-
닥쳐라! 조만간 애비 넷으로 바뀔 후레자식!
드워프 장비의 용광로 같은 불꽃 패드립의 향연을.
묵직한 분위기가 다소 경쾌하게 전환되는 듯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장팔사모는 여포의 방천화극을 이기지 못했다.
그들은 떠올렸다.
수많은 용사물의 정석을.
성장하는 단계에서 용사 주인공들은 보통 각성 이벤트를 거치곤 한다.
당장 지구의 창작물만 보더라도.
어릴 적부터 함께 고생한 대머리 친구가 처맞는 꼴을 보면서 ‘크리──!’를 외치며 치명타 판정을 내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어인의 예시도 있었고.
선별시험이라는 이름으로 유망주들의 싹을 모조리 잘라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결국 최종 보스와 함께 폭발 엔딩을 꿈꾸었던 적폐 가문의 우두머리도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더 높은 스코어를 획득하기 위해 헌신짝처럼 자신의 애마를 던지고 그 추진력으로 도약하는 콧수염 배관공도 있었다.
이세계라고 해도 그 클리셰는 꽤 널리 사용되고 있었으니.
설마 애비 셋이 복선이었나?
애비 둘이 죽었던 것처럼 장비의 사망으로 유비가 각성하게 되는가?
두근두근!
와좍와좍!
하필이면 절묘하게도 장비가 수세에 몰린 시점에 신문의 단락이 끝났기 때문에, 다들 긴장감을 삼키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크으……!”
“이게 형제애지!”
“젠장, 믿고 있었다고!”
“관우 공! 이번에도 술잔을 데워놓았겠지!”
비록 1:1의 결투에 끼어드는 것이 그렇게까지 그림이 이쁘지는 아니하나.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응당히 이래야 하는 법!
관우의 난입에 모두가 또다시 관뽕 2스택을 적립했다.
이제는 관우가 계집애 같은 비명을 질러도 한 번쯤은 실눈을 감으며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매력.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 아우들! 나도 가세하겠네!
마침내.
소설의 주인공.
쌍검을 든 하이엘프가 전투에 합류하였으며, 이내 기세에서 밀린 여포가 패주하는 순간.
‘주인공이 힘을 숨김’ 메타의 전개에 모두가 신문을 내려놓고 물개박수를 쳤다.
천하무적이라고 불리던, 귀신과도 같은 압도적인 무력이, 아직 제대로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은 피치 브라더스에게 패주하는 전개.
언더독을 응원하는 감성과 더불어 청량한 사이다가 그들의 가슴에 흘러넘쳤다.
“…….”
김율은 몹시 스펙타클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엣헴! 어떠냐!
아침부터 조잡한 수염을 턱에 붙이고 아무리 봐도 비싸 보이는 보석을 주렁주렁 단 유사=청룡언월도를 들고 있는 에스테아를 만났고.
- 그으, 실례되는 질문인데요. 연재 중이신 거…… 혹시 동성애물인가요?
‘같은 침상을 쓸 정도로’ 우애가 깊은 형제애를 해병혼으로 곡해한 로젤린의 우회적 이단심문을 버텨냈으며.
[기고문: 두 영웅, 무력 순위는 어떻게 되는가?]
[최근 본지에서 성황리에 연재 중인 작품 ‘두 영웅’ 시리즈에는 수많은 무장이 나온다.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들을 미루어서 기자가 직접 제국의 소드마스터와 인터뷰하여…….
……최근에 연재된 내용까지 미루어 본다면, 말 위에서 한 치 흐트러짐도 없이 쌍검을 능수능란하게 휘두르는 것은 잘 단련된 소드 익스퍼트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하니, 유비의 진정한 실력은 족히 소드 마스터에 준하는…….]
“흠…….”
벌써 태동하기 시작한 유비 패왕설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간신히 참아낸 김율이었다.
그것까진 괜찮았다.
“그래서, 본녀가 생각했을 때는 지금의 전개는 조금 애매한 것이와요. 조금 더 하이엘프의 위대함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와요. 또, 본녀가 이전 작품들을 모두 꼼꼼히 검토해 보았을 때, 지나치게 사람들이 많이 죽는 것이와요. 이는 평화주의와 맞지 않는 전개이니까──”
클로에 폰 위스페라우드.
진리일보의 실질적 소유자이자, 위스페라우드 공작가의 장녀 및 상속 후계자.
그녀는 약 30장 분량의 독후감과 더불어서 향후 전개 제안서를 김율에게 내밀었다.
살아있는 권력의 본격적인 쥐흔 시도에.
김율은 조금 머리가 아찔해지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