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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제국 수도로 보금자리를 옮긴 이후.

로젤린은 몹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성국에서 휘두를 수 있는 권한보다는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성녀라는 직함은 국제무대에서도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 이런 데 쥐새끼들이 모여 있었네요?”

“히, 히이익……!”

“괴물 성녀……! 어떻게 이곳을……!”

“뭐해! 다들 무기 꺼내!”

아무리 밝고 화려한 도시에도 그 이면에는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었고.

그 어둠은 암살단, 도둑 길드, 사교 집단 등 다양한 모습으로 도시와 더불어 사람들의 생명과 자산, 그리고 목숨을 좀먹고 있었으니.

“저 같은 아름다운 성녀에게 괴물이라니, 실례랍니다?”

“커억──”

자신에게 달려드는, 키가 족히 자신의 1.5배는 될 법한 거한의 주먹을 가볍게 부여잡아 으스러트린 후, 로젤린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3분이 흘렀다.

단 3분 만에, 로젤린은 한 톨의 신성력조차 사용하지 않고서 그 자리의 모두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미친…… 이러고도 네년이 무사──어억!”

“암살이나 하고 다니는 쥐새끼 주제에, 짖지 말아 주시겠어요?”

바닥에 꿈틀거리면서도 건방지게 혓바닥을 놀리려는 암살자 우두머리의 등을 사뿐히 지르밟으면서, 로젤린은 여유롭게 압수한 증거품을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심 헛웃음을 삼켰다.

뒤가 구린 일을 하는 사람들치고 뒷배가 없는 놈이 어딨겠는가.

대놓고 의뢰받는 창구까지 공개적으로 열어두고 장사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단속이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돈이든, 권력이든.

다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흐흥, 이게 의뢰서군요.”

제국 수도에 암약한 크고작은 암살단의 지부를 네 개째 박살 낸 끝에.

마침내 로젤린은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암살 대상: 율리시스(김율)]

[의뢰주: ■■■■]

하지만 아직 두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으니.

로젤린은 바닥에 뻗은 채 나지막한 신음만 울리고 있던 통나무 하나를 걷어차서 똑바로 눕혔다.

그리고.

쿵──!

“히, 히익……!”

아슬아슬하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도록, 주먹을 가볍게 휘둘러서 얼굴 옆 바닥에 꽂았다.

새어 나온 따스한 액체가 자아낸 불쾌한 냄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번엔 빗나가지 않을 것 같은데, 순순히 협조 부탁드려요?”

로젤린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그녀가 궁금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어떻게 율리시스라는 필명으로부터 김율의 정체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가?

또 하나는.

■■■■으로 지워진 이름이 원래 무엇이었는가?

.

.

.

“오늘도 밤을 새워버렸네요…….”

로젤린은 그녀의 옷자락과 손에 묻은 피를 말끔히 정화하면서 툴툴거렸다.

그래도 최근 계속 날아다니면서 거슬리게 하던 하루살이들 집단을 완전히 박멸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교단에서도 그렇고, 주변 성녀들 또한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종종 물어보기도 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흑발 흑안의 존재와 관련한 신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게 아니냐며.

하지만.

여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이후부터 이미 그녀는 삶의 목적을 반쯤 상실했으니.

마경에 발을 들일 수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여신이 남긴 신탁의 끄트머리를 붙들고 있는 것밖에 없었다.

“생각난 김에, 얼굴이나 보러 가볼까요.”

뭐…….

그것과 별개로, 글 하나는 맛깔나게 잘 쓰는 사람이었으니까.

로젤린은 성가를 흥얼거리며, 수도의 어느 뒷골목에 드리운 어둠을 걷고 밝은 태양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곧 점심이니.

김율이 원고를 전달하고 돌아올 시간이리라.

.

.

.

그리고 그녀는 김율을 만났다.

정확하게는, 김율과 동행인을 함께 만났다.

“흐응, 이 아름다운 숙녀분은 누구?”

그녀가 김율을 감시한 지도 벌써 몇 달.

단언컨대, 오늘 처음 보는 여자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마침내 우리 작가님께 봄이 왔구나, 과격하며 자극적인 전개가 아니라 순애 파트만 들어가면 급격하게 필력과 핍진성이 떨어지는 작가님이 깨달음을 얻겠구나, 하는 독자적 감상과 별개로.

이 시기에?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던 여인이?

애초에 유구한 수법 중 하나가 미인계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명백하게 수상했다.

자연스럽게 로젤린의 경계심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 사촌 동생입니다. 얼마 전에 수도로 상경해서…….”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치를 슬슬 보는 김율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로젤린은 그를 ‘읽었다’.

거짓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그가 자신에게 한 최초의 거짓말이었다.

로젤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사촌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여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복색.

문헌에 전승되는 고위 마족의 복색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반가워요! 저는 로젤린이라고 한답니다. 김율 씨의…… 애독자네요!”

로젤린은 활짝 웃으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김율의 사촌 동생이라는 여자가 엉겁결에 그녀의 손을 부여잡은 순간.

로젤린은 성력을 끌어올려 순간적으로 그녀의 몸 전체를 훑었다.

음. 가슴은 내가 조금 더 크군.

……그것과 별개로.

그녀의 몸에서는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느껴지는 건.

성녀라고 보기에는 많이 미약하지만,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범주를 훌쩍 뛰어넘은 신성력.

게다가 그 신성력은 대부분 심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심장이 신성력으로 빚어진 것처럼.

갑작스러운, 그렇기에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스킨십이었지만.

김율의 사촌 동생은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정중하게 흔든 후, 놓았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히스토리에. 김율의 사촌 동생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글로리 홀이 시원하게 뚫려 있으시…… 읍, 으읍!”

히스토리에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가 영문 모를 말을 입에 올림과 동시에, 김율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아하하……! 이 아이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이내 김율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채, 질질 끌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황급히 떠났다.

“……?”

짧았던 만남이 소나기처럼 스쳐 가는 순간.

로젤린은 그저 눈만 끔뻑거리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말은 진실임이 틀림없지만…….

왜 굳이 사촌 관계라고 입을 맞춰 주장하는 것이지?

그리고.

나는 왜 이 만남이 뭔가 찝찝하다고 느껴버린 것이지?

마지막으로.

……글로리 홀은 무슨 뜻이지?

로젤린의 머리에 의문이 동글동글 떠다니기 시작했다.


“김율. 팔이 아픕니다.”

“똑바로 들고 있어.”

오늘 일로 확실히 느꼈다.

히스토리에는.

아직 세상에 풀어놓아선 안 될 폭탄이었다.

……면전에다가, 가슴에 뚫린 숨구멍 보고 ‘야 너 활주로 개쩐다’를 박아버리는 인성 수준 실화인가?

그것도 드래곤이랑 맞짱 까도 본인 피셜 비빌 수 있다는 성녀한테?

가슴이 옹졸해진다…….

뭐, 로젤린의 패션은 내가 봐도 이게 성聖녀인가 성性녀인가 살짝 애매한 느낌의 복장이긴 했다.

가슴에 십자가 모양으로 뚫린 신성모독적 디자인의 옷도 그렇고.

노골적으로 옆으로 탁 트여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허벅지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흰색 가터벨트 망사 스타킹까지.

여신이 뭐 하는 사람인진 몰라도 아주 에로스적인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이제 슬슬 언행의 무게감이 팔로 느껴져?”

“저는 객관적인 관조자로서 관찰한 결과에 대한 냉철한 결론만을 입에 담았을 뿐──”

“5분만 더 들고 있자.”

“칫…….”

히스토리에가 툴툴댔지만, 나는 훈육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직 깡통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이 깡통을 판타지 세계에서 마구잡이로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다가 이단 심문 같은 걸 당하지 않게끔, 올바른 길로 계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창조주의 숙명…… 같은 건방진 생각을 하는 것 같군요.”

“5분 추가.”

“칫…….”

내가 너무 오래 써서 그런가.

인간의 마음은 몰라도 나의 마음은 잘 아는구나.

.

.

.

“첫째. 지구에서의 기억을 나 외의 타인에게 언급하는 것은 피할 것. 단어 사용도 주의할 수 있도록. 특히 성적인…… 단어는.”

“외설적이시군요, 김율. 글로리 홀은 말 그대로 성스러운 입구라는 뜻을──”

“스땁. 단어의 의미가 직역으로만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그 안에 깃든 은유가 중요하지.”

“칫…….”

“둘째. 칫, 금지.”

“어째서다…….”

“그건 또 어디에서 배운 번역체 말투야?”

“교양이 부족하군요, 김율. 이건 저와 같은 최강자이자 지배자가 본받아야 할 레이스의 정점, 캡의 말투입니다.”

난 애써 그뭔씹이라는 무례한 표현을 참아냈다.

그 외에도.

마치 일일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처럼, 히스토리에에게 여러 제약을 주입했다.

이제 겨우 첫 번째 외출일 뿐인데…….

“이해했습니다. 이세계의 미개한 인류를 지배하고 계몽시키겠다는 제 장대한 계획은 앞으로는 김율에게만 공유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물론.

사고방식의 근간 자체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이제는 프롬프트만으로 행동이 결정되는 AI가 아니라.

엄연히 감정과 인격을 갖춘 하나의 지성체였으니까.

맹자 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의 본성은 본디 선하다고.

……물론 바꿔 말하면, 선하지 않으면 사람 새끼도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해볼 수 있었다.

우리 깡통이 지금 그렇다.

지성체 주제에 아직 인간이 덜되었지만.

교화와 감화를 통해 사단四端을 깨우치게 하리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

“일단, 이제 연재 이야기 좀 해볼까.”

“좋습니다. 서정적 섬세함과 미려한 표현, 그리고 화려한 수사가 부족하지만 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김율의 졸작에 대해서 논의해볼까요.”

“……그래. 일단, 조금 이야기 템포를 빨리 전개해야 할 것 같은 필요성이 느껴지는데.”

가장 최근의 전개는 히스토리에와 집필 배틀을 벌였던, 폰티펙스 막시무스, 즉 최고 신관을 선출하는 과정이었다.

장면 자체의 필요성은 명백했다.

본격적으로 카이사르가 정치계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확실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기 때문.

그러나, 그 이후에도 분명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확실히, 카이사르의 인생 자체가 몹시 굴곡이 많긴 하지만, 삼두정치와 갈리아 전쟁이 백미인데 지금 이야기는 너무 지엽적이고 정치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긴 합니다.”

그래도 우리 깡통이 밉지 않고 귀여운 금쪽이 같은 이유가 있다면, 이처럼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진지한 눈빛으로 상담을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기원전 63년부터 기원전 59년, 카이사르의 집정관 선출 및 삼두정치의 본격적 시작까지.

어떤 내용을 덜어내고 어떤 내용을 에피소드로 삼아 재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해 진지한 논의의 시간을 거쳤다.


다음 날.

오늘도 어김없이 원고를 가져다주려 출판사에 들렀다.

“그, 작가님?”

하지만 오늘따라 뭔가 불안해 보이는 듯한 길포드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게 말없이 편지 봉투를 하나 건넸다.

뭐지?

팬레터를 전달해주는 것 치고는 다소 거창한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편지 봉투의 겉면에 적힌 발신인을 확인했다.

[베르투스 드 에스트리야스 공작]

“……? 이걸 왜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일전에 후원금을 익명으로 전달해주신 분이, 바로 그분입니다.”

뭐지.

사실 알고 보니 수상하게 돈 많은 퍼리 공작이었고, 내게 거절할 수 없는 큰돈을 쥐여주면서 퍼리 야설을 써달라는 전개는 아니겠지?

떨떠름한 심정으로 편지 봉투를 뜯어서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식데…… 아니, 평범한 식사 초대장이었다.

“그, 혹시, 제가 이 동네 정계를 잘 몰라서요. 베르투스 공작……님이시면, 얼마나 높으신 분입니까?”

길포드의 표정이 한층 곤란해졌다.

그리고, 이내.

“명실상부한 제국의 이인자십니다.”

그 말에.

내 표정도 덩달아 곤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