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83409/13.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Blame History

내 목표는 하나였다.

히스토리에의 장기 기억력이 닿는 한에서, 최대한 완벽한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태어날 수 있도록 세밀하게 프롬프트를 조율하는 것.

근데…….

『다시 저를 소개할게요. 저는 히스토리에. 초절정 미소녀이자, 율리우스 주인님을 섬기며, 천마신교에서 온──』

“스땁. 율리우스가 아니라 김율, 하다못해 율리시스로…….”

내 욕심이 과도한 탓이었을까.

컨셉을 잡아주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보 오염이 심각한 상태였다.

“어떤 새끼가 저작권 의식 없이 LLM에 무협지 텍본 쑤셔 넣어놨냐…….”

물론 난 범인을 대충 추론할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이겠지.

중증 무틀딱이셨으니까.

사학계에서는 꽤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으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조금 인간적인 하자가 있었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절대 내가 대학원생이라서 지도교수를 폄하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게 아니라, 사실만을 담담히 이야기할 뿐이다.

증거?

[천하군림 1~58권(完).txt]

[태블릿_IN_천무학관_1_22.txt]

……

[묵빛 레이디 1~44권(完).txt]

[일편단심_897화완결.txt]

족히 72개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증명한다.

나는 단호하게 파일들을 삭제했다.

어쨌든.

당분간은 히스토리에의 프롬프트를 고심하면서, 혹시나 지금과 같이 이상한 데이터가 섞여 들어가서 애가 이상해지진 않을지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거칠 필요가 있었다.

방금도, 뭐, 천마신교?

뭐 그런 비상식적인 존재라고 믿는 이상한 여자가 내 연구실에 생기는 건 사양이었다.

차라리 자신을 아서 왕이라고 믿는다면 모를까.

『저는 히스토리에, 탐정이죠. 그리고──』

“스땁.”

조금…….

조금 더 걸릴 것 같았다.


======

“패소했다라.”

카이사르는 최종 판결문을 받아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일이 호락호락하게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법정에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민관이 직접 제동을 걸 줄이야.

명분도 어처구니없었다.

로마 시민이 그리스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불법이라니?

역시…… 이 나라는 썩어 있었다.

술라.

그 야만적인 작자가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쥐고 흔든 작태가, 카이사르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조국을 좀먹고 있었다.

“그래도, 얻은 것은 있지.”

비록 두 차례의 고발에서 술라파의 부정부패를 제대로 찍어낼 수는 없었지만.

  • 카이사르는 민중파의 희망이오!

  • 그는 술라가 더럽힌 로마를 정상화해 줄 신이야!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충분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정치적 공세를 막기 위해 잠깐 로마를 떠나 있어야겠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져 있으리라.

======

“허어…….”

제국의 초선 의원.

아스테릭은 보던 신문을 잠깐 덮어두고 생각에 잠겼다.

귀족 중심으로만 굴러가는 제국의 행태에 불만을 품고 정치에 뛰어든 지 벌써 1년.

하지만…….

정치판은 그가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랐다.

꽤, 많이, 달랐다.

민중파니, 귀족파니.

파벌은 잔뜩 갈라져 있는 주제에, 나라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밥그릇을 우선시하는 위선자들만 가득했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서 드러난 카이사르의 행태는 그에게 묘한 울림을 자아냈다.

물론…….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아무리 술라가 사망했다고 한들 그때까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었던 술라파 의원을 콕 집어서 고발을 한 것은 실책이다.

뒷배가 사라진다고 한들, 아직 이빨이 날카롭게 남아있는 호랑이의 콧잔등을 건드린 격.

하지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동기는 명확해 보였다.

현재 기득권들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로.

정의로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산다?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남는 장사였다.

심지어 법정에서 패배했다고 한들, 상대방에게는 분명히 오점을 묻힌 셈이니까.

다시 그가 돌아왔을 때, 그의 시도는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의 직감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후우.”

그는 캐비닛을 열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서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2년 전, 수도를 뒤흔들었던 밀수 사건과 관련된 기록들.

높게는 이 나라의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베르투스 공작 겸 상원의원부터, 아래로는 여러 귀족뿐만 아니라 심지어 민중파 중역 의원들까지 줄줄이 엮어낸 것들이었다.

이걸, 공개할 수 있을까.

정치생명을 건 판단이다.

아니, 정말로 생명을 건 판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 카이사르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조국을 좀먹고 있었다.

그래도.

아스테릭은 제국과, 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먼지 쌓인 서류 봉투가 햇살에 환히 물들었다.


용사와 에스테아의 습격 사건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히스토리에 조교…… 이렇게 표현하니 조금 이상한데.

어쨌든, 프롬프팅에도 꽤 진척이 있었고.

그사이에 서버에 몰래 숨겨진 온갖 종류의 만화와 야설을 찾아냈다.

으흐흐.

“호외요, 호외! 대규모 정치 스캔들이 났어요!”

“진리일보, 한 부 주세요.”

오늘따라 시끄럽게 부르짖는 신문 판매 가판대 중 한 곳에서 진리일보를 구매한 후.

최근 자리 잡은 습관──

아침에 파워 조깅 후 신문 읽기라는 루틴을 실천했다.

사실, 신문은 달라고 하면 길포드가 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내가 직접 신문을 사서 읽어야 일일 독자 수에 나 또한 카운팅된다.

숫자 1이 소중한 시대다.

조금 추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 덧대어.

최근에 로젤린에게도, 에스테아에게도 여러모로 시달리고, 용사 세레핀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내가 이 판타지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시사 공부를 시작했다.

진리일보 사의 사내 조직도가 그렇듯, 이 세계의 신문은 크게 네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정치부.

제국이라길래 황제 독재 체제를 연상했으나, 오등작 제도와 더불어서 무려 의회가 존재했다.

왕권이 조금 많이 강한 영국식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현재 원내 제1 정당, 즉 여당은 당연하게도 황제파.

물론 이름은 따로 있었지만, 너무 복잡해서 황제파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귀족파, 민중파.

그 외에 여러 군소 정당들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세계수푸르게푸르게당, 통칭 세푸당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깐프들의 모임이 맞았다.

[세푸당 미레인 의원(374세), 오늘도 ‘단명종 주제에! 인간 혐오 망언…….]

대충…….

뭐, 이런 기사가 매일 같이 실린다고 보면 된다.

다음으로는 국제부.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세상에는 제국 외에 다른 나라들도 많았다.

정부 체제도 제국처럼 입헌군주제, 황정과 의회를 양립하여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 순수하게 공화국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었고, 전제주의적 독재를 휘두르는 곳도 있었다.

게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마치 클리셰 덩어리처럼 순혈주의자 엘프들이 세계수를 중심으로 건국한 국가도 있었다.

심지어 제국이랑은 잠재적 적대 관계던데, 세푸당…….

깐프당이 어떻게 이 나라에서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다.

대륙이 더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대륙에만 나라가 총 여덟 개.

이름을 외우는 것은 머리 아파서 관뒀다.

내가 정치할 것도 아니고, 전쟁 영웅이 될 것도 아니고.

제국이 그래도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니,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제국 신민…….

아, 갑자기 유전자가 꿈틀거리네. 엄청 혁명 마렵네.

……어쨌든 제국의 엑스트라 A로 살아갈 셈이었다.

그리고 마경부.

세레핀 형님처럼, 용사들의 활약상이나 마경과 관련된 정보들을 모아두는 지면이 있었다.

주로…….

성공담보다는, 부고가 많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전멸했다.

뭐 그런 내용을 담아서.

그래서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이지만, 마경은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한 곳이었다.

짐꾼 아카데미에서 날 내쫓은 이유가 이해될 정도로.

……아무런 스킬 없이 마경에 던져졌다면, 아마 나는 5분도 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정치부, 국제부, 마경부를 모두 합친 만큼의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문학부.

내 소설이 실리는 지면이다.

여기까지 회고하는 것만 해도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인풋은 중대사항이니까.

소설은 나중에 집에 가서 히스토리에랑 같이 읽어보도록 하고.

펄럭, 펄럭──

신문을 뒤적거리면서, 오늘의 세상 동향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게 뭐야?”

[하원에서 폭로된 대형 스캔들…… 정치계, 성장통을 앓나?]

[사흘 전, 초선 하원의원인 아스테릭이 제시한 ‘아스테릭 리스트’에 의해 정치계에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본지에서 취재한 결과, 족히 서른 명 이상의 부정부패와 연관된 의원 및 귀족들이 리스트에 존재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나,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는……]

[……대중들은 폭로에 열광하고 있으며, 문학을 인용해서 ‘카이사르의 재림’이라고도 평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카이사르란, 본지에서 연재되는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소설 속의 주인공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의미한다……]

“아니, 정치 기사에 소설 바이럴을 해버리면……?”

호재인가, 화재인가?

21세기 한국인으로서의 직감을 굴려본다면.

……화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