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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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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살고 있는 집 아래에는 자그마한 주차장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서, 그는 타고 온 바이크를 주차한 뒤 시동을 껐다.

홍채 인식과 지문 인식 시스템을 추가한 덕분에 키도 딱히 필요 없어서, 버튼 하나만으로 전원을 꺼트린다.

[운행을 종료합니다. 감사합니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인공지능이 중얼거리며 계기판을 포함한 모든 빛이 꺼진다. 이안은 바이크에서 내리고, 헬멧을 재창조 마법으로 작게 축소하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새롭게 알게 된 마법 사용법인데, 덕분에 커다란 물건도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형태를 고정한 채 크기만 바꾸는 게 아직 어려워서,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숙련도를 더욱 쌓아야만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굳이 급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음.”

흐트러진 가방의 위치를 고치며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5시 30분.

분명 아침 일찍 집을 나갔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리도 지나버렸다. 그는 침음성을 흘리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저녁거리를 사러 갈까 싶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냥 배달로 대충 때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기름지고 자극적인 게 먹고 싶기도 했고, 운전을 오래 해서 그런지 요리하고 싶은 마음도 딱히 들지 않았다.

음식은 적당히 찜닭에 밥 한 공기만 추가하면 될 것 같았다. 이안은 그리 생각하며 배달 어플을 키고 자취방의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

“……왔다.”

그때,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은 발걸음을 덜컥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자취방의 현관문 앞. 정장을 차려입은 두 사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기억에 있는 얼굴들이다.

병원을 탈출하던 당시, 관리국 측 일행에 포함되어 있던 요원들. 이름까지는 모르지만, 관리국 소속이라는 건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관리국에서 사람을 보낼 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몰라서 대비까지 철저하게 해둔 상태였다.

다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니 저절로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지금까지 이안이 관리국과 엮인 횟수는 총 2번이다.

처음은 테마파크. 관리국 요원들은 거기서 그에게 망설임 없이 총탄을 퍼붓고 칼을 휘둘러댔다. 명백한 적대 행위였다. 이안도 급하지 않았다면 그들을 상대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어서 도주에만 집중했었다.

다행히 그때는 얼굴을 들키지 않아 그들과 관련된 후일담은 없었다.

하지만 2번째는 달랐다.

전혀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전이. 우연히 마주친 관리국의 정찰과 인원. 그리고 그를 구출하러 온 대응과 요원. 그들과 모두 엮였고, 얼굴까지 들켰다. 하지만 그들과 전투는 없었다. 오히려 협력만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거기서 끝이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후일담이 존재했다.

아무래도 그게 지금인 모양이다.

“……후우.”

이안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가방끈에 손을 올렸다.

관리국에서 마법사를 정확히 어떻게 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박희수의 말에 따르면 인체자연발화 사건으로 인해 증오를 품은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으니, 아마 비율로만 따지자면 마법사를 싫어하는 요원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과연, 저 두 요원은 어느 쪽일까.

알 수 없었다.

딱히 중요하지도 않았다.

상대가 관리국이라고 해서 이안은 무릎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허무하게 삶을 끝낼 계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목줄을 잡히면서까지 비굴하게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강하게.

최소한 우스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모습은 보인다.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만큼의 실력 행사는 해야 할 때 해낸다.

그는 그리 생각하며 싸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관리국, 맞나?”

“맞습니다. 관리국 대응과 3팀 소속, 김이서라고 합니다.”

“관리국 대응과 3팀 소속, 박민아에요.”

두 사람이 이안의 말에 반응했다. 그는 둘의 이름을 머리에 새겨넣으며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동작만으로 박민아가 몸을 움찔 떨어댔다. 김이서는 자연스레 길을 비켜주었다.

띠리링.

익숙하게 현관의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연다.

신발이 몇 켤레 없는 신발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안이 가방을 손에 쥐며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이야기할 거면 들어오고, 아니면 돌아가라.”

“…….”

마법사의 거처에 대놓고 들어오라는 제안.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절대 발을 들이지 않겠지만, 김이서는 잠깐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겠습니다.”

“……으으.”

그녀의 결정에 박민아는 앓는 소리를 냈으나, 딱히 부정의 뜻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곧 먼저 집으로 들어가는 이안을 따라 신발을 벗고, 현관문을 닫았다.

달칵.

이것으로 외부와 내부가 단절되었다.

‘문’이라는 건 주술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닌다. 하물며 그것이 마법사의 거처라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이안이 두 사람의 퇴거를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두 사람은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의 의지로 문을 넘어왔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이안은 주술에 능통하지 않아 그런 것까지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이미 숙련된 마법사였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공간은 그의 의지에 따라 호응하며 둘의 숨통을 조여댈 것이다.

“…….”

“…….”

김이서와 박민아는 각자 챙긴 장비의 존재감을 느끼며 거실로 들어갔다.

마법사의 방치고는 굉장히 평범한 모습의 원룸. 그렇기에 더더욱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안은 평범하게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던져놓았지만, 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줄줄 흘려댔다.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미지의 무언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과 살의 담긴 손길이 목덜미를 콱 쥐는 것만 같은 감각이 뇌를 지배한다. 저절로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앉아라.”

“……네.”

“…….”

김이서와 박민아는 이안의 앉으라는 권유를 따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안은 바닥에 앉은 두 사람을 내려다보다가, 침대에 걸터앉아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의 의지에 답한 심해견문록이 이안의 손아귀 위로 정확하게 안착한다.

아직 펼쳐지지 않았음에도, 마도서는 이안이 요구한 사항에 따라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사방으로 흩뿌려댔다.

그것만으로 김이서와 박민아의 시야가 살짝 뿌옇게 변했다. 가장자리는 검은색으로 물들고, 그 너머에서 붉은 눈동자의 편린이 스치듯 보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그의 목소리는 마치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흐릿했다. 코에선 짙은 피비린내와 염향(鹽香)이 번져왔고, 피부 위론 물의 흐름이 느껴졌다. 마치 근처에서 무언가가 헤엄치는 듯한 감각이다. 꺼림칙했고, 동시에 끔찍했다.

“……흐으.”

호흡 또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려워서? 아니, 그건 아니다. 그가 마도서를 꺼낸 그 순간부터 호흡기에 이상이 생긴 것처럼 산소가 부족했다. 입을 열면, 기포가 올라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모든 감각이 저 마법사의 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마도서의 힘. 그리고 공간에 녹아든 에테르가 그의 의지에 호응하는 것일 터.

김이서는 어째서 마법사들의 거주지나 공방에 함부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지 직접 체감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안, 흐으, 제안을 위해서 왔습니다.”

“무슨 제안.”

“관리국은 마법사님과 깊은 협력 관계를 체결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후우…… 부디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어느 정도 예상한 이야기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강제 구금이나 암살을 시도했을 때 대비한 강구책도 준비 해두었으나, 다행히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최소한 역방향 조준이 발동하기 전까지는 굳이 적대적인 행위를 할 필요는 없을 터.

이안은 마도서의 표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이야기해 보라는 듯 턱을 까딱거렸다.

건방진 태도였지만, 그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김이서는 침을 꼴깍 삼키며 박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박민아는 챙겨온 서류 가방 속에서 종이 다발을 꺼내 테이블 위로 조심스레 올렸다.

“이건 저희가 일반적인 마법사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서고, 이쪽은 마법사님을 위해서 저희가 새로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천천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이서가 각각의 종이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노골적인 그녀의 태도에 이안이 침음성을 흘렸다.

“대놓고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마법사님의 마법은 저희 관리국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상층부에서 판단했습니다. 하여 지부장님께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지부장의 명령이라.

그렇다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상체를 살짝 숙였다.

부당한 대우도 아니고, 대놓고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쓰다듬으며 서류를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1. 갑(이하 마법사)는 을(이하 관리국)의 협력자로서, 을은 갑에게 어떠한 구속이나 불이익도 행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처음부터 제법 고개를 숙이는 듯한 내용이 튀어나왔다.

자신을 갑, 관리국을 을로 칭하는 부분에서 그들이 얼마나 저자세로 나오는 건지 대충 깨달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저쪽에서 자진하여 머리를 낮추겠다는 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안은 심해견문록의 표지를 쓰다듬으며 차분하게 아래에 적힌 내용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웅!]

[……우웅.]

심해견문록이 그의 손짓에 기분 좋다는 듯 진동했다. 가방에 들어있는 재창조의 손길은 질투하듯 몸을 떨었다.

이안에겐 가벼운 애정 표현과 질투처럼 느껴지는 움직임들이지만, 김이서와 박민아는 마치 거대한 두 마리의 무언가가 포효하는 듯한 감상을 받았다.

두 사람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