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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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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콰지지직!!

복도를 내달리는 촉수들이 환자들을 통째로 으깨버린다. 핏물이 흐드러지게 번지고, 작살처럼 일그러진 촉수들이 다음 먹잇감을 찾아 이빨을 떨어댄다.

순식간에 정리가 된 병원의 로비. 얼떨떨하게 서 있던 관리국 요원들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박희수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십니까?”

여울이 긴 장검을 뽑으며 내뱉었다. 말은 박희수에게 하고 있지만, 신경은 온통 이안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안도 이를 느꼈지만, 굳이 반응하진 않았다. 대신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도록 마도서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현재 감시자는 이안의 뜻을 따라 같은 ‘인간’은 공격하지 않는 상태다.

굶주림을 채우는 중이라 당장은 명령에 따르는 중이지만, 먹잇감이 다 떨어지고도 배가 차지 않으면 명령을 무시하고 움직이는 생명체라면 뭐든 먹기 위해서 꿈틀거릴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타겟은 이안이 될 터.

‘그러니 관리국 요원들이 나를 적대하면, 명령을 바꾼다. 몇 명 더 바치면 시간을 조금은 더 벌 수 있겠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고, 무작정 적대하는 대상까지 안고 갈 필요는 없다.

이미 환자고 보호자고, 역할극은 모두 끝난 상태다. 병원을 파괴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협력은 단순한 허울일 뿐이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었고, 그게 이득이 된다면 기꺼이 그리 할 생각이기도 했다.

“…….”

체칠리아의 뜻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위였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은 상대까지 리스크를 지고 갈 정도로 그는 우유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관리국 요원들은 이안을 적대하지 않았다.

“……마법사, 맞으십니까?”

박희수와 대화를 끝낸 여울이 물었다.

그 목소리는 굉장히 차분했지만, 주변 환경은 그리 차분하지 않았다.

환자들을 한 차례 싹 쓸어버리기는 했어도, 그 수가 가히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금도 밀려들어오는 환자들을 촉수가 미친 듯이 움직이며 머리나 심장을 수확하는 중이었다. 핏물이 비처럼 쏟아지고, 역겨운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그럼에도 저리 평온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녀 또한 이런 상황에 익숙한 베테랑이라는 뜻이겠지.

이안은 마도서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리볼버를 장전하며 비상구를 향해 턱짓했다.

“가면서 말하지. 지하 주차장으로 간다.”

“……주차장 말씀이십니까?”

여울이 눈을 살짝 찌푸리며 묻자, 박희수가 대답했다.

“관리국 공간형 신비 대응 사안 제151조항.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수단을 통해 공간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찾거나 차량을 탈취하여 공간의 경계선까지 벗어나라. 너도 다 아는 거잖아?”

“알긴 하지만…… 그거 그냥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자살 대용으로 쓰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근데 여긴 마법사도 있고, 이단 심문관도 있잖냐. 할만해.”

합류한 인원까지 총 8명. 제법 머릿수가 많아진 일행이 비상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타오르는 환자를 미리 처리한 덕분인지, 상대해야 할 것은 간호사나 환자가 전부였다.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믿을 만한 것 맞습니까?”

여울이 박희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박희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밑에서 기어 올라온 다리 없는 시체를 쏘아 죽였다.

“일단 탈출까지는 같이 해야 해. 그리고, 지금 이 촉수 다발들. 전부 다 저 마법사가 소환한 거다. 괜히 도발하면 우리도 저기 꿰뚫려서 죽어. 그러니까 행동이랑 말투 조심해라.”

“……네.”

여울이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촉수가 날아왔다. 촉수는 정확히 아래에서 기어 올라오던 간호사의 머리통을 으깨버리고 뇌수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여울은 얼굴을 흠뻑 적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를 닦아내며 이안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장전이 끝난 리볼버의 실린더를 돌렸다.

인원이 늘어난 것은 좋다. 괴이들이 노릴 타겟이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니까. 죽을 위험이 줄어드는 일은 환영해야 마땅하다.

다만 그렇게 늘어난 인원이 관리국 요원들인 건 아쉽게 되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면 또 모를까, 이렇게 대놓고 드러낸 것으로 인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가히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커뮤니티에선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피한다고 했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는 하다. 한반도에서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관리국과 엮여있는 마법사들이 몇몇 있었다. 다만 그들의 취급이 어떤지, 관리국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잘 모른다.

-심해아귀: 마냥 나쁘지는 않아.

촉수 다발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과거에 읽었던 댓글을 떠올린다.

심해아귀.

공방에 대한 조언을 건네준, 관리국과 협력하는 가장 대표적인 마법사.

-심해아귀: 이게 조건이 있기는 해. 관리국에서 말하는 걸 대부분 들어준다고 약속하면, 대우는 생각보다 괜찮아. 다만 귀찮을 뿐이고, 관리국 요원들이 마법사를 별로 안 좋아해서 눈치가 보이는 게 전부야.

ㄴ네귀에벌레: 구라치지 마라. 내 지인도 관리국이랑 협력했었는데, 그 새끼들 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든다면서 다 때려치우고 해외로 날랐다.

ㄴ심해아귀: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근데 나는 괜찮았어. 지금도 그렇고.

그 마법사는 관리국에서 요구한 게 뭔지, 그 대가로 받는 게 뭔지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감상을 자주 남기곤 했다. 물론 마냥 관리국을 두둔한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그들을 욕하는 글이나 댓글도 자주 썼다.

그럼에도 계속 협력하고 있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일이 끝나고 관리국에서 접촉을 해온다면, 최소한 이야기는 들어봐야겠어.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도서를 콱 쥐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핏물이 그의 머리카락을 흠뻑 적셨지만, 그는 불쾌하다는 티를 낼 뿐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다행히 마도서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 아니, 튀었는데 그대로 증발했다. 다행히 더러워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건방지게 굴면 커피나 물을 흠뻑 쏟아줘야겠다.

“다 왔다!”

생각하는 사이, 주차장의 입구에 도착했다. 박희수는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다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망설임 없이 산탄총으로 문고리를 박살 냈다.

타아아앙!!

굉음과 함께 부서진 문이 덜렁거리며 열린다. 박희수가 소모한 탄을 장전하고, 여울이 검을 뽑으며 앞장서서 나아간다. 체칠리아를 이안을 보호하듯이 그의 곁에 머물렀다.

“…….”

김이서가 여울을 따라가며 이안을 곁눈질했다. 이안은 굳이 그녀와 눈을 맞춰주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은 제법 넓었다. 천장에 달린 전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사방으로 빛을 흩뿌렸고, 출구 너머로 촉수가 꿈틀거리는 중이었다. 피가 범람하는 걸 보아하니 출구로 내려오는 환자들을 감시자가 처리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언제까지 감시자가 모르겠다. 배가 차면 역소환되는 놈이라,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니 빠르게 탈출하는 게 옳았다.

이안은 촉수들에게서 눈을 떼고, 넓은 주차장 속 주차된 차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주차장은 그 넓은 면적만큼이나 텅 비어 있었다. 있는 거라고는 버려진 시체 몇 개와 퀴퀴한 냄새, 그리고 주차장 경비가 전부였다.

“……뭐가 없잖아.”

체칠리아가 이안의 옆에서 중얼거렸다. 이안이 그녀의 말에 내심 동의하는 순간, 관리국 요원들이 자기들끼리 시선을 맞추더니 곧장 주차장 경비를 향해 다가갔다.

느긋하게 인육 먹방 영상을 보고 있던 기괴한 생김새의 경비가 그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 차 어디 갔어!”

박희수가 대뜸 소리쳤다. 경비원이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뭉개진 놈의 안구에서 수정액과 핏물이 줄줄 쏟아졌다.

“네, 네? 손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분명 내가 여기 차를 세워 뒀는데! 그거 어디 갔냐고, 이 시발 새끼야!”

“차라니요…… 오늘 하루 종일 여기 있었는데, 다른 차가 들어온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경비가 난감하다는 듯 그리 말했다가, 순간 목소리를 서늘하게 굳히며 갈비뼈를 갈아 만든 뼈 칼을 손에 쥐었다.

“혹, 거짓말을 하시는 겁니까?”

스산한 분위기가 공기를 타고 바닥에 가라앉았다. 말실수를 조금이라도 하면 목을 꿰뚫어버릴 정도의 살기가 노골적으로 흘러나왔다.

지성이 거세된 환자와 달리, 경비는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형태의 괴이였다. 가진 무력 또한 상당해 보이고,

하지만 박희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계속 놈을 쏘아붙였다.

“당연히 오늘 댄 차가 아니니까 그렇지! 나, 이 병원의 환자였어! 근데 퇴원하려고 보니까 차가 없어졌잖아!”

“제 차 또한 사라졌습니다. 이거 어떻게 보장해 줄 겁니까?”

여울이 그의 곁에서 거들었다.

“빨리, 무슨 방안이라도 말해주십시오. 이대로 제 차를 못 찾으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아, 아아……! 잠시만요……! 빨리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경비원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안이 차게 식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입에 문 담배를 까딱거렸다.

아무래도 경비를 재촉해서 차를 강제로 소환하는 방식의 탈출 방법인 것 같았다. 창의적이기도 하고, 이게 될까 싶기도 한 특이한 방식의 루트. 다만 관리국의 매뉴얼에도 적혀 있을 정도라면 신뢰성은 높을 것이다.

그보다 자살에 가까운 방법이라고 호들갑을 치던 것에 비해서는 맥이 탁 빠질 정도로 단순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요란을 떨 정도는ㅡ

생각하는 순간.

쿵!

세상이 한 차례 진동했다. 주차장에 서 있던 이들이 몸을 휘청거리고, 관리국 요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경비원을 더욱 재촉한다. 체칠리아와 이안은 병원의 위쪽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기척에 눈을 부릅떴다.

‘……뭔가.

뭔가가 온다.

병원의 위쪽. 비상구의 밖.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무언가가, 주차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콰가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