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6 KiB
밖에서 몰려오는 환자들만 조심해야 할 것도 아니었다. 당장 병실 밖에서 뛰어오는 간호사의 발소리가 미친 듯이 들려왔다. 가만히 죽치고 있으면 금방 포위당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그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깨에 산탄총 탄띠를 맨 박희수가 담배를 입에 물고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 길은 나랑 거기 수녀가 뚫는다! 마법사는 이 병원을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준의 마법이나 준비해!”
박희수는 정확한 자세로 샷건을 견착하며 소리쳤다. 이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무슨 이 세상이 던전 앤 드래곤인 줄 아나? 난 어디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처럼 불이나 번개 같은 거 못 쓴다.”
“뭐? 내가 본 마법사는 사람 몸에 강제로 불을 붙이고 지랄을 하던데?”
“……대체 뭔 마법사냐 그건.”
“인체자연발화 사건, 몰라? 도시 한복판에서 어떤 미친놈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보고가 들어와 진압하러 갔는데, 그 자리에서 관리국 요원은 통째로 소사(燒死). 역으로 관리국 건물로 쳐들어와서 사무직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그 사건을 모른다고?”
대충 들어도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다. 인체자연발화 사건이라는 걸 커뮤니티에서 보기는 했지만, 설마 저런 비하인드가 있는 줄은 몰랐다.
‘사람에게 강제로 점화시킬 정도의 마법사라면…… 그 대가가 가히 상상도 안 가는데.’
마법은 만능의 힘이 아니다. 기적을 부리는 게 가능하지만, 그 기적을 부리기 위한 대가도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당연히 마법의 위력이 크면 클수록 대가도 더욱 많아지고, 그걸 얼마나 빠르게 준비하며 사용할 수 있느냐가 마법사의 경지를 좌지우지한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몸을 순식간에 불태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는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대가로 뭘 줬는지는 몰라도, 관리국 요원을 순식간에 죽여버릴 정도라면 필시 숙련된 마법사일 터.
이제는 죽어버려서 물어볼 수도 없게 되었지만, 괜히 흥미가 동했다. 이안은 여기서 나가면 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겠다 다짐하며 마도서를 교체했다.
파앗.
그의 손아귀에 새하얀 마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마도서를 두 개 가지고 있다는 걸 들켜서 좋을 건 없었기에, 곧바로 재창조의 손길을 코트 안주머니에 숨겼다. 그리고 누워있는 환자들에게 다가가 재창조의 마법을 발동했다.
“새롭게 태어나라.”
우드득!
발작하던 환자들이 그대로 완자가 되어 압축된다. 미끈거리는 감촉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소재 확보는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모조리 가방에 쑤셔 박는다.
할 건 해야지.
“…….”
이안이 환자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을 본 체칠리아의 눈이 순간 동그랗게 뜨였지만, 곧 병실의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박희수는 밀고 들어오는 간호사의 면상을 응시하며 씩 웃었다.
“어이, 아가씨!”
“환자분! 움직이시면 안 됩ㅡ”
“그동안 돌봐줘서 고맙다!”
철컥!
박희수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눈가를 호선으로 굽혔다.
“이건 내 사랑!”
타아아앙!!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샷건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날아간 납탄들이 밀려오는 간호사들의 머리를 으깨버리고, 벽에 처박았다. 피가 흥건하게 번져 이안과 체칠리아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
일반적인 산탄총과는 위력 자체가 다르다. 총탄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대포를 쏜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화력. 아마 관리국 차원에서 직접 개조를 마친 물건이겠지.
“하하하! 가자!”
박희수가 고깃덩어리가 된 간호사를 밟으며 소리쳤다. 이안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쓰러진 간호사들을 챙길 수 있는 대로 챙기고, 그를 따라 움직였다. 체칠리아가 이안을 지나쳐 앞장서서 달리는 박희수와 나란히 섰다.
“왼쪽 나. 오른쪽 너.”
“오우, 좋군! 그런 지시 참 마음에 들어!”
박희수가 씩 웃으며 오른쪽 모퉁이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체칠리아는 장난스러운 분위기 하나 없이, 왼쪽에서 튀어나온 괴이에게 기꺼이 왼팔을 내어주고, 놈의 눈에 단검을 꽂아 넣어 뇌까지 헤집었다.
까드드득!!
끔찍한 소리와 함께 괴이의 몸이 축 늘어진다. 체칠리아는 곧바로 절단된 팔을 그대로 두고, 쓰러진 괴이의 몸 위로 올라가 밀려오는 놈들을 향해 사격했다.
타다다당!
총구가 연속으로 불을 뿜으며 총탄을 쏟아붓는다. 그 순간, 복도의 저편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절단상 발견.”
외과의사였다.
그는 새하얀 가운을 펄럭이며 정확히 체칠리아를 노려보고 입가에 침을 질질 흘려댔다.
“수술 개시.”
스릉.
놈이 주머니에 있던 메스를 꺼내 들고 길쭉한 혓바닥을 늘어뜨렸다. 체칠리아가 그 모습을 보다가, 갑작스러운 정신 이상 증세에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의 목구멍에 단검을 처박았다.
“커헉!”
그녀의 입에서 피가래가 끓는다. 호흡이 순간 멈추고, 찔린 경동맥에서 피가 줄줄 쏟아진다. 온몸이 창백하게 식어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그것으로 정신이 다시 각성 된다. 체칠리아는 단검을 뽑아서 억지로 입에 물고, 로사리오를 손에 쥐며 기도했다.
그와 동시에 모든 상처가 회복되었다. 그녀는 물고 있던 단검을 다시 손에 쥐며, 입에 고인 피를 퉤 뱉었다.
“나의 의사는 오직 주님뿐일지니, 악에서 기어오른 것들아. 나의 몸에 손을 댈 생각조차 하지 말아라.”
체칠리아가 입가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고, 단검을 투척하며 양손에 권총을 쥐었다.
“자애로우시나 자비롭지 아니하시고, 구원해 주시나 구원을 주시지는 않으니, 감히 신의 뜻이라. 나는 그분의 대리자이자 종일지니, 악 된 것을 정화하고 세상에 그분의 뜻을 설파하리라.”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내뱉은 그녀가 권총을 교차하고 그대로 발포했다. 오른쪽에선 요란한 산탄총 소리가, 왼쪽에선 무언가 씹히는 소리와 끊임없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은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뒤를 응시했다.
‘몰려오는군.’
두 사람이 전위로서 길을 열어주는 건 좋다만, 꼴을 보니 뒤쪽까지 막아줄 여유는 없어 보였다.
하는 수 없다. 이안은 리볼버를 손에 쥐고, 차분하게 밀려오는 이들의 머리를 터트렸다.
탕! 철컥, 타앙!
실린더가 돌아가며 총구가 불을 뿜는다. 그렇게 여섯 발을 모두 소진. 재장전하는 대신, 미련 없이 리볼버를 홀더에 집어넣고 벽에 손을 짚는다.
“새롭게 태어나라.”
우드드득!
벽이 길쭉하게 늘어나며 뒤쪽 복도가 완전히 막혔다. 이로써 뒤쪽의 안전은 확보되었지만, 후퇴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좋았다. 이안은 쓰라린 목을 쓰다듬으며 심해견문록을 펼쳤다. 피 안개를 터트리며 열린 마도서 속에서, 지금 상황에 사용하기 가장 좋은 소환수를 찾아 헤맨다.
먹이는 걱정할 필요 없었다. 자그마치 66층으로 이루어진 병원이다. 층 하나만 돌아다녀도 굶주림에 허덕이지는 않을 테니, 대가는 신경 쓰지 않고 적당히 강한 놈으로만 선별한다.
‘이걸로 간다.’
결정을 내린 그가 복도의 한중간에 앉아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희수와 체칠리아는 이안이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곁으로 달려왔다.
“큰 거 한방이냐? 큰 거 한방이냐고!”
“빨리, 빨리, 빨리.”
두 사람에게서 짙은 혈향이 후욱 풍겨왔다. 체칠리아는 괴이와 자신의 피를 구분하지도 못한 채 흥건히 젖어있었고, 박희수도 그리 멀쩡한 꼴은 아니었다. 어깨뼈가 훤히 드러난 것을 보니 통째로 씹어 먹힌 모양이다.
아무리 물리력이 통하는 괴이라고 한들, 물량을 쏟아부으면 상대하기 껄끄러워진다. 심지어 대응과도 아닌 정찰과 인원이 산탄총만 가지고 그들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체칠리아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지만, 입은 부상으로만 치면 그녀가 훨씬 심할 것이다. 지금이야 멀쩡하지만, 재생능력이 없었다면 이미 진즉에 사망했을 터.
다만 사망하지 않았으니, 문제는 없다.
이안은 두 사람의 재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을 들여 마법진을 완성, 그 위로 챙겨온 괴이의 살점을 무려 7개나 올려두고 주문을 외웠다. 자신의 피를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대, 위대한 자의 눈이자 감시자이며 등대여. 그분의 대리자이자 동반자인 내가 명하노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어 나를 위한 눈과 작살이 되어라.”
주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복도 내부에 피 안개가 퍼졌다. 철분 냄새와 바다 특유의 비린내가 섞인 안개. 체칠리아와 박희수가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움찔 떨고, 이안이 창문 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
[…….]
거대한 눈동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새빨간 눈동자에 오로지 그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비칠 뿐이다.
통칭 ‘감시자’.
거대한 해파리 형태의 생물이자, 거대한 눈동자 하나를 지닌 외해의 포식자.
그것이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도 그것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시선 교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감시자의 눈동자가 살짝 깨지며 누군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후.]
그건 소녀였다.
머리카락의 색이나 이목구비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소녀의 얼굴이라는 건 명확했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감시자의 동공 속에서 피어나고, 구부러진 눈가가 미소를 그리며 미끄러지듯이 흘러내린다.
“……우웨엑!”
“흐으, 하으…… 전능하신 아버지시여, 부디 우리를 지켜주시고…… 크흐읍……!”
소녀의 등장과 함께 박희수와 체칠리아가 몸을 덜덜 떨며 발작하기 시작했다. 괴이들도 몸이 무언가에 구속된 것처럼 굳어버리고, 호기롭게 걸어오던 외과의사 또한 메스를 쥔 채 전신을 떨어댔다.
오직 이안만이 멀쩡했다.
[……아하하.]
소녀는 그를 탐닉하듯 끈적하게 응시하다가, 희미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 소리는 이안의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소녀의 모습이 감시자의 눈동자에서 사라졌다. 깨졌던 동공도 멀쩡하게 돌아왔고, 핏빛의 홍채에는 오직 이안의 모습만이 비쳤다.
“……크흡, 카학! 바, 방금 뭐였어, 이 시발…….!”
박희수가 이안을 노려보며 손을 더듬는다. 이안이 그에게 대답하려던 찰나, 병원의 외벽을 뚫고 길쭉한 촉수들이 들어왔다. 촉수는 이안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괴이들을 향해 쏘아져 그들을 꿰뚫고 으스러뜨렸다.
“이건……?!”
외과의사가 꿈틀거리는 촉수에 당황했다. 그는 메스로 촉수를 쳐내며 허공을 향해 외쳤다.
“위대한 분이시여! 우리는 절대 그러한 의도가 없었음을ㅡ”
콰직!
천장에서 떨어진 촉수 다발에 그의 몸이 수십 등분으로 으깨졌다. 핏물이 후드득 떨어지고, 촉수 끝에 달린 아가리들이 다음 먹잇감을 찾아 침을 질질 흘려댄다.
“……시발. 이게 뭐야.”
박희수가 그 모습을 보고 혼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체칠리아는 정신을 차리느라 반쯤 잘라낸 혀를 재생하며, 박희수를 발로 걷어찼다.
“정신 차려! 움직여!”
“……저런 걸 소환할 수 있으면 그게 더 이상 인간이냐……?”
“관리국!”
“들려, 이 시발 예수쟁이년아! 그래, 움직이자! 비상구! 비상구로 간다!”
박희수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산탄총을 들고 달려간다. 체칠리아가 그의 뒤를 따르며 이안을 돌아보았다.
“마법사!”
“……간다.”
이안은 자신을 응시하는 감시자의 시선을 느끼며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꿈틀거리는 촉수가 병원의 천장과 벽을 무너뜨리며 모든 층에 있는 괴이는 물론이고 환자들까지 먹어 치운다.
시뻘건 피가 병원 내부를 적시기 시작했다.
인천의 폐병원. 요한종합병원이라 적힌 건물 앞. 대응과 3팀 멤버들은 빠르게 장비와 상태를 점검하고, 병원의 입구에 손을 얹었다.
“진입한다. 명심해, 안에선 절대 상처를 입어서도 안 되고 먹을 걸 먹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관리국 요원이 아니라 형제자매들이야.”
“알겠습니다.”
김이서의 대답에 여울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의 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총 5인으로 이루어진 팀이 여울을 앞장세워 병원의 로비로 들어간다.
한 발짝 옮길 때마다 풍경이 변화한다. 뒤로 펼쳐져 있던 나무나 풀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핏빛의 하늘과 공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 하나 없고, 관리조차 되어있지 않던 병원 내부가 깨끗하게 변화한다. 그와 동시에 간호사를 몸에 꽂은 촉수들이 사방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머리가 잠깐 멍하게 바뀌었다.
간호사를 끼운 채 돌아다니는 촉수? 그런 건 보고서에서 못 봤는데?
모든 인원이 그리 생각한 찰나, 그들이 들어온 입구 쪽에서 환자들이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처할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환자들 속에 섞인 당황한 얼굴로 허우적거렸다.
“이, 이게 뭐야아아아!!”
“침착하게 대응해라! 돌발상황이다!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죽는다!”
“민아야! 막내 챙겨!”
“네, 네에……!”
“이 시발……!”
각기 다른 반응을 내비친 요원들이 결국 무력 수단을 꺼내든 것과 동시였다.
콰아아앙!!
돌연 비상구의 문이 열리며 전신에 불이 붙은 환자가 뛰어나왔다.
“살려줘어어억!! 살려줘어우어어어억!!”
콰지직!
그를 따라 비상구에서 흘러나온 촉수 다발들이 놈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렸다. 촉수 안쪽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촉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찾아 꿈틀거렸다.
그런 촉수들 뒤로 이안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자들에게 휩쓸려 허우적거리던 박민아가 박희수의 얼굴을 확인하고 크게 소리쳤다.
“오빠!”
“……어! 민아냐?!”
박희수.
3팀 요원들의 목표이자 이 병원에 있던 유일한 생존자. 그의 목소리를 들은 요원들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가고, 그의 곁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포착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김이서가 이안의 얼굴을 확인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편의점 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