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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통칭, ‘요한종합병원’. 최근에 등장한 신종 공간 침식형 괴이로, 투입된 정찰과 요원들은 모두 실종되었다. 사실상 잡아먹혔다고 보는 게 맞겠지.”

관리국 대응과 3팀의 사무실.

박물관 작전에 나간 팀장을 대신하여 가장 경력이 많은 요원 한 명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사라진 인원은 총 다섯. 생명 신호가 끊어진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우리 임무는 그 사라지지 않은 정찰과 요원들의 구출이다.”

“구출 업무군요. 그럼 굳이 병원에 있는 괴이들과 대치할 필요는 없는 겁니까?”

김이서가 물었다.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긁어 부스럼을 일으킬 이유는 없다. 이번 작전은 토벌이나 해결이 아니야. 신비의 특성을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괜히 영웅심 부리다가 돌발행동을 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 점 명심해라.”

요원의 가슴팍에 달린 여울이라는 이름의 명함이 전등을 받아 반짝거린다. 팀의 막내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병원의 위치는 인천 외곽에 있는 폐병원이다. 하지만 이건 고정된 위치고, 다른 평범한 병원에서 갑자기 요한종합병원으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 일반인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 방식으로 병원에 갇혔다.”

“대부분이라는 건, 나머지는 직접 폐병원으로 걸어 들어갔다는 소리네요?”

“인플루언서들이 그렇지.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여울은 고개를 저으며 PPT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폐병원의 겉모습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이 감도는 낡은 건물이다. 병원의 지붕에는 십자가가 달려 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음에도 응급실의 빛은 환히 반짝이는 중이다. 창문 너머로 환자들과 간호사, 의사들의 모습까지 보인다.

다만 그들의 외형은 평범함과 거리가 멀었다. 단순히 실루엣만 보이고 있음에도 설명할 수 없는 역겨움이 느껴졌다.

머리 대신 지렁이 같은 촉수를 달고 있는 환자. 머리가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간호사. 환자의 몸을 붙잡고, 그 육체를 뜯어먹는 의사…….

어딜 어떻게 보아도 정상적인 병원은 아니었다. 애초에 병원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이상 현상이었다.

“지금까지 관측된바, 해당 종합병원에는 외과의사, 정형외과 의사, 내과의사, 그리고 신경외과 의사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들의 특성과 외형까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과의사는 조심해야 한다. 마주쳤다는 보고가 올라온 즉시 그들의 생명 신호가 끊어졌다.”

“……음.”

“나머지 의사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을 거다.”

딸깍.

여울이 PPT 화면을 한 번 더 넘겼다.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응급실이라는 글자가 모니터에 가득 들어온다.

“병원에 입장하는 복장은 사복이어야 한다. 우리처럼 정장을 입거나, 지정된 유니폼을 입으면 안 돼.”

“왜죠?”

“정장을 입으면 병원은 우리를 경비원으로 인식한다. 그럼 그 즉시 병원의 일부분이 되는 거야. 탈출은 불가능하다. 첫 번째 정찰과 요원이 알아낸 사실이지.”

“…….”

“그렇다고 간호사, 의사 복장으로 갈 수도 없다. 평범하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사복을 입고 보호자인 척을 해야 해. 이해했나?”

여울의 물음에 김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다행이군. 나머지는 정보는 이동하면서 알려주지. 여기, 알아낸 규칙들의 복사본을 준비했으니 각자 받아서 파악하고 있어라.”

여울이 미리 뽑아둔 정찰과 요원들이 필사한 규칙서 복사본을 3팀 멤버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각자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도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한다. 절대 병원에 있는 괴이들을 자극하지 마라.”

체칠리아는 혼자서 치킨 다섯 마리를 처먹었다. 가히 압도적인 위장의 용량에, 이안은 숫제 괴물을 보듯이 그녀를 응시했다. 하지만 체칠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람쥐처럼 치킨을 먹으면서 입을 오물거렸다.

그렇게 보육원생들과 주임사제, 수녀님과 함께한 식사를 끝내고.

이안과 체칠리아는 입원한 원생이 있는 종합병원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아직 1월이라서 바람은 차가웠고, 기온은 쌀쌀했다.

한국 겨울에 비해 비교적 온화한 이탈리아 겨울만 겪었던 체칠리아는 코를 훌쩍거리며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이 슬쩍 물었다.

“추워요?”

“네. 한국 너무 추워요. 로마가 그리워요.”

“교황청이 로마에 있어요?”

“네.”

체칠리아가 장갑 낀 손을 꼼지락거리며 대답했다.

“따뜻해요. 로마. 여기 너무 추워요.”

“한국이 좀 춥기는 하죠. 여름에는 덥고요.”

“끄잉.”

“그보다 말하는 거랑 달리 듣는 건 잘 알아들으시네요. 따로 듣기 공부라도 하셨어요?”

“아, 네. 일주일. 한국어가 가능한 시스터에게 속성 강의 받았어요. 그리고 방금 그 시스터한테도 추가로 배웠어요.”

고작 일주일 동안 배우고, 회화를 며칠 한 것만으로 이 정도 실력을 보이는 건가.

원래부터 언어에 재능이 많았던 모양이다. 크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서, 이안은 대충 고개만 끄덕여주고 할 말을 골랐다.

‘대놓고 신비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안 돼. 그랬다간 관계자라는 게 들킨다.

교황청이 직접 파견을 보낼 정도로 신앙심이 투철한 수녀다. 그런 그녀가 신비의 존재를 정말 모르고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어떠한 사유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지내고 있는 것일 터.

그 사유가 정말 성당들을 조사하기 위함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겉으로 드러나는 명분일 뿐이지, 사실은 전혀 다를 것이다.

그녀의 목적이 뭔지는 이안도 짐작 가는 바가 거의 없었다. 억지로 추측해 보자면 한국에 들어온 흡혈귀 귀족 처리나, 종교적인 무언가, 혹은 부산에 나타났던 성직자 사칭범을 잡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말 그대로 추측들이라 신빙성은 없다. 이안은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둔 담뱃갑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굴렸다.

‘바티칸의 정보를 파헤치는 데 신비랑 엮였다는 건 또 숨겨야 하고…… 어렵군. 차라리 가는 길에 신비랑 엮이는 일이 발생하면 연기하기도 수월할 텐데.

공동묘지 문화가 발달한 동양이라 한국에는 생각보다 잡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안은 마법사의 기운에 이끌린 잡귀 한 마리가 제발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잡귀는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하여튼 필요할 때는 안 나오고, 필요 없을 때만 득실거리는 놈들이었다. 이안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체칠리아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다.

“담배 하나만 피우고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번호표 뽑고 기다려 주세요.”

“아, 네.”

체칠리아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병원 내부로 들어간다. 이안은 병원의 흡연장으로 들어가 능숙하게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흡연장 내부에는 몇몇 중년분들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안도 적당히 빈자리에 앉아 투명한 창문을 보며 연기를 뱉어냈다.

“후우…….”

창문 너머로 병원의 이름이 비친다.

메리골드종합병원.

어렸을 때부터 자주 신세를 진 병원이었다. 건물은 좀 낡았지만, 시설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의사들도 전부 가톨릭 신자들이라 친절한 편이었고.

괜히 수녀님이 이곳으로 자주 아이들을 보낸 게 아니었다.

이안은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고, 휴대폰을 꺼내서 수녀님이 알려준 아이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은 김소연. 나이는 10살에, 입원한 이유는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 및 후유증 치료. 병실은 306호.

그 이외의 특이 사항은 없었다. 이안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꺼트리고, 흡연장 앞에 놓아둔 탈취제를 몸에 칙칙 뿌렸다. 그리고 병원 내부로 들어갔다.

미리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대기하고 있던 체칠리아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안은 그녀와 친분을 쌓기 위해 병원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마실 걸 사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핫초코 좀 사 왔는데 드세요. 따뜻할 거예요.”

“앗, 감사합니다.”

체칠리아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핫초코를 받아 홀짝거렸다. 이안이 그녀의 옆에서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켰다.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안내데스크 쪽 번호가 계속 바뀐다. 그럴 때마다 병원 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이윽고 체칠리아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내데스크로 걸어갔다. 이안이 뒤따랐다.

“안녕하세요. 어떤 걸 도와드리면 될까요?”

“아…… 그? 문안? 병…… 문안?”

“김소연이라는 아이를 면회하러 왔습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에요.”

어색하게 중얼거리는 체칠리아를 대신해서 이안이 말했다. 안내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것저것 확인하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김소연 어린이는 지금 306호에 있어요. 의사 선생님 경과보고를 들으러 오신 것 같은데, 거기서 기다리시면 곧 가실 거예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안과 체칠리아는 안내원에게 고개를 숙여주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녀는 여전히 핫초코를 야금야금 홀짝이는 중이었다.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모양이었다.

‘고양이 혀인가 보네.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 순간이었다. 돌연 엘리베이터에 적힌 층수가 미친 듯이 바뀌기 시작했다.

“……!”

1층에서 옥상. 그리고 지하에서 5층.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온갖 층을 오간 엘리베이터의 붉은 전등이 마구잡이로 요동친다. 단순히 고장 난 거라고 하기에는 바뀌는 속도가 이상하게 빨랐다. 또한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무언갈 빠르게 이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이상함을 감지한 체칠리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뀐다. 그녀는 들고 있던 핫초코를 몇 모금 더 마시고, 근처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정확하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빈 컵을, 쓰레기통 안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붙잡고 우그러뜨린다.

“……Cazzo.”

그 모습을 본 그녀가 이탈리아어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둔 길쭉한 십자가를 꺼냈다. 이안도 겉으론 당황하는 척하면서 가방을 고쳐 맸다.

그 순간,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천장에 인간의 팔이 아래로 축 늘어진 채 달려 있었다.

팔 끝에 달린 손바닥에 뾰족한 이빨들이 빼곡히 박혀있다. 그것들은 엘리베이터 외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닫혀 있던 아가리를 쩍 벌렸다.

“요.”

“한.”

“종.”

“합.”

“병.”

“원.”

“에.”

“어.”

“서.”

“오,”

“세.”

“요.”

콰가가각!!

각기 다른 말을 내뱉은 손들이 돌연 서로의 살점을 거칠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한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혈향이 번져왔다. 체칠리아는 이안의 손목을 콱 붙잡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따라와요. 나 놓치지 마세요. 지켜줄 거예요.”

“……수녀님이요?”

이안이 최대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체칠리아가 십자가의 길쭉한 부분을 손으로 당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쥔 십자가는 단검이었다. 예수님의 하반신이 그려져 있던 칼집이 바닥을 나뒹굴고, 그녀가 날 서린 단검을 역수로 쥐며 이안의 손을 붙잡았다.

“나 강해요. 설명 나중에.”

“아, 아니, 그보다 저거 뭐예요? 몰래카메라, 뭐 그런 거예요?”

“아니, 실제상황. 우리 큰일 났어요. 일단 도망ㅡ”

“어머.”

그녀가 말을 잇던 찰나, 그녀의 뒤쪽 복도에서 무언가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그건 어지간한 사람만큼 거대한 벌레 대가리였다. 놈의 새빨간 눈동자에 이안과 체칠리아의 모습이 비치고, 아가리에 달린 날카로운 갈고리 형태의 털들이 사사삭 하는 소리를 내며 떨린다.

“여러분, 엘리베이터 왔어요. 타셔야죠.”

벌어진 놈의 아가리 속에서 피와 장기 덩어리들이 후드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