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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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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이안과 유나는 당연하다는 듯 요원들에게 가명을 알려주었다. 다행히 의심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두 분은 테마파크를 직접 찾아온 겁니까?”

“네, 네. 휴가를 맞아서 같이 왔는데, 갑자기 눈을 뜨니까 테마파크였어요.”

이안이 김이서의 물음에 대답해 주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일단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여러분들이 찾아와주셨어요. 진짜, 진짜 감사해요……!”

“아닙니다. 지금까지 잘 버티셨어요.”

김이서가 훌쩍거리는 이안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이안의 가면 속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안 좋군.

관리국과 같이 움직이는 것?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이젠 무를 수도 없게 되었다. 갑자기 도주하면 이상하게 볼 게 뻔했다. 최악의 경우, 돌발상황에 대처하겠답시고 제압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게 된 이상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수밖에.

“…….”

숙인 고개를 슬쩍 돌려 유나를 응시한다. 그녀는 언제든지 기타 케이스 안에 넣어둔 지팡이를 꺼낼 수 있도록 대비하며, 이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그걸 계획을 자신에게 맡긴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혹시 몰라 팔뚝에 글자를 적어 맞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계획을 맡긴다는 뜻은 긍정적으로 보면 신뢰한다는 뜻이지만, 나쁘게 보면 책임 전가였다. 이안은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다. 그녀가 계획을 세우게 놔뒀어도, 나 나름대로 다른 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렸겠지.

과도하게 신중한 성격은 소통이 불가능해질 때 오히려 독이 된다. 매끄럽게 흘러가야 할 합주에 무심코 불협화음을 끼얹어 버리니까.

서로 알지 못하는 계획을 개개인이 품고 있을 바에야 전적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게 훨씬 나은 건 사실이다. 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요원들을 슥 둘러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는 건…….

불가능. 판단은 빠르게 내린다.

관리국 요원들을 무작정 죽여버리는 건 자충수다.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도 없고, 그게 가능할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도덕적인 영역에서도 살인이 꺼려지는 건 사실이지만, 유일한 수단이 그거라면 이안은 망설이지 않고 해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단순한 살인으로 무마될 만큼 단순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제외. 무턱대고 적대하는 것보다는, 지금 관계를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보호자와 피보호자라는 역할은 기본적으로 독이지만, 때로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당장 이안과 유나가 해결해야 할 놀이기구는 하나뿐이었다. 피보호자로서의 인형극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남은 하나를 안전하게 클리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이대로 그들의 도움을 받아 놀이기구를 하나 더 클리어하고, 의도적으로 귀신의 집으로 유인해서 시간을 끈다. 그 틈을 타 타워로 직행. 관리자를 죽인 뒤 심장을 뽑는다.

즉석에서 뽑은 계획이기에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부족하지도 않았다. 허술한 부분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될 것 같았다.

‘좋아.

생각을 마친 이안이 손가락을 천천히 풀었다.

저 멀리, 풀숲에 던져놓은 마도서의 기척이 느껴진다. 품에 넣어둔 리볼버의 차가운 감촉이 선명하다.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사용한다. 망설이다가 자빠질 바에야, 자기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게 훨씬 낫다.

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동자를 차갑게 벼렸다.

관리국 요원들은 테마파크의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혹시나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찍히는 것은 무수히 많은 괴이들 뿐이었다. 살아있는 생존자는 하나도 없었다. 장치의 탐색 범위를 늘려도 결과는 여전했다.

결국, 미르가 한숨을 내쉬며 지시를 내렸다.

“……일단 탐색은 포기합니다. 우선 놀이기구 3가지를 탑승해서 탈출구부터 확보합시다.”

“예.”

그녀의 지시를 따라 일행의 목적지가 변경되었다.

찾아간 곳은 [버스터의 열차].

천천히 움직이는 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쫓아오는 좀비와 귀신을 직접 사격하여 처리하는 방식의 놀이기구였다. 다만 사격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해야 한다는 정신 나간 조건이 달려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어트랙션이지만, 이곳에는 관리국 요원만 5명이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총기의 개수는 그보다 더 많았고.

덕분에 결정은 빠르게 내려졌다.

“이걸로 하죠. 모두 탑승하세요.”

“두 분은 지키기 쉽도록 중앙에 앉아주세요. 다른 전방위는 저희가 커버할게요.”

미르가 롤러코스터의 선두에 서서 검을 뽑아 들고, 김이서가 이안과 유나를 중앙 자리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자리에 앉았다.

나머지 요원들이 각자 챙겨온 무기를 꺼내 들고 표정을 날카롭게 굳힌다.

권총부터 시작하여 돌격소총, 산탄총 등. 화력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총기들이 차가운 금속 특유의 분위기를 뽐내며 장전된다.

[우리 열차 출발합니다! 모두 잡아먹히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철컥, 드드득…….

안내 방송과 함께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익스트림한 놀이기구가 아니라서 추락하고 올라가는 구간은 없다. 계속해서 평지만 내달리는 구조다.

하지만 그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차라리 전력 질주를 하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느릿느릿했다.

이런 상태에서 괴이가 쫓아온다라.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안도 관리국 요원들과 함께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굳이 이 어트랙션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리볼버를 지니고는 있었으나, 그걸로는 쏟아지는 물량을 막아낼 수 없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관리국 요원들에게는 충분히 막아낼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철컹!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돌연 뒤쪽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닥이 덜덜 진동하기 시작했다.

“크에에엑!!”

고개를 돌려보니 기이한 몰골의 좀비와 귀신들이 미친 듯이 팔다리를 휘저으며 롤러코스터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관리국 요원들은 기괴한 그들의 모습에도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사격.”

그리고 미르의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총탄을 쏟아부었다.

타다다다당!!!

잿가루가 담긴 탄환, 은탄, 납탄 등. 다양한 수단에 사용할 수 있는 가지각색의 탄환이 밀려오는 좀비를 향해 쏟아졌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총성이 가득 퍼진다. 이안은 눈을 찌푸리고 무섭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저희가 지켜드릴게요!”

옆에서 김이서가 뭐라 뭐라 떠드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 총성 때문에 딱히 들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녀도 사격에 열중하느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유나와 소통해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이안은 곧장 자신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나의 손을 가져와 글자를 슥슥 적었다.

갑작스러운 터치에 몸을 움찔 떨었던 유나는, 문장이 이어질수록 점점 침착하게 변해갔다.

[이거 끝내면, 곧장 귀신의 집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내가 길을 뚫을 테니까 따라와.]

[응.]

유나의 확답을 들은 이안이 숨을 길게 토해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달리던 열차가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김이서가 가장 먼저 내려 이안과 유나를 챙겼다.

“이쪽으로 오세요.”

“네, 네.”

이안이 먹먹한 귀를 양손으로 막으며 그녀를 따랐다. 유나도 어정쩡하게 그를 따라 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테마파크 관람 되세요!]

모든 인원이 롤러코스터에서 내리자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미르가 혀를 쯧 차고 모두를 돌아보았다.

“첫 번째 기구를 클리어했습니다. 다음으로 갈 곳은…….”

“귀, 귀신의 집은 어떠세요?”

유나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유나는 자신을 향해 돌아가는 미르의 시선에 무섭다는 듯 몸을 움찔 떨면서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조, 조건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길도 되게 쉬운 곳이에요. 저, 저희는 들어가려다가 무서워서 포기했지만, 여러분들이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까?”

“네, 네…… 아, 무, 무례했다면 죄송해요.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어요…….”

“아닙니다. 그보다 귀신의 집이라…… 음. 출구로 향하는 최단 루트의 중앙에 있군요.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미르가 부드럽게 웃으며 펼쳤던 책자를 접었다.

“다만 들어가는 건 저희가 한번 판단해 본 뒤 결정하겠습니다.”

“네, 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그럼 움직이도록 하죠.”

미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관리국 요원들이 그녀를 뒤따르고, 이안과 유나가 눈빛을 교환한 뒤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일행이 귀신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들은 마치 큐브 같은 귀신의 집 외형을 보며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상하게 파도치는 듯한 형태의 외벽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벽이 왜 이러지? 안쪽에서 누가 뭔 지랄이라도 한 건가?”

“그건 아닐 것 같은데요. 그랬으면 벽이 부서져야지, 저렇게 출렁거릴 수가 없습니다.”

“무슨 단서 같은 걸까.”

“모르겠군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상철과 그의 팀원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귀신의 집 규칙을 모두 읽은 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략하기 어려운 곳은 아닙니다. 생명 반응 추적 장치가 있는 이상 살인귀나 괴이를 피해 다니는 것도 쉽게 가능할 것 같고요.”

“내부 지도는 관리국 지급 물품을 쓰겠습니다. 일회용이지만,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죠.”

박지아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녀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양피지 하나를 꺼내고 미르를 올려다보았다.

“펼치면 약 30분 동안 소유주를 중심으로 주변 지도를 그려주는 물건입니다.”

“좋습니다. 박지아 요원 말대로 확실하게 가도록 하죠.”

미르는 허리춤의 검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일행을 불러 모았다. 귀신의 집 규칙을 읽어본 그들은 모두 할 만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며 무기를 꼬나 쥐었다.

“진입합니다.”

곧 그들이 귀신의 집 내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안과 유나는 이번에도 그들의 중앙에 끼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쾅!

활짝 열렸던 귀신의 집 문은 일행이 모두가 들어온 순간 닫혔다. 박지아가 망설임 없이 손에 쥔 양피지를 펼쳤다.

즈즈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양피지 위로 지도가 그려진다.

그렇게 지도를 확인한 찰나.

“……어?”

그녀의 입에서 멍청한 외마디가 튀어나왔다. 상황이 이상해진 걸 직감한 미르가 검을 뽑으며 박지아의 옆으로 이동했다.

“무슨 일입니까, 박지아 요원.”

“아, 그게 큰 일은 아닙니다. 다만 길이 좀…… 너무 심각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던 미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박지아의 말대로, 길이 상당히 단순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이건 단순하다는 수준이 아니다. 그냥 일직선으로 쭉 가기만 해도 출구가 나오는 구조였다. 살인귀나 괴이는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

인간을 잔인하게 해체하는 괴현상의 일부분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무식한 구조. 미르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지도를 응시했다.

“아.”

그리고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생명 반응 탐지 장치에 찍히는 괴이들의 위치들이 정확히 벽에 딱 붙어 있습니다. 살인귀로 보이는 가장 덩치가 큰 놈은 저희가 움직이는 대로 벽에 붙어서 따라오는 중이고요.”

“……아, 미르 요원 말씀대로입니다. 지금 이 복도의 벽 너머에 괴이가 수십 마리 이상 달라붙어 있어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미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이 귀신의 집 구조는 자연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임의로 개조한 겁니다.”

“……누가요?”

“아마 마법사일 겁니다. 그들이 먼저 이곳에 왔다가 간 모양이군요.”

“……허. 대체 언제…….”

미르는 중얼거리는 박지아의 말을 일단 무시하고, 자신들과 함께 걸어온 두 남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서연 씨, 그리고 강형태 씨. 혹시 이전에 귀신의 집에 방문했을 당시, 이상한 사람을 발견ㅡ”

미르의 목소리가 도중에 끊어졌다.

외부의 개입이 있던 것이 아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본 풍경이, 마도서를 쥔 남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판단은 빨랐다. 그녀는 곧장 손에 쥔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새롭게 태어나라.”

으드득!!

이안이 벽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우는 순간, 벽이 옆으로 뻗어오며 두 사람과 관리국 요원들 사이의 공간을 분리했다.

그대로 아예 다른 루트를 또 하나 개척.

출구가 아닌, 입구 쪽 벽에 구멍을 만든 그가 테마파크 거리로 뛰쳐나오며 유나를 향해 외쳤다.

“타워로 달린다. 뛰어!”

“으, 응!”

유나가 기타 케이스를 품에 안고 그를 따라 달렸다.

목적지는 타워.

관리자의 심장을 뽑아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