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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로 진입하는 순간, 관리국 요원들을 맞이한 것은 기괴한 풍경이었다.
핏빛의 하늘과 얼룩진 테마파크 입구. 머리에 동물 대가리를 접합해 놓은 직원. 팔을 뜯어 풍선을 건네주는 광대와 바닥에 붉은색 카펫을 그리고 나아가는 애벌레 등.
존재 자체만으로 공포스러운 것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하지만 요원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치고, 각자 태세를 가다듬었다.
“안쪽, 시간의 흐름이 외부와 다릅니다. 시계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중이에요.”
박민아가 말했다.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이 아닌, 괴현상과 현실의 시간 격차를 알아내는 회중시계. 그 분침과 초침이 빠르게 회전한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곳의 시간이, 바깥보다 더 빠르다는 거지.”
“네. 이곳의 5분이 밖에서는 몇 초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정찰과 인원들도 사실상 15분 만에 죽은 건 아니겠군. 안에서 제법 긴 시간을 버텼겠어.”
5팀의 요원, 박상철이 혀를 쯧 차며 산탄총을 손에 들었다. 김이서도 건케이스를 열어 허리춤에 권총 두 자루를 장착했다.
“박민아 요원, 매뉴얼 작업 시작하세요.”
미르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박민아가 단말기를 손에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 하나가 강제로 납치되는 탓에 곧바로 진입하기는 했으나, 내부의 풍경을 보는 순간 다급함은 사라졌다.
팀원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먹통이었다. 대원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환경이 이런 이상, 아마 높은 확률로 이미 죽어서 이 공간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위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는 없었다.
시체 확보도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목적이 더욱 중요했다.
대응과의 업무는 괴이 사건의 해결, 혹은 공략법의 작성이다. 현장에 투입된 인원 중 가장 권한을 많이 가진 요원의 뜻을 따라 2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가진 권한이 많은 것은 6팀의 미르였다.
“현재 인원으로는 공략 불가능합니다. 이런 공간의 특성상, 단순한 무력 충돌만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관리자급의 개체를 척살한다고 한들, 나아지지는 않겠죠.”
공간 그 자체에 기생하는 타입의 괴현상이다. 관리자가 죽는다고 한들, 테마파크 입장에선 새로 뽑으면 그만인 일이다.
그러니 무력을 통한 해결은 불가 판정. 이런 경우에는 특정한 기믹을 통해 공간을 허물거나, 테마파크 스스로 생각하기에 영구적인 영업 불가 판단을 내릴 정도로 대규모 폭격을 가해야 한다.
어느 쪽이나 현재 인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미르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그러니 해결은 포기. 공략으로 전환합니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기록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략법 작성을 개시하십시오. 등급은 4단계 재앙급입니다.”
“확인했습니다.”
박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곧장 단말기에 장치 하나를 꽂고, 관자놀이에 은빛 스티커를 부탁했다.
그와 동시에 단말기 화면에 테마파크에 대한 묘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본 괴현상, 일명 ‘매직 에덴’의 등급을 대응과의 임시 판단에 의거하여 4단계 재앙급으로 분류한다.]
[테마파크에 진입하는 순간, 다른 공간으로 떨어진다. 시간의 흐름이 현실에 비해 빠르고, 외부와의 통신 연결은 불가능한 듯 보인다.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팀원의 생사 여부를 알려주는 장치와 관리국의 통신 기기도 먹통인 것을 보니, 현상 차원에서 완벽하게 외부와 내부 세계를 단절시킨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단말기는 사용이 가능하다. 본 공략법이 관리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는 것은 확인했다.]
[탐사를 지속하겠다. 테마파크의 외적인 묘사는 아래에 작성할 테니, 확인 바란다.]
뚝.
단말기의 작성이 마무리되었다. 박민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르가 테마파크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을 향해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손님이신가요?”
직원이 발랄하게 웃으며 응대했다. 박상철이 산탄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김이서도 권총 한 자루를 손에 쥔 채 긴장 섞인 숨을 토해냈다.
미르는 최대한 놈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며, 손에 쥔 티켓을 내밀었다.
“입장하겠습니다.”
“확인 되셨습니다! 다만 지금은 퍼레이드가 진행 중이니, 끝난 후에 입장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퍼레이드? 그게 뭔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저희 퍼레이드는 외부로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서요. 제가 알려드릴 수는 없네요.”
“……그렇군요.”
“네! 그래도 직접 보시면 좋아하실 거예요! 그보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입장하실 건가요?”
으깨진 강아지 머리가 다른 요원을 향해 돌아간다.
그들은 곧바로 티켓을 직원에게 내밀었다.
“5분, 확인 되셨습니다! 퍼레이드가 끝날 때까지만 잠시 기다려주세요!”
직원이 티켓을 들고 출입구 쪽으로 돌아간다. 요원들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그들의 안내를 기다렸다.
잠시 후,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퍼레이드가 끝났습니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미르가 직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개찰구를 통과하여 테마파크 안으로 진입한다. 다른 이들이 그녀의 뒤를 따른다.
책자들이 꽂힌 선반 위로, 잘려 나간 인간의 머리가 책자를 가져가라고 소리를 내지른다. 요원들은 각자 책자를 하나씩 챙기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책자에 적힌 내용, 모두 기록해 주세요.”
“네.”
박지아가 대답했다. 나머지 인원들은 책자를 들여다보며 의견을 나눴다.
“공간이 말도 안 되게 넓네. 다 둘러보려면 족히 하루는 걸리겠는데. 이거 생존자 탐색이 가능하기는 한 건가?”
“생명 반응 탐지기를 가지고 왔으니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이런 환경에 생존자가 정말 남아있을지는 의문이군요.”
대충 보기에도 일반인은 살아남기 힘든 곳이었다. 요원들조차 긴장감을 놓아버리면 곧바로 목이 날아갈 정도로 불길한 장소. 끌려간 피해자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낙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에 휘말린 인간의 결과는 대부분 사망이다. 천운이 따라줘야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멀쩡한 몰골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어트랙션을 최소 3가지 이상은 탑승해라…… 하, 이건 그냥 죽으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잖아.”
박상철이 책자를 구기며 중얼거렸다.
김이서는 책자를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무런 놀이기구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살아있을 확률이 높겠군요. 아니면 어디에 숨어있거나요.”
“뭐가 됐든 구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미르의 말에 김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생명 반응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괴이군요. 인간은ㅡ”
내뱉은 순간, 김이서의 장치에 녹색 점 두 개가 찍혔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위쪽에서 인간의 기척 2개 발견. 생존자입니다.”
“……! 가죠. 일단 확보가 우선입니다.”
“네.”
일행이 서둘러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달려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본 풍경은 어딘가로 흩어지는 괴이들과 고양이 가면을 쓴 두 인간의 모습이었다.
한 명은 기타 케이스를 등에 멘 여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코트를 걸친 남성이었다. 두 사람은 가만히 서서 관리국 요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르가 검을 손에 꼭 쥔 채, 두 사람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둘입니까?”
“네.”
“……기운이 이상하군요. 인간은 확실한데, 무언가 꺼림칙합니다.”
“가면 때문 아닙니까? 생존을 위해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다만…… 음, 아닙니다. 어쨌든 인간은 확실하니, 서둘러 구출합시다.”
미르가 말했고,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살려주세요!”
그와 동시였다. 가면을 쓴 남자가 돌연 소리를 지르며 요원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 옆에 있던 여자도 남자의 뒤를 따라 뛰어왔다.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요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제지하지는 않았지만, 눈을 날카롭게 좁히고 주변에 있는 괴이들을 경계했다.
다행히 괴이들은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가던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이따금 시선을 던지는 놈들도 있었으나, 그게 전부였다. 다가오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휴우…….”
박민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이서도 방아쇠에 걸고 있던 손가락을 풀고, 바로 옆까지 다가온 두 사람을 받아주었다.
“생존자십니까?”
“네……! 티, 티켓을 받고 놀러 왔는데, 가, 갑자기 이런 곳에서……!!”
“안심하십시오. 저희는 정부 기관에서 파견된 요원들입니다. 여러분들을 구출하러 왔습니다.”
“……! 여, 역시!”
남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뒤편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여성이 덜덜 떨리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 그럼 저희 이제 나갈 수 있는 건가요……? 빠, 빨리 나가고 싶어요. 여기서 있었던 일을 사,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욱.”
“……죄송합니다. 당장 나가는 건 저희도 불가능합니다.”
“네, 네?! 왜, 왜요?”
“아무래도 탈출에 조건이 있는 모양입니다. 책자에서 보셨다시피, 최소 3가지 놀이기구를 탑승해야만 합니다.”
김이서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성이 울먹거리며 남자 뒤로 얼굴을 파묻었다.
“우우, 흐윽…… 엄마…….”
“……이, 이해했어요. 그럼 저희는 이제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여성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며, 남자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미르가 대신 대답했다.
“일단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최대한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저희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뭐하지만, 저희는 이런 현상들을 자주 만나본 전문가들입니다. 저희와 함께하는 게 여러분들에게도 안전한 일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따라갈게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는 두 사람이 겁을 먹지 않도록 검집에 칼날을 넣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보다 그 가면은 어쩌다 쓰게 된 겁니까?”
“퍼레이드에 참석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었습니다. 가면을 쓰지 않으면 죽여버릴 것 같은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그렇군요. 혹시 벗으실 수는 없습니까?”
“네, 네. 벗으려고 하니까 얼굴이 통째로 뜯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 있었어요…….”
“음.”
미르가 기괴하게 생긴 가면을 이리저리 확인하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이동하도록 하죠. 절대 저희와 멀어지지 마십시오.”
“네, 네……!”
“김이서 요원, 두 사람을 챙겨 주십시오. 움직입니다.”
“예.”
김이서가 권총을 건홀더에 넣으며 두 사람을 자신의 바로 옆으로 인도했다. 그러곤 부드럽게 웃으며 둘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은 제가 꼭 지켜드릴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크흥…… 고마워요…….”
두 사람의 감사 인사를 들으며 김이서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 짧은 틈.
움직이는 순간 흩어진 시선을 틈타 이안이 유나의 손바닥에 글씨를 적었다.
[일단 이용.]
뜻을 이해 한 유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다시 겁먹은 피해자처럼 몸을 덜덜 떨며 요원들과 함께 걸어갔다.
한편, 이안이 관리국 요원을 발견하자마자 풀밭에 던진 마도서, 재창조의 손길.
그것은 가만히 바닥에 엎어져 있다가, 짧게 진동하며 불만을 토해냈다.
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