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4 KiB
새벽 2시에 눈을 떴다.
그야말로 미라클 모닝.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
[속보) AI로 움직이는 카스짤 살포 중]
갤러리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공지.
“씨발 이게 뭐야.”
며칠 전 공개된 영상 제작 AI.
사진 한 장만 있어도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성능.
며칠 떡밥이 돌더니, 결국 닿아서는 안 되는 영역에 닿고 만 것이다.
쓰레기 같은 분탕의 세계에도 인의는 있는 법.
나조차도 차마 저런 것을 뿌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스크 이 미친 새끼. 대체 뭘 만든 거야?”
나는 혀를 차며 갤러리를 껐다.
저런 공지가 올라가 있어 봐야 역효과.
모든 사람들 안에는 모두 분탕이 잠들어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저런 공지를 보면, 내면의 분탕이 깨어나고 마는 것이다.
‘어? 재밌겠는데? 나도 한번 올려볼까?’
그런 사람들이 10명만 되어도, 갤러리는 초토화되기 마련.
게다가 모두가 분탕이 되는 이런 환경에서는 나도 분탕을 칠 수 없다.
도둑이 재미를 느끼려면 어느 정도의 치안이 잡혀 있어야 하는 법.
내 것 네 것이 구분 없는 무법지대에서는 도둑질의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
“아직 탑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너무 일찍 일어나 버렸기에,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황.
나는 할 일도 없으면서 사이트를 이리저리 순회했다.
“위키나 들어가 볼까.”
결국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랜만에 켜본 바다위키.
유일하게 실검이 남아 있는 사이트라서 종종 구경한다.
“응? 이 아저씨는 왜 실검 1위야?”
[실시간검색어]
[1위: 정만호]
[2위: 대전]
[3위: A급 헌터]
(…)
하지만 막상 문서를 눌러봐도 왜 실검인지는 이유가 나와있지 않은 상황.
다행히 요즘은 왜 실검에 올랐는지 정리해 주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따로 있다.
수질관리가 엄격하기에, 지금 기승 중인 AI 혐짤 걱정도 없는 사이트.
과연, 거기엔 이미 정만호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헌터) 정만호]
[대전의 주인 정만호가 최근 34층을 돌파해 화제.]
[헌터탭은 수정 요청 외 댓글 금지]
“푸흡?!”
나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이게 갑자기 뉴스까지 나온다고?
다음 날 아침.
정만호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티비 화면에 대문짝에게 박힌 자신의 얼굴.
그리고 34층 돌파라는 자막.
정만호의 손에 들려 있던 리모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이게 뭐야!”
34층 돌파? 내가?
자신은 한 달이 넘도록 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새로운 탑 주인이 생겼는데 내가 등반을 왜 해?
새 주인이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전부 대전 탑의 주인이 여전히 정만호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원스타 매니지먼트랑 협업도 자주 하고 있고.
하지만 이런 뉴스까지 뜰 정도로 주목받을지는 몰랐다.
“이걸 어쩐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세상의 관심을 받는 상황.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거, 세상에 들키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바로 그때였다.
까톡-! 까톡-! 까톡-! 까톡-!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 길드원, 다른 길드장, 심지어는 몇 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척들까지.
사방에서 쏟아지는 연락들.
[형님! 뉴스 봤습니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십니다!]
[정만호 길드장님, 축하드립니다! 언제 한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만호야 TV 보고 연락했다! 잘 지내냐?]
[MAK 방송국입니다! 단독 인터뷰 요청 드립니다!]
축하와 찬사, 아첨이 섞인 전화와 메시지의 홍수.
두려움에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정만호의 얼굴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정만호의 어깨가 저도 모르게 으쓱 올라갔다.
“흠흠! 생각해 보니 그닥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슬슬 머리를 비우고 상황을 즐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부길드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길드장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저희는 탑에 들어간 적이 없잖습니까?”
당혹감으로 가득한 목소리.
순간 뜨끔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허,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그렇게 따져?”
“하지만 길드장님….”
“그냥 입 다물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 입단속도 단단히 시키고!”
정만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과정이야 어쨌든,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A급 헌터는 바로 자신이었으니.
탑을 오르지 않고도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한편, 인천의 헌터 협회장실.
협회장 박상철은 불쾌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면에 띄워진 것은 대전 탑의 공략 현황 데이터.
[대전 탑: 34층 (프린세스 정만호)]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27층에 머물러 있던 숫자였다.
말도 안 되는 속도.
게다가 이 이름은 대체 뭐란 말인가?
“프린세스? 씨발, 지금 누굴 놀리나?”
박상철은 헌터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었다.
헌터가 없으면 탑은 결국 붕괴한다.
헌터가 없으면 국경선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을 수도 없다.
헌터가 없으면 이 나라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 나라는 결국 헌터가 이끌어나가야 하지 않겠나?
그중에서도 협회장인 자신이 황제가 되어야 할 것이고….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순간에 거기까지 도달하긴 힘들다.
차근차근 징검다리를 건너듯 진행해야 하는 일.
그 첫걸음이 바로 파업.
헌터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며, 정부에게서 양보를 조금씩 받아내기 위한 포석.
그런데 정만호가 압도적인 속도로 탑을 오르면서 판을 흔들고 있었다.
“S급인 김수호나, 탑이랑 몬스터에 미친 정태연은 그렇다 쳐. 그런데 이런 하찮은 새끼까지 기어올라?”
박상철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자신의 위신이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모니터 한편에 표시된 개인 랭킹.
이 속도대로라면 정만호의 랭킹이 자신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
정치적 입지는 물론, A급 헌터로서의 자존심까지 위협받는 상황.
박상철은 수화기를 들었다.
“정만호 길드장 연결해.”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긴장한 정만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여보세요? 협회장님?”
“정만호 길드장, 요즘 의욕이 아주 넘치네?”
“예? 아,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지. 좋은데…. 자꾸 이러면 다른 헌터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어?”
“예?”
박상철은 차갑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쉬엄쉬엄 가고 있는데, 혼자만 그렇게 앞으로 쭉쭉 달려버리면 어떡해? 우린 단체 경기 중인데…. 속도를 좀 맞춰가야지. 그렇지 않아?”
“….”
“어떻게 생각해? 응?”
정만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은 모양.
하지만 말로만 해서는 실감이 잘 안 나겠지.
자신이 얼마나 이 사건을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사람들 준비시켜. 대전으로 간다.”
박상철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는, 부하에게 몇 가지를 명령했다.
“이런 씨….”
전화를 끊은 정만호의 손이 떨렸다.
방금 전까지 들떴던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정만호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찮게 무서운데, 어쩌지?”
정만호는 자신의 옆집을 생각했다.
정체 모를 사람.
상식 이상의 힘을 가진 게 분명해 보이는 헌터.
정만호는 감히 그 심기를 거스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이건 뭐, 고래에 낀 새우 신세….”
정만호는 한숨을 팍팍 내쉬었다.
해결책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상황.
그때,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전 탑의 진짜 주인과 연결되는 유일한 창구.
원스타 매니지먼트의 부대표.
허둥지둥 휴대폰을 들어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늦은 밤. 허름한 포장마차.
정만호는 브로커와 나란히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처음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한 비즈니스.
어쩔 수 없이 연락을 자주 주고받던 사이였다.
정체를 숨긴 채 대전과 탑의 소유권을 두고 이어지는 협상과 협력 때문.
하지만 기묘하게도, 두 사람은 꽤 잘 맞았다.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왔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아니면 거대한 힘에 휘둘리는 처지에 대한 동병상련 때문인지.
어느새 두 사람은 격식 없이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부대표님….”
정만호는 벌써 소주 한 병을 비운 채, 붉어진 얼굴로 하소연을 시작했다.
“제가 지금 죽을 맛입니다. 한쪽에서는 협회장이 쪼아대지, 다른 한쪽에서는… 그분들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으니….”
정만호는 소주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단 말입니다. 조용히 제 위치나 지키면서 길드원들 월급이나 챙겨주고….”
브로커는 말없이 잔을 채워주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 자신의 대표, 김한별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브로커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대표님과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떻게든 길드장님이 피해 보시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보겠습니다.”
그것이 그가 해줄 수 있는 최선.
정만호는 그 말에 감격한 듯 브로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로? 역시 부대표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씀드려 주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두 사람은 몇 잔의 술을 더 기울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십쇼.”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덜어낸 정만호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들이 막 어두운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스릉-.
어둠 속에서 묵직한 금속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서너 명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두 사람을 향해 덮쳐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반응조차 하지 못했을 기습.
퍼엉!
정만호의 몸에서 방어막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브로커의 허리춤에서도 역장이 펼쳐졌다.
김한별이 집에 남아돈다고 선물해 준 1회용 방어 키트.
쇠파이프와 야구 배트가 방어막에 부딪혀 불꽃을 튀겼다.
“뭐야…!”
정만호가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습격자들은 곧바로 미련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골목길에 정적이 흘렀다.
“그래서, 두 분 다 다친 곳은 없으시고요?”
“네. 대표님이 주신 방어구 덕분이죠.”
습격당한 사람 답지 않게, 그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침착했다.
“대표님. 이건 저를 노린 게 아닙니다. 정만호 씨를 향한 경고였죠.”
“경고?”
“예. 탑을 오르지 말라는….”
브로커는 한숨을 내쉬고 이어서 말했다.
“이번처럼 언제 불똥이 튈지는 또 모르는 일입니다. 당분간은 외출을 삼가고, 몸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강력한 보호 아이템을 하나 구해드릴 테니….”
“괜찮아요, 괜찮아.”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주먹을 쥐었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거, 협회장 짓이 분명하다는 거죠?”
내 차가운 목소리에 브로커는 잠시 침묵했다.
“…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물증은….”
“물증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뭐, 있더라도 통하겠어요? 경찰은 헌터 일에 개입 안 한다던데?”
“그렇죠. 그게 A급 헌터라면 더욱 그렇고.”
“그 새끼,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자기도 처맞을 각오가 되어있단 거겠죠?”
“네? 아니, 잠깐!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얼마나 당황했는지 늘 하던 존댓말마저 그만둔 브로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상대에게 건들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했으니.
“걱정 마세요. 난 어린애가 아니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