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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나는 샤론과 함께 이동했다.

저 멀리, 오크들의 주둔지가 보였다.

“예상 경로대로라면, 30분 내로 적의 순찰조와 마주치게 될 겁니다.”

샤론이 덤불에 몸을 숨긴 채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5년이라는 세월은 그녀를 한층 더 노련하게 만들었다.

믿음직해 보이는 옆모습.

우리는 소리 없이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오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모래 탄환을 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샤론은 내 팔을 가볍게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바람을 타고 오는 소리예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샤론은 귀를 기울이며 오크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운이 좋네요. 주술사들의 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3층에서 이미 확인했던 그녀의 특이한 능력.

샤론은 어째서인지 오크어를 할 줄 알았다.

지난번 포로 구출 작전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었고.

“원래 계획은 흩어져 있는 주술사들의 막사를 하나씩 급습하는 거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요.”

샤론이 지도를 펼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둔지 가장 외곽에 위치한 낡은 제단.

“모든 주술사들이 저곳에 모여 대규모 의식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의 임무는 훨씬 더 간단해졌다.

흩어져 있는 수십 명의 주술사를 찾아다니며 암살하는 대신,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단을 그대로 치면 되는 것.

“잘됐네요.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우리는 곧장 제단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샤론의 안내에 따라 적의 경계망을 교묘하게 피해 움직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우리의 눈앞에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제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뼈로 만든 제단. 10여 명의 오크 주술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피로 기괴한 문양을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읊조리며 의식을 준비하는 오크 주술사들.

“쏠게요?”

“네.”

나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수십 개의 은빛 탄환이 생성되었다.

퍼벙! 퍼버벙! 퍼버버버벙!

수박 터지는 소리가 제단을 가득 메웠다.

의식에 집중하고 있던 주술사들.

그리고 주술사들을 지키던 병사들까지.

전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순식간이었다.

10초도 채 되지 않아, 제단 위에는 시체들만이 나뒹굴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돌아갈까요?”

내가 막 몸을 돌리려던 그 순간이었다.

“크… 워어….”

피를 토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져 있던 주술사 중 하나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머리를 관통했을 터.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라? 어떻게 살아있지?”

자세히 보니, 그의 심장 부근에서 검고 탁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연기가 꿰뚫린 머리의 상처를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종의 흑마법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모양.

“크….”

녀석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알 수 없는 단어들.

손을 뻗자, 그의 손아귀에서 검은 연기가 모여들었다.

누가 보아도 저주 마법.

그 저주의 방향은 명백히 샤론을 향하고 있었다.

‘적당히 막아주면 되겠지….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주술사의 시선이 샤론의 옆에 서 있는 내게로 옮겨왔다.

녀석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지더니, 저주가 섞인 고함을 질렀다.

“모래…!”

동시에, 녀석의 저주가 방향을 틀었다.

목표는 샤론이 아닌, 나.

“뭐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왜 갑자기 나를 보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야?

하지만 나는 여전히 차분했다.

어차피 내게는 자동 방벽이 있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그게 뚫린다고 해도,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가 있다.

세계수의 영롱한 잎사귀.

저주효과를 무시하는 유니크 등급의 펜던트.

만에 하나라도 내가 다칠 일은 없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날아오는 저주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안 돼!”

샤론이 비명을 지르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자신을 방패 삼아 나를 지키려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린 채였다.

나는 기겁해서 소리를 질렀다.

“미쳤어? 왜 네가 맞아?”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모든 잡념이 사라졌다.

나는 방어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생전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비켜!”

고함과 함께, 나는 샤론의 목덜미를 거칠게 잡아챘다.

그대로 그녀를 옆으로 내던져 버렸다.

체격차이는 컸지만, 내 압도적인 근력스텟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바닥에 나뒹구는 샤론을 확인할 틈도 없었다.

쿠구구구구구궁-!

내 발밑의 대지가 움직였다.

모래로 된 거대한 성벽이 땅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콰아아아아앙-!

칠흑 같던 저주가 모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검은 에너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죽어.”

내가 세웠던 거대한 모래 방벽이 그대로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방벽은 살아남은 마지막 주술사를 그대로 짓뭉갰다.

우두둑,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에 넘어져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샤론.

순간 화가 솟아올랐지만, 막상 샤론의 얼굴을 보니 소리를 지를 기력도 없었다.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죽고 싶어 환장했나요?”

“… 현자님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뭐?”

“당신은 이 왕국의 마지막 희망, 저 같은 병사 하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분입니다. 만약 당신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하아, 일이 생기긴 무슨….”

나는 그녀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잘 들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은 바로 내 등 뒤야.”

나는 내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쳤다.

“나는 절대로 다치거나 죽지 않아요. 그러니까 두 번 다시 이런 멍청한 짓 하지 마세요. 당신이 할 일은 날 지키는 게 아니라, 내 뒤에 얌전히 숨어서 살아남는 거고. 알겠어요?”

내 단호한 말에 샤론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일 뿐.

“됐어요. 돌아가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무리 NPC라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고 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말없이 본대가 있는 평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모어의 군대는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이기고 있는 것 같진 않네.”

오크의 수는 적었지만, 하나같이 강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오크들 중에서도 유난히 날뛰는 녀석들이었다.

온몸이 검붉은 기운에 휩싸인 오크 광전사들.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치명상을 입고도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일반 병사 서너 명이 달려들어도 막아내기 벅차 보였다.

“저게 주술의 힘….”

“슬슬 꺼질 것 같은데. 기다려보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오크 광전사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기운이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했다.

“크… 크워어어…?”

광전사들이 당황하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강제로 끌어올렸던 힘이 빠져나가고, 억눌려 있던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광전사 오크들.

전장의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최전선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던 시모어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총공격하라! 적들의 주술이 풀렸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

“와아아아아아아!”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오크들을 향해 돌격했다.

완벽하게 역전된 전세.

오크들은 당황하여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승리가 거의 확실해진 순간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만족스럽게 지켜보았다.

“이 정도면 자존심은 충분히 세워줬겠지?”

나는 여기에 확실한 쐐기를 박기로 했다.

이 정도 개입은 괜찮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승리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줄 테니.

나는 어깨에 메고 있던 지배자의 깃발을 땅에 꽂았다.

“신기루.”

깃발의 환영이 피어올랐다.

나는 그 크기를 키우고, 또 키웠다.

33층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황금빛 모래시계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백색 깃발이 평원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도망치던 오크들이었다.

그들의 눈에 순수한 공포가 떠올랐다.

“모래시계…!”

오크들은 무기를 내팽개치고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뇌리에 떠오르는 협곡에서의 끔찍한 학살.

유일한 생존자가 퍼뜨린 전설적인 이야기.

그 전설이 지금 눈앞에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오크 군대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군대가 아니었다.

그저 겁에 질린 오합지졸일 뿐.

“내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좋은데?”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왕국군 병사들 역시 거대한 깃발을 보고는 경외에 찬 눈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현자가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들에게 깃발은 승리와 구원의 상징.

사기가 떨어질 리가 없었다.

일방적인 학살이 이어졌다.


잠시 뒤, 전투는 왕국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시모어와 샤론은 부관들에게 뒷수습을 맡기고 내게 다가왔다.

시모어는 갑옷에 묻은 피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내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현자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감사와 경외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에도 저희 왕국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주술사들을 처리해주시지 않았다면 저희는 모두 이곳에서 죽었을 겁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들의 피로 승리를 쟁취한 것 아닌가요? 저는 그냥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인 거죠.”

내 말에 시모어는 그저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샤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자님,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두 번 다시 현자님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현자님의 뒤에서,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키가 닿지 않아서 발판을 만들어야 했지만. 어쨌든.

“잘 생각했어요.”

그 순간, 내 눈앞에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왕국의 위기’를 완료했습니다.]

[NPC ‘샤론’의 생존으로 인해 숨겨진 이야기가 개방됩니다.]

[NPC ‘샤론’과의 관계가 [운명 공동체]로 변경됩니다.]

‘숨겨진 이야기의 개방이라….

역시 살린다는 판단이 맞았나?

감상에 빠져있기도 잠시.

곧 익숙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탑에서 배출되는 감각.

나는 눈을 감았다.


[대전 탑. 정만호 34층 갱신. 브레이크 없는 속도…]

다음날 아침.

뉴스는 대전의 34층 등반 소식으로 가득 차있었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