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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D44.444): 탑 통제로 날 잡는다고? 왜 이런 개짓거리를?
ㄴ 풍뎅이: 너 지금까지 거의 매일 공략했잖아.
늦어도 3일 안에는 다음 층 클리어 기록이 올라왔고….
그러니까 특정 지역의 탑을 통제했을 때 랭킹 갱신이 멈추면, 네가 그 지역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발상인가 봐.
ㄴ 마법은화력: 나 이거 만화에서 본 적 있어. 거기서도 범인 잡는다고 순차적으로 방송 틀던데….
ㄴ 풍뎅이: …;; 아무튼, 진지하게 위험한 상황이야. 데미갓이 널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걸.
ㄴ ㅇㅇ(D44.444): 날 죽이려고 할까?
ㄴ 냉장고: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널 알게 되면 무조건 데려가려고 하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갤러리의 모두가 그 말에 동의했다.
ㄴ 마법은화력 : 맞아. 저쪽이 보기엔 너는 움직이는 핵무기 후보야.
어떻게든 꼬드겨서, 결국엔 통제하고 이용하려 들겠지. 절대로 넘어가면 안 돼.
ㄴ 냉장고 : 나도 매일 귀화 제안이 와. 조건이 애매해서 수락하진 않았지만.
ㄴ 마법은화력 : 뭐야? 조건만 맞으면 떠나겠다는 말이야? 그럼 안 되지.
ㄴ 냉장고 : 내 맘이지 뭘…. 아직까진 이민 생각 없으니 걱정 마쇼.
ㄴ p깟쮸: 잠깐! 우리 뉴비 의사를 무시하면 안 된다에요! 혹시 해외로 나갈 생각 있냐에요?
ㄴ ㅇㅇ(D44.444) : 흠…. 못 갈 건 없지 않나?
내 장난스러운 대답에 갤러리가 발칵 뒤집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이 유독 그랬다.
ㄴ 마법은화력 : 야, 그러지 마, 제발 부탁이다.
ㄴ 마법은화력 : 필요한 거 있으면 다 말해. 내가 어떻게든 구해줄게. 제발 한국에만 있어 줘.
ㄴ 마법은화력 : 어디로 가게? 미국? 미국 가면 데미갓 같은 미친놈 밑에서 개고생만 할 게 뻔해. 그냥 여기 있어.
나는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에 피식 웃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ㄴ ㅇㅇ(D44.444) : 안 가요, 안 가. 농담임. 한국만큼 인터넷 빠르고 치킨 맛있는 나라가 어딨다고.
게다가 나 영어도 못 해. 가고 싶어도 별수 없어.
“하아… 쉽지 않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꼼짝없이 몇 주 내내 탑 등반을 쉬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국이 마지막 순서라고 해도, 그 기간을 전부 합치면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
ㄴ 마법은화력 : S급이 되고 나서야 저 새끼들이 뭐라고 짖든 알 바 아니긴 한데…. 그전까지는 몸을 사리는 게 맞겠지.
ㄴ p깟쮸 : 근데 S급이 되는 거 맞긴 하냐에요.
ㄴ 마법은화력 : 당연한 거 아님? 쟤가 S급 안되면 누가 됨? 넌 저런 거 할 수 있어?
ㄴ p깟쮸 : 못한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그러니까. S급 확정이야. 확정.
ㄴ p깟쮸 : …S급 되는 건 뉴비인데 왜 아줌마가 더 신났음?이에요.
ㄴ 마법은화력 : ? 어 화나네?
언제나처럼 p깟쮸와 마법은화력이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작작 해라 진짜’라는 댓글로 상황을 정리했다.
풍뎅이가 대화의 주제를 다시 돌렸다.
ㄴ 풍뎅이 : 그래서, 한국 통제까지 며칠이나 남았지?
ㄴ 냉장고 : 계산해보니 대충 1, 2주 정도 남은 것 같은데.
ㄴ 마법은화력 : 일주일이라…. 그 안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텐데.
다들 나를 빼두고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법은화력이 불쑥 아이디어를 던졌다.
ㄴ 마법은화력 : 뉴비야. 차라리 내가 있는 부산으로 오는 건 어때?
ㄴ p깟쮸 : ? 부산 간다고 뭐가 해결되냐에요? 딱 봐도 뉴비 꿀꺽하려는 속셈이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냥, 주고 싶은 선물도 좀 있어서 그런 거야.
ㄴ p깟쮸 : 선물??? 이 아줌마 완전히 각 잡고 나섰다에요. 절대 가면 안된다에요! 가면 통조림 확정이다에요!!!
나는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아까부터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을 말했다.
ㄴ ㅇㅇ(F66.666) : 근데… 그냥 내가 탑 안 들어가고 쭉 쉬어버리면 되는 거 아님?
내 댓글에 갤러리는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ㄴ 냉장고 : ㅈㅉㄴ.
ㄴ 마법은화력 : 듣고 보니 그렇네. 그냥 지금부터 봉쇄 끝날 때까지 숨으면, 저쪽에서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계획을 몰랐을 때라면 모를까, 이미 정보가 다 유출된 지금 와서는 의미가 없는 작전 같았다.
ㄴ ㅇㅇ(F77.777) :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짓을 하는 거지?
데미갓이 돌대가리인 건 유명하지만, 각국 정부까지 돌대가리는 아닐 텐데.
이런 작전에 동의했다고?
ㄴp깟쮸 : 데미갓 지능이 돌고래랑 비슷하다던데 진짜 빡대가리라서 그럴 수도 있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솔직히 데미갓이 칼 들고 협박하면 누구도 못 막는 건 맞는데….
ㄴ 풍뎅이 : 그래도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정부가 전부 동의할 만한 이유가. 내가 좀 더 알아볼게.
풍뎅이는 심각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심드렁했다.
ㄴ ㅇㅇ(F88.888) : 나는 모르겠다. 내가 그런 커다란 음모에 대해서 어떻게 알겠어. 그냥 치킨이나 뜯으련다.
ㄴ 마법은화력 : 그래서, 진짜 부산 안 올 거야? 우리 길드 오면 정말 잘해줄 수 있는데….
여기서 길드장은 나뿐이라고. 눈치 안 보고 안 숨고, 안전하게 등반 계속할 수 있어.
ㄴ p깟쮸 : 조심해라에요. 저 아줌마한테 잡히면 절대 안 놔주고 매일 탑 오르라고 굴릴 거다에요. 뻔하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넌 좀 조용히 해.ㅡㅡ;
부산이라?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곧 결정을 내렸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아직은 A급에게서 내 몸을 지킬 수 없으니깐.”
어차피 지금 탑에 못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굳이 익숙한 내 방을 떠나 부산까지 갈 이유는 없었다.
한편, 그 시각 백악관 지하의 비밀 회의실.
쾅!
데미갓이 원목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테이블이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쪼개졌다.
“그래서 내 계획이 실패했다, 이 말인가 지금?”
그의 분노에 찬 고함에 검은 양복을 입은 참모들과 분석가들이 일제히 어깨를 움츠렸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한 선임 분석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최대한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보고했다.
“목표물이 저희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습니다. 유럽 지역의 탑이 통제에 들어간 이후, 더블오의 랭킹 기록 경신이 완전히 멈췄습니다.”
“게다가 각국 정부, 특히 탑 붕괴 데드라인이 임박한 지역의 항의가….”
“시끄러워!”
데미갓이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이번엔 음파의 충격만으로 회의실의 방탄유리가 전부 깨져나갔다.
“그깟 쥐새끼 하나 못 잡아서 쩔쩔매는 너희가 무능한 걸 왜 내 탓으로 돌려?
내 계획은 완벽했어! 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제대로 실행을 못 했을 뿐이지!”
데미갓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씩씩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계획에 실패란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건 전적으로 아랫것들의 잘못.
“뭐? 각국 정부가 항의? 그래서 걔들이 뭘 할 수 있는데? 불만 있으면….”
데미갓이 균열이 간 벽 하나를 손으로 툭 쳤다.
콘크리트 벽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 나라 S급들, 전부 나한테 보내라고 해. 내가 전부 목을 비틀어 놓으면 조용해지겠지.
그래, 그게 너희가 내게 바라는 거지? 저 자식들 입을 전부 닥치게 만들어주는 거?”
회의실에 섬뜩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그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그에겐 정말로 그럴 힘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해주지. 그들에게 가서 전해. 도시 하나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처신 잘하라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데미갓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회의실을 짓누르던 살벌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제야 참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 개새끼….’
‘언제까지 저놈 비위를 맞춰야 하는 건지….’
다들 속으로 똑같은 쌍욕을 내뱉었다.
“하아…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저 양반은 저렇게 나가버렸고,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한 분석가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말했다.
침묵을 깬 것은 데미갓에게 보고를 올렸던 참모였다.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아니,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기회라니요?”
“어차피 데미갓의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수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판을 깔아준 덕에, 우리가 원래 하려던 일을 할 명분이 생겼죠.”
그는 회의실 중앙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새로운 작전 계획을 띄웠다.
“이중 트랩을 설치하는 겁니다.”
“이중 트랩…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탑 봉쇄는 그대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더블오’라는 미지의 랭커를 찾기 위한, 데미갓의 독단적인 작전이라고 은근히 흘리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헌터와 언론이 거기에 집중하는 동안….”
참모의 손짓에 따라 스크린의 내용이 바뀌었다.
복잡한 마법진과 감시 장비의 설계도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우리는 진짜 목적을 달성합니다. 이 기회에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탑에 새로운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물리적 수단과 마법적 추적을 총동원해서.”
회의실이 술렁였다.
“그건… 각국의 헌터 길드가 결사반대했던 사안 아닙니까?”
“맞습니다. 각국 정부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일이죠.
불법 미등록 헌터의 등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일이니까요. 특히 그게 S급의 잠재력을 가졌다면 더더욱….”
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확신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합니다. 데미갓이 헌터들의 불만을 찍어누르겠다고 나선 지금이라면, 기습적으로 처리해버릴 수 있죠.”
“정말 가능할까요?”
“우리 미국과 중국이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는 겁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분담금’을 받아야겠지요.
각국 정부는 헌터들의 반발을 누를 명분과 목줄을 얻고, 우리는 영향력과 실리를 챙기는 겁니다.”
“…….”
“봉쇄가 끝나고 나면, 완벽한 감시 체계가 완성될 겁니다. 이제 어떤 헌터도, 어떤 국가도 몰래 힘을 키우는 건 불가능해집니다.”
회의실에 감돌던 무력감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냉정한 계산이 채우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방향을 수정하도록 하죠.”
탑 등반이 막힌 지도 일주일.
“그래서 이제 뭐 하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꼼짝없이 한 달 가까이 탑 등반을 쉬어야 한다는 뜻.
탑을 오르지 못하는 백수의 시간은 하릴없이 흘러갔다.
“아, 심심해 죽겠네….”
탑 등반이 막힌 한 달 동안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뭐, 내가 할 일이란 웬만해선 정해져 있다.
갤러리에 글이나 쓰는 거지.
[제목: 요즘 헌터갤 말이야, 좀 삭막하지 않아?]
작성자: ㅇㅇ(A11.111)
그보다 뭐랄까….
예전의 그 따듯한 느낌이 안 느껴진다… 랄까?
(…)
아~정말 쓸데없는 말을 했네
그니까, 다들 정신 좀 차리라고
바보.
[제목: 헌붕이 가슴 인증.jpg]
작성자: ㅇㅇ(A11.111)
헌붕아 잠깐 이리 와서 앉아봐라.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있는 오리너구리 그림)
나는 낚시글과 진지한 글을 반반 섞어 올렸다.
사람들이 내 글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눌러볼 가치를 남겨두기 위해서.
하지만.
“아아…. 부족해. 도파민이 부족해….”
심심해 죽을 것 같았다.
탑을 오르지 않으니 갤러리에 쓸 만한 자랑거리가 없었다.
예전에는 그저 낚시글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왜지? 왜 갤질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은 걸까?
하염없이 새로고침만 누르던 그때였다.
[제목: 힐러 월급 이 정도면 ㅍㅌㅊ?]
작성자: ㅇㅇ(119.204)
(은행 앱 화면 캡처.)
(잔고 30억 인증 사진.)
(입금 3억 2천만원 인증 사진.)
요즘 봉쇄랑 파업 때문에 일감도 없고 너무 힘들다….
이번 달에도 허리띠 졸라매고 겨우 버텼네….
“이 새끼가?”
그 글을 본 순간, 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댓글창은 이미 불타오르고 있었다.
ㄴ 와 씨발….
ㄴ 몇급이어야 이 정도 버냐?
ㄴㄴ 작성자 : 전 B급인데, A급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게 버는거….
ㄴㄴ 내려치기 하는 거 진짜 죽여버리고 싶네.
ㄴ 씨발 이게 B급? 말이 됨?
ㄴㄴ 원래 힐러랑 법사는 돈 많이 벌잖아. ㅋㅋ
ㄴ 아 나도 딸깍 직업으로 각성했어야 했는데. 씨발 전사 개쓰레기 직업….
ㄴㄴ 팩트) 데미갓은 개쓰레기 직업인 몽크로 랭킹 1등을 찍었다. 직업은 문제없음. 니가 문제인 거
ㄴㄴ 팩트)팩트) 데미갓빼고는 몽크는 1층에서 다 뒤졌다.
ㄴㄴ 그니까 직업이 문제가 아닌 거지. 저능아냐?
ㄴㄴ 팩트)아이큐 두자리의 저능아는 데미갓이다.
쏟아지는 노골적인 질투와 비아냥.
하지만 글쓴이는 조금도 타격받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이 반응을 즐기고 있겠지.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왜 갤질이 재미없어졌는지.
자랑할 만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어그로나 낚시글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나는 이미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었다.
한번 맛본 기만질의 쾌감은 잊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젠장…. 뭘 자랑하지?”
내가 한국에 다섯 번째 마법사라는 거?
아니면 세계 유일의 익스트림 난이도 플레이어라는 거?
그것도 아니면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히든피스들?
“참자, 참아….”
마지막 이성이 나를 막았다.
아직 조심해야 했다.
특히 전 세계가 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금은 더욱 그랬다.
마깍노 할배가 걸어준 VPN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나는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해 슬쩍 떠보았다.
[제목: 그 탑 봉쇄 말이야]
작성자: ㅇㅇ(C44.444)
아직도 계속하는 중임? 뭐 새로운 소식 없어?
ㄴ 풍뎅이: ㅇㅇ. 아직 진행 중. 이제 유럽 쪽 봉쇄 끝나간다는데. 좀 있으면 한국이겠지
ㄴ p깟쮸: 뉴비 몸이 근질근질해서 미치겠다에요?
ㄴ ㅇㅇ(C44.444) : 아니거든?
ㄴ 마법은화력: 며칠만 더 참아. 곧 끝날 거야. 그때까지는 절대 어디 가서 티 내면 안 돼.
그 말대로였다.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때.
“아 진짜 뭐 없나?”
답답한 마음에 나는 의미 없이 너튜브 쇼츠를 넘기며 시간을 죽였다.
온갖 자극적이고 의미 없는 영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고양이, 강아지, 어설픈 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밈까지.
그러다 한 영상 앞에서, 내 손가락이 멈췄다.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거다.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잖아.”
아니, 저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더 거대하게, 더 화려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흔적을 지울 수 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