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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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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32층에 들어가기 전.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알아두었던 정보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32층의 테마는 요새 방어전이라고 했지.”

입장과 동시에 헌터는 성벽 위의 병사로 배치된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오크들의 웨이브를 30분 동안 버텨내면 클리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문이 뚫리지 않도록 최대한 틀어막는 것이며, 만약 문이 뚫린다면 도망치면서라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나는 그냥 성벽 위에서 마법이나 난사하면 되겠네.”

계획은 간단했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30분 동안 몰려오는 잡몹들을 쓸어버리는 것.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탑의 입구로 들어섰다.

[탑 32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시야가 전환되었다.

나는 당연히 성벽 위의 풍경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달랐다.

피비린내도, 오크의 함성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라?”

내가 소환된 곳은 성벽 위가 아니었다.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는 실내.

방 중앙에는 거대한 지도가 놓인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와, 로브를 걸친 마법사.

가장 상석에는 왕관을 쓴 늙은 왕이 앉아 있었다.

모두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작전 회의실이라고?”

나는 당황했다.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회의실의 모든 시선이 갑자기 나타난 나에게로 쏠렸다.

두런두런 낮게 대화를 나누던 목소리들이 뚝 끊겼다.

“누구냐!”

경계심 가득한 외침과 함께, 기사들이 일제히 허리춤의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단 한 명.

내가 아는 얼굴이 있었다.

31층에서 내가 구해 주었던 그 기사, 시모어.

그가 나를 알아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그때의 너덜너덜한 갑옷이 아닌, 그들 중 가장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못 보던 사이에 승진이라도 했나?

자세히 보니, 얼굴에 그때엔 없던 흉터가 생긴 것 같기도 했다.

“모두 칼을 거두시오!”

시모어가 주변인들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는 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폐하! 이분이 제가 말씀드렸던 그 대현자님이십니다!”

“자네가 말하는 대현자라면…. 손짓 한 번에 오크 부대를 단신으로 격파했다는 그 마법사?”

“네, 바로 그분입니다! 이 분이 협력해 주신다면, 승률은 몇 배나 높아질 것입니다.”

나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31층에서 벌어졌던 이벤트가 32층의 시작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 귀빈으로서 이 전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모양.

“흠흠….”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괜히 엄숙하게 보이기 위해 자세를 고쳤다.

하아, 내게 수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줄줄 흘러내리는 로브를 입고 있으니 영 폼이 안나는 것 같다.

그것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감상인 모양.

시모어의 흥분에 찬 외침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사람들은 내 어린 외모를 보고는 영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술렁이는 소리가 회의실 곳곳에서 들려왔다.

“저런 아이가 현자라고?”

“… 그냥 귀여운데.”

“목마라도 태워주고 싶군.”

“기사단장께서 충격으로 헛것이라도 본 것인가? 저렇게 어린아이가 어떻게…”

“아무리 봐도 현자가 아니라, 몰래 옷을 훔쳐 입고 나온 손녀 같아 보이오만….”

특히 왕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늙은 마법사가 노골적으로 나를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마도 이 왕국의 궁정마법사인 듯했다.

그가 코웃음을 치며 시모어에게 말했다.

“시모어 단장, 마법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네.”

“제라드님. 하지만 저는 정말로….”

“조용히 하게. 자네가 마법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그러는가?”

“….”

마법을 모르는 무식한 기사 놈이 어디서 사기를 당해왔냐는 듯한 투의 말투.

시모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궁정 마법사 제라드는 노골적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보아하니 마력은 제법 가지고 있는 듯하나, 저 정도 마력량은 조금 재능 있는 학생 수준일 뿐이오. 저 아이가 현자라면, 나는 전설의 마도사라도 되겠어.”

궁정마법사의 노골적인 조롱.

나는 약간의 짜증을 느꼈다.

이렇게 노골적인 무시라니?

내가 인간 레벨의 마법사를 만난 것은 처음.

김수호를 만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예의상 관찰을 안 했었고.

‘어디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나는 오랜만에 내 안력을 끌어올렸다.

통찰안으로 마법사의 몸을 샅샅이 살폈다.

‘이거 재밌는데?

처음으로 보는 마법사의 몸은 신기했다.

나는 마치 해부도를 보는 것처럼 그의 몸을 살필 수 있었다.

제라드의 몸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 그리고 그 양. 심장에 위치한 특이한 기관까지.

‘뭐야? 마력량은 형편없는 것 같은데?

보아하니 그의 마력 총량은 내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저 노인은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지?

감지 능력이 형편없나?

‘조금 더 자세히 볼까….

나는 안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라드의 몸에서 마력이 흐르는 방식은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혹시 싶어서 옆의 사람들과도 비교해 보았다.

훨씬 더 급이 낮은 마법사들 몇몇이 보였다.

그들 모두가 제라드와 같은 방식의 흐름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과는 분명히 다른, 인위적인 방식의 흐름.

‘이런 방법이….

양은 나보다 훨씬 적었지만, 그 흐름은 훨씬 안정적이고 세련되어 있었다.

나는 새로운 발견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내가 그것을 따라 해 보려고 몸의 마력을 조금 움직여 보았을 때였다.

부우우우우우-!

성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회의실의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병사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보고 드립니다! 적의 총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노장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 각자 위치로 이동하라!”

명령과 함께, 회의실에 있던 모든 지휘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검을 움켜쥐며 각자의 부대를 향해 뛰쳐나갔다.

궁정마법사 역시 나를 한번 쏘아보고는 지팡이를 쥔 채 회의실을 나섰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회의실.

“어? 난 어디로 가지?”


뒤늦게 회의실을 나온 나는 성벽 쪽으로 향했다.

각자의 위치로 급하게 이동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한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궁정마법사, 제라드였다.

나는 슬며시 그의 뒤를 따랐다.

“어떤 마법을 쓰는지 직접 봐야겠어.”

제라드는 성벽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전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

내가 그에게 가까워졌을 때였다.

포탑 한쪽에 세워져 있던 그의 전용 깃발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왕국의 영웅이며, 수석 마법사이자, 궁정마법사, 제라드 아르칸 납시오-!”

“젠장. 나도 깃발 들고 올 걸.”

나는 투덜거렸다.

너무 쪽팔려서 들고 다니지 않았는데.

이 세상에서는 그게 보편적인 모양인가?

나도 깃발로 '그 긴거' 리스트 빵빠레를 울리며 다녔으면 무시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제라드가 깃발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 왜 이곳으로 왔지?”

“여기에서 마력이 가장 강하게 느껴져서요?”

“흥,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군.”

나는 제라드 옆에 자연스럽게 섰다.

내 능청스러운 대답에 제라드가 코웃음을 쳤다.

“좋다. 꼬마야. 네게도 재능이 있는 듯하니, 특별히 내 마법을 옆에서 볼 기회를 주마.”

“감사합니다?”

“잘 보고 배우도록 해라. 진정한 마법사가 어떤 것인지를….”

제라드가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 서서 그의 마력 흐름을 유심히 관찰했다.

“화염구.”

주문을 외치자, 지팡이의 끝에서 불덩이가 날아갔다.

오크 무리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키는 화염구.

직격 당한 오크는 비명을 지르며 잿더미로 변했다.

상당히 강력한 주문이었다.

제라드가 의기양양하게 나를 돌아보았다.

“어떠냐?”

“놀라운데요.”

“후후, 이제 알겠느냐? 너 같은 애송이가 현자라고 불리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솔직히, 나는 꽤 놀랐다.

다른 마법사들을 본 적은 없지만, 이 정도 화력이라면 A급은 가뿐히 넘기지 않을까?

마력량 자체는 나보다 훨씬 적었지만 이 효율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역시 이 사람의 마법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다들 천재라고 불릴 때가 있다. 특히 어릴수록 심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해. 진정한 마법사가 되고 싶다면 자만에 취하지 말고….”

나는 그 말을 대충 흘려 넘겼다.

그 정교한 마력의 흐름.

아마 저 개인 혼자서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마법사들에 의해 정립되고 발전해 온 하나의 학문이겠지.

“이놈, 내 말 똑바로 듣고 있느냐?”

나는 아까 회의실에서 보았던, 그리고 방금 그가 마법을 운용할 때 보여주었던 마나의 흐름을 기억해 냈다.

정교하게 정리된 수로 같은 흐름.

나는 그것을 흉내 내기로 했다.

내 몸의 거대한 마력의 댐. 그 수문을 개방했다.

물줄기를 억지로 비틀며, 새로운 길을 뚫는다.

우우우우웅-!

아직 마법을 쓰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떨렸다.

옆에 서 있던 제라드가 기겁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 방금 전까지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눈앞에서 악마라도 본 것 같은 얼굴.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제라드가 나를 보고 무어라 소리치는 게 들렸다.

무시했다. 나는 오직 내 몸 안의 마력 흐름에만 집중했다.

그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생각보다 어려운데….”

새어 나온 마력의 일부가 내 발밑의 성벽으로 흘러 들어갔다.

콰르르르륵

견고했던 성벽의 일부가 순식간에 고운 모래가 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성벽이 무너진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기겁하며 흩어졌다.

제라드 역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순식간에 성벽 한쪽 구석이 움푹 파여나갔다.

나는 반쯤 무너져 내린 성벽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감은 잡았어.”

한 번 길을 찾자, 그 뒤는 쉬웠다.

순식간이었다.

반쯤 무너져 내린 성벽 위에서, 나는 마침내 새로운 마력의 흐름을 완성했다.

“몸이 가벼워졌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해방감이 온몸을 감쌌다.

호흡과 움직임 자체가 편해진 기분.

나는 성벽의 가장자리에 서서, 밀려드는 오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막화.”

내 발밑에서부터 모래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컨트롤이 훨씬 더 쉬워졌다.

모래는 성벽에서부터 처럼 쏟아져 나가 전장을 뒤덮었다.

성벽 아래에 순식간에 거대한 모래 구덩이가 생겨났다.

“취익?”

오크들은 갑작스러운 지형 변화에 놀랐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이윽고 발이 좀 빠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놈들은 다시 성벽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어느새 내 손가락에서 벗어난 샌드웜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작해.”

바로 그 순간.

사막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들이 딛고 선 모래 전체가 소용돌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면대의 물처럼, 중심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모래들.

“크워어어어어!”

오크들은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다.

그나마 가장자리에 있던 녀석들 중 몇몇은 빠져나왔다.

하지만 모래 구덩이는 중심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구조.

순식간에 허리까지 잠긴 오크들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속수무책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오크들.

그 중심에는 어느새 거대한 입을 벌린 샌드웜이 있었다.

샌드웜은 입을 벌린 채, 자신을 향해 빨려 들어오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오크, 고블린, 심지어 그들이 들고 있던 무기와 공성 병기까지.

수 백의 그린스킨들이 거대한 믹서기 속으로 갈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 압도적인 광경을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모래지옥.”

아주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성벽을 향해 돌격해 오던 그린스킨의 제1파가 전멸했다.

전장에는 고요함만이 남았다.

성벽 위의 병사들은 물론, 내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제라드 역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방금 전 내가 무너뜨렸던 성벽을 향해 손짓했다.

바닥에 흩어져 있던 모래들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모래는 다시 단단한 암석으로 변하며, 무너졌던 성벽을 원래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했다.

이전보다 훨씬 더 견고한 모습.

나는 가볍게 손을 털고, 얼어붙은 궁정마법사와 병사들을 뒤로한 채 성벽 안으로 돌아왔다.

내가 있는 한, 이 성은 무너지지 않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