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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상을 확인했다.

[탑 11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모든 스탯 +10]

“일단 올스텟은 정상적으로 들어왔고….”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세계수의 씨앗을 획득했습니다.]

익숙한 첫 줄. 그러지 못한 다음 줄.

다음 순간 내 손바닥 위에는 푸른 빛을 은은하게 내뿜는 구슬 하나가 떠 있었다.

구슬 안에는 작은 씨앗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씨앗보단 알처럼 생긴 아이템.

“이게 뭐하는 물건이지?”

이름만 들어서는 범상치 않은 아이템 같았다.

하지만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었다.

“키우는건 아닐테고…. 에이, 물어보면 되지 뭐.”

나는 고민 없이 마법사 갤러리에 물어보기로 했다.

그곳의 고인물들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테니까.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글을 써서 올렸다.

[제목: 11층 깼는데 이런 거 줌. 이거 뭐임?]

작성자: ㅇㅇ(222.222)

(세계수의 씨앗 스크린샷.jpg)

제곧내. 템 이름은 세계수의 씨앗이라고 함.

ㄴ 냉장고 : 정화의 씨앗이네. 10층대 전용 아이템인데, 오염을 정화해 줌.

ㄴ p깟쮸 : 그거 끼고 있으면 주변 오염도가 서서히 내려간다에요.

10층대는 올라갈수록 늪이랑 정글 오염도가 점점 심해져서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하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운이 좋네. 보통은 돈 주고 사야하는 건데. 천만원 정도 하던가.

“뭐가 이렇게 비싸?”

나는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차라리 팔아서 돈으로 만들까?

난 어차피 사막화로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지형 정화가 필요한가?

그런 이야기를 갤러리에 했더니 어리둥절 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ㄴ 마법은화력 : 사막화가 뭔데?

아, 이거 아직 이야길 안했지.

나는 내친김에 영상을 촬영했다.

집에 있는 콜라캔 쓰레기를 구긴다음, 풍화를 시전.

약간의 마력이 소모되는 느낌과 동시에 콜라캔은 고운 모래가 되어 흩날렸다.

영상을 올리자 칼같이 달리는 댓글들.

ㄴ 냉장고 : 아니 뭐 이딴 사기 스킬이 다 있어?

ㄴ p깟쮸 : 운빨좆망탑이다에요…. 상대적 박탈감 느껴진다에요….

ㄴ ㅇㅇ(A22.222) : 다들 레인보우 하나씩 들고 있으면서 엄살이 심하시네.

ㄴ p깟쮸 : 손 대는 물건을 번개로 만드는 스킬같은게 있을거 같냐에요.

“듣고보니 그렇긴 하네.”

ㄴ ㅇㅇ(444.444) : 근데 그렇게 사기는 아님. 생명체는 모래로 못만들거든. 식물같은건 마나 엄청 퍼먹고.

ㄴ 마법은화력 : 이건 꿀밤 좀 때려주고 싶네.

ㄴ p깟쮸 : 전진 후진까지 완벽하다에요.

“기만이라니. 그럴 생각은 정말 없었는데.”

그래도 좋은 것은 좋은 것.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간다.

그때, 풍뎅이가 신경쓰이는 댓글을 달았다.

ㄴ 풍뎅이 : 나 이제 글 봤는데. 저거 내가 아는 정화의 씨앗이랑 좀 다르네. 색이 파랑이잖아. 원래 빨강인데.

ㄴ p깟쮸 : 진짜다에요. 그러고보니 이름도 세계수의 씨앗이라고 했다에요. 이거 어디서 얻은거냐에요.

ㄴ ㅇㅇ(888.88E) : 이거는 익스 최초클리어 보상.

ㄴ p깟쮸 : 억울하다에요. 억울하다에요. 나도 익스 열어달라에요.

“흠…. 판다는 건 일단 취소해야겠네.”

설마 익스클 전용 히든 아이템이었다니.

그럼 겨우 정화따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사용법의 예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ㄴ 마법은화력: 이건 나만 아는 건데…. 원본 정화의 씨앗으로 히든 피스도 열 수 있거든? 이것도 같은 방법으로 쓰면 될 것 같은데?

ㄴ p깟쮸: 아! 그건 나도 안다에요! 드디어 내가 아는 히든 피스가 나왔다에요!

ㄴ 냉장고 : 참고로 나도 알아.

ㄴ 마법은화력 : (시무룩 콘)

p깟쮸가 흥분해서 날뛰었다. 하지만 내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풍뎅이가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ㄴ 풍뎅이 : 야, 그런데 뉴비야.

ㄴ ㅇㅇ(11B.11D) : ?

ㄴ 풍뎅이 : 너 탑 계속 이 속도로 밀 거지?

느닷없는 질문. 나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ㄴ ㅇㅇ(11B.11D) : ㅇㅇ 당연.

ㄴ 풍뎅이 : 흠…. 일단 알겠어.

왜 저러지?

나는 풍뎅이의 미묘한 반응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히든피스 활성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캐물었다.


한편, 그 시각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한 의원의 사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가죽 소파에 앉아 팔짱을 낀 김수호의 맞은편.

말끔한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이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헌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위원회 의원장. 국회의원 박정원이었다.

“김수호 씨,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박정원 의원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중국이 전방위로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미국까지 눈치를 주고 있고요.”

박정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아무래도 저들끼리 말이 다 된 모양입니다.”

김수호는 아무 대답 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의 침묵에 의원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다들 우리가 그 신규 랭커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박정원이 김수호의 옆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수호 씨, 솔직하게 말해주시죠. 아시는 게 있으시죠?”

의원은 확신에 차 있었다.

“저희 쪽 조사를 계속 막으시는 것도 그렇고…. 누군지 아시는 거죠?”

그제야 김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평소와 달리 차갑게 식어 있었다.

“모릅니다.”

짧고 단호한 대답.

“안다고 해도 알려드릴 생각 없지만.”

그의 덧붙이는 말에 의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수호 씨!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순간, 김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희미한 분노가 서렸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미국과 중국의 대변인 노릇까지 하게 됐습니까?”

사무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쪽 눈치 보느라, 우리 쪽에서 겨우 돋아난 새싹은 그냥 밟아 죽이라고요.”

김수호의 일갈에 의원은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곧 현실적인 반박을 내놓았다.

“김수호 씨가 그럼 미국과 중국에 있는 S급 일곱 명을 전부 막아낼 수 있습니까?”

정적이 흘렀다. 의원의 다음 말이 날아와 박혔다.

“당신이 그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김수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S급 헌터라 해도 혼자서 일곱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의원은 그의 흔들리는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제가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저라고 해서 이런 방식이 좋겠습니까?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김수호는 의원의 입장을 이해했다.

하지만 납득할 수는 없었다.

지킬 힘이 없다는 이유때문에,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미지의 천재를 다른 나라에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김수호는 그것이 불쾌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김수호 씨. 저쪽도 자신들이 무리한 부탁을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

“줄 건 주고, 우리는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오는 게 이득이에요.”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김수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뜻대로 하십시오.”

김수호는 눈을 감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탑을 봉쇄하세요.”

“정말입니까?”

의원의 얼굴에 안도와 화색이 돌았다.

김수호는 나지막이 덧붙였다.

“대신, 저 또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김수호의 눈이 다시 열렸다. 그 안에 새로운 빛이 흘렀다.

“제가 옳다고 믿는 정의를 행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김수호는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도 나는 손쉽게 12층을 클리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막화로 땅을 고르고, 이어지는 목가적인 살육의 시간.

오늘의 성과를 뽐내기 위해 갤러리를 켜고 어떤 똥글을 쓸지 고민하던 때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늘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던 이상성욕 글, 꾸준글, 헌터 연봉글, 뒷담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갤이 이렇게 클린할 리가 없는데?”

이건 뭔가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것도 대형 사고가.

나는 의아해하며 글 목록을 살폈다.

그리고 곧장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목: 탑 통제 들어간다는거 진짜임? ㄷㄷ]

[제목 : 야 근데 진짜 통제하는 거면 어캄?]

“이게 뭐야…?”

상상 이상의 빅이벤트가 터졌다.

나는 황급하게 개념글을 하나 눌렀다.

[✪ 제목: 오피셜) 정부, 전 세계적 탑 출입 통제 협조 결정]

작성자: 박기자

나 현직 기자다. 인증있음.

이거 엠바고 걸린 건데 어떻게 다들 아는 거지??

이거 정보 통제가 생명인 일이라고 몇 번이나 경고 먹은건데….

누가 목숨걸고 맨 먼저 푼 건지는 모르겠는데, 팩트 맞음.

이미 중국은 통제 들어갔음.

다음 주부터 유럽, 그다음이 일본 순서임.

마지막이 한국인 걸로 안다.

어찌 됐든 우린 시간이 좀 남았지.

봉쇄 시작하면 몰래 들어가는 놈 없도록 탑 주변에 감시 병력 쫙 깔릴 거임.

왜 이 지랄하는지는 아무도 모름.

표면적인 이유는 붕괴 예방 안전 점검 어쩌고라는데, 솔직히 개소리지.

그거 할 수 있으면 진작에 했게?

ㄴ 미친 정부 새끼들 또 삽질하네

ㄴ 아니 전 세계에서 통제를 한다고? 이게 뭔 일임.

ㄴ ㄹㅇ 걍 의도를 전혀 모르겠는데?

[✪ 제목: 야 이래도 계속 정부편 들거냐?]

작성자: ㅇㅇ(58.234)

이래도 계속 정부 말 듣고 살 거야?

독하다, 독해….

헌터 파업… 참가해야겠지?

ㄴ 아니 근데 A급, S급은 뭐함? 이런 통제에 오케이했다는 거 아님?

ㄴ 그러게, 평소엔 왕처럼 굴었으면 이럴 때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

ㄴ ㄹㅇ ㅋㅋ 결국 외국에서 압박 들어오니까 허리 굽힌 건 똑같죠? 정부 탓으로 돌리기 오졌죠?

ㄴ [삭제된 댓글입니다.]

ㄴ [삭제된 댓글입니다.]

나는 기겁하며 곧장 마법사 갤러리를 켰다.

여기라면 뒷사정을 아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제목: 님들아 이거 지금 무슨 소리에요?]

작성자: ㅇㅇ(D44.444)

탑 통제라니? 이게 뭔 개소리임?

내 다급한 질문에, 풍뎅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ㄴ 풍뎅이 : 그게 다 데미갓이 너를 잡으려고 하는 일이야.

ㄴ ㅇㅇ(D44.444) : 뭐요?

ㄴ 풍뎅이: 정부가 다른 나라와 협력해서 순차적으로 탑을 봉쇄하기로 했어.

아직 한국 차례까지는 시간이 좀 남긴 했지. 미국, 유럽, 일본을 다 거치고 마지막에 한국을 통제하게 될 거야.

봉쇄 기간은 지역당 길면 일주일 정도? 며칠전에 말해주더라고. 데미갓의 압박이 들어간건 분명해.

아니 왜 그런 헛짓거리를 하지?

그냥 내가 탑등반을 잠깐 쉬면 그만이잖아?

분명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직감.

나는 조심스럽게 타자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