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70230/77.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정태연: 정만호, 너 막내 탈출했다고 아주 신났네?]

[정만호: 아니, 그런 게 아니고….]

화연의 길드장 정태연. 그녀의 지적에 정만호는 바로 수그리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때, 또 새로운 사람이 대화에 참여했다.

[박상철: 신입 분, 환영합니다. 헌터 협회장 박상철입니다.]

박상철.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헌터 협회장이었다.

[박상철: 그런데 이름이 독특하시네요? 저희 톡방은 실명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실명은 아니시죠?]

부드러운 말투 속에 숨겨진 압박감이 느껴졌다. 왜 규칙을 따르지 않느냐는 무언의 추궁. 여러모로 능글맞은 뱀 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김수호: 제가 보증한 사람입니다.]

한국 유일의 S급 김수호였다. 그의 짧은 한마디에 시끄럽던 채팅방이 순간 조용해졌다.

[김수호: 국가 기밀에 준하는 임무 중이라, 당분간은 자세한 신상 노출은 어렵습니다.]

[박상철: (…채팅 입력중)]

[김수호: 이곳의 정보가 임무 수행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여 제가 특별히 요청한 인원입니다.]

[김수호: 협회장님께서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국가 기밀. 진부하지만 무적의 치트키.

무슨 임무인지, 이 톡방의 어떤 정보가 필요한 것인지. 따지려면 따질 수 있는 꼬투리는 많았다.

하지만 하필 그것이 S급 헌터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박상철: 하하, 김수호 씨가 보증하는 분이라면야 이야기가 다르죠. 제가 괜한 질문을 드렸군요.]

협회장은 금세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나는 그가 속으로는 전혀 납득하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여러모로 음흉하고 만만치 않아 보이는 상대였다.

한편, 조용히 관망하던 다른 사람들도 슬쩍 한 마디씩 얹기 시작했다.

[정태연: 난 저게 누군지 알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면 국가 기밀이어도 이상하지 않아.]

[은미래: 맞아, 굉장히 재밌는 사람이지.]

“… 이거 아무리 봐도 나인걸 확신하는 모양인데.”

이렇게 바로 아는 척을 하다니? 참을성이라곤 없는 마법사 두 명을 보니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예상치 못한 사람이 메시지를 보냈다.

[신세하: … 파이팅.]

“어?”

그 한마디에 채팅방이 갑자기 난리가 났다.

[박상철: 신세하 님,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항상 대답이 없으셔서 나가신 줄 알았는데.]

[이현우: 이 분이 말하시는 거 1년 만에 처음 보네.]

갑자기 내 정체보다 신세하가 말을 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하는 사람들.

신세하는 그 말만 하고 곧바로 다시 잠수를 탔다.

마법사 갤러리와는 너무 다른 그 모습에 나도 얼떨떨하고 있을 때였다.

[이강현: 다들 저렇게 말할 정도면 보통 분이 아니신가 본데요.]

[최수진: 혹시 나중에 저희 길드로 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저흰 100억까지 일시불로 지급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박상철: 하하, 여기서 그런 구체적 액수 언급 금지인 거 아시죠? 이러시면 아주 곤란합니다.]

[최수진: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박상철: 하지만 저도 관심이 가는군요. 나중에 꼭 연락 한번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협회에는 늘 인재가 부족하니까요.]

[박상철: 이 정도는, 국가 기밀이 아니겠죠?]

순식간에 채팅방은 나를 영입하려는 길드들의 제안으로 도배되었다.

심지어 개인톡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그 모든 메시지를 눈으로 훑어보다가, 짧게 한마디를 입력했다.

[눈물바다에 빠진 타이거: 당분간은 생각 없습니다.]

내 단호한 거절에 채팅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아, 역시 실명 단톡방은 너무 힘들고 무서워….”

슬슬 피곤함을 느낀 나는 채팅방 앱을 잠시 꺼두고, 이번에는 두 번째 링크였던 웹사이트 주소를 눌렀다.

A급 헌터 갤러리.

나는 피식 웃으며 게시판에 접속했다. 그러자 수많은 글 목록이 눈앞에 펼쳐졌다.

[제목: ㅇㄱㅎ 진짜 개꼰대 새끼 ㄹㅇ 선 넘네.]

[제목: 서울팟 힐러로 들어갔는데 질문받음.]

[제목: 1 군인데 월급 너무 짜게 준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하고 글 리젠도 활발한 느낌.

자세히 보니 A급 헌터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파티원들까지 활동하는 모양.

그래서인지 인구수도 제법 많아 보였다.

온갖 불만과 뒷담화, 그리고 정보 교류가 뒤섞인 혼돈의 공간.

나는 흥미롭게 글들을 스크롤하며 내려갔다. 그러다 익숙한 말투의 글을 발견했다.

[제목: 새로 온 A급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에요]

[작성자: ㅇㅇ(128.48)]

[내용: 난 누군지 안다에요. 앞으로 잘 지켜보는 게 좋다에요. 금방 다른 사람들 다 따잇 할 거다에요. 긴장해라에요. 특히 박상철 너 조심해라에요.]

“… 이 정도면 누가 썻는지 바로 보이잖아.”

톡방에서는 한마디만 하고 사라지더니, 여기서는 이런 글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글에 다른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ㄴ ㅇㅇ1: 다들 알겠지? 내 뉴비니까 상회입찰 하지 마라. 경고했음.

ㄴ ㅇㅇ2: 그게 왜 네 거야? 얼탱.

ㄴ ㅇㅇ3: 굳이 따지자면 처음 발견한 사람 거라고 해야 하지 않나?

“뭐지? 왜 이렇게 익숙하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여기도 늘 보던 사람 사는 동네구만.”

결국 사는 곳이 탑이든, 현실이든, A급 헌터들의 커뮤니티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란 말인가?

나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며 익숙하게 게시판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탑 28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이전 27층의 무너진 수직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경. 이번에는 명백한 건물 내부였다.

“여긴… 공장인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독한 기름 냄새와 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키가 작은 내가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좁은 공간. 온갖 기계 설비들이 가득 들어차있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어우, 천장이 왜 이렇게 낮아.”

여러모로 기묘한 공간이었다.

한쪽에서는 시뻘건 열기를 내뿜는 거대한 중세식 화로와 모루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 옆에서는 정체불명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대장간과 공장. 중세와 현대가 기괴하게 뒤섞인 공간.

무엇보다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터벅. 터벅.

둔탁한 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강철 골렘들이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골렘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의 빈 박스를 옮기거나, 화로에 연료를 쏟아부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기계 장치들이 쉴 새 없이 망치질을 해댔다.

“이게 뭐야….”

문제는 그들의 망치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보니 골렘들이 옮기는 박스도 텅 비어있었다. 그들은 텅 빈 상자의 내용물을 비우는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허공에 끝없는 노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그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끼이이익….

가장 가까운 곳에서 허공에 망치질을 하던 기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붉은 센서등이 켜지며, 그 기계의 머리가 나를 향해 천천히 돌아갔다.

그것이 신호였다.

끼기기긱…. 끼기긱….

공장 내부의 모든 골렘과 기계들이 일제히 하던 동작을 멈췄다. 수십 개의 붉은 눈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전투 신호.

“무슨 컨셉인지는 알겠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적의 수가 아니었다.

“공간이 너무 좁잖아.”

샌드웜을 소환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처리해야 가장 편할까.

내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툭, 툭.

머리를 잡아당기는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내 어깨에 서있는 초호기가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었다.

녀석이 내 눈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가슴을 통통 두드렸다.

그 의도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네게 맡겨달라고? 왜?”

정령의 정수를 먹은 이후, 녀석과의 의사소통은 한층 더 원활해져 있었다.

“저번에는 지렁이만 활약했으니, 선배인 네가 모범을 보여주고 싶다고?”

나를 잡아당기는 초호기에게서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

역시 경쟁자가 생겨야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인가?

“알았어, 알았어. 이번엔 네 차례다.”

나는 녀석의 머리에 씌워진 안전모를 툭툭 건드려주었다. 초호기가 이리저리 몸을 비트는 것이 느껴졌다.

“혼자서는 힘들겠지? 지원군도 붙여줄게.”

나는 손을 뻗었다. 바닥이 내 의지에 따라 모래로 변했다.

곧이어 내 주변으로 열 기의 모래 분신들이 솟아올랐다. 초호기와는 달리 투박하고 기능에만 충실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양산형 분신들.

쿠우우웅-!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땅을 울리며 다가오는 골렘들과, 변형을 시작하더니 몸체에서 날카로운 칼날과 포신을 드러내는 기계 장치들.

“체격도 키워주고, 무기도 만들어 줘야지.”

나는 초호기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땅의 모래가 초호기의 몸에 달라붙어, 순식간에 크기를 키웠다. 나보다도 살짝 큰 키가 된 초호기.

녀석에게 어울리면서도 저 강철들을 꿰뚫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내 머릿속에 곧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손을 뻗어 바닥에서 모래를 끌어올렸다. 모래는 내 손 안에서 뭉쳐지며 길고 날렵한 창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광물을 아낌없이 쏟아 넣어 만든 창이었다.

“자, 받아.”

은빛이 오묘하게 섞인 아름다운 창이 완성되었다.

초호기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창을 받아 들었다. 제 몸만 한 창이었지만, 별로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는 듯했다.

나는 이윽고 다른 분신들에게도 커다란 방패를 하나씩 만들어주었다.

“그럼, 돌격 시작!”

내 명령과 함께, 양산형 모래 분신들이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콰앙! 쾅!

컨테이어 벨트와 테이블들이 넘어진다.

골렘들이 휘두르는 주먹과 기계들이 쏘아낸 포탄이 모래 방패 위로 쏟아졌다. 방패에 금이가고 분신들의 몸체가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쉬익-!

방패 역할을 하는 분신들 사이의 틈으로, 그림자 하나가 튀어 나갔다. 초호기였다.

녀석의 움직임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렵해져 있었다.

초호기가 가장 가까운 기계의 관절부를 노렸다.

카가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창날이 장갑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힘줄 역할을 하던 동력선을 끊어버렸다. 거대한 기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정령의 정수는 단순히 여분의 목숨만 준 것이 아니다. 사고 능력과 전투 지능도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이 분명했다.

모래 분신들이 적의 공격을 받아내며 시선을 끄는 동안, 녀석은 그 사이사이를 누비며 적들을 하나씩 해치웠다.

순식간에 전장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공장 바닥에 쌓여가는 쓰러진 골렘과 파괴된 기계들.

나는 팔짱을 낀 채 초호기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볼만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