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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30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드디어 20 층대의 마지막.
집에서 출발하기 전, 29층에서 얻은 석판의 해석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산의 심장. 그곳에 잠든 종족의 영혼과 위대한 보물들.’
보물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나는 탑으로 향했다.
“29층은 왕궁이었지.”
왕궁을 털었으니, 다음에 나타날 장소는 왕궁보다 더 은밀하고 중요한 곳일터.
내 생각에 그런 곳은 단 한 군데뿐이었다.
바로 보물창고.
드워프의 보물창고라니.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워프니까 비싼 아이템도 많겠지?”
욕심은 안 낼 테니 딱 레전더리 아이템 두세 개만 나오길.
나는 기대를 안고 전환되는 시야에 집중했다.
“뭐야, 내 보물 어디 갔어.”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화려한 보물창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해도 좋았다.
“여긴 또 뭐야….”
사방이 막힌 거대한 동굴.
그러나 주위는 밝았다.
투명한 천장 위로 용암이 흐르며 동굴 안을 밝혔다.
마치 화산 아래에 있는 듯한 기분.
동굴의 중앙에는 거대한 크기의 용광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규모.
다만 용광로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듯 차갑게 식어있었다.
주변에는 싸늘한 재와 찌꺼기만이 가득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흥미를 잃었다.
“보물은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투덜거렸다.
그때였다.
스르르륵.
용광로 주변에 쌓여 있던 재와 쓰레기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재와 먼지로 된 골렘이 태어났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듯, 그 표면에서 입자들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이내 그 거대한 덩어리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끝에서 재의 탄환이 발사되었다.
내 모래 탄환과 비슷한 형태와 크기.
“뭐야, 나와 같은 타입의 능력자냐?”
나는 굳이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평타는 자동 방벽이 알아서 막아줄 터.
방어 대신 공격을 준비했다.
손끝에서 피어난, 다이아몬드 입자를 머금은 모래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칼날.
서걱!
칼날이 녀석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잘려나간 단면은 순식간에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쳇….”
나는 혀를 차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짝, 하는 소리와 동시에 허공에 수십 발의 탄환이 만들어졌다.
손가락을 튕겼다. 일제 사격.
슈슈슈슉-!
수십 발의 탄환이 골렘의 몸을 꿰뚫었다. 녀석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구멍은 곧바로 메워졌다.
“젠장, 역시 물리 공격은 의미가 없나?”
땅 속성 마법사의 한계였다.
다이아 커터든, 텅스텐 탄환이든.
결국엔 모래를 물리적인 형태로 만들어 공격하는 방식.
내 대부분의 공격은 물리 공격으로 치우쳐 있었다.
내게 순수한 마법 공격은 풍화 하나뿐.
이런 상대를 공략하기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이게 통하려나?”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새로운 방법을 떠올렸다.
지팡이를 땅에 깊게 박았다.
쿠르르르르릉!
내 의지에 따라 동굴 바닥의 모래와 암석들이 솟구쳐 올랐다.
골렘의 양 옆에 생겨난 벽은 이내 거대한 손의 형상으로 변했다.
짝-!
소리가 나게 박수를 쳤다.
내 손과 동시에 바위의 팔이 움직여, 골렘을 손안에 가두었다.
카가가가가각!
골렘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바위를 갉아내는 소리가 무섭게 울렸다.
거대한 주먹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딜.”
나는 더욱 강하게 마력을 쏟아부었다.
모래 주먹이 녀석을 더욱 강하게 옥죄었다.
압축에 또 압축을 반복.
녀석의 부정형의 몸체가 점점 단단하게 응축되었다.
반쯤 연기 같던 몸이 밀도 높은 덩어리로 변해갔다.
마침내 녀석의 저항이 한계에 다다르고, 몸통이 공처럼 둥글게 말렸을 때.
나는 손을 찔러 넣었다.
녀석이 날뛰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풍화.”
모든 마력을 끌어모은 일격.
내 손끝에서 마력의 폭풍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재의 입자 하나하나를 모래로 바꾸어나갔다.
녀석은 격렬하게 저항하며 나의 마법을 밀어내려 했다.
녀석을 가둔 주먹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틈새로 검은 먼지가 새어 나왔다.
“젠장, 버틴다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재를 모래로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나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 녀석이 완전히 모래가 되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내 마나가 바닥나는 게 먼저일까.
아슬아슬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마력 고갈을 알리는 경고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남아있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 마력을 쏟아부었다.
“사라져!”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나를 짓누르던 저항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거대한 바위 주먹이 힘을 잃고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자리에는 골렘 대신, 고운 모래 언덕만이 남아 있었다.
“하아… 힘드네.”
나는 휘청이며 무릎을 짚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였다.
이마에 서늘한 느낌이 닿았다.
초호기였다.
초호기가 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내 손가락에 감겨있던 반지도 신호를 보냈다.
[샌드웜은 당신이 너무 무모했다고 지적합니다.]
나는 그 모습들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텅 비어버린 마나와 달리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기분.
“괜찮아, 이 정도는.”
나는 초호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대한 용광로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나는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산의 심장을 담은 오리할콘 상자.
수많은 기계 몬스터의 코어를 흡수하며 엄청난 열기를 품게 된 아이템.
“이렇게 하면 되는 거겠지?”
나는 뜨겁게 달아오른 산의 심장을 들고 용광로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아이템을 용광로의 꺼진 아궁이 속으로 던져 넣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낮은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산의 심장이 용광로 깊숙한 곳에 남아있던 마지막 불씨를 집어삼키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꺼져 있던 용광로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하는 붉은빛.
빛은 점점 강렬해지며, 거대한 고철 덩어리 내부의 복잡한 회로를 따라 서서히 퍼져나갔다.
쿠구구구구궁-!
마침내 용광로가 거대한 굉음을 터뜨렸다.
엄청난 열기가 동굴 전체를 가득 메웠다.
용광로의 거대한 배출구에서 펄펄 끓는 쇳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때. 흘러내리는 쇳물 속에서 무언가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상이었다.
“드워프….”
그들은 용암 같이 붉은 몸을 이끌고 쇳물의 강 밖으로 걸어 나왔다.
뜨거운 열기에 몸이 식자, 붉게 빛나던 피부가 단단한 암석처럼 변했다.
용광로의 불꽃과 함께 부활한 종족.
그들은 어느새 수십으로 불어나 동굴을 가득 메웠다.
나는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잠시뒤 그들 사이를 가르고, 가장 위엄 있는 풍채의 드워프가 앞으로 나섰다.
황금으로 장식된 투구와 갑옷. 길게 땋아 내린 백금색 수염.
드워프의 왕이었다.
왕은 내 앞으로 다가와 거대한 몸을 숙여 경의를 표했다.
“그대에게 감사하오, 마법사. 그대 덕분에 우리 드워프는 기나긴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었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대는 우리의 은인이오. 드워프는 은혜를 절대 잊지 않지.”
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지팡이와 목에 걸린 펜던트에 닿는 순간,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세계수의 뿌리’와 ‘세계수의 영롱한 잎사귀’.
드워프 왕의 눈에서 뚜렷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 은인이여, 그 물건들은 대체 어디서 난 것이오?”
어…? 뭐지?
나는 순간 긴장했다.
방금 전까지 나를 은인이라 부르며 감사를 표하던 드워프 왕.
그 눈에서 온기가 사라지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노골적인 적의나 분노는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은인에게 무기를 들이댈 정도로 양심이 없지는 않은 듯했다.
대신 나를 경계하는 기색은 뚜렷했다.
주변을 둘러싼 다른 드워프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환호하던 드워프들의 소리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드워프 왕이 입을 열었다.
“은인이여. 한 가지 묻지 않을 수 없군.”
그의 시선은 내 눈을 꿰뚫을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대가 든 지팡이와 목에 건 나뭇잎에서는 저주받을 귀쟁이들의 냄새가 나고 있소. 우리 드워프들이 수천 년간 맡아온 결코 잊을 수 없는 냄새지.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지 않겠소?”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 맞아요. 엘프들에게서 받았죠.”
내 대답에 드워프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드워프와 엘프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나요?”
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왕이 코웃음을 쳤다.
“사이가 좋지 않냐고?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그 누가 귀쟁이들이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소?”
왕은 거대한 손으로 자신의 턱수염을 한번 쓸어내렸다.
“녀석들이 얼마나 음흉하고 교활한 종족인데!”
왕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엘프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놈들은 망치 한번 쥐어본 적 없이, 멀리서 장난감 같은 활이나 쏘아대는 겁쟁이들이오!”
왕의 말에 주변의 드워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동조하는 고함들이 터져 나왔다.
“맞소!”
“땀 흘려 일하는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놈들!”
“그저 숲 속에 틀어박혀 사는 게으름뱅이들!”
“수염에 가야 할 영양소가 전부 키와 귀로 가버린 멍청한 종족 아닌가?”
“역시 드워프가 가장 위대한 종족이지. 이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
“드워프를 다시 위대하게!”
나는 그들의 종족 차별적 발언에 할 말을 잃었다.
문득, 목에 걸린 펜던트의 정보창에 떠 있던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특수 칭호: ‘엘프의 영웅’이 추가됩니다]
아, 이거 괜히 차고 왔나?
이런 꼴통들인 줄 알았으면 하지 말걸 그랬다.
한바탕 열변을 토해낸 왕이 다시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묻겠소. 은인이여, 그대는 대체 놈들과 무슨 관계요?”
순간,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버릴까? 사실 내가 엘프들을 전부 죽이고 그들의 보물을 빼앗아 온 거라고.’
드워프들이 엘프를 증오하는 것 같으니, 그들의 원수를 갚아준 셈이 되지 않을까?
진실?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하다.
거짓을 믿는 편이 서로에게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내가 막 입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손가락에 감겨 있던 반지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샌드웜은 그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샌드웜은 드워프들이 거짓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젠장.
나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뭐 이렇게 골치 아픈 종족이?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10 층대 후반부터 20층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가 만났던 엘프들은 이미 타락한 상태였는데….”
나는 세계수를 잃고 다크엘프가 되어버린 엘프들의 이야기.
오염된 세계수를 정화하기 위해 20층까지 올랐던 과정.
그리고 마침내 세계수의 씨앗을 심어 그들을 만났던 일까지.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동굴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드워프들은 그저 묵묵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 드워프 왕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로군.”
“네?”
비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왕의 목소리에는 진중한 애도가 담겨있었다.
나는 의외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
“한 종족의 사라져 가는 고통은 우리 드워프들도 겪어봤기에 잘 알고 있지.”
그는 진심으로 엘프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대가 놈들을 구원하고 세계수를 되찾아주었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군.”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다행이라고? 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왕은 내 의아한 표정을 보고는 껄껄 웃었다.
“진심이신 거 맞죠?”
“물론이다! 만약 놈들이 그런 비참한 몰골로 전부 사라져 버렸다면, 우리가 대체 누구 골통을 쳐부수며 우리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
“아, 그런 느낌?”
“와아아아아!”
“오직 강철! 오직 드워프!”
왕의 외침에 주변의 드워프들이 일제히 전투 망치를 바닥에 내리치며 환호했다.
나는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종족들이었다.
그때, 손가락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샌드웜은 당신의 혼란을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샌드웜은 자신에게도 과거에 저들과 비슷한 권속들이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권속? 너한테 부하가 있었다고?’
[샌드웜은 자신에게도 비슷한 영광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나는 샌드웜의 말에 피식 웃었다.
샌드웜이 드워프들의 숭배를 받는 풍경이라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의 다음 말은 꽤나 흥미로웠다.
[샌드웜은 당신이 저들의 호감을 사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