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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탑 24층을 반복해서 공략했다.

착실한 약탈과 착취의 시간들.

따분했지만 확실한 성과가 있었다.

나는 지하실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내 몸의 변화였다.

스르륵.

내 의지에 따라 몸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순식간에 모래 석상으로 변해가는 내 몸.

변화는 하반신을 넘어 허리와 복부까지 순식간에 잠식했다.

모래의 감각은 명치 바로 아래에서 멈췄다.

이제 내 몸의 절반 이상을 모래로 만들 수 있는 셈.

다만 아직 가장 중요한 가슴과 머리는 모래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만족하며 모래화를 풀었다.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전신 모래화가 되면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때가 오면 나는 불사의 존재라도 되는 걸까?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예상외의 소득이었어.”

24층에서 얻은 정체불명의 광물.

나는 그것을 월석이라고 칭하기로 했다. 달에서 오진 않았지만.

월석은 내 몸에 섞여 있던 다른 광물들을 완벽하게 융합시키며 내 그릇 자체를 넓혀주었다.

덕분에 섭취할 수 있는 광물의 종류도 늘었다.

한두 개 정도의 여유 슬롯이 새로 생겨났다.

“아직 서두를 필요는 없지?”

하지만 나는 바로 새 광물을 찾아먹지는 않았다.

이 귀한 공간은 나중에 정말 특별한 광물을 발견했을 때를 위해 남겨둘 생각이었다.

몸의 점검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훈련장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며칠간의 노가다로 만들어 낸 작은 더미가 쌓여 있었다.

분홍빛을 띠는 금속 덩어리들.

바로 오리할콘이었다.

“5톤이라….”

나는 산처럼 쌓인 오리할콘 더미 앞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 몸이 오리할콘의 특성을 완벽하게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양을 100% 채우고도 남아도는 양.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들보다 훨씬 넓은 맵.

그런 장소에서 수십의 모래 분신과 코볼트 노예를 동원한 결과.

나만이 가능한 압도적인 채광량이었다.

현기증이 날 지경.

이걸 전부 팔면 대체 얼마일까?

“미스릴은 조금 아쉽긴 하네.”

다만 미스릴의 양은 초라했다.

지금까지 모은 양으로는 필요량의 절반을 겨우 채웠을 뿐이었다.

“뭐, 언젠간 다 채울 수 있겠지.”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탑은 계속 오를 것이고, 더 고층에서는 미스릴이 많이 나오는 층도 있을지 모른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광물 더미를 한번 더 훑어보고는 훈련장을 나섰다.


뻐근한 몸을 의자에 반쯤 눕힌 채 익숙하게 컴퓨터 전원을 켰다.

망설임 없이 헌터 갤러리부터 접속했다.

오늘도 나를 반기는 트래픽을 좀먹는 암적인 존재들.

[300% 가즈앗 ㅋㅋㅋㅋ]

[지금이라도 탑승하는 거 어떻게 보냐?]

[신고점 간다 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탑을 왜 가? 코인하면 되는데]

[돈이 복사가 된다고. 이게 이해가 안 돼?]

오늘의 갤러리는 온통 코인과 주식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도 다른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오, 여기가 헌터 갤러리야, 주식 갤러리야?”

나는 짜증이 섞인 글을 썼다.

바로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ㄴ 주식 갤러리에서는 원래 주식 이야기 안 하는데?

ㄴ 원래 헌갤에서 주식 떡밥 굴리고 심심하면 주갤 가서 헌터떡밥 굴리는 거임.

“에휴, 진짜 답도 없는 놈들.”

나는 마지못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훑어보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다들 코인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유라도 찾고 싶었다.

복잡한 글들이 많았지만 핵심은 간단했다.

최근 들어 탑에서 나오는 희귀 광물의 가격이 올랐다.

덕분에 광물 관련 주식과 코인이 폭등하고 있는 중.

그 이유로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지목했다.

대표적인 것은 중국의 거대 길드 몇몇이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모조리 사들이고 있다는 정보였다. 그리고 이런 사재기의 뒷배경은 한층 더 복잡했다.

그러나 어려운 정치와 경제 문제는 머리만 아플 뿐.

나는 그런 부분은 대충 넘겨버렸다.

중요한 건 딱 하나였다.

내가 쌓아둔 오리할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는 것.

다만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광물이 아니라, 코인이었다.

ㄴ 사실 광물 투자는 돈이 별로 안 됨. 진짜 대박은 ORC 코인임. 오리할콘 기반 코인인데 어제도 50% 땀.

ㄴ 코인 무료 리%딩방 텔그 @orc1279

“늘 있는 일이군.”

무언가 이슈가 생기면 어떻게든 단타로 한몫 잡아보려는 사람들.

어차피 대부분은 돈을 잃고 끝날뿐이다.

나는 이미 경험으로 뼈저리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올라오는 수익 간증글들을 보고 있자 자꾸 마음이 흔들렸다.

“에휴, 오늘은 갤 그만해야겠네.”

더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코인질을 다시 시작할 것만 같았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했다.

헌터 갤러리를 끄고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했다.

여기 사람들이라면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고 있겠지.

ㄴ p깟쮸 : ORC 코인으로 벌써 70%나 먹었다에요 ㅋㅋ 추천해 줘서 고맙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내가 빨리 사라고 했지?

“아니 이 사람들도 코인을 한다고?”

설마 코인이 맞는 길이었던 건가?

현명한 투자였던 거야?

ㄴ냉장고 : 아니. 딱 봐도 전형적인 잡코인이던데 그걸 왜 사??? 미쳤어???

ㄴ냉장고: 지금이라도 빨리 손절해. 이거 변동폭이 넘 크다. 폭락하면 끝도 없이 떨어질걸?

“역시 그렇지? 안 하는 게 맞겠지?”

ㄴ마법은화력 : 변동성이 높으니까 돈을 버는 거야. 안정성만 따지면 돈은 어떻게 벌래?

ㄴp깟쮸 : 맞다에요! 내리기 시작하면 그때 딱 팔면 되는 거 아니냐에요!

ㄴp깟쮸 :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면 평생 일해야 하는 거 모르냐에요!

ㄴ마법은화력 : 난 레버리지까지 땡겼어. 벌써 유니크 스태프 값 벌었음.

“아 씨…. 조금만 사볼까?”

p깟쮸, 마법은화력. 두 사람이 같은 편을 먹는 진기한 광경.

평소라면 냉장고가 저 둘의 다툼을 말리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정반대였다.

나는 예상치도 못한 대화합에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였다. 풍뎅이도 논쟁에 참전했다.

ㄴ풍뎅이 : 나도 처음엔 도박이라고 생각해서 안 샀지만, 지금 몇 달 내내 올랐잖아.

ㄴ풍뎅이 : 처음 화력이가 사라고 했을 때 샀으면 지금 얼마야? 손해 너무 많이 봤어. 지금이라도 더 사야겠음.

ㄴ 냉장고 : 아니 그걸 손해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ㄴ 냉장고 : 이 사람들 지금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네.

ㄴ 냉장고 : 있어 봐. 내가 그 코인을 절대 사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줄 테니까.

냉장고 vs 풍뎅이, p깟쮸, 마법은화력의 싸움이라니.

“… 왜 1명인 쪽이 더 신뢰가 가지?”

특히 풍뎅이가 코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신뢰도가 더욱 낮아졌다.

물론 그는 S급 헌터고, 나처럼 머리가 아주 아주 뛰어난 사람만이 될 수 있는 마법사 직업이지만….

저번에 현실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투자를 잘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ORC 코인이라?

오리할콘 기반 코인…. 잠깐, 오리할콘?

나는 곧장 지하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찰칵. 찰칵.

오리할콘 더미 앞에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급하게 다시 마법사 갤러리로 돌아온 나는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제목 : 나도 대세를 따라 코인 샀음.]

작성자 : ㅇㅇ(3R3.3T3)

(오리할콘 실물 사진)

지금 말하는 오리할콘 코인이 이거 맞죠?

이거 팔면 얼마정도 하려나.

내 글이 올라간 순간, 활발하게 오가던 대화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잠시 뒤 쏟아지는 댓글들.

ㄴp깟쮸 : ??????

ㄴ냉장고 : 이거 몇 킬로야?

“킬로라니? 톤인데.”

ㄴㅇㅇ(3R3.3T3) : 5톤 정도? 뭐 내가 먹을 거 빼면 그렇게 많진 않아.

ㄴ냉장고 : 코끼리임? 톤 단위를 먹게.

ㄴ마법은화력 : 광산을 통째로 들고 오기라도 한 거야?

ㄴ풍뎅이 : 지금 네가 몇 층 등반 중이었지?

ㄴㅇㅇ(3R3.3T3) : 24층에서만 캔 거임 ㅋㅋㅋㅋㅋ.

ㄴ냉장고 : 남들보다 거의 수백 배를 캤네…. 땅법사라 그런가?

나는 내친김에 내가 채굴했던 방식도 설명했다.

설명을 듣자 다들 이 말도 안 되는 채굴량에 납득하는 듯했다.

ㄴp깟쮸 : 전기는 접대층 같은 거 안나오냐에요. 불법 얼법 땅법만 접대해준다에요.

ㄴ풍뎅이 : 걱정마. 나도 접대층 없어.

ㄴp깟쮸 : 그건 무상성이라고 하는 거다에요.

나는 그들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ㄴ냉장고 : 너도 코인 할 거니?

ㄴㅇㅇ(3R3.3T3) : 난 코인은 안 해.

ㄴㅇㅇ(3R3.3T3) : 코인 채굴대신 진짜 채굴이나 해야지.

ㄴ냉장고 : 잘 생각했어. 넌 좀 상식적인 판단이 되는구나.

ㄴ마법은화력 : 뉴비야 누나 못 믿어?

ㄴㅇㅇ(3R3.3T3) : 사실 풍뎅이를 못 믿는 거긴 한데….

ㄴ풍뎅이 : ???

ㄴp깟쮸 : 사실 나도 풍뎅이가 사는 거 보니까 불안해지긴했다에요.

ㄴ냉장고 : 인간지표긴 하지. 매번 살 때마다 폭락하잖아.

ㄴ풍뎅이 : 나 그런 이미지였나? 나 투자 잘하는데.

ㄴ냉장고 : (흠맹밍…)

ㄴ마법은화력 : (흠맹밍…)

ㄴp깟쮸 : (흠맹밍…)

ㄴ풍뎅이 : 뭐야 반응이 왜 이래?

ㄴ풍뎅이 : 내가 뉴비도 발굴했잖아. 보는 눈 좋다니까?

의외로 가장 먼저 손을 뗀 것은 마법은화력이었다.

ㄴ마법은화력 : 뉴비까지 말리니까 좀 싸한 느낌이 드네.

ㄴ마법은화력 : 어차피 스태프 하나 값은 벌었고…. 여기서 그만둬야겠다.

ㄴ마법은화력 : 야, 너 말 듣고 파는 거니까 더 오르면 밥이라도 한번 사.

ㄴㅇㅇ(3R3.3T3) : 그럼 하락하면 내가 얻어먹을 수 있는 건가?

ㄴ마법은화력 : 그건 지금도 부산 오면 사 줄 수 있어.

ㄴㅇㅇ(3R3.3T3) : (눈치….)

그녀의 말이 신호탄이 되었다.

p깟쮸도 곧바로 뒤를 따랐다.

ㄴp깟쮸 : 나도 그냥 팔겠다에요. 치킨 값 벌었으니 만족한다에요.

가장 고민이 길었던 것은 풍뎅이였다.

그는 가장 늦게 투자를 시작했고 아직 수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ㄴ풍뎅이 : 아,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팔면 안되나?

ㄴ냉장고 : 정신 차려 이 아저씨야. 어차피 다들 돈은 벌었잖아?

ㄴㅇㅇ(3R3.3T3) : 맞아.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지.

ㄴ풍뎅이 : 하아, ㅇㅋ. 판다 팔아.

풍뎅이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매도 버튼을 눌렀다.

나는 악의 구렁텅이에서 세 마법사를 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사람들, 며칠 뒤면 나한테 감사할 거다.

“아직 구해야 할 사람이 많이 남았지.”

나는 곧바로 헌터 갤러리로 달려가 오리할콘 인증 사진을 올려대기 시작했다.

다들 내 오리할콘을 보고 정신이 들도록.

이 사람들이 파멸의 길로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제목 : 저희 집에도 오리할콘 5000킬로정도 있을걸요.]

ㄴ 실례도 안될 텐데 버거 100개만 주십시오.

ㄴ 하 씨. 애는 자꾸 어디서 이런 걸 가져오냐?

ㄴ 갑자기 인생 현타오네…….

ㄴㄴ ㄹㅇ 나는 콩알만한 씨드로 하루종일 차트보면서 하루에 만원 벌고 좋아하는데 이건 씨바.

ㄴ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 ㄹㅇ.

ㄴ 내 평화로운 헌터갤을 돌려줘 기만자새끼야.

ㄴ AI짤이지 뭐. 심란해 할 것 없음 ㅇㅇ.

그건 그렇고 오리할콘 가격이 지금 그렇게나 올랐단 말이지?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나는 더욱 열심히 광물을 캘 생각으로 탑으로 향했다.


[탑 25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벌써 보스전인가?”

하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내 예상대로라면,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쉬운 보스전이 될 테니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천장.

거대한 수직 동굴의 밑바닥이 이번 보스전의 무대였다.

이곳이 정말 탑의 한 층이 맞나 싶을 정도의 광활함이었다.

“어라? 보스는?”

그런데 있어야 할 보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의아함에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