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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뭐에 이렇게 겁먹은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장 가까이 있던 코볼트에게 다가갔다.

“키엑!”

녀석이 비명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들이 차고 있는 가방을 빼앗아 열어보았다.

안에는 과연 온갖 종류의 광물 조각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망설임 없이 가방을 통째로 들어, 그 내용물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음, 맛이 나쁘지 않은데?

와그작, 와그작.

내 입안에서 돌멩이가 부서지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코볼트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역시 이걸로는 부족하네.”

나는 뱃속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마력의 변화를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고작 이 정도로는 어림없을 터.

더 강력하고, 더 순수한 광물이 필요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음 목표를 물색했다.

“끼에에엑!”

내 시선이 닿자 코볼트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왜 저러는 거지? 내가 자기들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어이가 없네.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좀 천천히 가라.”

나는 겁에 질려 흩어지는 코볼트들이 달아나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놈들은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렸지만, 어차피 이 좁고 폐광에서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마침내 놈들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코볼트들은 세상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 처량한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문득 놈들이 차고 있는 낡은 곡괭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암벽도.

벽 곳곳에 박혀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녀석들의 둥지이자, 광맥이 위치한 장소인 모양.

이게 다 먹을 수 있는 거란 말이지?

나는 갑자기 이곳이 오직 나만을 위한 뷔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남김없이 탈탈 털어먹어주지.”

우선 내 힘으로 직접 광물을 캘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나는 벽으로 다가가, 풍화와 지팡이의 능력을 각각 사용해 보았다.

스킬을 발동하자, 단단한 암석이 순식간에 고운 모래가 되어 흘러내렸다.

정글이나 기계를 모래로 만들 때보다 몇 배는 쉬운 느낌.

“바위는 스킬이 너무 잘 먹혀서 문제네.”

문제는 그것이 너무나 강력하고 무차별적이라는 점이었다.

매번 그 과정에서 벽에 박혀 있던 광물마저도 모래로 변해버리기 일쑤.

“지팡이를 써봐야겠어.”

나는 지팡이를 벽에 대고 툭툭 두드렸다.

그러자 암벽 너머의 숨겨진 광맥의 위치와 종류가 머리에 지도처럼 떠올랐다.

나는 지팡이로 위치를 특정함과 동시에, 풍화를 사용해 바위를 갈아냈다.

카드드득.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래 사이로 형태를 유지한 광물 몇 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다만 내 집중력의 소모가 심했다.

마치 수술용 메스로 방울토마토 껍질을 벗기는 기분.

10분쯤 혼자 마법으로 광물을 캐내고 있을 때였다.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벽.

나는 갑자기 짜증이 몰려옴을 느꼈다.

“생각해 보니까 왜 내가 직접 일해야 해?”

이건 아니었다.

나는 돈 안 쓰고 편하게 광물을 먹으러 온 것이지, 흙먼지나 뒤집어쓰면서 일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하던 모든 일들을 멈췄다.

대신 주변의 바닥을 모래사장으로 만들었다.

그 위로 수십 개의 모래 분신들이 일어섰다.

“너희랑 저기 저 코볼트들이랑 같이 캐.”

나는 소환된 분신들에게, 바위로 만든 곡괭이를 하나씩 쥐여주었다.

그러자 분신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썩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대충 모래를 뭉쳐 의자와 침대를 만들고 드러누웠다.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모래 분신들은 내 명령에 따라 마지못해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코볼트들도 그 옆에서 눈치를 보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거기 13호! 똑바로 안 해?”

가끔씩 농땡이 피는 녀석들에게 똑바로 서라고 소리치는 것이 내가 할 일의 전부.

하지만 나중에는 그것마저 귀찮아졌다.

다 그 녀석이 그 녀석 같아서 구분하기도 어려웠고, 계속 소리를 지르려니 목이 아팠다.

나는 품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초호기를 꺼냈다.

잠에서 일어난 녀석이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 이제부터 네가 얘들 관리해.”

나는 초호기를 세워두고 말했다.

그러자 녀석이 불만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손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가, 저 멀리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양산형 모래 분신들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커다랗게 엑스자를 그렸다.

“왜? 아… 넌 쟤들이랑 급이 다르다고?”

초호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맞는 말이긴 하지.”

나는 녀석의 자존심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초호기는 단순 일꾼들인 다른 분신과는 격이 달랐다.

지속적으로 학습을 해온, 이를테면 대졸 출신 관리직.

그런 엘리트에게 똑같은 취급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녀석에게 걸맞은 직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자, 모자란 너에겐 모자를 씌워주마.”

주변의 바위와 흙을 적절히 섞어, 녀석의 머리 크기에 딱 맞는 안전모를 하나 빚어냈다.

내친김에 광물도 좀 섞어 넣어 색깔도 넣고.

“아, 호루라기도 하나 만들어야겠네”

돌을 깎아 호루라기도 하나 만들었다.

다른 분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초호기에게 완성된 안전모와 호루라기를 수여했다.

조금 전까지 불만에 가득 차 있던 초호기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녀석은 가슴을 쭉 펴고 새로 얻은 모자를 연신 고쳐 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는 편안하게 침대에 누웠다.

아, 탑 안에서 인터넷이 터진다면 좋았을 텐데.


잠시 뒤, 내 앞에는 광물의 산이 쌓였다.

팔짱을 끼고 우쭐해하는 초호기.

“넌 곡괭이 만지지도 않은 게 왜 이렇게 뿌듯해하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난 초호기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어 주었다.

내 기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손 가득 이름 모를 광물을 움켜쥐고, 그대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와작, 와작.

입안에서 과자 씹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초호기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와 광물을 번갈아 쳐다봤다.

녀석은 내 행동을 따라 하려는 듯, 바닥에 떨어진 작은 광물 조각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앙.

“……!”

하지만 다음 순간 초호기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씹지 못한 돌멩이를 바닥에 도로 뱉어냈다.

딱딱한 광물을 씹기에는 녀석의 이빨이 아직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뭐, 어차피 소화기관 같은 것도 없어서 목 넘김도 못하겠지만.

이가 아픈지 입가를 매만지는 녀석.

나는 초호기가 뱉어낸 돌멩이를 아무렇지 않게 주워 먹었다.

버리긴 아까웠으니까.

광물의 산을 전부 먹어 치우자, 배가 터질 듯이 불렀다.

나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이제 소화를 시킬 시간이었다.

명상에 잠기자, 내 몸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각기 다른 광물들이 내 마력과 뒤섞이며 재탄생하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너무 다양한 광물을 섞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건 내 근원적인 힘. 그 본질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모래의 힘을 유지해야만 했다.

내 몸의 순수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트리지 않으려면, 주력으로 섭취할 광물은 아직 서너 개가 한계였다.

“마냥 장점만 있는 스킬은 아니었군.”

나는 명상을 멈추고 눈을 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어떤 광물이 가장 효율적일까.

혼자서 정하기엔 역시 한계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한번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해 조언을 구했다.

난 이미 어제 대략적인 설명을 했었다.

마법사들이 각자 연구해 온 자신만의 스킬 트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ㄴp깟쮸 : 알루미늄부터 먹어야 한다에요. 알루미늄으로 모자 만들어 써야 전자파 세뇌 공격에서 안전하다에요.

언제나처럼 영양가 없는 댓글이 하나 있긴 했지만, 곧 진지한 댓글이 달렸다.

ㄴ마법은화력 : 다이아가 좋지. 칼이나 드릴처럼 만들면 물리딜 잘 나올 것 같음. 탄환으로 쏠 거면 텅스텐이 더 나을 것 같고.

ㄴ마법은화력 : 그리고 탑 화산지대 가면 나오는 태양석도 좀 사다 먹자. 이거 폭발하는 성질 있거든? 장갑 두꺼운 녀석들에게 좋을 것 같아.

ㄴ마법은화력 : 나머진 뭐…. 우라늄?

ㄴㅇㅇ(111.1J1) : 우라늄을 대체 어디서 구하는데?

ㄴ마법은화력 : 북한 원정 가면 되지 않을까? 언젠간 가야 할 테니.

ㄴp깟쮸 : ???

ㄴ냉장고 :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너밖에 없을 것 같은데.

공격 일변도의 조합.

곧 반박 댓글이 달렸다.

ㄴp깟쮸 : 법사는 공격보단 방어가 더 중요하다에요!

ㄴp깟쮸 : 나라면 무조건 미스릴 하나만 먹는다에요. 마법 방어하려면 미스릴 장비가 필수다에요.

ㄴp깟쮸 : 마법 방어 대책은 무조건 있는 게 좋다에요. 새겨들으라는 거에요.

방금 전과는 달리 갑자기 착실한 의견을 내는 깟쮸.

미스릴이라는 금속은 확실히 인상 깊었다.

마법 방어 전용 광물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기 때문.

그때, 눈팅만 하던 풍뎅이가 갑자기 등판했다.

ㄴ풍뎅이 : 나도 좀 계획을 짜봤는데.

ㄴ풍뎅이 : 로드맵을 하나 짜왔으니 다들 읽어봐.

그는 아예 파일을 첨부한 새 글을 올렸다.

[프로젝트 돌. ver1.2_수정최종_찐막_찐찐막. hwpx]

[1. 프로젝트 개요 및 목적]

[2. 분석대상]

[3. 핵심방법론]

[4. 단계별 실행 계획]

[5. 리스크 분석 및 대응 방안]

[6. 최종 기대 결과]

ㄴp깟쮸 : ??????

ㄴ마법은화력 : 왜 이렇게까지 진심이야 ㄷㄷ.

“아니, 이게 뭐야.”

무려 40페이지가 넘어가는 문서.

나는 차근차근 문서를 읽어 내려가다 금세 멈췄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풍뎅이의 플랜은 주로 40층 이상에서 나는 재료들로 꽉 채워져 있었고, 게다가 섭취할 광물도 스무 가지가 넘었다.

당연히 지금의 나는 쓸 수 없는 엉터리 조합식.

혹시 내가 성장하면 이 플랜을 따라갈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곧 우리의 최고 브레인인 냉장고가 이 문서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ㄴ냉장고 : 방금 읽어봤는데, 애초에 광물이 아닌 게 대부분이잖아.

ㄴ냉장고 : 게다가 이 조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야. 시너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좋은 건 대충 다 때려 박았네.

ㄴ냉장고 : 노력은 안타깝지만 이건 폐기.

ㄴ냉장고 : 역시 아무리 봐도 내 조합식이 가장 좋은 것 같네.

ㄴ냉장고 : 내가 알려주는 거 그대로 따라만 해.

ㄴp깟쮸 : (얼탱콘)

ㄴ풍뎅이 : 아니 내가 밤새 생각한 최강의 조합인데….

ㄴ마법은화력 : 근데 솔직히 내 아이디어도 괜찮지 않나? 뉴비 생각은 어때?

“이런.”

어느새 댓글창은 마법사들의 자존심 대결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