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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갤러리를 켜자마자 보이는 파딱과 관련된 제목들.

[자칭 B급 헌터님의 10층 공략.txt]

[아니 그래서 파딱 진짜 D급임?]

[파딱 ‘진한개’의 추악한 행적을 폭로합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야?”

하나는 확실했다.

갤러리에 난리가 벌어졌다는 것.

나는 빠르게 갤러리의 글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았다.

수많은 글과 개념글이 실시간으로 삭제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뒤엉켜 개판이 된 갤러리.

“이런 일이 있으면 누가 빠르게 나서서 정리 렉카글을 써놔야 할 거 아니야?”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상황 정리가 제대로 된 글이 하나도 없다니?

어쩔 수 없이 나는 게시판을 뒤로 넘기며 직접 상황을 정리했다.

몇 페이지를 거슬러 올라가 글들을 누르다 겨우 발화의 원인이 된 글을 찾아냈다.

파딱과 유동 하나가 10층 보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평범한 정보 글이었다.

나는 10층 보스를 떠올렸다.

“오크 대족장? 거기 뭐 특별히 이야기할 거리가 있었던가?”

물론 내가 다른 난이도를 직접 겪어본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갤러리에서 어느 정도 주워들은 것은 있었다.

일단 이지와 노멀에서는 내가 만난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

하드에서는 이름은 같은 오크 대족장이 나온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들었을 때, 내가 만난 대족장과 같은 몹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그 녀석의 괴물 같던 공격력을 떠올렸다.

하드 난이도의 보스는 팔 한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상반신을 펑펑 터트리진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클리어 이후 ‘대족장이 당신을 기억합니다’ 같은 불길한 문구를 본 사람도 없었고.

나는 호기심에 그들이 나눈 댓글을 구경해 보았다.

파딱은 10층 보스 공략 훈수를 두고 있었다.

문제는 파딱의 말에 틀린 부분이 있었다는 것.

ㄴ 진한개□ : 대족장은 피 10 퍼 되면 광폭화 드감. 홀딩했다가 단번에 잡아야 함.

ㄴ ㅇㅇ(121.178) : 그런 패턴 없는데? 그건 오크 광전사잖아.

ㄴ 진한개□ : 아 ㅋㅋ 하드랑 노말이랑 헷갈렸네. ㅈㅅ;

ㄴ ㅇㅇ(121.178) : 노말 보스도 광전사 아닌데? 너 뭐냐?

ㄴ 진한개□ : 아, 이지였네. 내가 하드로 클리어해서 말해주다가 좀 헷갈렸음.

ㄴ ㅇㅇ(121.178) : 아니 님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하드 공략 쓰다가 뭘 어캐해야 이지 공략을 씀?

파딱의 말에 의문을 느낀 유동의 지적.

그 댓글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ㄴ 그러고 보니 파딱 저번에 10 층대 일반몹 이야기할 때도 뭔가 이상하던데.

ㄴ 어 나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었네.

ㄴ 파딱 근데 B급이라매?

파딱의 등급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파딱은 직접 해명을 시작했다.

ㄴ 진한개□ : 전 B급 맞고요, 지금 A급 파티에 속해서 33층 등반 중입니다.

ㄴ 저기요. 하드 클리어 했다면서요. 왜 33층인데 A가 아니라 B급이신데요 ㅋㅋ.

ㄴ 하…. 너 심심한데 잘 걸렸다.

계속해서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마침내 분위기는 파딱에게 헌터 인증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흘러갔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인증을 하지 못했다.

잠시 뒤, 결론이 났다.

그 파딱은 C급 혹은 D급.

어쩌면 그조차도 아닌 비각성자 일반일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갤러리는 뒤집어졌다.

ㄴ 애초에 A급이 여기 있겠냐? 뭘 기대한 거임?

ㄴ ㄹㅇ ㅋㅋ 여기 90%는 헌터 지망생이나 국경선 가야 하는 D급 놈들인데 여기 뭐가 있다고 오겠음?

ㄴ 내가 알기론 A급들만 노는 커뮤가 따로 있다더라. 나 같아도 여기 안 옴.

“아니, 나는 하는데….”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헌터 갤러리엔 일단 S급 한 명은 확실하게 있다.

아, p깟쮸도 있지.

저번에 치킨 10마리 타먹었잖아.

“에휴, 그니까 괜히 아는 척은 왜 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으로 불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내 즐거운 장난감이 망가져 버린 기분.

이래서는 안 된다.

갤러리는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철칙.

“여기서는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군.”

나는 이 난장판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떡밥을 던져야 했다.

이 불길을 잠재울 더 크고 자극적인 떡밥을.

모든 혼란을 단번에 잠재울 한 줄의 문장을 써 내려갔다.

[제목: 그래서 새 파딱은 언제 뽑음?]

작성자: ㅇㅇ(B99.9C9)

어쨌든 하나 죽었으니까 새로 뽑아야 할 것 아님?

ㄴ 어? 그렇네?

ㄴ 징집 시작 ㅋㅋㅋㅋ

ㄴ 고닉들 긴장 중 ㅋㅋㅋ

ㄴ 이번엔 진짜 헌터로 뽑아라.

얼마 지나지 않아, 주딱도 파딱 징집 공지를 올렸다.

그 한마디에 흉흉하던 갤러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 컨텐츠에 대한 기대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는 헌터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지. 이게 옳게 된 갤러리의 모습이지.”

내 갤러리에서는 아까 같은 일로 불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즐거운 놀이터여야만 했다.

한편, 나는 슬슬 다음 단계를 위한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제목: 솔직히 파딱 같은 거 왜 함?]

작성자: ㅇㅇ(B99.9C9)

ㄹㅇ 글 쓰기만 하면 주목받고

일 열심히 하면 차단한다고 난리

일 안 하면 분탕 차단 안 한다고 난리 치는 놈들 투성인데

진짜 이거 왜 함?

ㄴ 파딱하면 월급 나오는 거 모르냐?

대충 봐서는 나만은 파딱시키지 말라고 외치는 글.

하지만 내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파딱이 하고 싶다…!”

갤러리의 완장이 될 수 있는데 왜 안 한단 말인가?

내가 글만 쓰면 주목받는다고?

그게 왜 단점이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자리.

하지만 대놓고 나 시켜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싫어하는 듯한 작업을 쳐놔야, 나중에 마지못해 받는 것처럼 매끄럽게 감투를 쓸 수 있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그러나 곧 내 완벽한 계획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맞다, 나 유동이지.”

파딱은 고정 닉네임만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날을 대비해 글댓합을 일정 수 채운 뒤에 방치해 둔 고정닉 아이디가 있긴 했다.

문제는 한참이나 방치되어 있던 그 아이디가 파딱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

“이건 정말 쓰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군.”

나는 저번 치킨 사다리 때 확보해 둔 주딱의 이메일로 연락을 넣었다.

치킨 기프티콘을 하나 찔러주면서.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Re : 나 파딱시켜줘]

야 미쳤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한테 파딱을 주겠냐?

너 같은 분탕한테 완장 주면 나까지 쫓겨날게 뻔한데.

게다가 너 유동이잖아. 유동이 파딱을 어캐 받어?

“한 개로는 안된다는 건가? 비싸게 굴긴.”

[Re : Re : 나 파딱시켜줘]

(치킨 기프티콘. jpg)

[Re : Re : Re : 나 파딱시켜줘]

생각해 보니 못할 건 또 없네.

너 고정닉 있으면 아이디 보내봐.

바로 파딱 줄게.

그리고 부탁이니까 이상한 짓은 좀 참아다오.

“그럼 그렇지.”

치킨 2마리. 총 10만 원을 썼지만 만족스럽다.

파딱에는 그럴 가치가 있다.

곧 주딱의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새 파딱 징집 완료.

ㅇㅇ(wlqdp)를 새 파딱으로 임명합니다.

징집 거부 시 30일 차단.

잠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흐흐….”

음흉한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좋아, 이제 내게는 무적의 권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

나는 내 글들을 직접 개념글로 올릴 작정이었다.

물론 대놓고 모든 글을 올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댓글 0, 추천 0 인 글을 올리면 티가 난다. 그것도 많이 난다.

적당히, 티가 나지 않게 눈치를 잘 봐야 한다.

나는 파딱을 얻은 닉으로 새로운 글을 썼다.

[제목 : “기생충이 목마를 때 하는 말이 뭔 지 아시오?”]

“숙주 나 물이라고 하겠지.”

“과연.”

ㄴ 에라이 씨발.

ㄴ “과연.” ㅇㅈㄹ

ㄴ 도랏도랏덴.

“반응 나쁘지 않네.”

파딱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평소 같은 뻘글에도 조회수와 추천이 잘 붙는다.

추천 6, 댓글 3.

헌터 갤러리의 개념글 추천 컷은 15개.

나는 혼자서 추천 9개를 더 찍었다.

이것은 주작이 아니다.

원래 파딱은 투표권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개념글에 당당하게 올라간 내 글을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오늘 하루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친김에 글 하나를 더 썼다.

[제목 : “조선 초기엔 4를 세지 않았소.”]

“그래서 사도세자가 나온 게지.”

“과연.”

ㄴ 분발하세요

ㄴ (듀….)

[추천 3] [댓글2]

뭐야? 추천이 고작 3?

아니 이거 진짜 재밌는데 왜 아무도 추천을 안 누르지?

안 되겠다.

이런 꿀정보는 모두가 봐야 한다.

나는 완장의 힘을 사용해서 이번 글도 개념글로 만들었다.

념글이 올라가자마자 한 댓글이 달렸다.

ㄴ 아까부터 개노잼 개드립이 념글가는데 이거 혹시 누가 주작하고 있는 거임?

“너처럼 눈치 빠른 녀석은 정말 싫어.”

나는 빠르게 해당 아이디를 차단했다.

음, 이제야 만족스럽다.

완벽한 헌터 갤러리의 탄생이다.

[제목 : ”차에서 가장 추운 곳이 어딘지 아시오?”]

내가 또다시 글 하나를 더 썼을 때였다.

갑자기 폭주하는 댓글 알람창.

나는 의아해하며 댓글창을 열었다.

ㄴ ?? 파딱 닉네임 왜 저럼?

ㄴ 아이디도 바뀌었는데?

ㄴ 어? 나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ㄴㄴ 이거 그 녀석이네. 탑유동.

내 닉네임 때문에 난리가 나는 사람들.

나는 그제야 내가 쓴 글의 닉네임을 확인했다.

77H.88H(rkrh)□

F99.R88(tlvek)□

“뭐야?”

평소에 내가 쓰던, 그 이상한 아이피와 똑같은 형식으로 된 닉네임.

심지어 닉네임뿐만 아니라, 아이디까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이게 뭐 하는 거야!”

나는 기겁하여 소리를 질렀다.

마법 깎는 노인이 걸어놓은 저주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었다.

아니, 고정닉에도 이 마법이 적용된다고?

마법 효과 좀 약해진 거 아니었어?

내가 혼자 욕설을 내뱉는 사이.

갤러리의 상황은 내가 손쓸 새도 없이 흘러갔다.

[제목 : 새 파딱 자기가 쓴 글 념글 주작 중 ㅋㅋㅋㅋㅋ]

한 유동이 내가 개념글로 올린 게시물들의 기록을 캡처해서 올렸다.

1초 만에 추천 수가 10개씩 올라가는 움짤.

“이…! 천한 유동 놈 주제에 감히…!”

나는 이를 악물었다.

주저 없이 유동 전부 차단을 누르려는 찰나.

녀석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글 하나를 더 올렸다.

[제목 : 이거 지적하는 애들 전부 차단 박는 중 ㅋㅋㅋ]

갤러리 차단 내역이 선명하게 찍힌 캡처.

나는 그것을 본 순간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축 처지는 내 팔.

“끝났다….”

이제 나와, 나를 임명한 주딱은 사이좋게 갤러리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주딱은 별 미련 없이 다른 파딱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기고 하야.

나는 순식간에 파딱에서 쫓겨났다.

나는 문득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이 모든 게 단 한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작 한 시간 천하라니?”

내가 억울함에 침대 위에서 몸을 비틀고 있을 때였다.

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