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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

내 주변을 제외한 광산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천장에서 흙먼지와 돌 부스러기가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곧 눈앞의 광산이 폭싹 주저앉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만 가면 20층은 진짜 날로 먹겠는데?”

이것이 레전더리 등급 지팡이의 위력?

동굴을 내 마음대로 지배하는 감각이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몬스터가 나오기도 전에 맵 자체를 파괴해서 클리어할 수 있다니?

하지만 이상했다.

한참이 지나 동굴의 붕괴도 잠잠해졌지만, 익숙한 클리어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버그인가?

아니면 설마 이런 붕괴에 안 죽고 버텼다고?

그게 말이 되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찰안을 발동했다.

마력의 흐름을 훑는 시야가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그럼에도 어떠한 생명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내가 알기로 20층 초반은 코볼트가 전부라고 했는데.”

비록 익스트림 난이도라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몬스터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이상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놓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그때였다.

쿠르르르릉!

갑작스러운 진동과 함께 내 발밑의 땅이 솟구쳐 올랐다.

“뭐야?”

몸을 피할 틈은 없었다.

물론, 피할 필요도 없었고.

솟구쳐 오른 것이 내 몸에 닿기 직전, 두꺼운 모래 방벽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냈다.

카가강!

둔탁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나는 그제야 나를 공격한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기계?”

땅을 뚫고 나온 것은 생명체가 아니었다.

거대한 드릴이 앞에 붙은, 아르마딜로처럼 생긴 기계.

녀석에게서는 생명력이나 마력의 흐름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로 순도 100%의 기계라는 뜻.

이름 모를 굴착용 기계의 중앙에 박힌 노란빛의 단안 렌즈가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나를 포착했다.

위이잉, 철컥.

기계음과 함께 렌즈의 색이 노랑에서 빨강으로 변했다.

명백한 적의.

“이게!”

나는 익숙한 모래 탄환을 날렸다.

압축된 모래가 총알처럼 날아가 기계의 장갑에 부딪혔다.

깡!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모래 탄환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튕겨나갔다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21층 잡몹 따위에게 내 공격이 막히다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래서 공격 스킬 하나 좀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나는 탑을 원망하며, 지팡이에 마력을 집중했다.

내 의지에 따라 다시 주변의 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콰쾅!

거대한 바위들이 기계의 몸체를 사방에서 강하게 짓눌렀다.

드릴은 마치 내 손아귀에 잡힌 것처럼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이대로 짓뭉개버리기엔 힘이 부족한가….”

주변의 바위를 이용한 압박은 상대를 제압할 수는 있었지만, 압착해 파괴하기에는 위력이 부족했다.

애초에 처음 붕괴에 죽지 않은 것을 보아, 이 기계의 내구도는 상당한 편인 것 같았다.

심지어는 내 탄환마저 튕겨내지 않았던가.

아마 이 폐광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굴을 파 나올 수 있도록 만든 물건인 듯했다.

기계는 바위더미 밑에 깔린 채로도 앞부분의 거대한 드릴을 맹렬하게 회전시키며 저항했다.

위이이이이잉-!

드릴이 회전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점차 몸을 비트는 기계.

이대로라면 갇힌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

다른 수가 필요했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풍화를 써볼까?”

풍화. 접촉한 모든 것을 모래로 만드는 스킬.

이전에는 생명체를 상대로는 감히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기술이었다.

마나가 엄청나게 소모되었기 때문.

그것은 마나 통이 배로 늘어난 지금도 마찬가지.

하지만 눈앞의 녀석은 생명체가 아니다.

통찰안으로 봤을 때도 마력의 흐름이 전혀 잡히지 않는, 완전한 무기물.

“이거라면 가능하겠는데?”

나는 버둥거리는 기계에게 한발 다가갔다.

그리고 내 키만 한 지팡이를 들어, 맹렬하게 회전하는 드릴의 첨단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댔다.

촤라라락-!

지팡이 끝이 닿은 드릴의 첨단부부터 천천히 모래로 변하기 시작했다.

단단했던 강철이 힘을 잃고 고운 입자가 되어 흩날렸다.

풍화는 순식간에 드릴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침내 기계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였던 드릴이 완전히 모래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키기기긱!

기계가 비명 같은 소음을 내며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곧 그곳에는 모래더미 한 뭉치만 남게 되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다음 층도 무난하겠어.”

그 순간, 눈앞에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탑 21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슬슬 레벨업 할 때가 됐는데….”

내 레벨업은 약간의 오차는 있었지만 5, 6층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번층이나 못해도 다음 층에는 A급 최상위권인 6 레벨.

그리고 20 층대의 중간보스를 사냥할 시점에는 S급 초입인 7 레벨에 도달할 수 있겠지.

하지만 기다려도 스킬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눈앞에 등장하는 익숙한 메시지.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산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내 손바닥 위로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주먹만 한 크기의 돌덩이.

하지만 평범한 돌은 아니었다.

검은색 돌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었고, 그 틈새로는 붉은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어, 이거…?”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얼마 뒤면 있을 이사 준비로 짐을 싸놔서 번잡한 집의 거실.

그 바닥에 앉아 눈앞에 놓인 아이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산의 심장’이라는 검고 투박한 돌멩이.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척 보면 안다.

이거 보나 마나 세계수의 씨앗 같은 거겠지.

20 층대의 히든피스를 발동시키기 위한 열쇠일 것이다.

이걸 어떻게 잘 키워서 30층 보스를 잡고 나면, 익스트림 난이도 전용 보상을 툭 던져줄 테고.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나는 세계수의 씨앗을 처음 얻었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구슬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도달하자, 그 녀석이 내 집을 얼마나 난장판으로 만들었던가.

벽을 뚫고 자라나는 덩굴 때문에 경찰이 방문했을 때는 정말이지 아찔했다.

나는 눈앞의 돌멩이를 노려보았다.

이 녀석….

지금은 아무런 특징도 없는 검은 돌에 불과하지만, 분명 성장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정신 나간 방식으로 집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겠지.

나는 그날이 벌써부터 두려웠다.

“하아….”

내가 침대에 누워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 머리 위에 무언가 폭신하고 닿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초호기?”

20층부터 계속 화분 안에 방치해 두었던 초호기였다.

“어딜 멋대로 돌아다녀.”

다시 화분에 꽂아두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녀석은 내 손을 피해, 사뿐히 내 얼굴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내 눈높이에서, 처진 내 입꼬리를 가만히 보았다.

녀석이 조막만 한 두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마치 억지로 웃게 만들려는 듯, 내 입꼬리를 조심스럽게 위로 밀어 올렸다.

사각, 사각.

입가에 닿는 모래의 까끌까끌한 감촉.

“나를 위로라도 하는 건가?”

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느새 이만큼이나 성장했다니.

제법 대견하게 느껴졌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나중에 화분 흙을 고급으로 바꿔줘야겠다.

핸드폰 사용시간도 10분 늘려주고.

그래, 힘을 내야지.

쓸데없는 고민은 그만두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켰다.

“일단 갤러리에 물어봐야겠어.”

나는 컴퓨터를 켜고 익숙하게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했다.

며칠 전 풍뎅이와 직접 만났지만 온라인에서의 우리 관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선을 아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현실 정모를 한 것을 안 p깟쮸가 내 정체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지만, 풍뎅이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예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갤러리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돌덩이 사진을 찍어 새 글을 작성했다.

[제목: 21층 익스 보상받음]

작성자: ㅇㅇ(33K.3K3)

저번에 세계수 씨앗이랑 비슷한 구조 같은데.

비슷한 템 아는 사람 있음?

(산의 심장 사진.jpg)

내 글이 올라가자,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p깟쮸가 등판했다.

다만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ㄴ p깟쮸 : 왜 풍뎅이만 만나주냐에요. 빨리 신상을 공개하라에요.

ㄴㅇㅇ(33K.3K3) : 아아…. 그것 말인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

ㄴ p깟쮸 : (이건 아니다…라면서 울고 있는 콘)

늘 있는 깟쮸와의 WWE. 적당히 상대해주고 있자 곧 도움이 되는 댓글이 달렸다.

ㄴ 냉장고 : 이건 25층 보스 코어랑 비슷하게 생겼네.

나는 댓글로 내가 만난 적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ㄴ 냉장고 : 네가 만난 거, 하드 25층 보스야.

ㄴ 냉장고 : 그걸 스킬 하나로 순살시켰어?

ㄴㅇㅇ(33K.3K3) : 상성이 좋았움.

ㄴ 마법은화력 : 너 다음엔 전부 없애지 말고, 반만 지워봐. 녀석에게 코어 얻으면 뭔가 합쳐질지도 모르지.

기계들의 코어라?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20 층대의 테마가 폐광의 기계라면, 그 부품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곧 다른 마법사들도 모두 그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풍화로 절반만 딱 지우긴 힘들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만큼 날먹은 힘드려나.”

역시 다른 공격기가 필요하다.

나는 내 손위에 떠오른 모래 탄환을 보았다.

그리고 지팡이도.

내가 지팡이의 힘을 끌어올리자, 모래 탄환은 바위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정말 충분할까?

나는 문득 이것을 강철로 바꿀 수는 없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시도에도 단단한 바위로만 변할 뿐. 강철 탄환이 되진 않았다.

“역시 어렵나….”

나는 지팡이에 다시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에는 조종이 목적.

그러나 사방에 널린 금속제품들은 내 의지대로 컨트롤되지 않았다.

“아니 땅속성이면 금속도 막 쓸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금속도 쓸 수 있는 거라면, 아예 티타늄이나 텅스텐 탄환을 펑펑 쏠 수 있을 텐데.

전투가 아니라도, 모래에서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마구잡이로 만들어내서 부자가 된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다, 아쉬워….”

나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아직 이해도가 부족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나는 역풍화를 처음 깨달았을 때의 경험을 되살렸다.

한 물건을 모래로 만들고, 다시 되돌리는 것에는 수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한 금속을 많이 다루다 보면 제어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혹은 원석이나 광석은 다룰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다시 들어가면 테스트를 해봐야겠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나는 습관처럼 헌터 갤러리에 접속했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엔 이것만 한 일이 없었다.

“뭐야? 파딱이 죽었잖아?”

갤러리에는 축제가 한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