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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다음날 나는 곧장 19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폐를 찌르는 묵직한 공기.

이전 층들보다 몇 배는 독해진 것 같았다.

“우엑….”

저절로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역한 공기.

보통 사람이었다면 들어서는 순간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19층이 이 정도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 또한 익스트림 때문이겠지.

하지만 나는 곧 멀쩡해졌다.

세계수의 씨앗이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씨앗은 주변의 독기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고, 그 자리에 맑고 깨끗한 마나를 토해냈다.

덕분에 내 주변은 마치 강력한 공기청정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쾌적했다.

씨앗은 날이 갈수록 출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덕분에 집은 개판이 되고 있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사막화를 발동했다.

18층에서 여러 단서를 얻었던 만큼, 이번에도 최소한의 모래만 확보할 생각.

그때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내 목에 걸려있던 펜던트가 희미한 녹색 빛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18층에서 주운 펜던트. 세계수의 메마른 잎사귀.

성장형이니만큼 계속 차고 다녀야 좋을 것 같아 챙겨 온 물건.

그것이 머리 위에 띄워둔 세계수의 씨앗과 공명하듯이 떨렸다.

씨앗 역시 그에 화답하듯 이전보다 한층 더 밝은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울창한 정글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스스로 갈라지며 길을 터주었다.

“뭐야 이건…?”

나는 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보였다.

펜던트에서 뻗어 나온 가느다란 녹색 빛줄기가 정글 깊숙한 곳을 향해 길을 가리키는 것이.

딱 봐도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상황.

“이건 못 참지.”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새로 열린 길로 발을 옮겼다.

물론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나는 모래 분신 둘을 내 앞에 세웠다.

초호기와 그냥 모래 분신 1호.

길을 따라 걸을수록 주변 풍경은 점점 더 기괴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자드맨들의 시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온몸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꿰뚫리거나 베인 채 죽어 있었다.

“다크엘프 짓인가….”

하지만 내가 아는 다크엘프의 소행이라고 하기에는 상처가 너무나 깊고 잔혹했다.

마치 거대한 맹수가 할퀴고 간 듯한 상처.

갈수록 시체의 훼손 정도는 심해졌다.

나중에는 아예 사지가 찢겨나간 다크엘프의 시체까지 발견되었다.

분명했다. 이곳에 있는 무언가가 놈들을 학살한 것이다.

마침내 빛이 가리키는 길의 끝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폭포가 절벽을 타고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 주변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절벽 중턱.

폭포수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돌로 된 사원이 있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사원은 이끼와 덩굴로 뒤덮인 채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고대의 유적. 그리고 그 유적의 입구를 지키는 수호자들.

수호자들은 지금까지 내가 봐온 다크엘프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었다.

놈들의 몸은 뒤틀릴 대로 뒤틀려 있었다.

마치 트렌트와 엘프를 억지로 합쳐놓은 것처럼 몸 곳곳에서 솟아나 있는 나뭇가지와 덩굴.

놈들의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크워어어!”

놈들이 나를 발견하고 일제히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그중 하나가 덩굴로 된 팔을 휘둘렀다.

15층 슬라임의 촉수를 연상케 하는 공격.

카캉!

내가 반응할 필요도 없이, 내 몸 주위의 모래 방벽이 자동으로 솟아나 촉수를 튕겨냈다.

나는 모래 분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리하지 말고 하나만 잡아봐.”

초호기와 1호기가 한 놈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뒤에서 모래 탄환을 쏘아 다른 녀석들을 미리 제거해 주었다.

퍼엉!

가장 가까이 있던 놈의 머리가 탄환 한 발에 가볍게 사라졌다.

나는 한발 물러서 초호기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초호기가 휘두른 창을 한 놈이 맨손으로 잡아챘다.

우드득.

놈의 팔이 쭈욱 늘어나면서, 그대로 초호기의 몸통을 꿰뚫었다.

초호기의 몸에서 모래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본체가 다치면 안 되는데….”

지금의 초호기는 내 살점으로 이루어진 본체가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고, 거기에 모래가 달라붙어 부피를 키운 상태.

심장부를 관통당한다면 초호기는 거기에서 끝.

내가 며칠째 학습시킨 내용이 사라져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초호기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꿰뚫린 채로 달려들어 놈의 몸을 붙잡았다.

1호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옆에서 달려들어 창으로 놈의 머리를 찔렀다.

“케….”

엘프 - 트렌트 융합체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가벼운 싸움이었지만 내겐 초조한 승부였다.

“…다음부터는 방어를 우선시 해.”

나는 박살 난 초호기의 몸을 복구해 주며 말했다.

금세 말끔해진 초호기.

녀석은 내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는 듯했다.

복구가 끝나기가 무섭게 활기를 되찾는 녀석.

초호기와 1호기는 서로를 마주 보고 어설프게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이내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참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이제 내 앞을 막는 것은 없었다.

나는 당연히 유적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런 곳에 히든 피스가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

“뭐가 나오려나…. 스킬북? 아이템? 기왕이면 아이템이 좋은데.”

나는 기대를 품고 고대의 사원 안으로 발을 들였다.

유적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하지만 내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가 다시 한번 희미한 녹색 빛을 발했다.

그 빛에 반응하듯, 유적의 벽과 천장에 새겨진 문양들이 하나둘씩 푸른빛을 내며 켜지기 시작했다.

“오….”

나는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둠이 걷히고, 마침내 유적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벽화들.

나는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이런 건 원래 사진 금지인데.”

나는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플래시를 터트리며 벽화 사진을 찍었다.

이런 귀한 걸 눈으로만 보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벽화 구석에 한국어 낙서라도 한 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았다.

벽화는 총 네 개였다.

첫 번째 벽화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세계수가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수많은 엘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선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한 엘프들.

두 번째 벽화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땅에서 검은 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영향인지, 찬란했던 세계수는 급격하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무는 검게 변했고, 울창하던 숲이 독기로 물들어 정글과 늪이 되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고통과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하늘을 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세 번째 벽화는 분열을 그리고 있었다.

시들어가는 세계수 아래, 엘프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피부가 칠흑같이 검게 변하며 타락해가고 있었다.

지금 내가 아는 다크엘프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아직 변하지 않은 동족들과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 벽화는 이야기의 끝을 보여주었다.

변하지 않은 엘프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세계수는 이제 완전히 검게 변해,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재앙의 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 와중, 아직 살아남은 몇몇 엘프들이 세계수의 심장부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있었다.

작은 씨앗이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세계수의 씨앗.

그들은 씨앗을 소중히 감싸 안고, 폐허가 된 고향을 등진 채 저 멀리 떠나고 있었다.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이것이 다크엘프들의 기원이었다.

탑이 나타나고, 그들의 터전이자 신이었던 세계수가 오염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오염에 물들었고, 일부는 끝까지 저항했다.

결국 저항하던 이들은 씨앗을 가지고 이곳을 떠났고, 남은 이들이 지금의 다크엘프가 된 것이다.

나는 다크엘프들이 나를 기습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나한테만 다크엘프들이 나타난 이유가 이 씨앗 때문이라는 건가?”

이 숲은 원래 그들의 땅이고, 씨앗은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셈.

그러나 감상에 젖어 있던 것은 아주 잠시였다.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는 유적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런 그럴싸한 장소에 벽화만 달랑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스킬북이 있을 터.

“뭐야, 왜 없어?”

하지만 한참을 뒤져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모래 분신 초호기와 1호기까지 동원해 유적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벽돌 틈새 하나하나, 먼지 쌓인 제단 아래까지.

하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럴 리가?

이렇게 특이한 장소면 당연히 레전더리 템이 놓여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게임에선 늘 그랬는데.

아 맞아. 게임?

“아, 원래 이런 곳은 다 부수다 보면 뭔가 나오는 거였지….”

나는 손뼉을 탁 쳤다. 뒤늦은 깨달음.

나는 풍화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벽을 조심스럽게 모래로 만들어 나간다.

일종의 굴착 작업.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없다고?”

어느새 유적은 내 손에 거의 다 박살 나 있었다.

아름다웠던 벽화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알 바 아니었다. 이미 다 죽은 엘프의 슬픈 역사 따위.

탑 안의 엘프가 현실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유적을 포함한 절벽 전체를 모래로 만들어버렸을 때였다.

내 몸이 갑자기 빛에 휩싸였다.

익숙한 부유감과 함께, 탑에서 강제로 배출당하는 감각.

눈앞에는 어김없이 클리어 메시지가 떠 있었다.

[탑 19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

“하늘이여…!!”

나는 허공을 향해 억울함이 가득 담긴 비명을 질렀다.

분노를 참지 못한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곧장 마법사 갤러리에 접속해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

[제목: 아니 이런 곳에 히든 피스가 없는 게 말이 됨?]

작성자: ㅇㅇ(H33.333)

19층에서 웬 고대 유적을 발견함.

(벽화 사진.jpg)

이거 아무리 봐도 히든피스 각 아님?

근데 아무것도 안 주더라.

아 억울해 죽겠네 진짜 표독해지려고 하네.

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에 마갤 유저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ㄴ 마법은화력: 아니 벽화 같은 것도 히든피스잖아…. 이제까지 발견한 사람이 없을 텐데.

ㄴ p깟쮸: 매 층마다 템 하나씩 줍는 게 말이 되겠냐에요 ㅋㅋㅋ

그 와중에 냉장고는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ㄴ 냉장고: 다크엘프 관련 내용 벽화라고?

ㄴ 냉장고: 걔네 30층에서도 나오는데, 왜 거기에 유적이 있는 거지? 그럼 30층에 있는 놈들은 뭐야?

ㄴ 냉장고: 그리고 벽화에도 검은 탑이 나타난 게 상당히 꺼림칙한데.

나는 그녀의 진지한 고찰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ㄴ ㅇㅇ(H33.333): 그건 중요한 게 아님. 어차피 고민해 봐야 알 수도 없고. 난 그런 거 신경 안 씀.

ㄴ ㅇㅇ(H33.333): 중요한 건 내가 헌갤에서 비틱할 수 있는 히든 피스가 없다는 거임….

ㄴ ㅇㅇ(H33.333): 벽화는 헌터 갤러리에 자랑도 못하는데. 억울하다 억울해.

ㄴ 냉장고: 아니, 템이나 스킬북 못 먹어서 화나는 게 아니고 기만질할 기회가 사라져서 화나는 거야?

ㄴ 마법은화력: 화나는 지점이 왜 거긴데.

마법사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이걸 왜 이해를 못 해준담?

p깟쮸. 너만은 날 알아주겠지.

하지만 내 기대는 배신당했다.

ㄴp깟쮸 : 욕심이 아주 그득그득하다에요. 내일 20층 가면 또 혼자 이상한 거 가져올게 뻔하다에요.

“쩝….”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20층이라.

진짜 헌터로 등록할 날이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