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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5 KiB
Raw Blame History

대한민국 유일의 S급 헌터, 김수호.

그는 지금 세계 헌터 협회 본부의 특수 훈련장에 와 있었다.

이곳은 각국의 최상위 랭커들이 다음 층 공략의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받는 시험장.

이곳에서의 테스트는 다음 층에 도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였다.

탑 공략 실패는 단순한 개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탑의 붕괴는 곧 국가적 재앙.

당연히 대비가 있어야 한다.

오늘 김수호의 54층 등반 가능성을 측정할 시험관은 단 한 명.

파란색 코스튬을 입은 남자.

현 세계 랭킹 1위, 신에 가장 가까운 남자, 데미갓.

데미갓은 이 역할을 즐겼다.

자신을 위협할 만한 존재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 하나의 예외는 있었다.

‘더블오….

데미갓의 뇌리에서 그 정체불명의 닉네임이 떠나질 않았다.

계속해서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존재.

테스트를 위해 이곳을 찾은 각국의 S급들에게도 집요하게 정보를 묻고 다녔다.

하지만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혹은 모른 척을 하고 있거나.

‘역시 직접 찾아내는 건 글렀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데미갓은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일단은 눈앞의 일에 집중할 때.

“테스트 종료. 양 타이, 공략 불가능.”

데미갓이 무심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그 앞에는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중국의 S급 헌터가 서 있었다.

양 타이는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는 듯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이건 조작이야! 우리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속셈이겠지?”

“조작?”

“뻔하지! 우리가 두려운 나머지, 공략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불가능하다고 판정을 내린 거야!”

양 타이는 데미갓이 일부러 자신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게 중국의 기를 죽이기 위함이라고.

“쯧. 좋은 꼴은 못 보겠군.”

훈련장 구석에서 대기하던 다른 헌터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데미갓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그는 천천히 양 타이에게 다가갔다.

“불만이 있나, 차이나?”

“당연히! 이건 명백한 차별…!”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데미갓의 두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갔다.

그의 거대한 손이 양 타이의 양 볼을 감싸 쥐었다.

S급 헌터인 양 타이의 얼굴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샌드위치가 되어버렸다.

“크윽…!”

데미갓은 그대로 양 타이를 들어 올렸다. 두 발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데미갓이 입을 열었다.

“호—우———!”

물리적인 충격파를 동반한 사자후.

훈련장 전체가 그의 목소리에 격렬하게 진동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귀를 막고 무릎을 꿇을 정도.

“커헉!”

양 타이의 눈과 귀,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툭.

데미갓이 손을 놓자,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는 양 타이.

주변의 의료팀이 익숙하다는 듯 달려가 그의 몸을 들것에 실어 나갔다.

“소리만 질러도 쓰러지는 놈을 상대로 기 죽이기를 할까 봐? 어이가 없는 녀석이군.”

사람들은 쓰러진 양 타이을 보며 뭘 모른다는 듯 비웃었다.

데미갓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차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김수호에게 닿았다.

“다음, 킴 카디안?”

김수호는 묵묵히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데미갓이 그에게 물었다.

“너도 저런 불만이나 걱정이 있나?”

“아니. 나는 없다.”

김수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데미갓은 김수호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쿨해서 좋군. 좋아, 시작하지. 다음 층 데이터에 맞춰서 상대해 주마.”

데미갓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바람 마법의 무서운 점은 전조가 없다는 것이다.

감지가 불가능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

바람이 한번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목표물은 산산조각 나 있기 마련.

휭-!

소리와 동시에, 형체 없는 칼날이 쇄도했다.

S급의 힘이 담긴 공격.

산 하나를 갈라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데미갓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

바람에 그의 머리가 부드럽게 흩날렸다.

“이게 전부인가?”

김수호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이 정도 강자에게는 기습의 이점이 없다.

두 손을 모아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공격기.

레인보우 등급의 스킬. 파천.

모든 것을 찢는 회오리가 데미갓을 덮쳤다.

그러나 데미갓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연했다.

공격을 피해서야 정확한 위력의 층정이 안되니까.

슉!

데미갓의 주먹이 허공을 때렸다.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폭풍을 압도하는 충격파.

스킬 따위가 아니다. 순수한 완력만으로 만든 현상.

“이게 네 필살기인가?”

“큭…!”

“더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군.”

데미갓은 김수호를 무감정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 입에서 냉정한 판정이 흘러나왔다.

“어이, 킴 카디안.”

훈련장 전체에 낮게 울리는 목소리.

“너, 이대로는 다음 층 공략에 실패한다. 이 파워로는 보스를 잡을 수 없어.”

확신에 찬 통보.

김수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데미갓의 말이 사실임을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

김수호는 묵묵히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울렸다.

김수호는 문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

고개를 들어 맞은편 벽에 걸린 거울을 보았다.

그 안에 비친 것은 대한민국 최강의 S급 헌터가 아니었다.

무력감을 느끼는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일 뿐.

“… 나는, 여전히 약하구나.”

김수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거친 숨.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진흙과 피가 뒤섞인 냄새의 기억.

‘어서 가! 여긴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을 등지고 도망쳤던 기억.

나약하고 비겁했던 자신의 뒷모습.

그날 이후, 김수호는 맹세했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 죽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맹세는 자신의 삶 그 자체가 되었다.

존경했던 그 사람처럼 말하고, 그 사람처럼 행동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어떤 위기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모습.

대한민국 유일의 S급 헌터라는 칭호는 그 맹세가 만들어낸 결과물.

“후…. 정신 차려야지.”

짧은 숨을 토해낸 뒤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위해 죽었던 그 사람은 분명 이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았을 테니.

주저앉아 있을 시간은 없었다.

자신은 대한민국 유일의 S급.

그리고 서울의 탑을 책임질 사람.

포기는 곧 서울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어떻게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머리를 조금 식혀주는 듯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까?

협회나 국가?

지원은 받을 수 있겠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이미 받고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다른 나라의 S급 헌터?

그건 최악이다.

오히려 이쪽의 약점만 노출하는 꼴.

“젠장….”

고립감과 중압감이 밀려왔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그 와중에 손은 익숙하게 하나의 앱을 열고 있었다.

마법사 갤러리.

그것을 본 순간 김수호의 의식이 돌아왔다.

“여길 왜 들어왔지? 이 상황에….”

김수호는 스스로의 행동에 당황했다.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도피처를 찾아온 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단 다섯 명의 마법사만이 존재하는 곳.

이곳에서는 자신은 한국을 지켜야 하는 S급 헌터가 아닌, 그저 고정닉 풍뎅이일 뿐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유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곳이자.

세상에서 몇 안 되는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공간.

[제목: 나중에 한국 국기를 내 문양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작성자:ㅇㅇ(88U.8T8)]

[탑 안에서는 이미 하고 있던데. 좋은 탑 문화 받아들이자.]

ㄴp깟쮸: 제정신이아니다에요.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

김수호는 멍하니 글을 읽었다.

현실의 무게가 잠시나마 잊히는 기분.

그 순간이었다.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였다.

눌러둔 감정의 둑이 터진 것처럼.

[나…]

입력창에 적힌 한 글자.

김수호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손가락은 멋대로 글을 썼다.

[제목: 나 55층 등반 실패 판정받음]

아무런 설명도 없는 그저 한 줄의 문장.

김수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기도 전에, 전송 버튼을 눌러버렸다.


[나 55층 등반 실패 판정받음]

“뭐야 이거?”

S급 헌터 김수호.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남자. 그런 그가 실패 판정이라니?

나만 놀란 게 아니었다.

다른 마법사들의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ㄴp깟쮸: ???

ㄴ냉장고: ?????

ㄴ마법은화력: ????????

곧 풍뎅이의 추가적인 설명이 올라왔다.

ㄴ풍뎅이: 방금 공식 테스트받은 결과야. 화력이 부족하다네.

화력 부족.

그 네 글자가 댓글창에 올라온 순간.

나는 누군가가 올 것임을 직감했다.

ㄴ마법은화력: 누가 화력 부족 소리를 내었어??

ㄴ냉장고: 내 이럴 줄 알았다.

ㄴ마법은화력: 바람 마법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화력이 약해서 그래. 불 마법은 이럴 일이 없지.

ㄴp깟쮸: 속성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말만 많다에요. 해결책이나 말해봐라에요.

이어지는 핀잔.

마법은화력은 괜히 머쓱해졌는지 곧바로 해결책을 말했다.

ㄴ마법은화력: 화력이 부족하면. 스태프를 두 개 들면 되잖아?

ㄴㅇㅇ(88U.8T8): 얼탱

ㄴ냉장고: 그게 되면 입에도 하나 물어서 3도류 하게?

ㄴp깟쮸: 나는 손가락 마디마다 끼워서 6도류한다에요. 울버린처럼.

나 역시 동감했다.

착용할 수 있는 장비에는 한계가 있었다.

“애초에 그럼 반지도 한 손가락에 3개씩 끼고, 옷도 두세벌씩 덧입지.”

하지만 마법은화력은 완강하게 주장했다.

ㄴ마법은화력: 아니 사람을 못믿네. 내가 해봤다니까?

ㄴ냉장고: 흠맹밍….

ㄴ마법은화력: 있어봐 증거영상 올려줄 테니.

곧 정말로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움짤 속에서는 정말로 스태프 두 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다.

양손에 각각 기다란 스태프를 든 모습이 많이 웃기긴 했지만.

ㄴ냉장고: 아니 이게 진짜 되네…. 왜 되는 거지?

ㄴ마법은화력: 내가 된다고 햇제?

ㄴp깟쮸: 대체 이런 이상한 기술은 뭐 하다가 익혓냐에요

ㄴ마법은화력: 거기엔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거든?

ㄴ마법은화력: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때? 이러면 화력이 상당히 올라가겠지? 자세한 요령은 지금 써줄게.

“흐음…. 나도 뭔가 쓸 거 없나?”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풍뎅이 김수호.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

게다가 A급 헌터 등록부터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진 상대.

“이럴때 전문가처럼 턱턱 나타나는 고닉들이 좀 멋있었단 말이지….”

나는 최대한 도와보기로 결정했다.

일단 생각나 방법을 말했다.

ㄴㅇㅇ(88U.8T8): 그럼 내 스태프 빌려줄까? 레전더리인데.

ㄴ풍뎅이: ㄴㄴ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ㄴ풍뎅이: 탑 안에서 내가 만에 하나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ㄴ풍뎅이: 만약 그렇게 되면 그 아이템은 영원히 잃어버리는 거야. 그럴 수는 없지.

ㄴㅇㅇ(88U.8T8): 아니 죽을걸 계획에 넣는 바보가 어딨어? 무조건 클리어할 각오로 가는 거지.

ㄴ풍뎅이: 맞는 말이네. 그래도 템을 빌리진 않을 거야.

ㄴ풍뎅이: 어차피 속성이 달라서 큰 효과를 보기 힘들걸. 게다가 장비 정도는 나도 마련할 수 있음.

정중하지만 단호한 거절.

나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확실히 내가 가진 세계수의 뿌리는 그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어차피 S급에다가 정부 지원까지 합쳐지면, 자기에게 맞는 지팡이를 하나 더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그럼 뭔가 도움 되는 걸 만들어볼까?”

나는 손을 뻗었다.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빛났다.

내 앞에 두꺼운 마력의 책이 펼쳐졌다.

“어디 보자, 스태프나 마법 관련 아이템….”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 장신구들의 설계도 목록이 지나쳐갔다.

곧 그럴싸한 항목이 나타났다.

[드워프의 만능 스테프.]

“오? 이거 좀 괜찮아 보이는데?”

나는 자세한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설명: 드워프의 지혜와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마력 병기.]

[방아쇠를 당길 시 압축된 마력 탄환을 발사한다.]

[아무리 마법 재능이 없는 드워프라도 마법을 쓰게 해 준다.]

[*협상과 대화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음.]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 이거 그냥 총이잖아.”

무식한 드워프 놈들 다운 아이템.

나는 다른 설계도들도 훑어보았다.

하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당장 도움이 될 법한 아이템은 별로 없네.”

그나마 마법 배터리?

여기에 다른 사람의 마법을 담아가면 도움이 될 지도….

“그냥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템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은?

내가 아는 게 뭐 없을까?

화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

“아.”

순간,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32층의 요새 방어전에서 만났던 궁정마법사 제라드.

제라드의 특이했던 마력 흐름.

나는 그걸 통찰안으로 보고 베꼈었다.

“이거라면 도움이 될 지도?”

마나의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가진 힘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지금 김수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댓글창에 글을 썼다.

ㄴㅇㅇ(88U.8T8): 내가 탑에서 배워온 기술이 하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