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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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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점창파 장문제자는 흐트러진 진기를 애써 가다듬었다. 암담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억세게도 묶었구나.

도주할 수 없다. 위지향은 꺾인 손목을 보며 그렇게 결론지었다.

청목족 특유의 억센 육체 덕에 근맥까지는 상하지 않았지만, 시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검을 쥘 때 불편함을 겪을 터였다.

분파들이 곤란함을 겪는다기에 실력이 뛰어난 사질들을 끌고 곤명에 도달했다.

드넓은 운남에 구파는 점창 하나 뿐이었다. 홀로 두 도시를 도맡아 수호하는 장로들이 적지 않았다.

장문제자 위지향은 대도시인 곤명을 맡았다. 점창에 우호적인 문파가 많아 상대적으로 지키기 쉬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관군도 자리하고 있었다. 사마외도가 감히 침범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설마 본산을 공격할 줄은.

점창산에서 급히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음혈종이 점창산 본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로들과 장문제자인 자신마저 본산에서 수백 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상황이었다.

다급히 채비했다. 최단거리로 경공을 펼쳐 나아가려 했다.

설마 그곳에 매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관은 전쟁에 급히 투입되어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고, 심지어 곤명 부윤마저 갑자기 북경에 차출된 상황이었다.

불운이 겹쳤다.

본래도 사마외도의 지척에 놓인 위치에 자리하던 점창이었다. 혹독한 수련을 거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물러서지 않는 법을 배웠고, 목숨을 도외시하고 찌르는 각오를 체득했다.

본산제자 다섯이서 흑룡회 산하 문파들의 합공을 버텨냈다. 위지향은 그동안 문주 셋의 목을 베었다.

청운검(靑雲劍)이었던 별호에 마(魔)가 붙었다. 그만큼 처절하게 싸웠다는 것이다.

점창의 제자들은 도망치는 것을 수치라 여겼다. 목을 베이더라도 상대의 심장을 찌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오죽했으면 흑룡회 무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북경이 괜히 예우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제자 다섯이서 사흘을 버티다니. 죽음조차 미덕으로 여기는 광인들이다. 사로잡는 것을 수치로 받아들일테니, 계속 몰아붙여라.”

위지향과 사질들은 하루를 더 버텼다. 출혈을 견디지 못한 사질 둘이 절명했을 무렵에야 비로소 사로잡혔다.

“자진할 수 있으니 재갈을 물려라.”

“점창의 제자들은 자진하지 않는다. 이빨로 사파 잡것들의 목을 뜯으면 뜯었지.”

“…….”

위지향의 입에 재갈이 물린 것은 그런 연유였다.

잡혀있는 동안 무려 세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다. 고통에 겨워하는 사질들을 돌봐야 했다. 청목족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신체 덕에 자신은 상황이 나았다.

‘장문인은 괜찮으실까.

이따금 간수들이 조롱하기 위해 찾아오고는 했다. 덕분에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흑룡회주와 일대일이었다면 이리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파의 장문인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고수가 바로 점창 장문인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음혈종주까지 나섰다. 절세고수가 아닌 이상 팔천 종주들의 합공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장문인이라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데려가셨을 것이다.

음혈종주는 재생의 공능을 가지고 있으니, 흑룡회주를 노리지 않으셨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비천도문의 뇌옥이었다. 뇌옥 반대편에 사질들이 아무렇게나 쓰러진 채였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자들의 얼굴에 조소와 분노가 서려 있다. 족히 스무 명이 넘었다.

그런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는 사내가 있었다. 유독 큼지막한 도를 든 사내였다.

비천도문주였다.

흑룡회 산하 문파의 문주가 내뿜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나운 기세였다.

‘풍마나찰도(風魔羅刹刀)가 산하 문파의 문주로 위장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대책을 세웠을 텐데. 너무 무모했다.

흑룡회주의 오른팔이라던 풍마나찰도가 자신의 신분까지 숨겨가며 자신을 노릴 줄은 몰랐다. 그 탓에 사로잡혔다.

만전의 상태에서도 백 합을 견디기 힘든 상대였는데, 진기를 모조리 소모한 상태에서 버틸 수 있을 수가 없었다. 일검에 자세가 무너지고 주저앉았다.

“다섯을 풀어주어라.”

풍마나찰도가 입을 뗐다. 뇌옥 한켠에 갇혀 있는 어린 아이들을 가리키면서다.

점창파 속가의 입문제자들이었다.

운남은 본래 점창의 영역이었다. 성도인 곤명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로잡힌 속가의 어린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은 까닭이었다.

점창의 본산제자들이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듣고 나선 협의지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전부 풍마나찰도의 손에 고혼이 되었다.

사마외도답게 나이가 찬 무인들을 손쉽게 몰살했다. 다만 어린아이들은 살려두었다. 갑자기 연민이 생겨 그런 것은 아니다.

“양의검(兩儀劍)의 구결을 한 줄 말할 때마다 다섯을 놓아주마.”

목숨 자체를 저울대에 올려 점창의 무인들을 조롱했다. 구결을 읊으면 실제로 풀어주었다. 한 번 놓은 아이들을 다시 사로잡지 않았다.

명색이 흑룡회주의 오른팔이었다. 속이는 것을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 생각했다.

사파 잡배 주제에 자존심을 부리는 것이 역겨웠다. 위지향은 끓어오르는 속을 애써 다스렸다.

‘비전을 발설하는 척 비천십이표(飛天十二飄)로 귀를 물어뜯을까. 이문혈(耳门穴)이 통째로 날아가면 균형이 흔들릴텐데. 그리하면 본파의 장로님들께서 상대하기 수월해지겠지.

그 와중에도 상대를 어찌 상대할지를 고민했다. 목숨마저 판돈으로 올려 목적을 이루려는 점창파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났다.

위지향은 고개를 뇌옥에 처박은 채로 문댔다. 재갈을 벗기 위함이다. 간수들이 다가와서 막아세우려는 찰나, 풍마나찰도가 손을 치켜들었다.

“제 사질들을 대신해 구결을 읊기라도 할 모양이다. 막지 마라.”

“할 짓이 어지간히 없나보군.”

재갈을 벗겨낸 위지향이 말했다.

“하루종일 거기 앉아 있으면 내가 사일검법(射日劍法)의 묘리를 불기라도 할 것 같나? 사질들은 정이 많아 어린아이의 목숨과 본문의 비전 중에 후자를 택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죽으면 죽었지. 굳이 사일검법을 견식하고 싶으면 결박부터 풀어. 네 머리에 직접 구멍을 뚫어 장식해줄테니.”

“이 놈이 제 처지도 모르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풀어주거라. 대신 일도를 견뎌내지 못할 때마다 점창 속가 하나를 멸문해야겠다.”

위지향이 피식 웃었다. 한 문파의 멸문을 제 탓으로 떠넘기는 언행이 참으로 역겹다.

그래도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동귀어진의 각오로 나선다면 손가락 하나 정도는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일검법의 묘리를 알기 전까지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팔 정도는 잘리겠지만, 그 정도면 이득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숨을 참으십시오.]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여인의 목소리였다.

“……?”

위지향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특유의 직감을 믿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허나 다음 순간, 간수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독이다.

쓰러진 간수들의 가슴팍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아하니 수면독인 것이 분명했다.

보통 독이라는 것은 눈으로 구분할 수 있기 마련. 무색 무취의 독을 사용한다면 분명 보통 실력자는 아닐 것이다.

그때 풍마나찰도가 미간을 좁히면서 허리춤의 대도를 잡았다.

스악!

빛줄기가 번뜩였다. 두꺼운 철문으로 만들어진 뇌옥의 출입구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위지향이 한 번도 견뎌내지 못했던 초식이었다.

허나 풍마나찰도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얼굴로 철문 너머를 보며 말했다.

“천명검은 아닌 듯한데.”

주변이 수면독으로 가득한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진기를 사방으로 퍼뜨려 독에 저항한 것이다. 일가를 이룬 내가고수나 펼칠 법한 기예였다.

탁.

갈라진 철문 뒤에서 장포를 입은 여인이 걸어나왔다. 풍기는 기운을 보아하니 도사가 분명해 보였다.

사천 땅이 지근거리였으니, 청성파의 도인이라 생각하는 것이 합당했다.

“네가 비천도문주렷다.”

우웅.

여도사가 그리 말했다. 손에는 명검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검이 세찬 검파를 내뿜고 있었다.

풍마나찰도가 흉흉한 표정을 머금었다.

“천하에 홀로 고강한 줄 아는구나. 눈높이부터 고쳐줘야겠다.”

풍마나찰도가 대도를 높이 치켜든 다음 그대로 내리찍었다.

콰콰콰쾅!

품고 있는 기세가 어찌나 거센지, 복도째 반으로 갈라질 정도였다.

세찬 기파가 차오르며 흙먼지가 차올랐다. 천장이 훤히 드러나며 푸른 하늘이 그대로 드러났다. 뇌옥을 가득 메웠던 독기 또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보통 독이 아니구나. 믿는 구석이 있었어.”

풍마나찰도는 흙먼지 너머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독 기운을 전부 날려보냈음에도 수하들이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이만한 독이라면 여기까지 별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잠입한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 몸의 도격을 두 번이나 막아내다니. 점창의 애송이보다는 낫구나.”

흙먼지가 걷혔다.

저벅.

적막 속에서 여도사의 발소리가 선명히 울렸다.

여도사는 한 손으로 풍마나찰도의 대도를 받아냈다. 용력이 타고났는지, 검을 쥔 팔이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사파 잡것들은 하나같이 말이 많구나.”

어느새 쥘부채를 쥔 여인이 말했다.

사아아―

주변의 대기가 흐릿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경악스러운 대치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풍마나찰도를 앞에 두고 저만한 기세를 내뿜을 수 있단 말인가.

[엎드리십시오.]

그때 다시 위지향의 귓전에 전음이 울렸다. 일전에 숨을 참으라고 말했던 이와 같은 사람인 듯했다.

위지향은 망설임 없이 바닥에 엎드렸다. 다른 이들이 보았다면 나려타곤이라고 혀를 찼을 것이다.

스악!

빛줄기가 번뜩였다.

창가에서 쏟아진 천잠사(天蠶絲)가 포승줄을 베어버리고 다시 돌아갔다. 은잠사 끝에는 자그마한 비도가 묶여 있었다.

“쥐새끼가 들어왔구나.”

풍마나찰도가 말했다. 천잠사가 들어왔던 창을 쳐다보면서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참격을 내지르고 있었다. 파도가 너울지듯 벽이 그대로 갈라졌다. 마치 종이를 찢는 듯했다.

쩌어어엉-!

허나 중간쯤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췄다. 복도 끝에 서있던 여인이 한 걸음에 거리를 좁혀 참격을 막아낸 것이다.

“…….”

침묵이 흘렀다.

풍마나찰도의 미간이 더 흉악해질 수 없을 만큼 구겨졌다.

여도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데려가려무나.”

장포가 살아있는 것처럼 늘어지더니, 위지향의 육신을 휘감았다. 다음 순간 위지향의 육신이 하늘을 날았다. 던져진 것이었다.

휘익!

지상에서 천잠사가 날아와 몸을 붙잡은 덕에 꼴사납게 추락하지는 않았다.

“사, 사질들이…….”

위지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웬 짐승이 사질들을 물고 나타났다. 어찌나 빠른지 신형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사천당문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당소소의 복식을 보고 그렇게 물었다. 당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환약을 건넸다. 원기를 북돋우는 약이었다.

다급히 약을 받아 삼킨 위지향이 말했다.

“비천도문주가 아닙니다. 저 자는 풍마나찰……!”

그녀의 말이 끊어졌다.

여도사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솟구친 진기가 정면으로 쏘아졌다.

콰아아아앙!

풍마나찰도의 전신이 뒤로 밀려나갔다. 어찌나 거칠게 밀려났던지 양 발이 흙 속에 파묻힐 정도였다. 대도로 막았는데도 그 정도였다.

“…….”

저벅.

“나도 세 번을 막았으니, 너도 세 번을 막아보거라.”

여인의 기파가 풍마나찰도의 기파를 거칠게 밀어냈다.

서연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이제.”

세찬 기운을 머금은 검이 위로 들어올려졌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했다.

“두 번 남았다.”

동시에 잔향검이 벼락처럼 내리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