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2 KiB
좋은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아주 깊게 잤다.
자고 일어나니까 피로가 많이 가셔 있었다.
‘쭈욱 마시거라.’
어제 루나와 엘리스의 면회 이후, 자화연이 면회를 오면서 내게 한 입 준 즙이 있었다.
그게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나는 침대에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습관처럼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굿모닝.”
[zzZ….]
“자냐.”
웬일로 시스템이 일어나는 게 늦는다.
[Zz…… ?! (º ロ º๑) ]
“이제 일어났어?”
부스스한 이모티콘.
아무래도 방금 막 잠에서 깬 듯 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시리얼을 그릇에 부었다.
“늦게 잤어?”
[조금… 늦게 잤습니다!]
“재밌는 영화라도 봤나 보네.”
나는 자리에 앉으며, 바삭한 시리얼을 입 안에 넣었다.
[……… 아닙니다!]
[ Σ(°ロ°)]
“그래.”
차가운 우유가 내 목을 적셨다.
납치당한 게 바로 어제 일이다.
그렇게 큰 사건이 바로 어제라면, 오늘은 쉬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미리’ 잡아둔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해태 길드와의 왕진은, 이번 일로 완전히 작살이 났다.
길드 내부에서도 나에 대한 사죄와,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고 한다.
위재완 팀장 또한 이번 일의 또 다른 피해자였으니.
여러모로, 길드 내부는 당분간 아주 어지러워질 예정이었다.
따라서 해태 길드와의 왕진은 공식적으로 취소되었다.
물론 협회는 내게 간곡하게 휴식을 권고했다.
모든 일정을 미루고, 내가 원하는 시기에 완벽하게 회복한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옳다고.
그러나 휴식을 취할 때 취하더라도 적어도 지금 당장 방치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됐다.
‘설유월.’
이제 겨우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걸음을 내디딘 이방인.
그녀는 아무래도 아직 케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갑자기 내가 자리를 비워버리면 방황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럴 수는 없었다.
직업적인 책임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사건으로 인해 내가 하루라도 쉰다면….
또 괜히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냥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싶다.
어쩌면 개인적인 아집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시리얼 그릇을 설거지통에 담가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을 나설 채비를 시작했다.
창천맹의 아침은 동이 트기 전,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이서령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소리 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손을 뻗자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그녀의 비단 잠옷을 스쳤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도시락을 싸기 위해서.
무슨 도시락이냐고?
오늘은 의원님과 이서령의 딸 유월이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바로 취소될 줄 알았으나, 취소되지 않았다 들었다.
물론 의원님이 급작스럽게 취소할 확률이 높았다.
그야 그런 끔찍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바로 다음 날, 다시 일터로 뛰어든다는 것은 보통의 사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상관없었다.
“♪~ ♩~”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맑은 물로 쌀을 씻기 시작했다.
이서령은 최고의 재료만을 골라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다.
의원님의 기력을 보충해 줄 귀한 약재를 넣고 볶아낸 닭고기.
유월이가 좋아할 달콤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
그리고 두 사람의 입맛을 돋울 각양각색의 정갈한 나물무침까지.
이서령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오늘 오지 않는다면….
이 음식들은 전부 버려지거나 창천맹의 무인들이 먹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그것은 상관없었다.
음식을 버리거나 원하는 이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은 그저 재물의 손실.
아까운 일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의 피로를 예상하고 이 준비를 게을리했을 경우.
내 딸과, 그 아이의 스승이자… 장차 이 집의 주인이 될 사내가 만나는 자리에, 딸의 어미인 내가 따뜻한 밥 한 끼 올리지 못하는 그런 망측하고 수치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것에 비하면 앞선 결과뿐이야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어느새 동이 트고 햇살이 주방으로 들이친다.
이서령은 자신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작은 접시에 조금씩 덜어 간을 보았다.
눈을 감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은 맛.
“… 으음.”
좋다. 완벽하다.
이서령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화려하고 아름다운 찬합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갓 지어낸 따뜻한 냄비 밥부터 하나씩, 정갈하게 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짓에는 약간의 설렘이 담겨 있다.
마치 나들이를 준비하는 소녀처럼.
한편.
이른 아침, 설유월의 숙소.
그녀는 소파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텅 빈 방 안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의원님이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셨다.’
설유월은 어제 TV에서 흘러나온 그 문장을 되뇌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어째서.
왜 하필, 의원님이.
그녀는 그 자리에서 거의 이성을 잃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즉시 비상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했다.
‘제가, 직접 의원님을 구하러 가겠습니다.’
그러나 직원 또한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설유월 이방인이 이 정도로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따라서, 그녀는 필사적으로 설유월을 말렸다.
제발 부디, 이곳에서 기다려달라고.
협회의 다른 유능한 헌터들을 믿고, 자리에서 기다려달라고.
그것이야말로 의원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일일 것이라고.
그 말에 설유월의 움직임이 멈췄었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의원님이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으니까.
다시 소파로 돌아와 밤새도록 뉴스에 시선을 고정하며 그렇게,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그 무력감에 잠식당한 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 …… 따라서, 현재 유선우 상담사는 무사히 구출된 상황으로 병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늦은 새벽, 그 앵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긴장이 풀린 설유월은 기절했고.
다시 지금, 깨어났다.
아침 햇살이 그녀의 눈꺼풀을 살살 간지럽혔다.
설유월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이내 눈을 뜰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그가 사준 옷 중에서 가장 예쁜 것을 고르고 어설프게나마 어머니에게 배운 꽃단장이라는 것도 해보아야 하는,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의원님은 어제 끔찍한 일을 겪으셨다.
그런 그가 오늘 자신을 만나러 와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설유월은 다시 눈을 감았다.
어차피.
그가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 치익.
협회 격리 시설의 통제실 문이 열렸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던 모든 직원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다.
“아니… 상담사님!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쉬셔야죠!”
팀장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왔다.
나는 의사 가운의 매무새를 다듬으며 태연하게 답했다.
“할만해요. 괜찮습니다.”
살짝 웃었다.
팀장은 그런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상담사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제, 얼마나 큰일을 겪으셨는데….”
“협회에서도 아무리 못해도 최소 2주는 유급휴가로… 제발 돌아가서 쉬십시오.”
나는 그런 진심 어린 걱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리고 뒤에 서 있던 설유월의 담당 직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설유월 이방인 특이사항 없었나요?”
쉴 생각 없다.
그냥 할 거 하겠다는 소리였다.
“아… 설유월 이방인….”
내 질문에 담당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곤란해 보였다.
“어제저녁부터 계속… 불안 증세와 함께, 약간의 과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직접 의원님을 구하러 보내달라며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식을 접했나 보죠?”
“네… 아무래도 TV가 있었으니까….”
괜찮다.
그럴 수 있다.
이제 겨우 어미의 손을 놓고 내 손을 잡았던 내담자다.
나름 그녀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던 내가 사라져버렸으니.
갑자기 느낄 무력감과 공포감은 상상이 되는 부분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바로 가보겠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팀장과 직원을 지나쳐 망설임 없이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문 앞에 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문을 두들겼다.
- 똑똑.
“유월 씨. 일어나셨나요? 저 왔습니다.”
나는 문에 귀를 기울였다.
안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 … 투다다다다….
“!”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듯한 다급한 발소리.
온다!
- 벌컥!
문이 열렸다.
나는 한걸음 물러서서 설유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옷 차림 그대로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붉어진 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그 푸른 눈동자까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내가 정말로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듯, 계속 바라볼 뿐이었다.
“저 왔습니다.”
나는 천천히 웃으며 다시 한번 그녀에게 확신시켜줬다.
내가 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좋다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눈앞의 설유월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문고리를 부여잡은 양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리고 이내.
“… 뿌엥.”
“?”
“뿌에에에에엥….”
설유월이 그 자리에 서서 이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은 그치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아….”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