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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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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새벽.

백시은의 집.

그리고… 그 집의 지하실.

“그니까… 그 팀장은 약 먹고 완전 꼭두각시란 거잖아? 그러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곳에는 헤스티아 출신의 헌터들이 시뻘건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몸을 묻고 있었다.

전부 알파, 즉 여성이었다.

“포탈만 열어주면 된다는 거 아니야?”

공간 이동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헌터, 리아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응. 상담실 안으로, 아주 잠깐만.”

백시은은 소파에 기댄 채, 자물쇠의 고리를 손에 끼워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에는?”

옆에 앉아있던 김가은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그 대답은 다른 동료인 카라에게서 먼저 나왔다.

“걱정할 거 없어. 베타들이 원래 처음에는 좀 튕기잖니?”

카라는 붉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노골적인 미소를 지었다.

“시은이가 만든 약으로 절여서 며칠 밤낮으로 이것저것 가르치다 보면 뭐… 금방 그쪽이 먼저 헥헥거릴 것 같은데.”

“나중에는 오히려 그쪽이 백시은 없으면 못 살게 되지 않을까?”

그 말에 백시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안심한 표정의 김가은이 조용히 물었다.

“근데… 시은아 혹시… 나중에 조교 잘 끝나면… 나도 한 번 가능할까?”

그 말에 백시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음….”

그러고는 인심 썼다는 듯 대답했다.

“나중에 질리면 너 해.”

“히히….”

바로 그때.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진 헌터, 리아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백시은. 진세아는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나 걔랑 눈 마주치는 것도 싫거든. 걔, 그 베타 좋아한다며.”

백시은은 김이 오르는 찻잔을 들며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마. 그년을 위한 임무는 준비해 뒀으니까. 위재완이 직접 지시할 거야.”

“만약 진세아가 거절하면?”

리아의 물음에 백시은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절대, 절대 못 해.”

찻잔을 내려놓으며 단언했다.

“원래 윗선 말 더럽게 안 들었는데… 유선우가 갱생시킨 거거든.”

“걔는 유선우 말은 무조건 들어, 그리고 걔 앞에서는 한 톨의 흠도 보이고 싶지 않아 해. 그러니까… 걔 앞에서는 임무도 절대 거절 못 해.”

리아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임무 진짜 있기는 한 거야?”

“있겠니?”

그리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상관없어. 그게 가짜라는 걸 깨달을 때쯤이면….”

그녀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듯, 눈을 가늘게 휘었다.

“유선우는 침대 위에서… 약에 절여진 상태로… 내 허리만 붙잡고 흔들고 있을 테니까.”

리아는 그 노골적인 대답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너는 앙앙거리고?”

옆에서 카라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나 리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시은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어? 그 베타 약하잖아. 그냥 집으로 쳐들어가서 납치하면 되는 거 아니야?”

백시은의 미소가 처음으로 사라졌다.

“너는 잘 몰라서 그래. 다른 곳이…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해.”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다.

진세아는, 유선우의 집과 상담소가 모두 보이는 있는 위치에 살고 있었다.

그 동선 어딘가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순간… 즉시 적발당한다.

반드시.

그러나 해태 길드는 다르다. 오히려 진세아 자신의 영역이기에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자신감일 것이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진세아만 없다면 매우 쉽다는 소리다.

백시은은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약효 돌기 전까지는 상담하는 척할 거야.”

유선우는 약하지만, 의외성이 있다.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고… 그가 작정했을 때의 폭발적인 속도는, 웬만해서는 따라잡기 힘들다.

“그럼, 좀 이따 보자.”

백시은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해태로 출발했다.


수요일 오전.

나는 해태의 길드로 향했다.

“… 오랜만이네.”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할까.

옛날에 헌터 생활을 할 때는 내일도 이곳에 왔으면 하며 하루하루를 간절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완전히 아예 다른 기분이다.

그때의 필사적이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감상에 빠지는 것을 그만두고 그대로 문을 열었다.

  • 위이잉.

회전문이 돌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풍경과 공기 또 사람들이 나를 맞았다.

전투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헌터들.

장비를 에어건으로 세척하는 소리.

라운지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향기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야! 선우야!”

그때 누군가가 내게 재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팀장님.”

위재완 팀장이었다.

그는 넉살 좋은 미소와 함께 내 어깨를 툭하고 쳤다.

“요즘 유명하던데… 확실히 출세하긴 했어. 그렇지?”

나는 그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게 맞는 것 아닐까?

나는 상담사가 어울리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팀장이 내게로 오자, 다른 해태의 길드원들 또한 내게 다가왔다.

그들은 저마다 나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요즘 어때요? 상담사는 할만하고?”

“그럭저럭 괜찮아요.”

“적성에는 맞아요?”

“그것도 그럭저럭….”

그들의 환대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

그렇게 로비가 옛 동료들의 반가운 목소리로 북적거릴 때였다.

2층 발코니에서 누군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야!”

그 목소리 하나에 로비의 소음이 멎었다.

조금 전까지 내 어깨를 두드리고 팔짱을 끼던 여성 길드원들만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난간에 기댄 채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진세아가 있었다.

그때, 팀장이 헛기침을 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자자, 다들 그만하고. 우리 상담사님 일하셔야지. 이쪽으로 따라오면 돼. 상담실 마련해뒀어.”

“네.”

나는 진세아에게 손을 들어 살짝 흔들어준 뒤, 위재완을 따라 들어갔다.

상담소는 유니온이 마련해 준 곳보다 훨씬 넓었다.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해태는 최근에 올린 신식 건물이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여담으로 건물에 대한 지분 반 이상이 진세아라는 소문도 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그곳에는 팀장이 내게 전송한 오늘의 내담자 목록이 있었다.

나는 그 명단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첫 번째 순서는….

‘세아구나.

좋다.

오히려 잘 됐다.

한번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체하지 않았다.

인터폰을 누르고 비서에게 전달했다.

“진세아 헌터님 불러주시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경쾌하게 열렸다.

문틈으로 장난기 가득한 금빛 눈동자가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상담사니임~”

진세아는 깡충거리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상담용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요즘 너무 힘들어요오~”

나는 그런 진세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상담을 시작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위이이이이이이이잉!!

거대한 사이렌 소리가 해태 건물 전체를 뒤흔들었다.

“……!”

나도 이 사이렌이 뭔지는 알고 있다.

해태가 담당하는 구역 내에 사건이 터졌고, 길드 내의 긴급 대기조를 소집하는 것이다.

“아….”

눈앞의 진세아가 이마에 손을 얹고는 이를 꽉 깨물었다.

“대기조야?”

“… 응.”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내 눈치를 살짝씩 살피며 중얼거렸다.

“근데 아마 안 가도…….”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과격하게 두드려졌다.

  • 쾅쾅!!

팀장이 거의 문을 부수다시피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다급함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세아야!”

위재완 팀장이 문을 열었다.

“빨리 가야겠다! 지금 다른 팀원들은 전부 다 현장으로 갔어!”

“하…….”

진세아는 그 모습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어디 안 갈게.”

나는 그녀를 다독였다.

“다녀와도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약속할게.”

내 다독임에 그녀의 흔들리던 금빛 눈동자가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그리고 터덜터덜 나갔다.

아마, 진세아가 속한 팀인 것을 보면 이번 주는 1팀이 대기조였던 것 같은데….

1팀은 어차피 매우 유능하다. 금방 처리하고 돌아올 것이다.

보통은 별일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던전이 발견될 ‘가능성’ 이 있거나, 그런 경우니까.

나는 인터폰을 눌러 직원에게 전했다.

“오늘 비번인 헌터분들 위주로 먼저 부탁드릴게요.”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되어 지원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 움직일 필요가 없는 인원들부터 빠르게 상담을 끝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

나는 끊어진 인터폰을 내려놓고 잠시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출동은 언제나 걱정되긴 한다.

아마, 별일 없을 것이다.

나만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

바로 그때.

  • 똑똑.

상담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두드려졌다.

나는 벌써 다음 내담자가 온 것인가 싶어, 무심코 대답했다.

“네, 들어오세요.”

“선우야~”

백시은이었다.

그녀는 오늘 비번인 듯했다.

상담 신청 목록에서 보긴 했다.

그녀의 손에는 차가운 커피 두 잔이 들려 있었다.

플라스틱 컵의 로고를 보아, 라운지 1층의 카페에서 사 온 듯했다.

“한잔하세요 상담사님~”

백시은은 웃으며 내게 커피를 내밀었다.

그리고 맞은편 의자에 앉아,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잘 왔어.”

나 또한 웃으며, 그녀가 건넨 커피를 받아들었다.

  • 꿀꺽.

그리고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한 액체가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나는 상담을 시작하기 위해, 컵을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담자님은 어떤 고민이 있….”

뭐지?

뭔가 이상하다.

실제로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직감이, 나의 직감이 내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네가 지금 삼킨 그것은, 위험한 액체였다고.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이 음료는 백시은이 내게 직접 건넨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백시은]

[메인 스탠스]

[잘 자. 그리고… 기분 좋아지자.]

잘… 자라고?

[비상! 비상! 비상! WARNING!!]

[∠(゚Д゚)/]

[도망치세요 지금, 당장!!!!!!!]

[도주로 가이드: 절대 방의 문이 아닌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르게 뛰어내리셔야 합니다!!]

시스템이 비명을 지른다.

  • 덜컥!

나는 그 경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높이는 20층. 이 정도면 뛸 만하다.

유리를 깨고 외벽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면….

그러나.

“아….”

창틀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간신히 기대어 멈춰 섰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힘이 빠져나가고 있다. 뇌의 명령을 몸이 듣지 않는다.

대체… 무슨….

나는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백시은이 아주 느긋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와… 진짜 놀랐어.”

그녀는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백시은의 해맑은 얼굴이 서서히 초점을 잃어가는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어떻게 창문이 탈출구인 걸 바로 알았지?”

그리고 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백시은이 들어왔던 상담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너머는 해태의 복도가 아닌, 붉은 비단으로 꾸며진 새빨간 침대만이 보였다.

포탈···이다.

“가자.”

그녀는 내 몸을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우리 집으로.”

백시은은 축 늘어진 나를 그 붉은 심연 속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진세아는 현장에 도착했다.

발생한 마나의 파장에 대해 추측해 봤을 때.

높은 확률로 던전 형성 직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빨리 끝내죠.”

진세아는 글러브를 끼며, 현장에 먼저 도착한 팀원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끌려온 것치고는, 팀원들의 표정은 은근히 좋았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저… 세아씨.”

“네.”

“그게… 더미 파장이래요.”

더미 파장.

그러니까 던전 형성과 비슷한 마력 파장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다.

번개나, 천둥이 치듯이 가끔가다 발생하는 자연현상.

진세아는 그 이야기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럼 저는 바로 철수….”

그러나 진세아를 끝까지 말을 잇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 있어야 할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 백시은은요?”

“네? 시은 씨는 오늘 비번입니다.”

비번…이라고?

선우가 왕진을 왔다.

그리고 백시은은 그의 내담자다.

게다가, 마침 자신이 상담을 받을 차례에 더미 파장으로 인해 그녀는 해태 밖으로 끌려 나왔다.

진세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문제는 없다.

빠르게 돌아가면 된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느껴지는 그의 존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감각은 끊어지지 않는다.

아직은 괜찮았다.

그러나.

  • 뚝.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 연결이 끊어졌다.

진세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 휙!

그리고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다.

금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 콰과과과광!

거대한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그녀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남겨진 팀원들은 그녀가 사라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