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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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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

어제와는 달랐다.

나는 더 이상 상담실의 강화유리 너머에서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그녀가 머무는 방문 앞에 서서, 직접 문을 두드렸다.

이미 이 시간에 방문한다고 이야기는 해 놨기 때문에.

그녀도 아마 일어났을 것이다.

“설유월 소저, 들어가도 될까요?”

나는 문 너머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 …….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문 바로 너머에서,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문 앞에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조금 더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문 안쪽에서 아주 작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거… 어떻게 열어야 할지….

아.

“아, 제가 열겠습니다.”

  • 띡.

나는 내 카드 키를, 도어록에 가져다 댔다.

이런 기본적인 설명도 안 해줬다니.

아직 현대의 문물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뭐, 진짜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문이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무언가 푹신한 것이, 내 가슴팍으로 콩, 하고 부딪혔다.

고개를 내리자 흑과 백이 섞인 익숙한 머리카락의 정수리가 보였다.

문을 열기 위해 바짝 붙어 서 있던 설유월이, 그대로 내 품에 얼굴을 박은 것이다.

설유월은 그 즉시 후닥닥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나는 그 모습을 못 본척했다.

태연하게 안으로 들어서며, 일상적인 아침 인사를 건넸다.

“지난밤은 평안하셨나요?”

설유월은 시선을 바닥에 둔 채, 작게 대답했다.

“침구도 푹신하고… 방 안은 고요한 것이, 괜찮았습니다.”

고요하고 푹신한 걸 좋아한다.

일단 체크.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밤사이, 혹시 불편하게 한 사람은 없었습니까? 예를 들면, 갑작스러운 방문객이라던가.”

내가 설유월에 대한 접근 금지를 요청한 이상, 협회에서 누군가를 들여보냈을 리는 없다.

이건 창천맹주의 행위에 대한 확인이었다.

하지만 설유월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행이다.

울타리는 꽤나 튼튼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식탁 위에, 뚜껑조차 열지 않은 도시락이 차갑게 식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식사는… 아직이셨군요.”

내 말에 설유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이기에….”

그래, 이해한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본적으로 상담은, 내담자의 안정된 상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녀와의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기억은 아무래도… 탕후루.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방향성은 유지하지만 색다르게끔.

나는 설유월이 아침을 먹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녀는 타인이 지급하는, 게다가 만드는 과정이 확인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준비해온 것이 있다.

‘월병.

보름달을 닮은 둥근 과자. 그 안을 달콤한 팥소로 가득 채운 그녀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음식.

하지만 월병을 직접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차선책을 꺼내 들었다. 월병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이 세계의 음식.

‘풀빵.

좀 어설프다 생각할 수는 있어도, 이게 최선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최대한 익숙한 모양이면서 달달한 음식이었으니까.

나는 가방에서 가정용 풀빵 기계를 꺼내들었다.

설유월의 눈이, 난생처음 보는 기묘한 철판 덩어리에 동그랗게 뜨였다.

나는 익숙하게 기계의 전원을 연결하고, 가방에서 반죽과 팥소를 꺼냈다.

  • 치이익.

달궈진 틀 위로, 하얀 반죽이 부어지며 고소한 냄새와 함께 익어가는 소리가 퍼졌다.

나는 그 위에 달콤한 팥소를 한 숟갈 올리고, 다시 반죽을 덮었다.

기계 뚜껑을 닫자, 이내 달콤한 빵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설유월은,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과정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작은 호기심의 피어오르고 있었다.

“생긴 것이… 꼭 작은 월병 같습니다.”

“네, 그래도 알아봐 주셔서 다행입니다. 이 세계의 월병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띵.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나는 뚜껑을 열었다.

보름달처럼, 혹은 활짝 핀 국화처럼 생긴 풀빵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 포크로 찍어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그리고 주방으로 가 작은 유리컵에 우유를 따라 워머에 넣었다.

풀빵만 먹으면 목이 멜 테고, 그렇다 하더라도 빈속에 찬 우유는 좋지 않다.

나는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의자를 빼 앉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설유월은 잠시 망설이다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아기 새처럼 풀빵을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아작아작 뺨이 볼록해지도록 빵을 씹어 넘기기 시작했다.

아마 중원의 월병보다 훨씬 맛있지 않을까.

현대의 발전된 기술은 요리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니까.

‘어떤 말부터 시작할까?

보통의 내담자들은, 스스로 짊어진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해 나를 찾아온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그 아픔을 내게 먼저 토로한다.

하지만 설유월의 경우는 다르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

스스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처는 분명 존재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이 상처인 줄조차 모르는 상태.

그 상처를 직접 들여다보게끔 만들어야 한다.

PTSD를 유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모르고 살고 있던 감각들을, 하나씩 깨닫게끔.

긴 이야기가 될 순간의 첫 단추를 끼울 때가 되었다.

나는 풀빵을 오물거리는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앞으로 설유월 소저를, 유월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녀가 놀란 듯 나를 보자, 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이 세계에서는, 소저라는 호칭보다는 그편이 더 자연스러울 겁니다. 앞으로의 생활을 위한, 작은 연습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나는 그녀에게 선택지를 돌려주었다.

“유월 씨는 저를 편한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의원도 좋고, 상담사님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정하는 겁니다.”

자유.

나는 그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자유롭게. 우리는 이 단어를 앞으로 계속 기억할 겁니다.”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첫 번째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설유월]

[메인 스탠스]

[월병과 닮은 것은 눈이 크게 뜨일 만큼 맛있었지만, 눈앞의 의원이 무슨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궁금합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80%]

[어머님의 면회를 거절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월아, 머릿결이 또 엉망이 되었구나. 이리 와 무릎에 앉거라. 아비가 빗어주마.]

능력은 내가 생각한 것과 동일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나머지 하나는 이해가 가지 않기는 하지만.

유월아도 아니고, 월아다 월아. 누가 보면 진짜 아빠라도 되는 줄 알겠다.

그 논문이 생각나기 때문에 저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설령 걷더라도 저 멘트는 아니다.

어찌 되었든.

‘왜?

왜 이서령과의 면담을 거절했는가?

그것이 그녀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나는 풀빵을 마저 씹어 삼키는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나직하게 물었다.

“유월 씨.”

“어제 유월씨는, 어머님과의 면회를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설유월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거절하셨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나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부드럽게 마주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려 애썼다.

하지만 내 시선은, 그녀가 어디로 도망치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설유월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 죄송…스러워서….”

“어떤 점이, 그렇게 죄송스러웠나요?”

“어머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기대.

나는 그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보통의 부모라면, 생이별 후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자식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식의 안위.

그것이 모든 부모들이 가장 기대하는 점일 것이다.

그저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지 않을까.

아마,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책망할 부모는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와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압박감이, 부모를 만나는 반가움을 누르고 있다는 소리였다.

‘조금 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렇군요.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가 위축되지 않도록, 화제를 살짝 돌리기로 했다.

과거를 묻는 게 아닌, 그녀가 살아오는 삶을 그려보기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유월 씨에 대해 조금 더 알려주시겠어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 혹은 출신. 어느 것이든요.”

내 질문에 설유월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마치 면접이라도 보는 사람처럼 순서대로, 아주 건조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차기 맹주가 되는 것입니다.”

“출신은 무림맹주님의 외동… 딸입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대답을 들었다.

질문의 예시로 든 것들에 대해 정확히 물어본 것만 대답한다.

그러나 얻은 것이 있다.

두 번째 답변.

‘차기 맹주가 되기 위해.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가 내뱉은 단어를 되짚었다.

“차기 맹주… 멋있는 목표인 것 같습니다. 그건 유월님의 목표였을까요?”

“네. 저는 무림맹주가 되어야 합니다.”

내 질문에, 그녀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마치 무언가를 외우듯이 빠르게, 감정 없이.

나는 그 위화감을 놓치지 않았다.

설유월은, 무림맹주가 자신의 목표라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인 이서령이 이 세계에 넘어온 이후, 무림 맹주의 자리는 공석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그녀는 목표를 이뤘을까?

‘아니.

나는 머릿속에서, 조각난 단서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의 답에 도달했다.

첫 번째, 그녀는 어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두 번째, 그녀의 목표는 공석이 된 맹주의 자리였다.

그렇다면 두 개의 명제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설유월은 비어 있는 옥좌에 오르지 못했다.

그것이, 그녀가 말하는 실패의 실체다.

사람은 보통 자신이 세운 목표를 실패했을 때,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설유월은 죄송하다고 했다. 마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것처럼.

그녀가 기계처럼 뱉어낸 자신의 목표는, 처음부터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설유월의 입을 빌려 말하는, 이서령의 목표였을 뿐이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유월 씨는 외동딸이라 하셨습니다. 하나뿐인 금지옥엽이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과연 어머니가 그런 딸이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실망하실까요?”

내 질문에 설유월의 푸른 눈동자가 다시 길을 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길을 헤매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 푸른 눈동자가, 서서히 침잠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가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실망하실 겁니다."

“그렇지 않···.”

“어머니는, 제 친어머니가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

나는 순간적으로 대답할 말을 잃었다.

설유월은 그런 나를 상관하지 않은 채 천천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저는 어렸을 적,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고아였습니다. 이름도, 집도 없이.”

“그런 저의 재능을 알아보고 거두어주신 분이, 저의 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설유월이라는 이름을 주고, 지금의 설유월로 키워주셨습니다.”

그녀는 마치, 세상의 당연한 이치를 말하듯 결론을 맺었다.

“그러니,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는 그것뿐이다.

“저는, 어머니에게 제 가치를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때, 내 앞에 그녀의 상태가 떠올랐다.

[설유월]

[메인 스탠스]

[어머니가 말해주신 모든 것은 옳습니다. 어머니가 제시해 준 길이 제 길입니다. 저는 그것을 따라 완벽히 이루어내야만 합니다.]

설유월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