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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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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흐음….”

자화연은 놈들의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낯선 주소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금강 또한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위치는 도심에서부터 꽤나 떨어진 한적한 들판이었다.

드문드문 별장처럼 보이는 호화로운 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

하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녀가 예상한 것과 조금 달랐다.

  • 에에에에에에에에엥!!

일대를 뒤흔드는 마력 재난 경보 사이렌.

그리고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운 밤처럼 변해있었다.

“…….”

게다가 저 상공에.

  • 찌르르르르….

검은 구름 사이로 푸른 번개가 뱀처럼 꿈틀거린다.

자화연은 눈을 가늘게 떠 그 대상을 확인했다.

“… 허.”

수만 가닥의 번개가 서서히 모여든다. 한 여성의 손으로.

마치, 거대한 창처럼.

  • 찌르르르르….

자화연은 그 기묘한 풍경을 잠시 서서 바라보았다.

일전에 의원과 함께 있을 때, 그의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내공을 희미하게 느낀 적이 있다.

이 세계에서는 마나라고 하는… 종류의 힘.

그때는 무엇인가 했었는데….

바로, 저 마나였다.

즉, 저 여인은 처음부터 의원을 지키는 호법사자였다는 뜻.

목적이 비슷하다면, 막을 이유는 없다.

자화연은 눈을 감고, 손을 뻗었다.

그녀의 발밑에서부터 칠흑 같은 어둠의 기운이 파도처럼 솟아올라 일대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암막(暗幕).

사납게 여러 갈래로 터져 나오는 번개들의 소리와 빛이, 근처에 그녀의 장막에 가로막혔다.

그러자, 사이렌의 소리 또한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에서는 어떠한 공격도, 그 누구도 나갈 수 없으며 또한, 어떠한 이들도 들어올 수 없다.

“제법 쓸만한 호법을 두었구나.”

상공을 바라보는 자화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한편, 그 주택의 상공.

진세아는 눈을 감은 채 하늘의 모든 전하를 자신의 손끝으로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삐쭉삐죽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쿠르르릉….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느껴진다.

저기 아래에, 선우가 있다.

저 저급하고 더러운 암컷의 소굴 안에, 선우가 있다.

단번에 꿰뚫는다.

유선우는 번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애초에 그녀의 번개가, 유선우를 적으로 인식하는 일 따위는….

아마 그녀가 죽는 그날까지 없을 테니까.

  • 쿠르르르릉!!

마침내 모인 전하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하나의 형태로 응축되었다.

거대한 창의 형상.

[뇌창(雷槍)]

  • 찌르르르르르르르!!

하늘 전체가 비명을 지른다.

진세아는 그 창에, 무언가를 더했다.

단번에, 땅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먼지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그리고 뇌후는….

  • 콰과과과광!!

그 창을 지상을 향해 내리꽂았다.


“안 들려?”

유선우는 점점 어두워져 가는 시야 속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약효가 한계까지 다다랐다.

그와 그의 신체는 이성을 상실하는 것 대신, 정신을 잃는 것을 선택했다.

정신력의 발현이었다.

“천둥소리가.”

백시은이 천장을 바라보는 표정이 점점 굳기 시작했다.

‘왔구나….

동시에 유선우는 극도의 안도감으로 인해 순식간에 긴장감이 풀렸다.

붙잡고 있던 마지막 동아줄을 놓아버렸다.

  • 쿠르릉….

번개가 치는 소리.

해태의 길드원이라면.

아니, 그냥 이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이런 종류의 번개를 다룰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 세아…?”

백시은의 입술 사이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대체 어떻게… 여기를… 이렇게나 빨리….”

그녀의 완벽했던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백시은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 타닥!!

그녀는 침대 너머 벽에 걸린 두꺼운 커튼을 거칠게 걷어냈다.

그 뒤로는 붉고 기이한 빛을 내뿜는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정확히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도주용이 아닐까.

그녀는 마법진의 중심으로 달려가 자신의 마력을 미친 듯이 쏟아붓기 시작했다.

  • 주우웅….

“빨리, 제발… 빨리!!”

백시은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막아야… 하는데….

유선우는 점점 침잠해가는 시야 속에서 손을 뻗으려 했다.

“됐…!”

백시은이 활짝 웃으며 마법진을 건드는 순간.

  • 치지직….

붉게 타오르던 마법진의 빛이 잿더미처럼 검게 죽었다.

그리고 그 죽어버린 마법진의 중심에서부터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여인이 걸어 나왔다.

검은 생머리에 검은색 무복.

자화연.

천마였다.

“쥐새끼가 밖으로 나가려 하길래, 강제로 비집고 들어와 봤는데….”

그녀는 붉은 비단으로 치장된 방 안을 경멸하듯 훑어보았다.

자화연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 더럽구나. 내 의원이 있을 곳은 아니야.”

백시은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검게 타버린 자신의 마법진을 매만졌다.

“이… 이게 왜….”

바로 그때였다.

  • 쿠르르르르르릉!!

천장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욱 커졌다.

이제는 건물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화연의 눈이 번쩍 떠지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유선우의 곁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녀의 소매에서 흘러나온 어둠이 자화연과 유선우를 완벽하게 감쌌다.

“천마… 님….”

유선우는 흐려져 가는 시야로, 자화연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할 틈은 없었다.

  • 슈우우우우웅….

  • 두우우우웅… 콰과과과광!!

세상이 하얗게 불타올랐다.

유선우는 자화연이 펼친 장막 속에서 일대가 먼지가 되는 장면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세상이 하얗게 변한 후, 가장 먼저 들려오는 것은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였다.

  • 콰과과과광!!

천둥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비명이 처절하게 섞여들었다.

자화연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번개는 금방 멎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화연은 고개를 내렸다.

충분히 지하실이었던 것 같은데, 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 하던가.

마법진을 더듬거리던 백시은은 새까맣게 타버린 상태로 저 밑에 꽂혀 있었다.

죽지는 않았다.

차라리 죽었다면 고통 없이 갔겠지만… 안타깝게도 힘 조절이 완벽했다.

남아 있는 번개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백시은을 태우고 있었으니까.

이후에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뻥 뚫린 천장 위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먹구름이 걷히고 평온을 되찾은 하늘이 보였다.

그녀와 유선우를 감싸고 있던 어둠의 장막을 제외하면 건물과 그 건물이 서 있던 땅은 통째로 증발해버렸다.

그리고 햇살 사이로.

한 명의 여인이 천천히 내려왔다.

금빛 눈동자에 회색으로 긴 머리칼.

백시은은 뇌창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전기구이가 되어, 바닥에 쳐박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백시은 따위가 아닌 유선우에게 향해 있었다.

그는 의자에 묶여있는 채로 기절해 있다.

옷은… 아침에 입고 있던 그대로다.

어디, 다친 곳도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몸을 휘감던 살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진세아는 지상으로, 아니 지하로 재빠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자화연과 의자에 앉아있는 유선우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유선우를 감싸고 있는 자화연의 검은 장막을 보았다.

진세아는 그녀가 유선우를 지키기 위해 장막을 펼친 것 같다고 판단했다.

물론 진세아의 번개가 유선우를 헤칠 일은 없으니… 그러지 않아도 됐겠지만.

게다가 일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천마(天魔).

선우의 첫 번째 내담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강하고 콧대 높은 여인이 백시은 같은 버러지랑 손을 잡았을 리는 없었다.

따라서.

그녀는 진세아의 적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세아는 자화연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 유선우에게 향했다.

형식적인 예의에 가까웠다.

바로 그 순간.

자화연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비틀렸다.

“발칙한 짓을 했더구나.”

진세아는 자화연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선우를 속박하고 있는 밧줄을 풀어냈다.

“아주 깊숙한 곳에 박아놨어.”

자화연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의원도 아느냐?”

진세아는 마침내 속박을 풀어낸 유선우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 우뚝.

그러나 진세아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보이지 않은 손이 그녀를 잡은 것처럼.

“의원도 아느냐 물었다.”

그녀는 몸을 천천히 돌렸다.

진세아의 금빛 눈동자가, 자화연의 붉게 변한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두 여왕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하지만 먼저 눈을 꾹 감은 것은 진세아였다.

선우의 내담자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싸웠다가 진세아나, 그녀가 상처를 입는다면··· 그가 슬퍼할 것 같아서.

그것만큼은 죽도록 싫었다.

진세아는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네.”

'발칙한 짓'이 아니다.

그것은 그를 위한 장치였다.

언제든 그가 위험에 빠졌을 때 알아챌 수 있도록.

그리고, 그를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진세아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 지켜줄 수 있겠어?

‘…응.

선우가, 진세아에게 그렇게 말했으니까.

진세아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걸렸다.

“선우가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