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63368/39.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Blame History

“세아가?”

나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기본적으로 세아는 길드 내에 친한 사람이 없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그녀는 타인에게 딱히 관심이 없다.

따라서 주변인들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또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크게 교류 자체가 없다 해야 할까.

그런데 세아가 유독 백시은을 싫어한다고?

그렇게 느꼈다면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일 텐데….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라도 있어?”

“응… 그게….”

그녀는 이번에도 망설이는 듯 젓가락으로 불판 위의 버섯만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길드에서 나가고 나서부터.”

그녀는 잠시 내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되게 날카로워졌어.”

“날카로워졌다고….”

“응, 다른 여자 길드원들한테 좀 예민해졌다 해야 할까.”

그녀는 잠시 말을 골랐다.

“전에도 나를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가시를 세우고 있는 느낌? 특히 나한테 좀 심한 것 같아.”

“…….”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잠시 말을 잃었다.

진세아가 그랬다는 건데….

하지만 백시은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했다.

백시은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고….

뭔가 말하지 않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아직,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 (゚Д゚;) ]

그러나 상태창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을 망설였다.

왜 그래.

빨리 보여주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д⁰)]

얘가 왜 이러지?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그녀의 상태가 떠올랐다.

[백시은]

[메인 스탠스]

[진세아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가 더 방해하기 전에, XX하러 왔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70%]

[그렇구나… 세아가 요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100%]

[ 지금 당장, 진세아 헌터를 이곳으로 호출하여 삼자대면 구도를 만드세요!]

두 번째 선택지를 보고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삼자대면?

나는 그런 살얼음판 같은 자리를 중재할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아직 백시은의 일반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모든 이야기는 상대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나는 정석적인 답변을 했다.

“뭔가… 요즘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네.”

내 대답에 백시은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그런가 봐.”

아무래도 진세아 입장에서는 친하게 지내던 내가 갑자기 길드를 나가버렸으니, 외로움을 느낄 만도 했다.

“세아가 워낙 친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냥… 조금 예민해진 걸 거야.”

나는 진세아에게 갑자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는 밝고 강한 척했지만 사실 그녀는 길드 내에서 혼자였다.

그런 내가 하루아침에 길드를 떠나버렸으니.

그녀의 입장에서는 유일한 친구를 잃어버린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백시은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떠난 이후, 그녀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아주 조금은 짐작이 갔다.

‘조금 무심했던 것 같네.

나는 우선 눈앞의 백시은부터 달래주기로 했다.

진세아의 입장과는 별개로, 그녀는 분명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마침 이번에 해태로 왕진 가기로 했거든.”

내 말에 백시은의 어두웠던 얼굴의 눈이 크게 뜨였다.

화색이 돌았다.

“정말? 언제?”

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

“정확한 일정은 나와봐야 알 것 같기는 한데. 얼마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아.”

“그렇구나….”

백시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예전의 해맑은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직원을 부르는 콜 버튼에 손을 올렸다.

“선우야.”

“응?”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대로 헤어지기는 좀 아쉽지 않아?”

그녀는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내게 제안했다.

“내가… 여기 단골이라 키핑 해둔 와인이 있거든. 가볍게 딱 한 잔만 할래?”

“음….”

나는 잠시 망설였다.

백시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에 대한 반가움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 시은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담 전 날에는 술 못 마셔서.”

그건 한 잔도 마찬가지다.

내 대답에 그녀의 얼굴의 기대감이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내가 괜히 붙잡았네. 미안.”

“아니야.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맛있게 고기 먹었네. 즐거웠어.”

나는 계산서를 들고 일어서는 그녀를 따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시은은 혼자서 밤거리를 걸었다.

발걸음은 식당으로 향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등 뒤의 나비 모양 마나 날개가 기분 좋은 듯, 살랑거렸다.

뭐, 유선우가 와인을 안 마신 건 아쉽게 됐지만….

그녀는 그의 그 단호한 거절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재미가 없는 법이다.

그는 이 세계가 헤스티아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방인인 그녀는 이 세계에서 여러 교육을 받았다.

이 세계에서는 남자, 그러니까 그녀의 세계에서 부르던 베타(βήτα)는, 더 이상 여자인 알파(αlpha)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완벽히 동등한 인격체라고.

그녀의 세계에서는 여성이 알파였고 남성이 베타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그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그러나 시설이 아닌, 밖으로 나오고 느낄 수 있었다.

마나를 다룰 수 없었던 헤스티아의 베타와는 달리, 이곳의 남성들은 이능을 가질 수 있었다.

길거리를 나설 때마다 백시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알던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목줄에 묶여 주인의 뒤를 얌전히 따르는 베타도 없었고.

새장 안에서 주인의 귀가를 기다리는 베타도 없었다.

그래서 백시은 또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베타에게 소유욕을 느껴본 적이 없었으니까.

베타와의 성적인 관계를 맺어본 경험은 있어도, 다음 날에는 바로 꺼지라며 내보냈다.

책임지지 않았다.

백시은에게 있어서 베타는 귀찮은 소유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

그것이, 유선우를 만나기 전까지의 백시은이었다.

그러나, 유선우는 뭐랄까….

백시은이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소유욕을 느낀 상대였다.

늘 스스로는 철벽을 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글쎄.

그 어설픈 벽을 넘지 않을 여성이 몇이나 될까.

아무래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쳐놓은 그 벽에 얼마나 많은 틈새가 있는지.

따라서 그녀의 소유물로 만들려 했다.

아니, 뭐 적당히 이 세계의 문화 ‘연애’라는 것에 어울려줄 생각도 있었다.

그만큼 유선우는 특별했으니까.

하지만.

백시은은 무언가를 느꼈다.

‘…… 틈이 없어.

이상할 정도로 틈이 없었다.

그가 치는 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상냥하다.

문제는 그 너머였다.

자신이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그를 유혹하려 해도 그는 언제나 마지막 한 걸음만큼의 거리를 결코 좁히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녀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베타라는 성별은 알파가 원한다면 엎드려야 하고 누우라면 누워야 하며 벗으라면 벗어야만 했다.

저항은 그저 매를 부르는 행위일 뿐.

저항을 멈출 때까지 얻어맞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더 조급해졌다.

결국 그녀는 결심했다.

‘그냥 납치하자.

그녀는 먼저 이 세계에 와 있던 헤스티아 출신의 헌터들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곳의 베타들도 결국은 똑같아. 조금 더 고집이 셀 뿐이지.

‘막상 납치해서 며칠 밤낮으로 가둬놓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결국 받아들이게 되어 있어. 원래 베타란 그런 존재니까.

그래. 그녀는 너무 이 세계의 방식에 얽매여 있었다.

연애니 합의니 하는 미개하고 비효율적인 절차 따위에.

나는 알파고.

그는 베타다.

너무 그를 인격적으로 동등한 존재로 대우했다.

유선우라고 해서 특별할 것 없다.

그냥 알파가 명령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소유물.

딱 그 정도의 취급이면 충분했다.

나를 가로막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분명, 이 세계의 정서에 맞게 상냥하게 대해주려 했다.

유선우.

이건 네가 전부 자초한 일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등 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 날개.

백시은의 모든 움직임이 얼어붙었다.

등 뒤의 나비 모양 마나 날개가 본능적인 위협에 파르르, 떨렸다.

  • 다, 찢어줄까?

걸렸다.

백시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금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난다.

그녀의 입가에는 어떤 미소도 걸려있지 않았다.

진세아였다.

  • 내가 몰랐던 것 같아?

그녀는 백시은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백시은은 그때의 서늘함을 느끼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날 이후 백시은은 유선우에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섣불리 손이라도 댔다간 정말로 등 뒤의 날개가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만 같아서.

그녀가 살던 헤스티아에서도 그랬다.

더 강한 알파가 나타난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백시은이 진세아의 보이지 않는 견제 속에서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던 참이었다.

  • 오늘부로… 길드에서 나가기로 했습니다.

유선우가 길드를 떠난다고 했다.

백시은의 눈이 크게 뜨였다.

길드 안에서나 감시가 유효한 것이지, 길드 밖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진세아 또한 그것을 느꼈는지 그가 길드를 나간 이후로 자신을 향한 감시의 눈길은 이전보다 훨씬 더, 집요해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진세아는 할 일이 많으며, 감시에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유선우가 해태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그 시점부터 모든 것은 그저 시간문제다.

기회를 만들어준 위재완 팀장에게 감사할 뿐.

게다가… 왕진까지 온다고?

백시은은 밤거리를 걷다,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장난감을 어디에 둘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새장이 좋을까.

아니면 얌전히 발치에 엎드려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게 할, 개집은 어떨까.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그게 그녀의 유일한 고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