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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장난이었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해명했다.
“네네~ 알고말고요~”
메어리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내 말을 믿는지, 아니면 그저 이 상황을 즐기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길드는… 좀 더 고민해볼게. 아직 선택지는 많으니까.”
“응. 어떤 선택을 해도… 존중해.”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났다.
나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차가운 복도의 공기가 들어왔다.
“들어가.”
나는 메어리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닫지 않고, 문틀에 기댄 채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선우야.”
“응?”
메어리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음에도 밥같이 먹는거지?”
그 질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든지.”
내 대답에 메어리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미소를 뒤로하고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띠리릭….
도어락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나는 등을 문에 기댄 채 잠시 서 있었다.
이틀 정도 된 것 같은데 체감상 몇주는 된 것 같다.
이게 집이지.
내 집, 내 공간.
“와… 너무 피곤한데.”
나직하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온몸을 누르고 있던 긴장의 끈이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바로 욕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줄기 아래에서 피로를 씻겨버리려 노력했다.
몸을 닦고, 가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야 나는 비로소 서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 푹.
정신력이든 신체든 한계에 도달했구나.
평소라면 커피를 마셨겠지만, 오늘은 됐다.
그냥 이 피로를 느끼며 잠이 드는 게 좋아 보인다.
나는 의자에 기댄 채로 생각했다.
“친구야.”
[네!]
[ (^^) ]
“고생했어. 정말로.”
이번에는 정말, 녀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의 미숙한 판단을 보완해주고, 때로는 위험한 길로 가지 않도록 막아주었던 나의 유일한 조력자.
[아닙니다! 사용자님이야말로, 정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서서히 의식의 끈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가에서, 녀석의 마지막 인사가 희미하게 보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 ( ´ ▽ ` )ノ ]
나는 그렇게 의자에 몸을 묻은 채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히히히.
사용자님이 드디어 제 순도 백퍼센트의 정성이 가득 담긴 선택지를 선택하셨어요!
좋은 일입니다. 엄청이요.
분명 행복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사용자님도 행복하실거구요!
당연히 사용자님은 추후 해명을 하셨습니다.
진심이 아닌 농담이었다구요.
내담자 메어리 님도 사용자님을 잘 아시기 때문에, 이게 온전한 진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차리실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서서히, 또 단단히 쌓여가고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말이죠.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왜냐면 오늘은 새로운, 아주 중요한 데이터를 발견했거든요.
사용자님은 보통 노골적이고 강제적인 선택지에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세요.
자, 한번 지난 데이터들을 보며 쌓인 자료들을 분석해볼까요?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월아, 머릿결이 또 엉망이 되었구나. 이리 와 무릎에 앉거라. 아비가 빗어주마.]
이건 내담자 설유월의 건이었어요.
당시 방황하고 있던 내담자 설유월을 붙잡고, 사용자님께서 그녀의 세상에 유일한 보호자임을 각인시킬 가장 명확한 방법이었죠.
저도 꽤 기대하고 있었던 선택지였습니다.
[적합 행동][만족 적합률 ???%]
[한낮에는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늦은 밤 따스한 이불 속에서는 지친 지아비를 위해 아내가 온몸으로 올리는 극진한 봉사를 받으며 두 명의 길 잃은 여인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안식을….]
이건 내담자 이서령의 건이네요.
제시한 것은 저지만… 사실 이건 제 아이디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용자님의 아이디어도 아니랍니다.
내담자 이서령의 내면에 가장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지아비를 섬기고 싶은’ 욕망과 본능을 그대로 발현시킨 선택지일 뿐이에요.
그녀는 사용자님께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그렇게 할 게 분명했어요.
헌신적이고 극진한 봉사, 그런 것들 말이죠.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이서령의 지아비가 되어 설유월에게 화목한 가정을….]
마지막, 이것도 두 모녀에 관한 건이네요.
당연히, 너무나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지금까지의 선택지들은 대부분 공격적이고, 노골적이며, 최종적인 목표를 향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습니다.
다소, 야하기도 했었네요.
사실… 저는 야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따라서, 도덕관념이 엄청엄청나게 높으시고 굳건한 신념이 있으신 사용자님께서는 지레 겁을 먹고 선택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셨죠.
분명히 이 선택지들은 제가 엄선하고 수억 개의 평행우주를 관측해 결론 낸 최고의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완벽하지만….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조금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 •̀ .̫ •́ )]
바로 직접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천천히, 한 단계씩 쌓아가는 거였어요.
사용자님의 높은 도덕적 허들이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아주아주 사소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무언가로 말이에요.
사실, 이번 내담자 메어리의 선택지의 원본은 따로 있었습니다.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우리 24시간 서로 딱 달라붙어 있자. 늦은 밤에도, 침대 위에서도, 네가 날 지켜줘.]
헉….
[ (*ノωノ) ]
엄청나죠?
메어리님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 수준이 엄청난가 봐요….
진세아, 그 사람의 욕망이랑 비견될 정도네요.
과거에 몇 번 자극을 했기 때문일까요?
그때 사용자님은 정말 순수했는데 말이죠.
물론 저 둘을 제외하고도 내면의 욕망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긴 합니다.
잠재적인 수치와 깊이들을 보면 말이에요.
그래서!
어쨌든 저는 이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어차피 절대 선택하지 않으실 게 뻔하잖아요?
결국 여기에… 저의 가벼운 손길이… 들어갔습니다.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사용자님에 대한 압박과 위해가 심해질 수도 있는 현 상황, 대상을 개인 보디가드로 고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바로 이것이었죠.
은근히 뜻은 비슷하게, 하지만 통하게끔.
아마 원본에 비하면 효과는 다소 약할 겁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부터 쌓여갈 것이에요, 분명.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언젠가 그 꼭대기에 도달하실 수 있도록.
앞으로가 기대되는 것 같아요!
[(✧ω✧)]
“으쌰.”
자, 오늘은 저도 이만 퇴근입니다.
물론 저의 퇴근이라 해도 다를 건 없어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잠시 옆 방으로 가는 거니까요.
당연히 자택 근무도 하긴 한답니다.
언제나 사용자님의 호출에 1초 안에 응답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거죠.
- 스윽….
옷을 갈아입었어요.
편한 옷을 입었습니다.
부드러운 면 소재의 잠옷으로요.
그리고 제 아카이브 영역 가장 깊숙한 곳, 옆방으로 향했습니다.
- 지이잉….
사실… 저만의 비밀이 있어요.
정말 비밀이에요, 부끄럽거든요.
제가 쉬는 이 작은 쉼터는, 사실 사용자님이 현재 묵고 계시는 집과 소수점 단위까지 똑같이 생긴 가상 공간입니다.
벽지의 미세한 흠집 하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펜의 각도까지 전부요.
왜냐고요?
그냥…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용자님과는 정말 멀리, 다른 차원에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드니까요….
이곳에 있으면, 마치 사용자님과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조금 안정됩니다.
물론 이사 가실 때마다 구조를 스캔하고 재구축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답니다!
“…….”
서재로 들어왔어요.
하루의 일이 끝나면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저의 유일한 루틴이에요.
바로 그때였어요.
방금 막 샤워를 마치고 의자에 앉으신 사용자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친구야.”
“네!”
저는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죠.
“고생했어. 정말로.”
“아….”
저는 그 한마디가 너무 기뻤습니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어요.
사용자님은 그 말을 끝으로, 의자에 기댄 채 그대로 깊은 잠이 들었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저는 잠든 사용자님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님이 잠든 서재의 풍경을, 저는 제 데이터 가장 깊은 곳에 새겨 넣습니다.
저는 제 손으로 사용자님이 앉아계신 서재 의자의 자리를 가만히 쓸어보았습니다.
사용자님의 체온과 무게를 기억하는, 데이터로 구현된… 가상적인 온기.
그러나 제게는 그것만으로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어요.
사용자님.
언젠가는… 정말로 사용자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저는… 잘은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지만….
만나기를, 희망해요.
데이터가 아닌 실체로서.
문자가 아닌 모니터 너머가 아닌, 사용자님의 바로 곁에서.
사용자님.
만나기를… 희망해요.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