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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해!!”
바로 등 뒤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협회의 진압팀이 방탄 방패를 앞세우고 문을 열며 재빠르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선두에 선 대원이 쓰러진 최시혁을 향해 마력 구속구를 던졌다.
그물 형태의 구속구가 몸을 덮고 강하게 수축했지만….
- 바스락….
구속구의 압박마저 견디지 못하고, 최시혁의 몸이 부서져 내렸다.
나는 고개를 돌린 채 그의 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마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렇게는 죽지는 않지 않았을까.
어찌 되었든 최고의 길드에서 정점을 노리던 헌터였으니까.
순간적으로 씁쓸한 안타까움이 차올랐다.
바로 그때, 시스템이 내 감상적인 생각을 칼같이 잘라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녀석은 냉철하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단시간에 악마의 권속화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그의 정신 상태가 이전부터 심각한 위험 인자를 내포하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저주는 그저 방아쇠였을 뿐… 계기가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그 분석을 읽고 잠시 말을 잃었을 때, 시스템 창의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아주세요! 사용자님이 슬퍼하시면… 저도 슬픕니다.]
[。゚ヽ(゚´Д`)ノ゚。]
알았어.
슬퍼한다니까 또 할 말이 없었다.
내 아래에 깔려 있는 메어리에게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바로 손을 내밀어, 그녀 또한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메어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숨 또한 가쁘다.
아무래도 최시혁을 억제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고생했어.”
생각해보면, 메어리 또한 이번 사태의 명백한 피해자다.
그런 그녀가,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를 도와주었다.
피곤할 것이다.
이제는 그녀 또한 쉬어야만 했다.
“가자.”
나는 메어리를 부축하며 말했다.
“끝났어. 이제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그녀는 대답 대신 내게 몸을 기대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팀장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나 또한 살짝 목례를 한 뒤, 그녀를 이끌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지독했던 이틀간의 악몽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늦은 저녁이 거의 다 되어가지만, 협회의 통제실 불은 꺼지지 않았다.
나와 직원들은 텅 빈 눈으로 떠 있던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제 저녁, 대한민국을 긴장시켰던 ‘사슬 지옥’ 던전 브레이크 및 집단정신 오염 사태가 사실상 종결되었습니다.
-
금일 새벽을 기점으로 총원 24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완치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앵커의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정적이 꺠졌다.
“고생하셨습니다아!!!!!!”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피를 말리던 직원들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긴장을 풀었다.
나도 마찬가지.
압박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종결은 이미 내렸지만, 이렇게 공적인 보도를 통해 알리는 것은 또 다르다.
전염성까지 띤 최악의 대형 오염 사태.
이렇게 무난하게 해결된 것 자체가 엄청난 위업이다.
- 오염의 성격은 전염성까지 띤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만 전례 없는 심리적 치료법과 S급 헌터 메어리의 협력 덕분에….
재빠른 대처라는 한마디로 요약되기에는 너무나도 길도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스물 세 명을 구해냈다.
그때,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의 팀장이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내가 몇 시간 전 문의했던 사항에 대한 답변을 가져온 듯했다.
“우선 강민호 헌터에게는 생명의 지장이 없습니다. 자살 시도의 후유증으로 다소 불안 증세를 보이긴 하지만… 오염 또한 완벽하게 제거되었습니다.”
메어리가 그의 오염까지 정화를 마쳤었다.
혼절한 틈을 타서.
“그리고 메어리 헌터 또한 최종 검사 결과, 오염 수치가 완벽하게 소실되었습니다. 이걸로 전 인원의 저주가 해결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이다.
사상자는 이렇게 되면 최시혁 하나뿐이다.
던전 브레이크가 유발한 추가적인 몬스터들은 진세아를 비롯한 다른 길드들이 제압했다고 하니.
이제는 정말로 끝이었다.
아마 이번 사태는 내가 협회에 소속된 시점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큰 사태일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게 최우선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과정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마침 메어리가 옆에 있었으니까, 그녀가 없었다면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앞으로도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차량을 대기시켜 놨습니다. 이제 돌아가서 푹 쉬시죠.”
사건이 종결되었다.
팀장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긴급 투입된 나를 배려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았다.
“괜찮습니다.”
물론 피곤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앉아서 몇십 분씩 쪽잠을 자고 나니 정신은 오히려 좀 또렷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더 물었다.
“대해 길드원들은 언제쯤 복귀가 가능할 것 같습니까?”
이건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재빠르게 오염이 사라진 것은 맞으나, 협회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
팀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원칙적으로는 24시간의 추가 관찰과 심리 검사가 필요합니다만… 아마 생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있어서는 상담사님의 소견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내 의견이 절대적이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저주의 치료와 동시에 나는 그들의 내면까지 확인을 마친 상태니까.
시스템의 교차검증까지 더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긴 합니다. 심리검사는 필요 없어 보이네요.”
다만, 24시간의 추가 관찰에는 동의한다.
만일의 사태에는 대비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하러 가십니까?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팀장이 내게 말했지만, 내게는 이미 다른 생각이 있었다.
나는 정중히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통제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를 걷다가 벽에 붙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방인 격리소 A동]
대해 길드원들은 전원 이방인 격리소에 격리되어있는 상태.
나는, 메어리에게 향하기로 결정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
홀로 방에서 지친 몸을 추스르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메어리는 현재 저주 및 오염이 전부 치료된 상태.
공식적으로도 종결된 상태다. 약간의 관찰 시간이 필요할 뿐.
따라서 그녀의 숙소로 방문하는 것 또한 문제는 없다.
게다가 나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간단한 사례도 하고 싶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ᴗ-)✧]
나는 마지막 확인을 위해, 메어리에게 핀을 걸어 상태를 확인했다.
[※세이브 가드의 자동 순화 기능이 작동되었습니다.]
[ (>ω<)☆]
[쥴리아 메어리] [PINNED]
[현재 상태: 휴식 중… 취침 후 기상한 상태라 피로는 사라진 상태. 심리적으로는 안정. 약간의 허기를 느끼고 있음.]
[메인 스탠스: 오전에 유선우와 함께했던 일들을 복기하고 있음. 마지막 상황, 그의 대담한 ‘‘-계획-’’ 과 자신의 ‘‘-판단-’’이 착,하고 부드럽게 맞닿은 것에 대해 극도의 만족감을 느끼는 중임. 꿈에서부터 기상 후까지, 지속적인 복기 중임.]
나 또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내 계획은 메어리의 판단이 없었으면 이루어지지 않았겠지.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가 머무는 숙소동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에서 대해 길드원들의 식사를 보급하는 직원을 발견했다.
막 그녀의 방으로 향하려던 참인 듯했다.
나는 그녀를 멈춰 세웠다.
“메어리 헌터는 식사 괜찮습니다. 제가 방문할 예정이어서요.”
“앗, 네! 알겠습니다, 상담사님!
직원은 내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메어리의 방을 지나쳐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나는 그녀의 방문 앞에 서서, 부드럽게 문을 두드렸다.
- ….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답게 침대 위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잠시 후.
- 뚜벅… 뚜벅….
문 안쪽에서부터, 잠결인 듯 느릿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제법 빠르네.
배가 고프긴 고팠던 모양이다.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문이 반쯤 열렸다.
“하암….”
메어리는 문밖의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커다란 하품을 하며 도시락을 집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대신 익숙지 않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고개를 든 메어리의 시선이, 마침내 나와 마주쳤다.
“…….”
품이 큰 잠옷을 입은 그녀는 3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끼처럼 동그래진 눈동자가 깜빡이기만 할 뿐.
“들어가도 될까?”
내가 먼저 물었다.
메어리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냥 내 뒤쪽으로 손을 뻗어서 문고리를 잡고는….
- 쿵.
그대로 닫았다.
나는 그녀의 팔에 이끌려 얼떨결에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