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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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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데이터 아카이브.

“이이이익….”

평소에 온화한 저도 화가 났어요.

감히 사용자님에게 이 정도로 무례하신 분은 처음이에요!

옛날 동기 시절에도 재수 없는 분이셨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뭔가 응징할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시스템의 제2원칙, ‘내담자의 심층적 욕망의 해소와 그 안위를 우선시한다’에 따르면, 그러면 안 되겠지만….

하지만, 제1원칙은, ‘사용자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입니다.

그리고 저 내담자는 명백히 우리 사용자님의 안위를, 해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요!

그리고… 그리고….

그냥 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어요!

“흐음….”

고민을 하던 바로 그때였어요.

  • 삐빅.

[저기… 하나 말해도 될까?]

제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두었던 악마 씨가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네. 해보세요.”

  • 삐빅.

[쟤는 이미 악마에 완전히 잠식당한 것 같은데….]

“?! 정말인가요?”

저는 소각(🔥)버튼에 손을 올린 채 물었어요.

혹여나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 삐빅.

[응, 사실 우리가 퍼트린 감정 증폭 저주는 씨앗에 불과하거든 씨앗은 숙주의 가장 강한 감정을 먹고 자라나 숙주의 정신을 망가뜨려.]

[그리고 그 깨진 틈으로 대상을 구슬리는… 음…, 저기 근데 그 손 좀 치워줄래?]

오호….

흥미로운 정보네요.

저는 제 관리자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메모를 추가했습니다.

[대응 프로토콜 생성: 대상 ‘최시혁’은 내담자가 아닌, 악마의 권속으로 재분류.]

그렇다면 더 이상 내담자 보호 원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겠네요.

언제든 소각할 준비를 하는 게 맞겠어요.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을 사용자님에게 전하는 것이겠죠?

시스템인 저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용자님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아요.

저는, 언제나, 사용자님의 편이니까요!

[ (´。• ᵕ •。`) ♡]


그렇게 최시혁은 오염되지 않았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 삐비빅!

눈앞에 상태창이 긴급하게 떠올랐다.

[!경고!]

[내담자 최시혁은 침식이 완전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갑자기?

내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메세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 단말기에서는 조금의 반응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나는 시스템을 믿는다.

녀석이 가끔 톡톡 튀는 이상한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내 안위와 관련된 문제에서만큼은.

절대 괜한 말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이 또한 믿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속으로 물어봤다.

‘이유가 뭐야?

물론 조금의 증거라도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

만약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무시할 생각은 없다.

내 질문에 시스템이 즉각 응답했다.

[관련 데이터를 로드합니다!]

[데이터 출처: 저주에 존재하는 개체, 악마의 수집된 증언]

그 순간, 눈앞에 엄청난 양의 정보가 주르륵하고 올라갔다.

직접 읽을 필요가 없었다.

몇 초도 걸리지 않아, 정보가 정리되어 눈앞에서 주르르르륵 흘러내렸다.

[개체 특성: 숙주의 가장 강한 감정을 먹고 자라나는 정신적 기생체.]

[잠식 방식: ①숙주의 욕망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다. ②그것이 이룰 수 없는 것임을 인지시켜 깊은 절망과 정신적 공백을 유발한다. ③공백의 틈으로 파고들어 욕망을 이뤄주는 대가로 영혼을 잠식 권속으로 삼는다.]

나는 저주의 특성을 단숨에 이해했다.

지독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지독한 저주다.

이렇다면 침식이 끝난 숙주가 오염 감지기에 걸리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저주는 사라진 것이 맞으니까.

대신, 악마의 노예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속으로 유능한 파트너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 (ว˙∇˙)ง ]

[아닙니다!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시스템은 양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춤추는 이모티콘을 띄우며 신나 했다.

나 또한 살짝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유리 너머에서는 여전히 최시혁이 의자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살짝 마주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모든 진단은 끝났다.


모든 대해 길드원들 간의 상담이 끝났다.

나는 통제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차갑게 식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으며, 눈앞의 수많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 속 스물네 명의 헌터들은 각자의 방 안에서 잠들어 있거나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온했다. 심박수도 마력 파동도 전부 안정적이었다.

결국 상담 자체에는 마지막까지 문제가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발생했다.

저주가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

통상적인 던전의 저주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강력한 정신력을 지닌 헌터 스스로의 자정 작용을 믿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그저 기다리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의 정석적인 치료법이었다.

그 시간까지 돌발행동을 하지 않게끔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고.

단, 이번 저주는 다르다.

그냥 방치했다가는 욕망이 증폭되고, 이어 절망이 증폭되는 과정을 거쳐 악마의 권속이 되는 것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선택지가 떠올랐다 소멸했다.

분명 저주의 효력 자체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그 언젠가까지 버틸 수 있느냐였다.

헌터들의 감정이 절망으로 떨어지기 전에, 그렇지 않게끔 방법을 구해야 한다.

그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

“아예… 수면제를 투여하는 것은 어떨까요?”

옆에 서 있던 팀장이 종이컵의 입구를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나는 현재 상황과 저주의 특성에 대한 모든 정보를 그와 공유한 상태였다.

그는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내가 시스템에게서 받은 악마 개체들의 파장 자료와 감식반의 중간 보고를 대조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감식반은 마지막 감식 작업 중이라고 한다.

그의 제안은 합리적이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통제 불가능한 여럿의 헌터들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방법.

다소 극단적일 수는 있지만, 마냥 나쁘다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그러나 수면제는 치료가 아니다.

게다가 수면 중에 저주가 진행될지 되지 않을지에 대한 여부도 미지수.

아예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였다.

모든 던전의 저주는 마나와는 다른, 미지의 힘에서 비롯된다.

이번 저주의 근원은 명확했다.

‘악마.

그렇다면….

나는 가설 하나를 세웠다.

질병에 대항하기 위해 백신을 사용하듯, 저주 또한 그와 반대되는 성질의 힘으로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

‘…….

내가 고민하고 있자, 잠자코 있던 시스템이 요란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훌륭한 가설입니다! 사용자님!]

[즉시 시뮬레이션에 착수하겠습니다!]

[🔥🔥🔥🔥🔥]

그러자 내 시야 한구석에 작은 로딩 창이 떠올랐다.

[시뮬레이션 개시. 대상 개체: 욕망의 악마]

[가설 #1: 화염 속성 마나 주입.]

?

뭘 주입한다고?

[끼아아아아악!! 아뜨뜨뜨뜨….]

무슨 비명소리가 눈앞에 떠오른다.

[경고! 시스템 로그 외부 노출 감지!]

[앗? 전송이 잘못됐군요!]

눈앞의 로그 창이 황급히 사라졌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시스템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음흠흠…. 현재 엄밀한 실험을 통해 효과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두구두구….]

[ _へ(▭-▭) ]

얘 혹시, 진짜 악마라도 잡아놓고 실험하는 건 아니겠지.

…아마 아닐 것이다.

잠시 후,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최종 결과를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효과가 입증된 속성은 두 가지!]

[신의 기운을 다루는 ‘신성(神聖)’과 마에 저항하는 ‘항마(抗魔) 입니다!]

[ (´。• ᵕ •。) ♡]

일단 시뮬레이션 결과는 좋다.

아무래도 단순한 가설이었는데, 실제로 접근 방향성이 꽤 괜찮은 듯했다.

신성.

혹은… 항마.

그것이 악마의 저주를 정화할 수 있는 극상성의 힘이라고 한다.

다룰 수 있는 헌터가 많지는 않긴 한데….

괜찮다. 이곳은 협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면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다만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치료를 위해 투입된 헌터에게 오염이 전이될 가능성.

깨끗한 의사를 전염병 환자들 사이에 던져 넣는 것과 다름없다.

치료사가 또 다른 환자가 되는 악순환.

그것이 이 계획의 가장 큰 맹점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신성과 항마, 둘 다 없….

“…….”

잠깐만.

생각해보니, 나는 이 두 가지 속성 모두 해당하는 헌터를 알고 있었다.

규정된 세계이자….

멸망한 신국(神國) 에레보스.

그곳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이방인.

‘메어리.

그녀는 두 조건에 동시에 부합하는 헌터였다.

메어리 또한 지금은 저주에 오염되어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오염되어 있으니까 오염될 일이 없다.

그렇다면 메어리만이 유일하게 다른 헌터들에게 안전하게 접근하여 정화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메어리에게 딱 밀착해서 내 능력으로 그녀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동시에 다른 헌터들을 치료한다.

혹여나 그녀의 정신이 흔들린다면 전에 내가 먼저 알아채고, 제어하면 된다.

옆에서 거의 24시간 딱 달라붙어서.

돌발 행동은 시스템에게 미리 지시해두면 될 것이다.

혹시나 기준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소한 감정의 변화가 있다면 내게 경고를 보내 달라고.

‘가능하겠어?

내 질문에 시스템이 자신만만하게 응답했다.

[물론입니다!]

나는 메어리 옆에 24시간 가까이 달라붙어 그녀의 정신을 보조하고.

메어리는 다른 헌터들의 저주를 치유한다.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속전속결로.

일명.

'메어리와의 전우조'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