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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화려한 조명과 함께 팬들이 속속히 착석하는 경기장.

“자, 돌아왔습니다!”

아그니는 프로 방송인답게 과도하게 몰린 시청자들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린 방송을 능숙하게 복구했다.

—ㅅㅅㅅㅅㅅ

—이거지

—필리독 나왔을때도 안 터졌던 방송이ㅋㅋ

—ㄷㄷㄷㄷㄷ

—진짜 역대급 합방이네

—캬

—방송 그림 예쁘다

—둘 다 ㄹㅈㄷ

—소신발언) 트황이 이김

—ㅋㅋㅋㅋㅋㅋㅋ

—맞긴해

—여고생을 어케 이겨

“다들 조용히 하세요!”

아그니는 나까지 있어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선 넘는 채팅들을 참아주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채팅창은 전보다 시청자가 늘었음에도 퍽 깨끗했다.

“자, 일단 게스트도 오셨으니 경기 시작하기 전에 시청자분들이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봐야겠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준비해 둔 종이를 흘긋 확인했다.

아마 미리 내게 보내줬던 예상 질문 중에서 추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첫 번째 질문! 나 아직 우리 트루 선수님 스승 맞지?”

적당히 무난한 질문이었다.

경기 시작하기 전 입 푸는 용도의 질문이랄까.

“당연히 스승님이라고 불러드려야죠. 덕분에 도움 많이 됐어요.”

“좋았어!”

이미 개인적으로 물어보셨으면서도 한 번 더 확인받아 좋은지, 그녀는 그저 헤실헤실 웃으며 나를 쓰다듬었다.

—심신 뒤틀리는 트황

—심기불-편

—?? : 밀키웨이 팬이 내 스승?

—ㅋㅋㅋㅋㅋㅋㅋ

—1대 1로 쳐바른 다음 하늘에 서고 싶은 트황이면 개추

“에이, 제가 그래도 도움 준 걸 잊는 사람은 아니에요.”

챌린저야 운영만으로도 찍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아그니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마스터 리그에서 적응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한편, 내 대답에 그녀는 큭큭 웃으며 되물었다.

“잠깐, 그럼 지금까지 나는 왜 피했어?”

“어...”

의도적으로 잔뜩 슬픈 표정을 짓는 걸 보아하니 이것도 방송의 일부인가 보다.

—역시 킬각은 원딜평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피지컬 살아있는 아그니눈나

—이제 이모 아님?

—엄ㅋㅋ

아무튼, 나는 자극적인 대답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맞게 입을 열었다.

“대외적인 대답이랑 좀 더 개인적인 대답이 있는데, 뭘 원하시나요?”

“둘 다 괜찮아! 나는 뭐든 들을 준비가 됐어.”

“우선 대외적으로는 바빠서 그랬어요. 마스터 리그도 그렇고, 갑작스럽게 콜업도 있었고요.”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바쁘긴 엄청 바빴다.

당장 그랜드 리그 휴식기에 MSC에 식스맨으로 온 것만 봐도 그랬다.

“그러면 개인적으로는 무슨 이유로...?”

“제가 소문을 하나 들었거든요.”

운을 띄우기 무섭게 채팅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말일지 예상되면 개추

—개추

—ㅋㅋㅋㅋㅋ

—중증 슽갈은 스승도 못 알아본다더니...

—스승이 밀키웨이 묻었다고 바로 손절친거 팩트임?

—트루)다

—그게 루머가 아니었어?

—감독이나 직원들 감사 인터뷰도 싹싹하게 잘하는데 굳이 아그니만 언급 없었던 거 보면ㅋㅋ

—정보) 트루 인터뷰 트래시 토크 비중은 밀키웨이 100%다

—보인다 보여

—ㅋㅋㅋㅋㅋㅋㅋ

“밀키웨이의 모 선수님과 아그니 스승님이 깊은 관계라는 소문이 있어서요.”

아그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조명 때문은 아니었다.

“누,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스승님 포함해서 전부요.”

내 말과 더불어 적절하게 도네이션—영상자료—이 들어왔다.

[ 인정하면편해 님의 10,000 원 도네이션 ]

[ (Youtube_클립_링크) ]

[찬이 씨, 아니, 필리독, 아니...아무튼.]

[밥 먹고, 록 좀 물어보고, 네? 손가락에 반지 뭐냐고요? 조용히 하세요!]

—정보) 필리독의 실제 이름은 ‘김찬이’다.

—ㅋㅋㅋㅋㅋㅋ

—도네까지 레전드

—채팅창+도네 안 막은 아그니탓

—ㅋㅋㅋㅋㅋㅋ

“혼수는 뭘로 해드릴까요? 저 스승님 원하는 거 하나 정도는 사줄 정도로는 버는데.”

“...냉장고?”

이젠 어째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신다.

뭐, 애초에 저 영상이 아니어도 증거가 차고 넘쳐서 그러려니 한다.

“아, 그런데 다른 건 다 넘어가도, 저랑 처음 방송하실 때는 ST 팬이라고 하셨으면서 밀키웨이로 넘어가신 것을 보고 통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그러니까.”

—?? : 꼬우면 합방 하지 말던가

—ㄹㅇㅋㅋ

—이제부터 여기는 트루 방송이다

—다 나가

—아그니 방송 테라포밍당했네

—원래 이분이 샌드백 맛집이긴 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사랑이 팀 응원보다 중요하실 수가 있어요?”

“......”

이미 서로 합의한 사항이기도 했고, 내 말투가 과장된 만큼 팬들은 마음 놓고 채팅을 쳤다.

—원래 사랑이 스포츠팀 응원보다 우선 아니냐

—축구 훌리건들도 결혼이 먼저고 그 뒤에 각자 좋아하는 팀 응원할 텐데

—ㄹㅇ

—어허

—트루한테 0순위는 ST라는 거지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트루단이 키우는 유니콘들 뿔은 멀쩡하겠누

—아그니 방송은 유니콘 사라진 지 한참 됐는데

—뭣

—곧 계란 한판이신데 당연한 거 아님?

—뭐뭐뭣?

—ㅋㅋㅋㅋㅋㅋㅋ

—이게맞지ㅋㅋ

—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근황 얘기도 좀 하고, 록을 잘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사연도 좀 듣고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선수들이 입장할 시간이 찾아왔다.

“자, 그럼 경기 보기 전에. 오늘 대결 몇 대 몇으로 끝날 거 같아?”

“밀키웨이가 한 세트 따내는 대신 결승전은 ST가 진출할 거 같네요.”

최근 스크림 당시 필리독은 마지막 시즌인 만큼 최후의 불꽃을 불태우고 있었고, 실력 또한 리그에 비해 전성기 기량을 어느 정도 되찾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필리독이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전성기에 근접한 미드라이너가 ST에 있다.

“그래서 전 걱정 별로 안 해요.”

애초에 진짜 걱정됐으면 지금 아그니 옆에 없고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가 세트 끝날 때마다 와서 프라우드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을 닦달했을 거다.

—자신감

—ㄷㄷㄷㄷㄷ

—?? : 이겨

—패배플래그

—트황 특) 업보쌓을거 같으면 이런 말도 안함

—승패판독기 그 자체

—ㄹㅇㅋㅋ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이상은 사족이었다.

“직접 확인해 보면 아실 테니까요.”

나는 그저 편하게 앉아 선수들의 입장 순간을 눈에 담았다.


“이거 이겼어요.”

밴픽이 끝나기 무섭게 튀어나온 내 말에, 아그니는 놀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지금 밀키웨이 쪽에 앞라인이 서폿 하나밖에 없잖아요. 첫 세트에 안정감 없이 하면 무조건 멘탈 나가요.”

프로들도 사람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고, 그 부담으로 말미암아 튀어나오는 실수는 경기의 일부다.

그리고 그런 실수들을 커버할 수 있는 게 바로 밴픽이고.

그런 면에서 볼 때, 대회에서 항상 보는 든든한 챔피언들로 구성된 ST와 달리 퍽 도전적인 밀키웨이의 픽은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방향성조차 흐릿했다.

마치 그냥 하고 싶은 챔피언들 하나씩 고른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론상 잘 크면 좋긴 하지 않아?”

“ST는 그렇게 크는 걸 허용해 줄 팀이 아니니까요.”

“...저 말 나만 무서운 거 아니죠 여러분?”

—ㅋㅋㅋㅋㅋㅋ

—당사자 발언 잘 들었습니다

—프라우드가 돌아온 ST

—ㄷㄷㄷㄷㄷ

—그냥 저거 자체로도 개무서움

—ㄹㅇ

분명 후반 밸류 자체는 ST보다 밀키웨이가 앞선다.

하지만 프라우드가 돌아온 ST란 기본적으로 초반에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팀이다.

내가 ST1의 방향타를 잡았을 때야 내줄 건 내주고 몰아칠 땐 몰아치는 운영을 했지만, 프라우드는 그보다 한 술 더 떠서 아예 상대에게 여지를 안 준다.

“그, 그래도 게임이 시작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바로 협곡이니까! 난 필리독이랑 밀키웨이 믿어!”

그렇게 환호성과 함께 시작된 경기는—

[ ST Fraud -> Milkyway S Philidog ]

[쿼드라 킬!]

첫 유충 싸움에서 프라우드의 오리애나가 쿼드라킬을 먹으며 게임이 터졌다.

“......”

—정신이들어?정신이들어?정신이들어?

—ㅋㅋㅋㅋㅋㅋ

—필리독 컷!

—트황의 예측은 언제나 정확하다

—ㄹㅇㅋㅋ

—아그니 정신 나갔네

—솔직히 필리독 못하진 않았는데

나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전직 ST 팬을 뒤로한 채, 자연스레 이번 세트 리플레이를 보며 시청자들에게 분석해줬다.

“그러니까 여기서 오리애나 궁 터질 때 반응을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그대로 끝났어요.”

—ㅇㅎ

—반응이 되나...?

—오리 궁 잘 쓴건 알겠는데 그 다음 운영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ㄱㅊ

—저거 이해하면 님도 챌임

—ㄹㅇㅋㅋ

—아니 근데 저걸 어케 반응함

—?? : 되는데

—엄ㅋㅋ

그 뒤야 뭐.

“......”

“진행 제가 대신 할까요?”

“자동사냥...부탁해...”

2세트도 무난한 ST의 승리.

“봐봐! 아직 안 끝났어! 안 끝났다고!”

3세트는 내가 미리 말했던 대로 정신 차린 밴픽과 밀키웨이 선수들의 각성으로 이번 매치 첫 세트승을 밀키웨이가 가져갔고.

[으아아악! 이렇게 마지막 남은 필리독마저 잡히면서!]

[쌍둥이 터지고! 넥서스까지—!]

[지지!]

[MSC 결승아 기다려라! ST가 간다!]

4세트.

이번 매치의 마지막 경기는 그렇게 ST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재미있으셨죠?”

“......”

—앉은 채로 죽었는데?

—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왜 갈아타

—ㄹㅇㅋㅋ

—??? : 프라우드 배터리가 나왔다 안카요

—니가 만들어낸 ST 부활의 단초! 절대 안 사라진다!

—ㅋㅋㅋㅋㅋㅋㅋ

—받아들이면 편해

채팅창을 멍하니 보던 아그니는, 어느새 책상 밑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이내 새하얀 밀키웨이 응원복 위에 덮어 입었다.

“자, 여러분 아무 일도 없었어요.”

새빨간 ST의 유니폼이 그녀와 퍽 잘 어울렸다.

—?????

—ㅋㅋㅋㅋㅋㅋ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2트)

—ㅋㅋㅋㅋㅋㅋㅋㅋ

“국제전은 그 뭐냐. 아시죠? 원래 응원팀 떨어지면 같은 리그 팀 응원하는 거예요.”

당연히 어림도 없는 말이다.

원래 극적으로 판이 깔린 거 아니면 같은 리그 팀 떨어지는 건 알 바가 아니다.

물론 이미 팀을 갈아버렸던 아그니 스승님께서는 그런 사소한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결승전에도 볼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

—바로 빌붙기 on

—결혼 전까지 돈 더 땡기겠다는 큰그림

—ㅋㅋㅋ

—바짝 버셔야지

—ㄹㅇㅋㅋ

—슽갈들과 우유갈들을 동시에 포옹하는 아머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심심한 위로 따위가 아니었다.

“누구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손-절

—역시 빠른 판단은 미드평

배신자에게 자비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