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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5 KiB
Raw Blame History

경기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정해져 있다.

[BBG, 인베이드 방어 철저합니다.]

[다이애난이 몇 번의 패치를 거쳐 초식 챔피언임에도 지나치게 정글링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몬스터 몇 개 빼먹고 도망치는 게 되죠?]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더 해드리자면 그랜드 리그에선 ST2가 같은 일은 당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날로 먹는 건 좀 힘들겠는데?”

서로 간보기를 하며 상대 헌터의 뻔한 시작 위치를 확인하자, 에레는 뭐가 그리 안타까운지 퍽 아쉬운 말투였다.

“애초에 녹튼도 어지간하면 강철부리 먼저 먹잖아.”

상대 뒤틀린 숲 몬스터 빼먹는 것도 우리 팀뿐만 아니라 상대 팀과도 합이 맞아야 하는 거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대 진영 몬스터를 빼먹고 시작했다간 자칫하면 우리가 말린다.

그런 점에서 광역 일반 스킬이 있는 다이애난과 녹튼은 카정을 가기엔 양 측 모두 합이 안 맞다.

둘 다 최선의 시작 위치는 강철부리 둥지로 똑같으니까.

[아, 결국 서로 빠지는 두 팀.]

[BBG는 비숍이 룬 효과로 마나를 좀 얻었고, ST는 상대 헌터의 시작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서로 체력은 꽉 차 있는 상태에서, 미니언들 라인 한 가운데에 만나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지금 서로 라인전은 모르겠고, 헌터들 6레벨 찍고 궁극기 든 상태에서 어디 한 번 보자 이거군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야쇼의 패시브가 빠지지 않도록, 비숍이 날린 기계 구체를 피하며 아슬아슬하게 상대 평타 사거리 밖에서 Q 스킬을 이용해 바람을 검에 둘렀다.

[초반 라인전 보여주는데, 이건 뭔가요?]

[아니 트루 선수 오리애나 구체를 왜 이렇게 잘 피하나요?]

[움직임이 거침없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현재 챔피언 이동 속도론 아무리 내 반응이 빨라도 힘들겠지만, 반응이 아닌 예측이면 말이 다르다.

‘왼쪽. 그리고 내가 미니언 치면 대각선 아래.

같은 맵으로 수만, 수십만 가지의 경기가 튀어나오는 LOC지만, 이미 고일 대로 고인 초반 라인전만큼은 공식이란 게 존재한다.

특히 해 먹던 챔피언들이 돌아가면서 튀어나오는 미드 라인은 더 그렇고.

그런 와중에 내게 익숙한 챔피언인 오리애나를 들고 온 비숍이란.

익숙함과 익숙함이 합쳐지면, 주저할 필요조차 없는 법이다.

[와! 아니 이번에는 아주 잠깐만 1인칭으로 전환해 구체를 간발의 차로 피합니다!]

[비숍 선수 스킬 배분 날카롭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 트루의 야쇼!]

[아니 이거 비숍의 마나 관련 룬 쿨타임이 안 돌아요! 지금 오리애나가 날리는 구체에 한 대도 안 맞고 있단 소립니다!]

상대방을 스킬로 적중시키면 마나 회복과 더불어 마나통 자체를 늘려주는 비숍의 룬은 인베이드 인사—싸움이라기엔 너무 사소했으니—를 제외하면 영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무난한 초반이 지나고, 거의 동시에 3레벨을 찍는다.

[레벨업을 하긴 했지만, 비숍의 마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에 비해 아직 쌩쌩한 트루 선수.]

서로 레벨업을 함에 따라 스킬이 늘어난 관계로 나도 아예 안 맞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치고 빠지는 딜교환에서 내가 이득을 보는 경우 또한 아까보다 늘어났다.

“탑 잠깐 봤다가 미드로 와.”

“저거 잡을 수 있어?”

“플래시 빼야지.”

이동 속도 버프 스킬을 제외하면 사실상 쿨타임이 5분짜리인 이동기—플래시—하나 들고 있는 메이지 챔피언을 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유일한 이동기를 빼버리는 거다.

[곧 있으면 패시브인 바람 보호막도 쿨타임이 돌고, 지금 미드 상층 부쉬에 에레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비숍은 이번 대포 라인을 먹고 텔레포트로 복귀할 생각이었을 테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집 가기 전에 마나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트루 선수를 압박하는 비숍.]

[체력 많이 깎였지만, 트루의 야쇼는 거침없이 검을 휘두릅니다.]

[말씀대로 근거리 챔피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체력을 제물로 바쳐 최대한 CS 개수를 맞춰가는 중인 야쇼.]

물론 내가 피격 허용 좀 했다고 상대가 신나서 달려드는 일 따위는 없다.

그렇게 한 선수들은 아마 마스터 리그도 아니고 어디 중소 아카데미에서 개념부터 다시 배우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저 조심성 많은 인간을 꺼내기 위해서는 과감함이 필요했다.

—팟!

조금 과할 정도로.

[아니! 이게 킬각인가요?]

[약간 라인 ST 진영으로 당겨진 상태에서 대뜸 플래시부터 쓰고 보는 트루!]

[일단 Q 맞춰서 바람은 쌓았고! 평타 치면서 회오리까지 장전 완료!]

여기서 핵심은 이 회오리—Q 3타—를 오리애나에게 맞추지 않는 거다.

[으아악! 아깝게 빗나갑니다!]

[무빙 좋아요 비숍 선수!]

[이러면 이제 턴 넘어오죠?]

내가 미니언을 타고 이리저리 도망가는 치고 빠지기를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상대도 이동 속도와 더불어 보호막을 주는 스킬을 의도적으로 아끼고 있었다.

그런 만큼 내 공격이 실패했을 때, 상대는 근본적인 사거리 차이가 존재하는 평타와 원거리 스킬을 사용해 나를 괴롭힐 수 있었다.

[이거 견적 잘못 잡았나요!]

[역으로 추적당하는데요!]

“지금?”

“아니, 조금만 더.”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껏 쌓인 게 많은 비숍이다.

이 정도 딜 교환으로 만족하기보단, 아예 킬각을 잡아 나를 잡아내며 BBG의 사기를 올리고 싶어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건 한계까지 째는 거다.

[툭, 툭, 툭!]

[오리애나 패시브 때문에 메이지여도 평타 좀 많이 아픕니다!]

[일단 야쇼 장막으로 한 턴 버티고!]

[그렇지만 저 뒤에 남겨둔 구체는 못 막죠! 결국 스킬 풀로 다 맞으면서 순식간에 체력 상황 나빠진 트루 선수!]

[저거 한 대만 더 맞아도 죽는 체력입니다! 체력바가 거의 안 보여요!]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지금!”

—팟!

내 말과 동시에, 비숍은 미니언을 타고 도망친 내게 마지막 평타를 날리려 플래시를 썼다.

나는 평타 투사체가 내게 다가와 맞기 직전, 1인칭으로 시점을 전환하고 의도적으로 옆으로 늘어뜨린 미니언 쪽으로 스킬을 사용해 이동했다.

1초.

아니. 그 반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모든 걸 바꿨다.

[오와아아아아악!]

[아니 이거 계산이 완벽한데요!]

[야쇼의 패시브 스킬인 바람 보호막이 가동되면서 이걸 안 죽고 옆으로 빠지는 트루입니다!]

[그리고 바통 터치! 이제 내가 상대한다!]

[거의 십오 초 넘게 몬스터도 안 잡고 버티고 있던 에레가 기어코 오리애나의 앞에 튀어나옵니다!]

상층 캠프는 빠짐없이 돌고 온 에레는, 플래시 빠진 깡통 메이지를 거침없이 해체했다.

[ ST Ere -> BBG Bishop ]

[여기서 ST의 퍼스트 킬이 나옵니다!]

[이거 커요! 비숍 선수만 잡힌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양 미드 플래시가 빠지면 오브젝트 싸움에서 BBG가 좀 많이 불리합니다!]

[심지어 이렇게 기다려서 성과를 내는 동안, BBG의 헌터는 ST 진영으로 카정 갈 생각은 미처 못 하고 그냥 풀캠 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걸친 라인 쭉 밀어주는 다이애난.]

[이러면 약간 늦어지긴 해도 에레 선수가 녹튼 레벨 따라갈 수 있고, 집 가서 지금 미드에서 번 돈으로 아이템 하나 더 사면 오히려 약간은 유리합니다.]

그렇게 집에 가서 아이템을 사고 돌아온 미드 라인은 그나마 딜교환이라는 것이 성립하던 아까와는 다른 양상이 되었다.

[그냥 구체 맞을게! 근데 너도 좀 맞자!]

[찌르고! 찌르고! Q 찌르고!]

[아니 이거 딜교 성립이 안 됩니다!]

오리애나 스킬이 그나마 메이지들 중에서는 야쇼 상대하기 좋은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반 아이템이 어느 정도 나온 야쇼랑 코앞에서 눈 마주치고 싸워도 비빈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나 경험치도 밀리는 데다 Q 스킬을 전부 맞는다면 차이는 더 심했고.

[아니 진짜 트루 선수의 찌르기는 거의 빗나가질 않아요!]

[텔레포트 타고 복귀했는데 벌써 반피!]

[심리전에서 완벽히 지니 이거 뭐 오리애나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위쪽 오브젝트 챙기고 용 둥지로 바로 내려와.”

이렇게 유리한데, 굳이 서로 나눠 먹을 필요는 없다.

우선 순위가 높은 뒤틀린 숲 상층의 오브젝트인 허수 유충을 먼저 챙기고, 니케가 미드 주도권을 바탕으로 몰래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 박아놓은 와드를 이용해 BBG 헌터의 동선을 확인했다.

그러니 유충 먹자마자 바로 용 둥지로 달리면, 첫 용을 가지고 한타를 한 번 더 열 수 있었다.

[ ST Ere 님이 허수의 유충을 처치했습니다 ]

“가자.”

먼저 라인을 밀어넣은 나는, 대놓고 미드 라인을 지나가는 에레와 함께 바텀으로 향했다.

[어? 어? 잠깐만요. 잠깐만요!]

[지금 오리애나 저 라인 먹어야 6레벨이고 용 치는 녹튼은 아직 5레벨입니다.]

[지금 유충 경험치 때문에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이러면 녹튼은 무조건 빠져야 합니다!]

나름 바텀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용을 치기 시작한 녹튼이겠지만, 바텀에서 뭐 킬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니케가 시야 따면서 돌아다니느라 생긴 공백으로 인해 엑소르의 라인전이 약간 고달파진 게 다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 바텀이 6레벨 찍은 미드와 헌터한테 덤빈다는 건, 그냥 이번 판 지겠다는 소리와 다름없다.

[아! 이거 녹튼 둥지에 갇혔어요!]

[결국 용만 열심히 데워 놓고, 플래시 빠진 채 본인 진영으로 후퇴합니다.]

[일단 추가 킬 없이 에레가 무난하게 용까지 챙기며 상황 마무리되는 걸로 보이네요.]

[변수 없이 용까지 먹는 ST!]

변수가 없다는 말만큼 록에서 무서운 말이 없다.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니까.

“그거 먹고 따라와.”

하지만 이기는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좋은 말이 없다.

[어어? 아니 마무리 안 됐나요?]

[강타로 일단 용 먹고 끝난 줄 알았는데, 이걸 트루 선수가 뒤쪽 시야 없는 상황에서도 바람 장막으로 시야 만들고 플래시 쓴 녹튼에게 스킬 써서 진입!]

[벽 진짜 쉽게 넘습니다 트루 선수!]

녹튼을 궁극기 셔틀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대인전에 올인한 스킬셋이다.

내가 아이템이 잘 떴다고 해도 자칫하면 지기 십상이다.

물론, 그래서 혼자 안 왔다.

“와서 궁극기 써줘.”

“오리애나는?”

“우리 다 궁 맞고 싸워도 이겨.”

녹튼은 아직 5레벨이고, 오리애나가 궁을 써 봤자 후속 지원은 없다.

[으아아아아악! 여기서 다이애난이 과감하게 용 둥지 벽을 플래시로 넘어서 Q 쓰고!]

[궁극기 은빛 낙하!]

다이애난이 야쇼와 잘 어울리는 이유는.

광역 에어본 스킬인 다이애난 궁극기에 호응할 수 있는 최고의 궁극기가 바로 야쇼에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내 곁에는 바람이 있으리!

CC기와 딜링기를 겸하는 우리 둘의 궁극기에, 이미 플래시가 빠진 녹튼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 ST True -> BBG Suan ]

[아니 솬 선수가 이렇게 가버리면 게임이 이게—!]

[심지어 6레벨 못 찍었고, 다이애난한테 여기 뒤틀린 숲 하층 전부 털릴 예정인 녹튼입니다.]

[이거 그러면 완전.]

[네. 망했습니다. 쫄딱 망했어요. 지금 계획의 핵심인 오리애나의 궁극기 딜을 논하기도 전에, 그냥 기본 중의 기본인 레벨링부터 안 되는 상황이란 소립니다.]

그렇게, 게임은 사실상 터졌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운에 맡기고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든 아득바득 궁극기 찍은 녹튼이 탑으로! 오리애나도 올라갑니다!]

[토르라도 잡아! 불 끄고 오리애나 구체 단 녹튼 돌진하라!]

바텀 공략하기엔 동선 낭비인 터라, 그나마 비등한 탑을 공략하기 위해 아득바득 6레벨 찍고 기어 온 녹튼과 BBG의 탑, 미드라이너들이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탑 라인에서 벌어질 교전은 그들의 생각과 달리 1 : 3이 아니었다.

[아니, 그 와중에 불 끄는 속도보다 트루 선수의 텔레포트 찍는 속도가 빨랐어요!]

[이거 이러면 어떻게 되나요!]

탑을 주시하고 있던 만큼, 한 발 먼저 텔레포트를 타고 와 올리프와 함께 검과 도끼를 휘두른다.

[솬 선수 당황했어요! 궁극기 써서 CC기 면역, 저지 불가 상태인 올리프한테 공포 걸어봤자 뭐하나요!]

[게다가 지금 BBG 헌터랑 ST 라이너들 레벨 차이가 2레벨, 3레벨씩 납니다!]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오리애나 궁극기로는 올리프 제어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야쇼를 잡기에도 딜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녹튼 알아서 먹어.”

“오케이.”

나는 올리프에게 녹튼을 던져주고, 어두운 상태임에도 주저 없이 돌진해 은근슬쩍 지금 상황에서 빠져나가려는 BBG의 탑에게 시비를 걸었다.

누가 탑 아니랄까 봐 공격받으니 본능적으로 한 대 치고 빠지려고 한 상대였으나, 애초에 그러든 말든 시비에 응한 순간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나 구황검인데?”

구원받은 황제의 검.

근접 AD—공격력 기반 근거리 딜러—챔피언들에게 빛과 소금이자, 몇몇 챔피언의 본체로도 불리는 그 아이템을 들고 탑으로 온 내겐 눈에 뵈는 건 모두 벨 수 있는 힘이 있었다.

[ ST True -> BBG Strong ]

[으아아악! BBG 비이이이이상!]

[탑의 균형까지 무너지면 이거 어떡하나요!]

[그냥 게임이 아예 갔습니다.]

[그런가요!]

[네. 이번 한타로 BBG가 잃은 게 너무 많아요.]

[그렇군요! 일단 ST는 유충 6마리 모두 챙겼고! 곧바로 또 내려가서 용 챙길 준비 합니다!]

턴을 늘려 쓰는 건 원칙적으로 그리 추천하진 않으나, 상체 궁극기는 온전할 뿐더러 바텀 또한 라인을 먼저 밀어 넣고 귀환해 용 둥지로 달리고 있다.

“어디까지 내줄지 볼까?”

“내주긴, 애초에 쟤들 게 아닌데.”

“그렇긴 해.”

결국 상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리가 날뛰는 걸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