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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Blame History

“너희들은 그랜드 리그로 간다.”

안재훈 감독님의 말에, 우리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반응을 원한 게 아닌데?”

감독님은 우리들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의문을 가졌지만, 정작 우리는 승격에 대해 어떤 이의도 없었다.

“그걸 모르면 솔직히 팀에 관심이 없는 거라서.”

“지금 ST2 선수들 다 해외로 갔다는데 저희 아니면 누굴 올려요?”

스트라이크와 벨의 연속 펀치에, 감독님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뭐, 그렇게 됐다. 그랜드 리그에서도 잘 부탁한다 얘들아.”

“감독님도 같이 가세요?”

“그럼 난 남아 있을까?”

“아니요.”

밴픽에서 소위 말하는 뇌절이 없는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그리고 눈앞의 사람은 분명 그 선을 잘 아는 감독이었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워크숍을 갈까 하거든?”

“어디요?”

다들 재계약도 아직 안 했지만 당연하다는 듯 삼삼오오 모여 놀러 갈 곳이나 물어보고 있는 걸 보니 계약 상황이 참으로 투명하다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나는 이미 계약했다.

마스터 리그 평균 연봉 기준으로 세 배던 연봉이, 그랜드 리그 기준으로 열 배가 됐고, 심지어 단년 계약이다.

한 마디로 내 편의를 극한까지 봐줬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많이 주셔도 돼요?

‘다른 팀이 은설이 널 데려가느니 안고 죽는 게 낫지.

‘그 이유 말고는요?

...그것까진 말 못 해줘서 미안하다.

약간 수상쩍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나는 미니언 빅웨이브 클리어 및 딸피의 유혹을 제외하면 굴러들어오는 달달함을 거절할 위인이 못 됐다.

결과적으로, 내 재계약 소식이 알음알음 퍼지기 무섭게 단체로 재계약 협상에 열을 가하고 있다 하니 ST든 나든 윈윈이랄까.

애초에 이렇게 편안하게 다음 시즌 얘기를 모두와 하고 있는 것부터 반 확정이었다.

한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워크숍 목적지 얘기가 끝났다.

“호텔 기점으로 서울 투어요?”

일단 ST 사옥이 강남구 한복판에 있긴 하지만,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ST와 연관된 호텔에서 머물며 강북 투어를 하는 모양이다.

“명동이나 인사동, 아니면 다른 외국인들한테 유명한 곳 가본 사람 없잖아.”

“없...긴 하죠?”

하루가 멀다하고 다들 록에 미쳐 살았으니 현실에서 놀러 다닐 인간이 없다.

팀원 중에 여자친구 있는 사람이 있다면 또 모르겠는데, 유감스럽게도 다들 남자 고등학교다.

플루크 녀석은 애초에 중학생부터 그랜드 마스터 찍겠다고 바깥 활동과는 연이 없었을 거고.

“그럼 정한 거지? 내일 모레까지 짐 싸놓고. 아침에 차 타고 갈 거야.”

“...이미 예약을 다 했어요?”

“협력 호텔이라 따로 배정된 게 있거든. 프로그램은 예전에 ST1이 했던 거 끌어다 쓸 거고.”

“오.”


우승하고 난 당일에 라이브 방송을 켜긴 했지만, 그 뒤로는 처음 키는 방송이다.

“아직 살아 계시죠?”

—크아악

—나 죽어

—PTSD가 와요

—사람살려

—이건 아니잖아

—왜 이제왔어

—힐링하려고 보니까 왜 방송을 안 하는 거냐고오옥

“아, 다들 록드컵 결승전 보셨구나.”

—제발말하지말아다오

—쓰리핏 하고 한 번 졌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님? 진짜모름

—ㄹㅇㅋㅋ

—그래그래 우린 양심이 없어

—포핏 도전 다시 해야겠으면 개추

—트루야 해 ‘줘’

“일단 전 그랜드 리그라 아직 안 돼요.”

—ㄲㅂ

—그럼 ST3 승격은 확정임?

관성적으로 록 아이콘을 더블클릭하며 말을 이었다.

“그, 뭐. 재계약이 아직 다 안 끝나서 말씀은 못 드리는데 대충 비슷합니다.”

나는 끝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끝났으니 함부로 말 하는 건 예의가 아니긴 했다.

—아하

—그래그래

—내년에 어디서 볼지 진짜 모르겠네~

—그랜드 리그 비이이사아앙!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우승하고 나서 뭐 했음?

—영상 하나 던져주는 걸로는 사료가 부족해

—누렁이는 더 먹고 싶다

“저요? 가족이랑 밥도 먹고, 영상 하나 찍고...그리고...”

어라.

생각해보니 그거 말고 뭘 더했더라.

—ㅋㅋㅋㅋㅋㅋ

—얼굴이 갑자기 맹해졌어용

—엄ㅋㅋ

—?? : 뭐했더라

—인정한다 넌 순수하군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ㅅㅂ진짜 영상 그게 다였던거냐

—엄ㅋㅋ

—그 얼굴이면 밖으로 싸돌아다는게 당연한 거 아님?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진짜모름

—우리 얼굴은 트황 발끝도 못 따라가봐서 모른다는 거~

—ㄹㅇㅋㅋ

—근데 프라우드랑 다시 뜨기로 한 건 어쨌음?

—그러게

그러고 보니 프라우드 이 인간.

우승하고 나면 반응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조용했다.

한 번 눈에 든 선수를 어지간하면 챙겨보는 성격이라 이렇게까지 조용할 줄 몰라서 아예 생각에서 지우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생각을 그대로 실시간 방송에 내뱉지는 않았다.

“아직 이야기 들어본 건 없네요. 좀 휴식하시는 거 아닐까요?”

알고 본 나도 아직 씁쓸한데, 당사자야 뭐 말할 것도 없겠지.

—Aㅏ...

—충격받았구나

—이해합니누

—쉬셔야지

—리그 개막할 때는 돌아오려나

—몰?루

—트루가 대신 나와도 됨?

—그럼 경기는 모르겠고 관중은 프라우드 나오던 때 인원수 유지 가능할 듯

—ㅋㅋㅋㅋㅋㅋ

여기서 프라우드 얘기만 계속되는 건 딱히 바람직하지 않은 터라, 나는 적당히 화제를 옮기기로 했다.

“아무튼 다른 건 모르겠고, 오늘은 공지 좀 하나 하려고 켰어요.”

—무슨 공지

—??

—시즌 끝났는데 뭐 더 있음?

—재계약 공지면 인정한다

—ㅋㅋㅋㅋ

“저희 ST3, 그러니까 ST2로 승격한 멤버들이랑 감독님, 코치님들까지 해서 서울에서 워크숍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프론트 측에서 준비해 준 템플릿을 보여주었다.

항상 이런 건 또 진심으로 하시더라.

참고로 캠으로 자세한 일정까지는 안 보여줬다.

괜히 보여줬다가 사람 몰려서 사고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니까.

—오오오오

—이러면 기대해봐도 되는 거냐?

—라이브 ‘켜 줘’

—켜줄때까지 숨 참음

—요즘 방송 주기 보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될 확률 존나 높은데

—ㅋㅋㅋㅋㅋㅋ

—2인 1실임?

“네. ST랑 협력 맺은 호텔이 강북에 있는데, 거기서 머문다네요.”

—????

—2인1실?

—나뿔이아파

—뭐뭣

대충 시청자들을 놀렸으니, 나는 바로 덧붙였다.

“아, 물론 다른 라인들은 그렇다는 거죠. 전 황족 미드니까 방 혼자 씁니다.”

—ㅋㅋㅋㅋㅋㅋ

—누구누구가 방 같이 쓸지 알 거 같으면 개추

—탑신병자와 백정, 숟가락과 도구는 언제나 한몸이다

—ㄹㅇㅋㅋ

—헉 이거 트루햄 왕따임?

—방 같이 잡으면 온갖 커뮤에서 집중포화 쳐맞을 듯

—ST가 자1살하기 버튼 누르고 싶으면 그러겠지

—엄ㅋㅋㅋㅋ

—왕따...아니지?

“걔들이, 저를요?”

풋 하고 웃자 채팅이 가관이었다.

—옥스, 스트라이크, 벨아 미안하다

—플루크는 왜 빼요

—면상이 되잖아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트루>>>>플루크>나머지

—ㄹㅇㅋㅋ

—근데 저거 웃는거 넘 무서워오...

—학창시절 일진 PTSD 오면 개추

이 정도까지만 하면 적당한 장난이다.

나는 채팅창의 수위가 더 높아지기 전에 끊었다.

“뭐...대충 이 정도면 공지 다 됐죠?”

마침 켜진 록 화면은, 훌륭한 탈출 창구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록에 인생을 바친 인간들이 가득 들어찬 내 방송은 곧바로 인게임 이야기로 채워졌다.

“일단 패치 노트부터 볼까요?”

어차피 이번 패치 버전은 다음 시즌에 쓸 게 아니라 아무래도 상관없긴 했지만, 원래 이런 거 하나씩 뜯어보면서 팬들이랑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아트록쓰 너프...스테락이랑 선혈...이것도 너프...”

—ㅋㅋㅋㅋㅋㅋ

—크아아아악

—결국 너프당하는구나

—저거 씹사기야

—ㄹㅇ

—치감템 가도 피가 그냥 참

—ㅈ같음

—록드컵 전에 너프할 것이지 ㅅㅂ...

—ㅋㅋ

일단 너프의 주요 골자는 LOC 월드컵에서 활약한 챔피언들의 팔다리를 자르는 거다.

당장 아트록쓰도 그렇고, 아이템들도 안 쓰면 바보 소리 듣는 것들이었으니까.

아무튼, 너프와 조정 한가득인 패치 노트를 확인하자, 견적이 나왔다.

게임사는 이번 패치를 시작으로 다음 시즌에도 실험실을 열 모양이다.

“이러면 미드에 AD 챔피언들 기어 나오겠네요.”

—뭣

—가끔 나오는 쌍포 계속 보는거임?

—칼챔 대결이라 오히려 재미있을 듯

—뭐래

—메이지끼리 대결이 진짜지

—평타싸개들은 미드에서 꺼져라

—ㄹㅇㅋㅋ

—그럼 야쇼는 인정해줌?

—ㅅㅂ

—걘 그냥 밴하셈

—그게 편하긴 해

—그럼 신챔도 AD기반인데 미드 등장 가능한가?

“잠깐, 뭐 신 챔피언 나오는 거 있어요?”

나는 채팅을 확인하고선 곧바로 패치 노트를 다시 뒤져봤다.

—ㅇㅇ

—탱커임

—그냥 스킬셋부터 씹사기던데

—궁 쓰면 체력 반으로 줄잖아

—그 체력바 달기 전에 우리가 먼저 뒤진다고 ㅅㅂ

—궁쓰면 탱커딜이 아닌데 탱킹은 또 됨

—궁쓰고 납치에 W에 저지불가도 있음

—ㄹㅇㅋㅋ

어디선가 그 긴 설명문이 떠오른다.

나는 패치 노트를 끝까지 내려, 마침내 신 챔피언 소개란을 맞이했다.

“...크샨테.”

아무래도 아까 한 말은 취소다.

원딜, 브루저, 메이지?

모두 이 녀석 앞에서는 범부일 뿐이다.

“그럼 바로 한 판 해보러 갈까요?”

그리고 보통 이런 건.

먼저 꿀통에 빨대 꽂는 게 장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