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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한 오후.
“아, 아. 여러분. 목소리 잘 들려요?”
나는 은근슬쩍 방송을 켰다.
—어제온다면서어제온다면서어제온다면서
—밤에 뭐함?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헉
—고소합니다ㅅㄱ
—아무일도...없었다!
흔히 있는 WWE다.
이젠 슬슬 익숙해졌다.
“아니, 보시면 알잖아요. 저 집에 있다니까요.”
그 말대로, 어제 비싼 소고기를 사 먹고 숙소가 아닌 진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집에서 머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부모님의 조언이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나도 어찌 됐든 집이 숙소보다 편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래서 어젠 왜 안 킴?
—새벽 4시까지 기다렸다가 잤는데 알람 바로 와서 들어왔다
—니가 승리자누
—ㅋㅋㅋㅋ
“당연히 피곤해서 안 켰죠.”
운동 한두 달 한다고 근육이 붙을 거면 모두가 완벽한 근육질 몸매를 가졌을 거다.
당장 풀 세트는 아니지만 두 세트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아직 여린 몸으로는 약간 무리가 있었다.
거기에 밤늦게 회식까지 했으니 전날 밤 몸 상태가 정상이면 그게 더 신기하다.
“그래도 지금 켰으니 된 거 아닐까요?”
—나
—락
—나
—락
—나
—트루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준수하라!
—팩트) 약속한 적 없다
—ㅋㅋㅋㅋㅋㅋ
—인터뷰 때 언제 켜줄지 말 안하긴 했어
—ㄹㅇㅋㅋ
“정 그러시면 저 어제 복기방송 생략할까요?”
—엌
—그건안된다
—눈물겨운 오더의 근거를 듣고 싶다
—젭알
—눈나 해줘
—ㄹㅇ
—진짜 뭘 하면 팀이 이렇게 바뀌냐
아무리 내 방송의 체급이 커졌다지만, 어디까지나 근본은 챌린저 등반할 때 보던 인간들이라 그런지 록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불평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자, 그럼 1세트부터 복기해볼까요?”
나는 화면에 경기의 풀 영상을 틀었다.
“1세트는 상대 쌍포 조합을 막는 게 핵심이었죠?”
—ㅇㅇㅇ
—예습 잘 해옴
—그건 알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야쇼는 좀...
—ㄹㅇㅋㅋ
—하지만 캐리했죠?
—증명했으니 OK입니다
“맞아요. 그래서 투사체 막는 장막의 밸류가 엄청 높아졌고, 무엇보다도 상대 팀에 제가 접근하면 막을 수 있는 챔피언도 딱히 없었거든요.”
미드 라이너가 원딜 역할을 하면 생기는 큰 문제 중 하나는, 이니시 걸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는 거다.
아무리 자잘한 이동 방해기나 밀쳐내는 궁극기 등이 있다고 해도, 항상 경기에 공무원처럼 출근하는 몇몇 미드 챔피언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니까.
“그 다음은 뭐...잘 했죠?”
휙휙 넘기고 있자니 시청자들의 채팅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이 있었다.
“아, 여기요?”
—ㅇㅇㅇ
—히히 발싸
—ㅋㅋㅋㅋ
—스트라이크 저건 호러였다
—앞으로 상대 팀은 카이스 밴 안할듯ㅋㅋ
“사실 각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날아가면서 날린 스킬이 안 맞아서 패시브가 안 터지니까 딜 계산이 잘못된 거죠.”
—같은팀 감싸주는 건 미드평
—트 머 니
—어감이 이상해요
—ㅋㅋㅋㅋㅋ
—?? : 저를 붙잡고 싶다면 더 많은 돈을...
—사실 유니폼 팔이 더 하면 되긴 해
—ㄹㅇㅋㅋ
아까보단 한층 더 가벼운 분위기다.
아무래도 이긴 상태에서 하는 복기라 그런가보다.
아무튼, 스트라이크의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니 아쉬운 플레이가 맞긴 하다.
특히나 딱히 불리한 상황도 아니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유리한 상황에서는 굳이 저런 리스크 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얘기해 둔 상태에서 굳이 더 얘기를 꺼낼 생각은 없다.
“원래 불리하면 저런 거 한 방을 바라는 수밖에 없잖아요? 이럴 때 미리 연습해 둬야 제대로 각을 보죠.”
스트라이크는 저번 시즌 2라운드에 데뷔한 원딜이니까, 아직 한 시즌을 통으로 보낸 적이 없다.
저런 건 팀적인 합과 더불어 본인만의 각을 갈고 닦으면 더 좋아질 테니 굳이 데스 하나에 뭐라고 할 생각은 더 없었다.
—사실 트루는 저런 것보다 본인 하이라이트를 보고 싶어한다는거임~
—ㄹㅇㅋㅋ
—리딸은 해야제...
—야쇼로 캐리하면 자랑하는게 맞긴 함
나는 채팅을 읽자마자 잽싸게 내 하이라이트 시간대로 동영상 바를 이동시켰다.
“자, 이제 여기를 보시면 전체 시야가 밝혀진 상황에서는 4명이 다 보이지만, 저희 시야에서는 딱 두 명이 보이거든요?”
—거기서 왜 들어간거임?
—근거 있었나
—몰?루
“근거야 있죠. 스트라이크가 상대 쌍포 두 명 체력 갈아버리고 산화했잖아요?”
특히 그중에서 녀석이 집중적으로 노린 원딜 쪽은 당장 집에 가도 안 이상했다.
“그런 상황에서 서폿도 부활하고, 제 체력도 부족하진 않으니 두 번 연속으로 대형 몬스터 싸움을 보기엔 상대도 턴이 밀리죠.”
그래서 반드시 딜링이 되는 챔피언 하나를 헌터에 붙여서 대형 몬스터를 '빠르게' 잡아야 했다.
“그러니까 이제 저한테 붙는 건 끽해야 둘이고, 그러면 제가 이기는거죠.”
—????
—와 정말 이해가 쉬워요
—아니 그걸 안다고 들어가서 킬을 어케따요
—뇌지컬로 시작해서 피지컬로 끝나니까 걍 따라하지 말라는거임
—ㄹㅇㅋㅋ
—아니 근데 야쇼 잡기술 왜 이렇게 잘씀
—VR 거의 안 해봤다면서!
—족쇄견 또 기어오르네
—할아버지 또 이러신다 가서 마우스 클릭이나 잘 하세요
—쉬이...펄...!
“아, 그건 유튜브 보고 배웠어요. 야쇼 장인분이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
—프짱아...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갔어야지
—지금 통곡중인 본인이면 개추
—ㅋㅋㅋㅋㅋ
—근데 그게 본다고 되는 거였나
—해도 안 되던데.
“그거 무슨 느낌이냐면, 키보드로 누르면서 바로 슉 하고 화면전환 한 다음에 다시 슉 하면서 내지르는 동작을 하면서 손가락은 다시 누르는 시늉을 하면 화면 전환이 두 번 될 동안 바로 바람이 몸에 둘러져요.”
—?????
—일단 두 번 내지르는 것 까지는 이해했음
—난 그것도 모르겠다
—그게 쉽게 됐으면 개나소나 야쇼 하지
—Q 캔슬이 ㅈ으로 보임?
—그러니까 한 거 아닐까?
—엄ㅋㅋㅋ
“전 사실 이거 되는 거 알고 나서부터 왜 이 좋은 챔피언을 안 쓰나 했거든요.”
에어본을 하거나 몸에 두르기 위한 바람 장전을 일 초도 안 되는 시간에 할 수 있다.
이게 사기가 아니면 뭐가 사기 챔피언이야.
—그거 프로들도 실수한다고!!!
—장인들도 확률 반반도 안 되는 건데ㅋㅋ
—천재는 범인의 마음을 모른다...
—저게 무조건 되는 거였으면 야쇼는 ‘버그’ 처리당했든 너프 먹었든 5티어에 쳐 박았든 프로씬에서 죽어라 처 나왔겠지
—ㄹㅇㅋㅋ
—나 야쇼 숙련도 150만 점 마스터 야쇼충인데 성공하는 날에는 기뻐서 하이라이트 저장한다
—으...
—트루한테 이상한 냄새 뭍히지 말고 꺼1져
—ㅋㅋㅋㅋㅋㅋ
뭐, 아무튼.
그 뒤로 복기는 순조로웠다.
“2세트요? 여기서 미드가 저 잡겠다고 플래시 빼고 죽은 순간부터 게임 간 거죠 뭐.”
그 뒤로는 킨스레드의 일방적인 증표 획득, 양학, 승리.
한 줄로도 정리되는 간단한 문장이라 정말 더 말할 부분이 없었다.
—보이스 들어보니 답답해 뒤지려 하더만
—ㅋㅋㅋㅋㅋㅋ
—?? : 다음 캠프 뭐 먹을까
—트루 처음에는 한숨쉬다가 어느 순간부터 전부 지시해주니까 헌터 말고도 팀이 전체적으로 속도 붙는게 웃김
—진짜 옥스 뇌지컬은 다른 의미로 ㄹㅈㄷ임
—근데 웃긴건 킨스레드 증표 잔뜩 처먹고 나서부터는 한타에서 딜교각은 어지간한 원딜보다 잘 보는 수준이라는 거임
—ST가 아무튼 재계약으로 붙들어 둔 이유...
—사실 ST는 대대로 미드 말 잘 듣는 피지컬 좋은 정글이면 되긴 했어ㅋㅋ
뭐, 사실 말하고 싶은 게 있긴 한데—
'그러면 복기 방송이 아니고 한탄 방송이지.'
스트레스 받은 건 건전하게 풀어야지, 시청자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최악이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살피며 복기하기 위해 열어둔 영상을 끄고, LOC 메인 화면으로 이동했다.
“자, 그럼 복기는 대충 여기까지 하고, 솔랭 돌리면서 공지 하나만 할게요.”
나는 미리 켜둔 록 화면에서 솔로 랭크를 걸어 두고, 말을 계속했다.
“저 내일모레 ST 경기 보러 가요.”
—ㄹㅇ가는거였음?
—LOCK 경기장 앞에서 존버타면 되는거지?
—유니폼 가져간다 딱대
—저 경기도 밀키웨이랑 붙네
—승리요정 가냐
—승리요정(본인이 직점 팸)
—ㅋㅋㅋㅋㅋ
—티켓 한 장만 다오...
—나 못 구함
—나도
마스터 리그에서 맞붙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LOCK—1부 리그—에서의 대결이다.
가장 라이벌리가 명확하고 팬덤이 큰 팀들간의 대결이라, 그 큰 경기장조차 자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초대권 한 장이 있거든요?”
—뭐뭣???
—제발 미천한 시청자에게 경기 시청의 권능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겠습니다
—얼마면 돼애애애
—정보) 현재 암표 시세 50만원
—정가 얼마였지
—제일 좋은 자리가 10만원
—씹ㅋㅋㅋㅋㅋ
—암표충들 박멸 마렵네
나는 캠 바로 앞에 있는 전등에 테이프로 대문짝만하게 보이도록 티켓을 붙여 놓았다.
“저랑 1대 1 한 판 해서 이기시는 분 드릴게요.”
—XXXXX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주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
—이해한다...암표로 파는 게 이득이긴 해
—ㅋㅋㅋㅋㅋㅋ
—사실 저 표도 대충 프린트한 가짜고 아예 상품 준비 따윈 안 한 거 아닐?까
—ㄹㅇㅋㅋ
“어허. 이거 ST 전용 초대표 맞아요.”
나는 잘 보이도록 복제 방지 홀로그램 로고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쥐어주었다.
“저는 대신 마우스만 쓸게요. 챔피언은 유냥이로.”
—???
—그 고양이 혜1지챔으로 하겠다고?
—선넘네...
—딱대
—방장 빨리 문 열어!
—먼저 들어간 새끼가 공짜표다
—ㄹㅇㅋㅋ
—브론즈도 대충 원거리 타겟팅 스킬챔 가지고 싸우면 무조건 이김
나는 시청자들의 열정 넘치는 채팅이 흘러가는 사이에 공개방을 하나 팠다.
“그럼 지금부터 아무나 들어오세요.”
—띠링.
그렇게.
오늘의 첫 희생자가 왔다.